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26화 (26/186)
  • -------------- 26/186 --------------

    *

    [붕괴와 창조 ? 브릴란테 제국 에드먼드 대공]

    나는 드래곤의 서재에서 얻은 책 중에 마도 제국의 대마법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책을 살피며 내용을 필사했다.

    “어렵네.”

    붕괴는 8클래스의 기본 개념이며, 창조는 9클래스의 기본 개념이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나 자신에게 적용할지는 깨닫기 나름.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8클래스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뻐했지만, 아직 다음 서클에 도전할만한 레벨이 되지 않아서인지 내용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후···.”

    책을 덮은 나는 원본과 필사본을 아공간에 수습하고 허리춤에 걸어 놓은 화려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넌 정체가 뭐냐?”

    드래곤의 무기고에서 얻은 단검.

    그런데 엄청난 마법이 걸린 다른 무기들과 다르게 이 단검은 존재 자체가 의문투성이인 녀석이었다.

    혹시 드래곤이 졸면서 만든 건 아닌지, 검날에 구동이 불가능한 마법진이 크게 새겨져 있었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지만, 조사해봐도 나오는 것이 없었다.

    결국 이 녀석은 호신용으로 항상 허리춤에 걸려 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단검을 만지작거리던 중, 나는 문뜩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칼바도스는 드래곤 레어에 있던 샤벨 타이거를 활용해 기간트를 만들어냈던 걸까?”

    원래대로라면 8년 후, 칼바도스의 침공으로 마드세인과 전쟁이 시작된다.

    그때 칼바도스 제국은 기간트를 실전에 투입하는데, 그 기간트의 원형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트리우스 백작이 유적에 있던 그랜달과 안타레스를 칼바도스 제국에 팔아넘긴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했었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유적을 찾아왔던 엘프 루시엘라로 인해 그들이 무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는 제국이 손에 넣게 될 드래곤의 유산으로 기간트를 만든 것일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드래곤의 레어에서 발견된 기간트 관련 물품은 문지기로 이용된 샤벨타이거 하나뿐이다.

    더구나 사벨타이거의 기술적 완성도는 안테레스보다 높은 데다가 분해하기 힘들게 각종 보호 장치가 있어, V1(유적)의 도움 없이는 내부를 뜯어볼 엄두가 나지 않던 녀석이었다.

    그런 샤벨타이거로 다른 제국에 비해 마도공학 기술력이 떨어지는 칼바도스가 기간트를 생산해 내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칼바도스에 소속된 대마법사의 수는 셋.

    오히려 그들은 우리 아르비스 후작령보다도 연구능력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이쪽은 만능 서포터인 유적까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칼바도스 제국도 우리처럼 다른 유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그것 외에 다른 상황은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칼바도스 제국의 저력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거대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갑자기 뒷골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유를 부려선 안 되겠어.”

    내가 마드세인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 붙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다.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대비해, 힘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밀려왔다.

    똑똑.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나는 예고 없이 들려온 노크 소리에 움찔 놀랐다.

    “주군, 레이포드와 스텔라입니다.”

    괜히 혼자 긴장하고 있던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며 걱정을 떨쳐냈다.

    “들어오세요.”

    내 허락에 서재의 문이 열리고, 아르비스 후작령의 숨겨진 초인 중 유일한 여성인 대마법사 스텔라와 소드마스터 레이포드가 다양한 복장의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주군, 분부하신 대로 영입 대상자를 데려왔습니다.”

    본래 나이는 50대지만, 벽을 넘으면서 육체가 30대 초반 정도로 젊어진 스텔라가 농염한 섹시미를 뽐내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언제봐도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는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붉은색의 대마법 로브를 걸치고 있었는데, 로브를 어깨 아래에 걸치고 있어 풍성한 가슴 윗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더구나 새빨간 입술과 나른해 보이는 표정이 더욱 색기를 키웠다.

    스텔라가 괜히 마녀란 별명을 가진 게 아닌 것 같다.

    “마법사 3명, 검사 4명입니다.”

    반면 한점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머리를 쓸어 넘긴 레이포드는 기사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단정했다.

    그의 유일한 특징이라면 장검을 두 자루나 차고 있다는 것.

    하나는 내가 처음으로 선물한 인조미스릴 롱소드였고 또 하나는 드래곤 레어에서 얻은 드래곤 본 재질의 푸른 마법검이었다.

    참고로 그의 마법검엔 뇌전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오러를 불러일으키면 검에 전기 속성이 기본으로 더해지고, 대량의 오러를 소비해 선더 스톰같은 광역 공격까지 가능한 괴물 녀석이다.

    하지만 이 모습이 레이포드만의 특징이라곤 할 수 없다.

    나와 맹세를 나눈 7명의 기사 모두 그처럼 마법검과 인조 미스릴 무기를 함께 차고 다녔으니.

    덕분에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측근 기사들이 미스릴 갑옷에 미스릴 검, 속성 검을 기본 장비로 하고 다니니, 내가 부하들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군주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반갑습니다. 마드세인 왕국의 대마법사 루이스 로이드 아르비스 후작이라 합니다.”

    내 겉모습 때문인지 레이포드, 스텔라의 진지한 태도에도 그들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분명 내 겉모습에 대해 사전에 주지를 받았을 텐데?

    “충성 맹세를 할 사람들만 데려온 거 아닌가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텔라에게 묻자 그녀는 서늘한 눈빛으로 영입 후보자들을 바라보았다.

    “네, 맞습니다. 나중에 말을 바꾼다면 살아서 돌아가기 힘들 것이란 점도 알려 주었습니다.”

    첫 영입 대상자들에 비해 단호한 영입 조건.

    그러나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달랐으니.

    우리의 대화에 표정이 굳은 그들은 잠깐의 고민 후 마음을 굳힌 듯,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을 제시해 주신다면 반드시 후작 각하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마나의 언약과 피의 족쇄로 그들의 배신을 원천 봉쇄한 나는 스텔라에게 트레이닝 캡슐 7개를 건네주었다.

    내가 전력 강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트레이닝 캡슐은 700시간짜리 50개.

    지금까지 22개를 사용했으니, 이제 28개가 남았다.

    칼바도스 제국의 힘을 예상하기가 힘든 만큼, 앞으로도 바쁘게 움직여 계속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과연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초인을 보유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캡슐을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2~3배 많은 마스터와 대마법사를 보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기간트를 비롯한 마도병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겠지.

    그들이 서재를 나서자, 아공간에 넣어 뒀던 ‘붕괴와 창조’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

    아르비스 후작령 소속의 3개 시는 연일 벌어지는 대공사로 도시의 외형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고 있다.

    “신임 영주님께서 병사 수천을 태워죽인 인물이란 이야기에 무서웠는데, 웬걸? 영주님은 가이아님께서 내려주신 은덕이 틀림없어.”

    “그렇지. 세금도 3할로 내려주시고, 일하면 임금도 주급으로 따박따박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맞아, 요즘 영지 사람들 표정을 보면 다들 희망에 차 있다니까? 이런 게 사람 사는 느낌이지.”

    아르비스 후작이 영지 정비와 대규모 공사에 거금을 투자하다 보니, 자금이 돌면서 경제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공사 인부를 구한다는 벽보가 도시를 비롯해 작은 변두리 마을에도 덕지덕지 붙어있으며, 워낙 벌인 공사가 많다 보니, 주변 영지에 인력지원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여기저기서 들여오는 자재와 인력 수입까지, 덕분에 인근 영지들까지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대신들이 다리우스 영지의 미스릴을 걸고넘어진다고 하더니, 확실히 그 양이 대단한가 보군. 도대체 지금까지 투입된 자금만 해도 얼마인가?”

    “족히 수십만 골드는 되겠지. 1년 만에 백만 골드를 소진하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아.”

    “대단하군. 남부에 저런 귀족이 자리를 잡다니, 드디어 우리도 날개를 펼칠 때가 되었나?”

    “하핫! 날개는 아르비스 각하가 펼치는 거지, 우린 그 날갯짓에 떨어진 깃털을 주워 담는 것뿐이고.”

    “깃털이면 어떠한가. 그건 황금으로 이뤄진 깃털인데. 아! 이김에 각하를 찾아뵙는 것이 어떻겠는가? 남부를 대표하는 귀족이신데 친분을 쌓아 놓는 편이 좋지 않겠나.”

    “그것도 그렇군. ”

    그리고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고, 남부의 귀족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아르비스 후작을 중심으로 뭉쳐졌다.

    하지만 정작 아르비스 후작인 루이스는 전력 강화에 대한 생각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영주민들의 칭송과 주변 귀족들의 반응에 어울림 틈이 없었다.

    위이잉!

    “오오! 드디어!”

    “토르말린에 이런 효과가 있었다니!”

    루이스를 비롯해 마도 병기 개발에 열을 올리던 대마법사들은 주먹만한 금속 장치가 무섭게 대기 중의 마나를 빨아들이는 것을 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것은 마나석과 토르말린을 합성해 만든 마력 전지의 일종으로 4년 뒤에나 세간에 알려지는 물건이었다.

    투입된 마나석의 기본 용량 증대와 증폭은 물론, 빠른 충전속도는 매우 높은 실용성을 갖고 있었다.

    당장 이 기술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토르말린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겠지만, 루이스는 절대로 유출 시킬 생각이 없었다.

    “드디어 지지부진한 기간트 코어 개발에도 희망이 보이는군요.”

    “이 정도 용량이면 한 번에 파이어볼 20번 정도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공격형 아티팩트를 만들어도 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대마법사들의 모습은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와 비슷했다.

    그 모습을 얌전히 지켜보던 제논은 마법사란 참 재밌는 존재들이라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주군, 이제 슬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논의 말에 루이스는 시간을 살폈고,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제논 경의 작위식 참석을 위해서 일어날게요. 수고들 하세요.”

    “네, 수고하십시오.”

    제논의 작위식이란 말에도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루이스는 대마법사들에게 하던 연구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영주성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콘스탄틴을 비롯해 아직 마스터가 되지 못한 최상급 익스퍼트의 기사 두 명과 합류하여 바로 왕성으로 텔레포트 했다.

    “어서 오십시오, 아르비스 후작 각하, 제논 경.”

    주변의 풍경이 개발 붐으로 활기를 띤 도시에서 웅장한 수도의 것으로 바뀐다.

    “반갑습니다.”

    왕실 소속의 집사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오고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인 루이스는 기사 4명을 이끌고 집사를 따라 이동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국왕 폐하께서 대단한 명검을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요?”

    뭔가 엄청난 비밀이라도 되는 듯 작게 이야기를 건네온 집사의 말에 제논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자신은 마도시대 때 만들어진 미스릴 검과 드래곤 본으로 된 마법검을 갖고 있는 상태다.

    또한 루이스로 인해 워낙 엄청난 물건을 많이 봐와서인지, 무엇을 주더라도 큰 감흥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상외인 제논의 반응에 집사는 무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이끌고 귀족들로 붐비는 왕성의 큰길을 가로질러 갔다.

    “제논 경께선 잠시 이 방에서 대기하고 계시면 됩니다. 작위식이 시작되면 제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러죠. 주군,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그래요.”

    이어서 집사는 루이스와 그의 기사 세 명을 작위식장으로 안내했다.

    기사들의 무기는 모두 루이스의 아공간에 넣어 둔 상태인지라, 아무런 제지 없이 작위식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분이셔.”

    “외모 때문인지, 더욱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 건지···.”

    “아르비스 후작가의 기사들인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루이스가 자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왕좌 근처로 걸음을 옮기자,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콘스탄틴은 쓸 데 없는 말을 하는 귀족들을 노려보았고, 광기 가득한 그의 눈빛에 대부분의 귀족들은 알아서 시선을 피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연구 때문에 바빠서요.”

    루이스는 먼저 도착한 공작과 후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에 카르디아 공작은 아무런 반응을 안 보였고, 후작 세 명은 간단히 눈인사를 건네왔다.

    “아르비스 후작, 자네의 기사들인가?”

    평소 사람 좋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오던 제노아드 공작은 굳은 표정으로 콘스탄틴과 최상급 익스퍼트의 기사 둘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어왔다.

    발전 (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