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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29화 (29/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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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꽤 멀리 도망쳤건만, 어떻게 따라온 건지 자신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기사들을 보며 루시엘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지 않군.”

    이미 작전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대부분 죽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고 마력은 거의 바닥을 보이는 상태.

    사실 이 정도의 마력만 돼도 장비빨이 더해져 충분히 기사들을 처치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녀의 눈에 들어온 기사단 1개 조가 아닌, 도망치는 동안 보았던 마스터의 존재였다.

    자신들의 리더를 죽인 녀석은 아니지만, 검강을 뿌리는 기사를 상대하는 것은 그녀가 6클래스의 고위마법사이자 중급 정령사라 해도 불가능했다.

    마스터와 대마법사, 대정령사를 괜히 초인이라 평가하는 게 아니었다.

    6클래스와 7클래스는 고작 한 단계 차이지만 어린아이와 성인 정도로 규격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루시엘라는 엘프의 특성인 자연과의 동화라는 은신 기술을 사용해 조금씩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찾았다!”

    움찔.

    누군가의 외침에 깜짝 놀란 루시엘라는 활과 화살을 꺼내 들었으나, 기사들이 그녀 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망친다! 저쪽이야, 저쪽!”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 빠르게 숲속을 달리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나무 사이를 누비는 남성은 아름다운 얼굴에 기다란 귀를 갖고 있었다.

    상대의 얼굴을 알아본 루시엘라는 눈을 크게 떴다.

    “하프엘프?”

    그는 분명 미드랜드에 있는 엘프 마을 소속으로 이번 작전에 참여했던 하프엘프였다.

    그 하프엘프는 이미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로 꽤나 위태위태해 보였는데, 눈빛 속에 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빠르게 달려가던 하프엘프의 속도가 서서히 더뎌지기 시작하고, 결국 인간 기사들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10:1의 전투.

    분명 수적으론 부족하지만, 그 하프엘프도 6클래스의 마법과 뛰어난 활 솜씨를 가진 존재인 만큼 원래대로라면 밀릴 이유가 없었다.

    “왜 하필 남자 녀석이냐? 여자였으면 재미 좀 볼 수 있을 텐데.”

    “남자여도 나쁘지 않은데?”

    “웩, 너 그런 녀석이었어?”

    “예쁘고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

    하지만 그는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였고, 루시엘라처럼 마나도 많이 고갈된 것으로 보였다.

    덕분에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하며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하아···.”

    루시엘라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시위에 암살용 화살을 걸었다.

    퉁.

    그리고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놓았다.

    굴비 꿰듯 한 번에 세 명의 기사가 쓰러뜨린 그녀는 연이어 화살을 날렸다.

    “젠장! 또 한 놈이!”

    땡! 땡!

    “큭! 무슨 화살이.”

    방심한 틈을 파고들었던 화살과 달리, 기사들이 경계하자 적중률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들도 오러를 다루는 기사인 만큼 날아오는 위치만 알면 아무리 빠른 화살이라도 쳐내는 게 가능한 존재들이었다.

    다만 그녀의 화살은 쳐낸다고 해서 쉽게 밀리지 않는 힘이 담겨 있어서 애를 먹었다.

    “실프.”

    기사들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루시엘라가 정령을 불렀고, 화살에 바람의 힘이 실렸다.

    결국 1분도 걸리지 않아, 나머지 기사까지 모두 처치한 루시엘라는 다친 하프엘프에게 뛰쳐나가며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던졌다.

    “도망치자.”

    하프엘프는 놀란 표정으로 루시엘라를 바라보았으나, 지금은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닌지라 루시엘라는 억지로 그를 잡아끌었다.

    “빨리!”

    “네? 네!”

    포션을 한 번에 들이킨 하프엘프는 상처 부위의 통증과 그동안 쌓인 피로가 가시는 것을 느끼며 루시엘라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인데, 당연하지.”

    그녀의 입장에선 별 생각 없이 내뱉은 평범한 말인데, 하프엘프에겐 그게 아닌 모양인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마, 하이랜드의 엘프에게 동료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군요.”

    “뭐?”

    “함께 있던 분들은 모두 저를 불쾌하게 여기셔서.”

    “글쎄, 나는 뭐가 불쾌한지 잘 모르겠는데.”

    “······.”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하프엘프가 입을 다물자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빠르게 국경을 향해 달리며 숨을 곳을 찾았다.

    “저기!”

    그녀의 눈에 폭과 깊이가 꽤 돼 보이는 강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칼바도스에서 마드세인으로 흐르는 하메른 강으로, 정령의 도움을 받으면 기척을 숨기고 국경을 넘기 제격인 곳이라 생각했다.

    루시엘라와 하프엘프는 하메른 강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강 속으로 뛰어들려는데.

    쩌저적!

    갑자기 강물이 엄청난 속도로 얼어붙자, 두 사람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오오, 드디어 여성 엘프를 찾았군. 과연 소문대로 대단한 미색이야.”

    루시엘라와 하프엘프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 보니, 중년의 사내가 더없이 기쁜 표정을 지으며 둘을 내려 보고 있었다.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

    자신들의 수준을 가볍게 초월하는 기운에 루시엘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마법사···.”

    루시엘라와 하프엘프는 이를 악물며 활을 꺼내 들었다.

    “잠깐, 발견은 내가 먼저 했네.”

    “쯧, 베일 경.”

    그러나 그녀들은 숲속에서 여유만만하게 걸어 나오는 기사를 보며 절망에 빠졌다.

    칼바도스 제국 마스터의 상징인 붉은 망토를 두른 중년의 기사가 자신의 기운을 숨기지 않으며 계속 다가왔다.

    “여자 엘프는 나의 것이네.”

    “자넨 얼마 전에도 첩을 들이지 않았는가. 내게 양보해 주게.”

    “인간 계집과 엘프는 같을 수가 없지.”

    루시엘라는 그들의 대화에 인상을 찌푸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제가 시간 끌 테니, 도망가세요.”

    결심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프엘프의 모습에 루시엘라는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뇨, 여기선 이게 최선입니다. 어차피 둘 다 살 순 없어요. 여성 엘프가 인간에게 잡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아시잖아요?”

    “······.”

    “제게 명예롭게 죽을 기회를 주지 않겠습니까?”

    루시엘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보통의 여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멋진 모습이었지만, 루시엘라는 동료의 희생을 원하지 않았다.

    “필요 없···.”

    “이야, 멋지네. 로맨스 소설 보는 줄 알았어요.”

    예고 없이 등 뒤에서 들려온 산통을 깨는 목소리.

    루시엘라와 하프엘프 뿐만 아니라 칼바도스 제국의 초인들까지 흠칫 놀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누구냐!”

    제국측 대마법사의 외침에 푸른 빛을 흩뿌리며 나타난 새하얀 소년이 히죽 웃으며 답했다.

    “사신.”

    그리고 이어진 소년의 손짓에 그의 뒤에 위치해 있던 기사 세 명이 튀어 나가고, 마법사 두 명이 하늘을 날아올랐다.

    “감히 누구에게···.”

    오러블레이드를 형성시키며 호기롭게 외치던 제국의 마스터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세 명의 기사들의 검에서 오러블레이드가 만들어지자 말을 잃어야 했다.

    더불어 공중에서 시작된 마법전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는데, 누가 봐도 대마법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적들의 공격에 제국측 대마법사는 바로 전투를 포기하고 메모라이즈를 해둔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다.

    “디스펠.”

    그러나 새하얀 소년으로부터 시전 된 주문해제 마법으로 텔레포트에 실패하면서 쉽게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컥!”

    제국측 대마법사는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크게 뚫린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았고, 이어진 폭발 마법에 사지가 분해되었다.

    “주군, 이쪽도 끝났습니다.”

    다굴엔 장사가 없는 법.

    세 명의 마스터를 상대해야 했던 제국 측 마스터도 너무 쉽게 목을 내주고 말았다.

    루시엘라와 하프엘프가 입을 벙긋하며 놀란 사이, 자신들을 위협하던 대마법사와 마스터는 완전히 분해가 되어 땅속에 파묻혔다.

    “제국의 초인 두 명을 제거한 건 큰 성과군요. 바로 여길 뜨도록 하죠.”

    “네, 주군.”

    “콘스탄틴 경, 블레이크 경. 이 두 사람 못 도망치게 잡아요.”

    “자, 잠깐!”

    이어서 루시엘라와 하프엘프는 결국 상대가 바뀌었을 뿐 인간들에게 잡혔다는 사실에 발버둥을 쳤다.

    “뭐야? 웬 이동마법 저주? 디스펠.”

    그리고 자신들의 도주를 차단했던 저주까지 간단히 해제한 새하얀 소년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

    칼바도스 제국 국경 부근에서 마드세인 왕국의 외딴 산속으로 이동한 나는 모델처럼 훤칠한 키와 잘빠진 몸매를 가진 커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당신들이 틀림없겠군, 칼바도스 제국의 수송대를 급습한···.”

    그러나 여성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말을 잃고 말았다.

    “왜 그러십니까.”

    “주군?”

    내 기사와 마법사들이 의문을 표하다가 잡아 온 자들의 얼굴을 바라보자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엘프?”

    “허! 그저 미인, 미남이라고 생각했건만 엘프라니.”

    부하들은 단지 내가 엘프를 보고 놀랐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아니었다.

    “루이스?”

    여성 엘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의문 섞인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자 부하들의 눈이 동그래졌고, 나는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루시엘라님.”

    “맙소사, 정말 루이스라고?”

    루시엘라와 나의 반응에 그녀를 잡고 있던 콘스탄틴이 얼떨결에 포박하고 있던 손을 풀었다.

    반가움과 놀람, 불신 등, 그녀의 눈동자에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너 방금 7클래스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어? 아니, 그보다 너를 주군이라 부르는 초인들은 대체.”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한 남성 엘프도 당황한 표정으로 눈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감정을 추스르며 루시엘라에게 물었다.

    “칼바도스 제국의 수색대를 공격한 건 엘프들이군요. 그들이 나르던 물건이 뭐였습니까?”

    내가 콘스탄틴에게 눈짓을 하자, 잠시 머뭇거린 그는 다시 루시엘라의 팔을 붙잡았다.

    “어?”

    멍청한 소리를 내는 루시엘라의 모습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그간 잘 지냈냐며 안부 인사를 묻고 다음부터 조심하라며 놓아줄 만큼 나는 분별력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분명 루시엘라는 예전에도 간발의 차이로 내가 차지한 유적 앞에 나타났었다.

    더구나 정체불명의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칼바도스 제국까지 공격했으니, 엘프들이 인간의 땅에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생명의 은인인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그녀를 대우하기엔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비밀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녀에게 성큼 다가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혹시 루시엘라님이 탈취하려던 물건이 유물은 아닙니까? 마도시대의 마도병기 같은 거요.”

    내 심문에 루시엘라는 물론, 남자 엘프까지 흠칫 어깨를 움찔했다.

    “그렇군요. 마도 병기였군요.”

    몸의 반응으로 거짓말은 못 하겠지.

    아니 그전에 엘프는 거짓말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심문은 더 쉬울 것 같다.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입술을 질끈 깨무는 루시엘라.

    이어서 나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마도병기가 기간트 아닙니까?”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

    반가움이란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루시엘라의 얼굴엔 위기감으로 가득했다.

    칼바도스 제국이 운반하던 물건이 기간트임을 알아챈 나는 칼바도스 제국의 기간트 연구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왜 기간트를 탈취하지 못했나요? 칼바도스가 갖고 있는 게 기간트 뿐인가요? 아니면 뭔가가 더 있나요?”

    나는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았지만, 이후 그녀가 입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우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번엔 루시엘라를 대신해 남자 엘프가 물어왔다.

    너무 잘생겨서인지 아니면 내 이상형이라 생각했던 루시엘라 옆에 있는 남성이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다지 정감이 안가는 녀석이었다.

    “놓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엘프들이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이상, 두 사람이 나에 관한 정보를 갖고 이탈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

    “그게 무슨?”

    “인도적인 대우는 약속하지. 하지만 자유는 약속하지 못하겠군. 잡아 온 인물이 루시엘라님이 아니었다면, 어차피 이곳에 파묻혔을 테니까.”

    남자 엘프는 말을 잃고, 루시엘라가 표독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욕심 가득한 그 눈빛은 그대로구나.”

    “사람의 성향은 쉽게 바뀌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제게 고마워해야죠.”

    기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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