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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39화 (3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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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던, 콘스탄틴은 순간 바보라도 된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이번에 시종으로 13살짜리 아이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다들 저보다 한 뼘은 크더라고요.”

    마드세인에선 15살부터를 성인이라 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13살부터인데, 보통 평민의 결혼 시기가 16~18살임을 생각하면 가정을 꾸리기 위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번에 영주성에 어린 시종이 많이 들어왔는데, 덕분에 루이스는 지금 자신의 신장이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콘스탄틴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주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말했다.

    “곧 크시겠죠. 아직 시간은 많습니다.”

    그런데 문뜩 주군이 자신을 위아래로 훑는 것이 느껴졌다.

    “키 커서 좋겠어요. 윗 공기는 더 맑은가요?”

    뭐라 말을 못하고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콘스탄틴의 모습에 루이스는 바람 빠진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농담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분명 전생엔 특출나게 크진 않아도 평균은 되었는데, 이게 어찌 된 걸까.

    “대체 뭐가 문젤까요? 너무 어릴 때 신체가 재구성돼서 그런가? 아니면 잠을 적게 자서?”

    루이스의 혼잣말에 주군이 정말 진지하다는 것을 느낀 콘스탄틴도 덩달아 고민했다.

    “신체 재구성이 문제일 가능성이 크군요. 신체 재구성이란 것은 엄연히 따지면 최적화 아닙니까?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으니, 급격한 성장을 제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설마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키를 걱정하게 될 줄이야.

    콘스탄틴은 말을 하면서도 황당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역시 그럴까요.”

    루이스는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거의 완공되어 가는 영주성과 마탑을 바라보았다.

    “언제쯤 루시엘라를 내려 볼 수 있으려나.”

    지금 상황을 보면 루시엘라보다 작은 키를 갖게 되는 것은 확정이라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굳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콘스탄틴은 묵묵히 주군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

    아르비스 공작령, 영주성 건설 현장엔 수천 명의 인부가 투입되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아르비스 공작령 출신이 아니었는데, 아르비스 공작령에 일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각 지방 영주에 의해 젊은이들이 인력 수출된 것이었다.

    “잡부들! 여기 남은 자재 좀 모아놔.”

    “네!”

    발티스 남작령의 마르코 또한 영주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인부 모집에 지원하여 이곳에서 잡부로 일하게 된 케이스였다.

    “후···.”

    공사는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인지라, 그가 나르는 자재는 바닥에 깔고 남은 두터운 대리석 타일이었다.

    하나하나가 자신의 일당보다 비싼 녀석이었기에 그는 조심히 자재를 운반했다.

    정리가 대충 끝나고 한숨을 돌리기 위해 하늘을 보니, 조각구름이 떠다니는 맑은 하늘과 그런 구름을 찌를 듯이 솟은 영주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봐도 장관이다.

    나라님이 사는 성이 이런 느낌일까?

    웅장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영주성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곳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새삼 귀족의 대단함을 깨닫게 된 마르코였다.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급여의 절반은 발티스 남작에게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워낙 임금이 세기 때문에 1년만 고생하면 고향에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자금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때, 마르코에게 한 석공이 다가와 물었다.

    “몇 살이야?”

    석공이라 해도 타일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특출난 기술이 있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아르비스 공작령에 직접 고용된 기술자이기에 밉보여 좋을 것은 없었다.

    마르코는 군기 가득한 모습으로 답했다.

    “14살입니다.”

    “14살 치곤 상당히 삭았구먼.”

    “하하.”

    마르코의 어깨를 두들긴 석공은 주머니에서 작은 목함을 꺼내 내용물을 그에게 권했다.

    “하나 먹게.”

    “그게, 뭔가요?”

    “사탕이야.”

    사탕이란 말에 깜짝 놀란 그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비싼 것을 어찌.”

    “괜찮아. 아르비스 공작님께서 무료로 나눠주는 거거든. 우리 영지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 한 두통씩은 갖고 있어.”

    “사탕을 무료로요?”

    “들어보니, 아이들 건강에 좋은 약효가 섞인 사탕인데, 우리 집 아이는 질렸는지, 이젠 잘 안 먹거든. 정말 복에 겨운 녀석이지. 우리 때는 집에 먹을 게 없어서 풀죽을 먹기도 했는데.”

    결국 마르코는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사탕을 받아 바로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과 함께 입안을 개운하게 씻겨 주는 느낌.

    처음 먹어 본 사탕의 맛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먹을만 한가?”

    “네, 엄청 맛있어요!”

    “다행이군.”

    “이 영지 분이셨군요?”

    “그래, 정확히 따지면 아르비스 공작령 다리우스시 출신이지.”

    “정말 좋으시겠어요. 영주님께서 그렇게 영지민을 위한다면서요?”

    사탕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아르비스 공작령은 왕국 내에서 세금이 가장 낮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자신의 영지의 세금 50%인 반면, 아르비스 공작령은 30%밖에 되지 않았으니, 같은 돈을 벌어도 손에 남는 양의 차이가 컸다.

    “처음엔 다들 영주님을 무서워했지. 다리우스 시는 원래 다리우스 백작이 다스리던 영지가 아니었나. 그런데 백작을 비롯해 군사 2천 명을 마법 한 번으로 태워 죽였다는 소문 때문에 굉장히 두려워했네.”

    아르비스 공작이 처음 마드세인 왕국에 존재감을 알린 계기가 되었던 사건인 만큼, 이곳에 일하는 사람 중에 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영주님을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 덕분에 밥 한 끼에 빌빌거리던 삶이 완전히 바뀌었거든. 아르비스 공작님은 하늘이 내려주신 분이 틀림없어.”

    거의 신앙이나 다름없는 믿음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마르코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지만, 이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느 영주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같은 국가 소속이건만 왜 이리도 삶의 격차가 존재하는지, 질투가 날 정도였다.

    그때 영주 성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마르코는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 보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새하얀 소년이 화려한 갑옷을 걸친 기사들과 행정관, 건설 책임자들을 줄줄이 달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누구죠?”

    마르코의 물음에 석공은 그의 어깨를 눌러 무릎을 꿇게 했다.

    “누구긴! 영주님이니, 이 소란이지.”

    영주라니, 누가?

    저 소년이?

    마르코는 눈을 껌뻑였다.

    아르비스 공작이 앳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듣긴 했지만, 저건 앳된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놀란 마르코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영주를 바라보았고, 문뜩 상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헙!”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늦었다.

    아르비스 공작의 기사들이 그에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너.”

    처음엔 자신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길 바라며 옴짝달싹 안 했지만, 기사가 그의 팔을 툭 치는 바람에 마르코는 사색이 되어 일어나야 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기사님.”

    “주군께서 보자고 하신다.”

    그에 마르코는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고개를 돌려 친절했던 석공을 바라보니, 그는 자신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르코는 속절없이 연행되듯, 왕국의 4대 공작 중 한 명이자 가장 위세가 높은 아르비스 공작 앞에 끌려갔다.

    “음.”

    마주한 아르비스 공작은 마르코보다 한참은 작은 체구를 갖고 있었지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풍겼다.

    마치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자신을 품평하듯 바라보는 공작의 모습에 오줌이 새어 나올 것 같았지만, 그런 실례를 저지르는 순간 실낱같은 삶의 희망까지 날아가 버릴 수 있으니, 마르코는 필사적으로 항문에 힘을 줘야 했다.

    “당신, 혹시 노라 마을 출신인가요?”

    “네?”

    예상치 못한 물음에 그는 바보 같이 반문을 했으나, 아르비스 공작 옆에 있는 기사들이 죽고 싶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마, 맞습니다. 노라마을 출신인 마르코라 하옵니다!”

    “마르코?”

    아르비스 공작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감탄사를 터뜨리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오, 제이슨 씨의 아들 마르코!”

    “귀한 분께서 저희 아버지를 어찌···.”

    설마 그의 입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나올 것을 생각 못 한 마르코는 당황했고, 아르비스 공작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나야 나. 세라드의 아들 루이스.”

    “세, 세라드 씨와 루이스라면.”

    마르코는 7살 때 가출한 미친놈을 떠올렸고, 이내 헛바람을 삼켰다.

    “뭐야, 노라 마을에선 내가 아르비스 공작인 거 몰라?”

    “네. 세라드 씨네 가족은 모두 기사들에게 체포되었다고 마을 어른들이.”

    “응? 작위 받아서 부모님 모시러 간 거였는데?”

    “네?”

    마르코와 아르비스 공작은 둘 다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공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촌장 아저씨한테라도 사정을 알릴 걸 그랬네.”

    “······.”

    마르코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 나라 최고 귀족의 부름에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귀족이 자신이 자란 마을 출신이라니.

    더구나 루이스라면 자신보다도 한 살이 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디서 묵고 있어?”

    “영지 외곽의 주택을 숙소로 쓰고 있습니다.”

    “혹시 마르코 말고도 노라 마을 사람들이 있는 거야?”

    “네, 한 열 명정도.”

    “잘됐네. 요즘 부모님도 적적해하시는데, 마을 주민들이 말동무가 되면 좋겠어. 임시 영주성에 방을 마련해 줄 테니, 여기서 일하는 동안 들어와서 생활해.”

    “부, 분부 받잡겠습니다.”

    그가 자신이 알던 루이스라 하더라도 어찌 아르비스 공작의 친절을 거절하겠는가.

    마르코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

    그리고 열심히 일하라며 어깨를 다독이는데, 문뜩 자신을 올려본 아르비스 공작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그런데 마르코, 열네살이지?”

    “네!”

    “키가 상당하네?”

    “전 보통인 걸로 알고 있는···.”

    ***

    마드세인 왕성, 바이탈 캐슬의 비밀 연무장.

    까아앙!

    마력자동차보다 조금 큰 크기의 마력포대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그 빛은 정면에 놓인 두께 30cm의 철판을 꿰뚫었다.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실내에 시끄러운 공명음이 울렸다.

    지잉!

    “허···.”

    이번에 새로 개발한 마력포대의 시연을 지켜본 국왕과 제노아드 공작, 아인트 공작은 감탄사를 토하며 박수를 쳤다.

    “방금 공격이 최대출력으로 6클래스급의 파괴력을 보입니다. 다만 마력수집 때문에 연사 속도가 30초에 한발로 상당히 느리죠. 하지만 최소 출력에 놓고 사용한다면 1초에 1발씩 3클래스급의 공격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내 설명에 헤르만이 마력포대를 최소 출력으로 두고 연사했다.

    그에 3클래스 파이어볼에 해당하는 공격이 갑옷두께의 철판을 걸레로 만들었다.

    “훌륭하네.”

    국왕을 포함해 두 공작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왜 T자형 첨탑이 필요한가 했더니, 이 녀석 때문이었군.”

    “마력포대의 단점이 포물선 사격이 힘들다는 거죠. 그래서 멀리 쏘려면 높은 첨탑이 필요합니다.”

    마력포의 사거리는 1km가 넘지만, 500m 이후부턴 위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800m에선 위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실효 사격 거리는 700~800m라 보는 편이 났다.

    “대단하군, 이렇게 빨리 케일론 왕국의 마력포대를 만들어 낼 줄이야.”

    “케일론의 마력포대가 어떤 구조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능에서 밀릴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리 자신하는 이유는 이 마력포대가 이번에 개발한 마나 하트를 사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현행 기술로 이보다 효율 좋은 물건을 만들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 보이네.”

    나는 국왕을 향해 말했다.

    “이것을 얼마만큼 구매하실지는 왕실의 재량에 달려있습니다. 제작원가에 단 1할의 마진을 더해 넘기도록 하죠. 어떻습니까?”

    국왕은 사업 이야기에 힐끔 나를 바라보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격동하는 마드세인 왕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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