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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58화 (58/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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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색장비 운용조 외에 수중 탐사조 6개를 만들어 구획을 나눴다.

    부하들은 내가 혼자 탐색을 하려 하자 극구 호위를 붙여야 한다고 말렸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는 만큼 고집을 피웠다.

    어차피 클래스 업을 하면서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미드랜드에서 나를 위협할 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결국 나는 고집을 꺾지 않고 탐사를 진행 시켰다.

    쌔액!

    맑은 물속에 수많은 물고기가 떼 지어 돌아다니고, 눈 부신 햇살이 물속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걸까?

    호수 속 풍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마치 근심 걱정 따윈 없을 것 같은 유유자적한 모습.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호수도 수심이 깊어지니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인테라 호수는 본 모습을 드러냈다.

    텁! 텁!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달려드는 자이언트 실러캔스와 빅마우스 캣피쉬.

    그리고 신중한 성향 때문인지 쉽게 공격을 해오진 않지만, 호수 밑바닥에서 헤엄치며 상황을 살피는 거대한 서펜트는 바실리스크, 히드라와 동급으로 치부되는 괴수급 몬스터다.

    덕분에 수중 탐사는 아주 스펙터클했다.

    내게 공격을 해오는 순간 몬스터는 토막이 나서 흩어졌지만,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달려 들어서 꽤나 귀찮았다.

    전신에 다이브 쉴드라는 투명한 막을 두르고 플라이로 물속을 자유롭게 유영

    하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함을 느꼈다.

    “이런 식이면 찾기 힘들겠는데.”

    일단 인테라 호수의 밑바닥에 유적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 유적이 돌출된 게 아니라 감춰져 있다면 상황은 조금 더 복잡해진다.

    그럼 일반적인 탐색마법으로는 찾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그렇게 되면 엘프들의 접근을 기다린 후 뒤통수를 치는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데미안의 정보에 따르면 엘프의 주요 전력은 8클래스 마법사 하나와 7클래스 마법사 다섯이라고 했다.

    8클래스 마법사는 내가 상대하고 나머지 7클래스 마법사는 마스터를 앞세운 우리 전력이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 엘프와는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무대포처럼 찾아다니는 것보다 말고 좋은 수가 없을까?

    크아!

    피피픽!

    고민하는 와중에도 계속 수중 몬스터들이 달려든다.

    그러나 붉은 실선들이 내 주위를 넓게 배회하며 몬스터를 분해했다.

    덕분에 주변은 온통 붉은색의 피바다가 됐다.

    피냄새는 또 다른 몬스터를 끌어들이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자리를 옮겨야 했다.

    생선들이라 그런가? 동료가 당해도 계속 달려드는 모습이 불나방이나 다름이 없다.

    자기들끼리 통하는 신호 같은 게 없는 건가?

    하긴 이렇게 불나방 같은 게 몬스터란 단어에 어울리는 모습이긴 하지.

    “응?”

    그런데 그때 문뜩 한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도제국의 유물은 일정 거리 내 텔레포트가 가능하다.

    그럼 바뀐 기지의 위치를 아군들은 어떻게 알아낼까?

    통신 장비를 통한 위치 전송?

    어쩌면 식별코드나 유적을 탐사해내는 장비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호수 바닥에 다이버 쉴드의 크기를 키운 다음 그랜달을 소환했다.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 지켜주는 든든한 보디가드.

    지난번 이타루스 내전에서도 샤를로트 공작에게 큰 피해를 준 덕분에 나와 부하들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진 내 비장의 무기로 이리 사용하고 있지만, 기간트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직접 탑승하는 편이 좋다.

    보통 기간트는 기사의 전유물로 취급되는데, 그 이유는 근접전투가 주를 이루고 기사의 오러와 마나코어가 상성이 좋기 때문이다.

    거기에 높은 신체능력과 반응속도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법사들이 기간트를 못 타는 것은 아니다.

    “그랜달, 직접 조종방식으로 변경.”

    [명령을 수행합니다.]

    그랜달에 탑승하자 전방위의 시야가 탁 트였고, 익숙하게 조종간을 잡았다.

    기간트는 마법 사용엔 제약이 많지만, 나는 기사의 오러와 비슷한 힘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종종 그랜달은 운영하며 사용방법을 익혀놓았기에 조종은 문제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랜달에게 명령을 내렸다.

    “주변에 아군정보를 표시해 줄래?”

    [아군정보를 표시합니다.]

    그리고 호수 여기저기에 점이 찍혔는데, 그 내용을 살핀 나는 미간을 좁혔다.

    -제논 로이드 크리드

    -콘스탄틴 로이드 제르갈

    표시되는 것은 내 부하들뿐이었다.

    “혹시 아군기지는 표시 못 해?”

    [해당 지역의 아군기지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받지 못했습니다. 표시가 불가능합니다.]

    설레발을 친 것 치곤 그다지 소득이 없었다.

    “그럼 이 지역에 브릴란테 제국의 시설이 있는지 찾는 방법 없어?”

    [마나하트 탐지 기능을 이용하면 가능합니다. 탐지 거리는 10km이며 범위 내 정보가 자동 저장됩니다.]

    별 기대 안 하고 물어봤는데, 원하던 답변을 내놓는 그랜달.

    축 처져있던 나는 새우처럼 몸을 튕기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

    이 세계에선 마나가 에너지의 주류다.

    여기저기 배터리로 많이 사용되는 마나석은 소모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충전하는 특성이 있어, 충전 시간만 잘 지킨다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나의 존재로 기름이나 가스 같은 화석 연료는 사회에서 큰 영향력이 없다.

    물론 그 마나석의 가격은 기름값에 비해 끔찍하게 비싸지만, 가격을 무시할 정도의 편의성을 갖고 있어, 화석 연료는 평민들의 랜턴이나 불을 붙이는데 사용되는 정도가 끝이었다.

    마나석을 토르말린과 가공하여 마력전지를 만들고, 마나하트와 함께 잘만 활용하면 마도시대에서 주로 사용하던 마력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마력 발전기는 내구성만 버텨준다면 수만 년이 지나도록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니, 핵융합 기술마저 원시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단한 물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기술 덕분에 유적을 상대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콰아아아아아!

    “큭!”

    모습은 영락없는 6클래스의 레이저 캐논이건만, 그 밀도와 파괴력은 7클래스의 플레임 블래스트를 넘어서는 것 같다.

    그냥 마력으로 위력을 무지막지하게 키운 느낌.

    “주군!”

    방심하고 있는 찰나에 날아든 레이저 캐논을 8클래스의 샤이닝쉴드로 막아낸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조금만 늦었어도 당할 뻔했다는 생각에 뒷골이 서늘해졌다.

    “괜찮습니다.”

    그랜달을 타고 약 두 시간에 걸쳐 탐색한 결과 드디어 유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왜 진작 그랜달을 활용할 생각을 못 했을까?

    발견 당시 나는 기쁨보다도 허탈한 웃음을 흘려야 했다.

    정박장 AX15라 이름이 지어진 유적은 하딘왕국 방면 균열 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 균열 아래로 깊이 들어가면 물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의 동굴이 있는데, 기간트 둘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넓이였다.

    나는 거기서 괜한 모험을 하지 않고, 얼른 부하들을 한데 모아 데려왔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통로를 걷고 있을 때, 예고 없이 공격이 날아들었다.

    아직 유적은 눈에 보이지도 않건만, 공격부터 날아온 것을 보면 꽤나 배타적인 유적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병기고는 일단 신원 확인부터 하는데 여긴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까 죽어라!’라는 식이 아닌가.

    아니면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선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걸까?

    뭐, 어차피 이 인원이면 충분히 뚫을 수 있을 테니,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

    샤이닝 쉴드 안쪽으로 4겹의 강화 배리어가 더해졌다.

    뒤로 밀리는 압박감이 상당했지만, 나는 기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전진했고, 머지않아 유적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병기고와 비교가 되지 않는 크기의 입구.

    출입문의 둘레가 족히 100m는 돼 보였다.

    더불어 그 문은 두터운 장갑이 씌워져 있었는데, 그 장갑이 미스릴과 같은 광택이 흘렀다.

    혹시 저게 모두 인조 미스릴인 걸까?

    코팅만 했다고 해도, 저 정도면 엄청난 양이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뜯어가야겠다.

    콰콰콰쾅! 쾅!

    하지만 그런 감상도 잠깐.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마법 폭풍에 샤이닝 쉴드에 금이 갔다.

    “미친! 8클래스 마법이라고!”

    내가 8클래스가 아닌 7클래스 상태에서 이곳에 왔다면 우린 모두 가루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역시 마도시대의 기술력은 대단하다.

    4만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이렇게 위협적인 공격을 펑펑 날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중에 기간트 개발이 완료되면 발전기도 개발해봐야겠다.

    결국 내가 펼친 결계가 깨지자 바로 샤이닝쉴드를 다시 펼쳤고, 그 잠깐의 딜레이를 뚫고 대마법사들이 펼친 강화 배리어가 두 개나 날아갔다.

    “휴···.”

    어째서 엘프들이 대마법사가 많이 필요하다고 한지 알 것 같다.

    “공격장치 안보여요?”

    위태로운 샤이닝쉴드를 유지하느라 내가 꼼짝도 못 하고 외치자, 기사와 여유가 있는 마법사들은 열심히 주변을 살폈다.

    빨리 공격장치를 찾아내야 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는 건 위험했다.

    “제논 경! 저기요!”

    “네!”

    그때 스텔라가 어느 한쪽을 가리키자, 제논이 쉴드 밖으로 오러블레이드가 섞인 화염을 날렸다.

    콰앙!

    제논의 공격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명중했는데, 그로 인해 사방에서 휘몰아치던 마법 중 하나가 줄어들었다.

    “스텔라 경!”

    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하자, 그녀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서치나 감각으로 위치를 찾지 말고, 눈으로 찾으면 돼요. 가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빛이 반사될 때가 있거든요.”

    “눈썰미가 대단하군.”

    기사들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그에 스텔라의 눈꼬리가 꿈틀거렸으나,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시야을 어지럽히는 공격 속에 열심히 주변을 주시했다.

    이거 어째 메인 디펜서가 된 나만 치열한 것 같다.

    쾅! 콰아앙! 쾅!

    6클래스 마법사들을 공격을 날렸지만, 공격장치는 자체적인 방어력이 높아서 7클래스급 마법이나 오러블레이드에만 파괴가 되었다.

    그나마 내 기사들은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어서 다행이지, 그냥 마법사끼리 왔다면 더욱 위험했을 것이다.

    쾅!

    마지막 공격이 사라지고 더 이상 위협이 없어지자 나는 안도하며 문을 향해 외쳤다.

    “사용자 등록을 원한다!”

    [정박장 AX15는 모든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내 외침에 유적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유적은 오래되면 사용자 기록이 말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긴 사용자 기록과 별개로 다른 명령이 고정되어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내가 병기고를 찾았을 때처럼 따로 주인이 있거나.

    “아군도 입장이 불가능한가?”

    [정박장 AX15는 모든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혹시나 싶어 그랜달을 꺼내 들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대로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린 문에서 멀찍이 떨어졌고, 나는 튼튼해 보이는 유적의 출입문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헬파이어.”

    콰아아아아앙!

    지금까지의 어떤 마법과도 차원이 다른 반발력과 폭발음.

    야구장 만한 공터는 연기로 가득 찼고, 바람으로 연기를 날리자, 기간트 하나는 충분히 들어갈 법한 구멍이 생겼다.

    “엄청 튼튼하네.”

    성 하나는 가뿐히 날려버리는 마법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비로소 유적의 안에 들어섰다.

    그리고 혹시 모를 엘프의 접근을 대비해 유인감지 알람을 출입문 바깥방향으로 설치해 두었다.

    유적 안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왠지 거대한 전함이 서 있었을 것 같은 널찍한 공간이었다.

    “설마, 그렇게 기대를 시켜놓고 전함이란 게 한 대도 없는 건 아니겠지?”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열심히 눈을 굴렸다.

    하지만 따로 눈에 들어오는 마도 병기는 없었다.

    여기도 지하에 격납고가 따로 있는 걸까?

    이럴 땐, 관리 시스템에게 묻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고! 경고! 침입자 경고!]

    드래곤 레어처럼 관리시스템이 시끄럽게 굴었다.

    “AX15 사용자 등록.”

    [사용자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AX15는 무조건 방어태세 명령을 수행 중입니다.]

    그러면서 붉은색의 레이저 공격이 기습적으로 날아들었는데, 밖에서 겪은 공격에 비하면 이건 장난 수준이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곳의 시스템을 관리하는 상황실을 찾았다.

    “주군, 저기 같습니다.”

    아찔하게 높이 뻗은 벽면 위로 유리로 된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쾅!

    그 유리를 뚫고 안으로 침입하니, V1의 상황실과 매우 흡사한 공간이 나왔다.

    “V1의 단말 위치가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병기고 V1의 단말기와 비슷한 위치의 바닥을 뜯은 나는, 어렵지 않게 관리시스템 단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아.”

    그대로 AX15의 단말기를 뜯어 아공간에 저장했다.

    덕분에 시끄럽게 굴던 경고음이 사라지고, 나는 아공간에서 새로운 단말을 꺼내 들었다.

    “주군 그것은?”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관리시스템이요. 예전에 V1 데이터를 여기에 복사해놨었거든요.”

    두 번째 유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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