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56화 (5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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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양성이란 목표로 후보생을 선택하고 있지만, 내 기준에서 그들은 미래의 기간트 오너라고 할 수 있다.

    내 지시에 카르만 남작은 행정관들에게 해당 사안을 전달했다.

    그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탈락했던 인원이 대거 발탁됐으며, 기사 적성검사의 합격률 또한 3배 가까이 올랐다.

    나는 가만히 서서 적성검사가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마법사와 정령사 적성검사는 거의 프리패스처럼 지나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 기사 적성검사장이었다.

    몇몇 기사들은 내가 누군지 몰라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동료 기사들의 언질에 표정을 굳히며 엄격한 태도로 심사를 이어갔다.

    아직 귀족이 된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수도에선 거의 활동한 적이 없는지라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자, 손을 내밀 거라.”

    “네! 기사님!”

    가장 먼저 오러 적응력에 대한 검사가 이뤄진다.

    마법사, 정령사와 달리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합 판정을 받는다.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을 열에 하나 정도.

    기사란 존재는 검에 대한 감각과 오러의 이해도가 재능의 여부를 나누지, 신체적 특성으로 기사가 되고 못되고의 차이가 없다.

    제대로 된 환경 속에서 오러브레싱과 함께 수련하면 마나유저까진 거의 누구나가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마법사가 위에 올라가는 게 아닌 것처럼, 기사도 익스퍼트 이상부턴 재능이란 것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익스퍼트가 되어야 정식 기사가 되며 익스퍼트가 되지 못한 수련기사는 결국 군에 입대하여 부사관이 되거나 용병이 된다.

    즉 기사를 많이 양성하기 위해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아이들을 최대한 데려다가 마나유저까지 키워봐야 한다는 소리였다.

    “보겔, 힘내렴.”

    적성검사에서 합격하게 되면 아이는 마법사나, 정령사, 기사가 될 수 있기에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들은 두 손을 꼭 말아쥐며 기도했다.

    그 모습을 보니, 새삼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머니도 그때 저러셨는데···.

    그리고 내가 마법사 적합 판정을 받자 뛸 듯이 기뻐하셨다.

    비록 그 결말이 좋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검사장을 벗어나 대기현장을 살폈다.

    멀리 감독석에 앉은 카르만 남작이 연신 식은땀을 흘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적성검사의 총책임자가 나다.

    내가 제안을 한 만큼 당연하지만, 그래도 설마 공작이나 되는 인물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지, 관리자들이 하나같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어차피 내가 직접 찾아오는 것도 첫날뿐이다.

    검사 환경을 살피고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그다음엔 관심을 끌 생각이니.

    화려한 갑옷을 입은 기사 둘을 끌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딱 봐도 귀족란 것을 알 수 있기에 모두들 내 시선을 피했다.

    마드세인의 왕국 수도 세인은 120만의 인구가 사는 도시답게 굉장히 웅장하고 거대하다.

    고층의 건물도 많이 보이고, 여기저기 오가는 마력자동차를 보면 근현대의 느낌도 많이 풍겼다.

    다만 배경과 다르게 평민들의 복장이 볼품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고풍스러우면서도 은근히 현대적인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수도를 이렇게 거닐며 둘러보는 것도 굉장히 오랜만이다.

    전생엔 여기저기 꽤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그러고 보면 군사학교 다니던 시절엔 나름대로 대우가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졸업 선물이 폭발기능이 달린 개목걸이라는 게 충격의 반전이지만.

    문뜩 전생에 기억을 떠올린 나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도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검사를 받고 있을까?

    그들을 한 번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추억에 빠지는 것도 잠깐이다.

    지금의 나는 한가한 몸이 아닌지라, 슬슬 돌아가야겠단 생각했다.

    “음?”

    그런데 텔레포트를 사용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향기.

    나는 무심코 그 냄새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노점상.

    양념을 묻힌 닭꼬치를 판매하는 곳이었다.

    노년의 남성과 귀여운 손녀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주변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잊고 살았네.”

    그곳은 군사학교에 다니던 시절 얼마 안 되는 보조금이 나올 때마다 찾아가던 단골 노점상이었다.

    가격이 싸고 양도 많은 데다가, 어쩐지 지구에서 먹었던 닭꼬치와 맛이 비슷해서 무심코 단골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지라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새삼 다시 보니 굉장히 반가웠다.

    특히 노점상의 손녀는 전생에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지금의 내가 미의 기준이 너무 높아져서 평범하게 느껴졌지만, 아마 그땐 속으로 좋아했던 게 아닐까?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나이는 16~17 정도.

    대한민국 기준으론 미성년이지만, 이 세계에선 아주 훌륭한 성인이었다.

    “사올까요?”

    콘스탄틴의 물음에 나는 손을 내저으며 직접 다가갔다.

    “어서오세···.”

    항상 예쁘게 미소 짓던 소녀의 얼굴이 굳고, 깐깐해 보이는 노인은 목을 움츠렸다.

    새삼 그때와 입장이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다리 살 꼬치 매운 거로 세 개 주세요.”

    익숙한 주문에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콘스탄틴이 빨리 움직이라며 턱을 치켜들자, 얼른 주문에 따라 음식을 조리했다.

    “다리 살 꼬치 매운 거 세 개 나왔습니다.”

    소녀가 양념이 잔뜩 묻은 꼬치를 손으로 내밀자 콘스탄틴의 눈꼬리가 다시 꿈틀거렸으나,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내민 꼬치를 잡았다.

    내 손이 닿자 꼬치 손잡이의 양념이 증발하고 덩달아 그녀의 손에 묻은 양념까지 증발했다.

    어깨를 움찔 떨며 놀라는 그녀에게 눈을 찡긋거린 나는 꼬치를 두 기사에게 전달했다.

    “하나씩 먹죠.”

    “주군, 먼저 독 감별을.”

    “괜찮아요.”

    독 이야기에 다시금 소녀가 놀랐으나, 나는 거리낌 없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음!”

    고소함과 매콤함, 감칠맛이 폭죽처럼 터진다.

    요즘에 항상 기교가 잔뜩 들어간 음식만 먹어서일까?

    추억 보정이 더해진 투박한 음식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진다.

    콘스탄틴과 아델도 입맛에 맞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개까지 만들 수 있어요?”

    내 물음에 소녀가 노점상 아래 보관 상자를 열더니 떠듬거리며 답했다.

    “한 80개 정도 남았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금화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다 구워주세요.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

    “네? 네!”

    꼬치가 완성되는 대로 아공간에 쑤셔 넣은 나는 생각했다.

    기껏 성공자가 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존재가 되었으니 너무 바쁘게만 살지 말고 가끔은 좀 즐기자고 말이다.

    “자주 올게요.”

    남들에게 별거 아닌 일에 기운을 충전한 나는 기분 좋게 영지로 돌아갔다.

    *

    “최종적으로 기사 후보생 15,439명과 마법사 후보생 5,221명, 정령사 후보생 487명까지 총 21,147명이 선발되었습니다.”

    작년까지 행정학교 학생이었다가 내게 영입되어 준남작의 작위까지 받은 타일러가 말끔한 모습으로 보고했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왕가와 네 공작가에 인원 분배할 때 이왕이면 성적 좋은 기사 후보생은 우리 쪽으로 데려오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2만여 명의 인물을 4천여 명씩 데려가면 좋지만, 그 인원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왕가와 아르비스 공작가뿐이다.

    그래서 왕가에서 수도의 군사학교로 5천여 명을 데려가고 내가 7천 명, 나머지 세 공작가에서 3천여 명씩 나눠서 맡기로 했다.

    나야 이번에 영주성을 옮기면 이 영주성이 비고, 새롭게 올린 건물들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2만여 명 전원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다른 가문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분배 인원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이정도 되는 인원이 한 번에 선발되는 일은 없겠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자연히 마드세인의 군사력도 오를 것이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지만, 대대적으로 기사와 마법사, 정령사를 육성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마법사의 물품과 정령사들의 입문을 위한 정령석은 말할 것도 없는 고가지만, 기사들의 트레이닝을 위한 장비와 무구의 값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교직원 고용을 비롯한 학교 운영비, 학생들의 생활지원비 등을 생각하면, 영지 운용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자금에 구멍이 생기면 기부하는 셈 치고 내어 줄 생각이다.

    레어에서 얻은 재화를 빼고도 내가 벌어들이는 돈이 왕가의 세수입보다 몇 배는 많았으니.

    그러고 보면 전생의 마드세인 왕국이 꽤나 무리하게 전투 마법사를 육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전생엔 마법사 적성검사를 누가 제안한 거지?

    무심코 왕립 마탑주인 카르디아의 제안이라 생각해왔지만, 현생에 나라를 등진 인간이 전생이라고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아인트 공작과 국왕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괜한 의문이었다.

    “네?”

    “아, 아닙니다.”

    예정대로라면 칼바도스와의 전쟁은 7년 뒤에 일어난다.

    그러나 나로 인해 미래가 바뀐 만큼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정확한 예측은 힘들다.

    그러니, 이번에 선별된 2만여 명을 빠르게 전력화시키기 위해선 조금 빡세게 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21. 두 번째 유적

    이종족의 주요 거점은 하이랜드지만, 미드랜드 곳곳에도 이종족 마을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 하이랜드에서 추방당한 자들의 후손으로, 대부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제법 큰 규모를 갖게 된 집단이 여럿 존재했는데, 그중 가장 큰 집단이 클라우라는 엘프들의 마을이었다.

    클라우 마을은 대륙 5대 금지 중 하나인 엘가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엘가 산맥은 위스워드 제국과 칼바도스 제국의 국경 역할을 하는 대산맥으로 아룡의 소굴이란 이명을 갖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이명답게 드레이크와 바실리스크, 히드라와 같은 괴수형 몬스터가 득실댔으며, 산맥 초입에 자연적인 독무가 깔려있어 인간들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 위험천만한 산맥 깊숙한 곳에 엘프의 마을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규모가 작지 않아 거의 하나의 도시를 연상시켰다.

    엘가 산맥은 위험천만한 환경과 달리 그 중심엔 안전구역이 존재했고, 바로 그곳에 클라우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안전구역이란 몬스터가 접근하지 못하는 땅을 뜻하는데, 어떤 원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륙 곳곳에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용병들은 그런 안전구역을 가리켜 여신의 가호를 받은 땅이라 칭해 성역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위험천만한 오지에 있는 안전구역은 이렇게 이 종족의 보금자리로 사용되곤 했다.

    ‘엘븐킹덤으로부터 선조들의 죄를 면죄 받아 하이랜드의 일원이 된 지 이제 겨우 30년이다. 내 너를 가엽게 여겨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이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이리 대우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하프엘프 데미안은 장로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위치한 곳은 클라우 마을 외곽 나무 위에 만들어진 초소로,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당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저 멀리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히드라를 보며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래, 안전구역 안에 들어온 게 어디야.”

    클라우 마을은 30여 년 전 엘븐킹덤으로부터 면죄를 받으면서 현재 미드랜드의 전선 기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하이랜드의 엘프들이 상당수 묵고 있었는데, 5개월 전 칼바도스 제국의 기간트 탈취 작전에 참여했다가 실패하고, 데미안 홀로 살아 돌아온 바람에 지금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해 개고생을 했건만, 자신을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딱 인간을 마주한 엘프의 표정이었다.

    하프엘프라는 이유로 원래부터 마을 내에서 인식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일로 완전히 불행을 몰고 오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온갖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진실의 눈을 이용한 조사과정에서 이상 없음이 판별되었지만, 그래도 찜찜했는지 마을 촌장은 그를 마을 안에 들이지 않았다.

    “데미안! 데미안 있어?”

    “응?”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데미안은 초소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인간 나이로 15세 정도 되었을까 싶은 소녀가 작은 바구니를 든 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어서 소녀는 바구니를 입에 물고 원숭이처럼 나무를 타더니, 순식간에 초소 위로 올라왔다.

    “제이미, 혼나면 어쩌려고 왔어?”

    데미안의 걱정 어린 물음에 그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친구인 제이미가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혼내면 혼내라지. 솔직히 이런 대우는 너무하잖아. 조사해도 아무 이상 없으면 안으로 들여야 하는 거 아냐?”

    “어쩔 수 없잖아. 가뜩이나 탐탁지 않은 하프엘프인 데다가 그런 일이 있었는데. 오히려 안전구역 안에서 지내게 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겨야지.”

    “다들 못됐다니까.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놓고 차별이라니.”

    “고맙다.”

    데미안과 제이미 모두 60살이다.

    엘프치곤 아직 어린 나이지만, 하프엘프는 일반 엘프보다 성장이 빨랐고 덕분에 데미안은 마을에서 이미 성인으로 취급받았다.

    “이거 먹어.”

    “뭔데?”

    제이미가 바구니를 내밀자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네가 좋아하는 ‘데로버섯’ 구이. 올리브오일이랑 후추를 듬뿍 뿌려서 맛있을 거야.”

    “오, 데로 버섯이라니? 그 귀한걸 어디서 났어?”

    “하이랜드 엘프들이 가져왔어.”

    “뭐?”

    얼굴 한가득 기쁨이 배어 있던 데미안은 표정을 굳혔다.

    “설마 또 전사들을 뽑아가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엘븐 킹덤의 명령인걸. 듣기로 정박장을 발견한 모양이야.”

    “정박장?”

    데미안의 의문에 제이미는 아무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릴란테 제국(마도제국)의 전함 격납고 있잖아. 인테라 호수 아래에서 그걸 찾아낸 모양이야. 그런데 방어가 워낙 삼엄해서 대마법사가 많이 필요하대. 결국 장로 두 분이 따라가기로 했어.”

    두 번째 유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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