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24화 (2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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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로봇 샤벨타이거의 등장에 기사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지만, 반대로 나를 포함한 대마법사들은 눈을 반짝였다.

    “저건 기간트가 아닙니까? 동물형이라니!”

    마법사는 개개인이 과학자이자 기술자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마도병기 개발을 위해 대마법사를 포함한 6클래스 마법사들에게 유적의 출입을 허락한 상태다.

    그래서 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우리가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기간트였으니까.

    “구동 모션을 보니 기간트가 맞는 것 같네요. 저건 가져가서 연구에 쓰도록 하죠.”

    “좋은 생각입니다.”

    나와 마법사들은 녀석을 향해 일제히 행동 제약 마법을 걸었고, 마스터 네 명이 빠르게 달려나가 움직임이 굳은 녀석의 다리를 벴다.

    깡!

    “쯧, 단단하군.”

    하지만 녀석의 다리는 오러블레이드 한 번에 잘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장갑자체가 인조 미스릴로 이뤄져 있거나, 두껍게 코팅이 된 모양이다.

    더불어 대마법사들의 행동 제약 마법에도 삐거덕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걸 보니, 7클래스 마법에 대한 내성도 있는 게 분명했다.

    “합!”

    그러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적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마스터란 타이틀은 반납해야 한다.

    전력을 다한 마스터들의 공격에 결국 샤벨타이거의 다리가 뜯기다시피 떨어졌다.

    쿵!

    덕분에 위풍당당했던 위용과 달리 녀석은 어렵지 않게 무력화되었다.

    “이거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 2인 조합이면 이기기 힘들겠는데요?”

    내 물음에 기사들은 바닥을 뒹구는 녀석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드래곤 레어의 문지기로 쓰일 만한 것 같습니다.”

    역시 드래곤의 가디언이라 해도 쪽수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물론 우린 쪽수만 많은 게 아니라, 질도 대단하지만.

    “그런데, 이 녀석을 어떻게 가져가죠?”

    엠브리오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랜달을 불렀다.

    허공에 검은색의 문이 만들어지고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흑기사가 걸어 나와 내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이 녀석 데리고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혹시나 싶어 지시를 내리니 샤벨타이거 아래에 검은 아공간이 생기며 녀석을 삼켰고 그랜달도 무릎을 꿇은 채 땅속에 스며들 듯 사라졌다.

    정말 멋진 장면이었다.

    그랜달이 평소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아공간도 보통의 아공간이 아닌 모양이다.

    “그랜달의 아공간 크기도 언제 한 번 확인해봐야겠는걸?”

    “레어에 보물이 많다면 이김에 확인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우린 공동 반대편에 위치한 통로로 향했다.

    이것으로 끝이면 좋겠지만, 드래곤 레어가 그렇게 쉽게 뚫리겠는가?

    통로를 따라 이동하길 5분여, 또다시 공동이 나타났다.

    내 기억으론 다음이 드래곤의 쉼터로 알고 있는데, 이번 공동이 꽤나 귀찮은 곳으로 알고 있다.

    “허···.”

    이번에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녀석은 산성독을 내뱉는 히드···. 아니, 키메라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수천 단위의 웨이브.

    벌레처럼 천장에서 후두두 쏟아지는 모양새가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공동과 달리 이번엔 쪽수로 밀어붙이겠다는 느낌이다.

    키에에에엑!

    “마법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보호해 주세요.”

    내 외침에 마스터들이 앞을 막아서며 적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나는 미리 메모라이즈 해둔 블레이즈 쉴드를 사용했다.

    쿵쿵!

    키에엑!

    녀석들은 갑자기 나타난 방어막에 당황하며 몸을 부딪쳐 왔지만, 되려 살이 녹아내릴 뿐이었다.

    열심히 검을 휘두르던 마스터들이 자세를 풀었다.

    “프리징 스톰을 사용하죠.”

    내 지시에 대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리고 동시에 네 개의 프리징 스톰이 중첩되어 발현되었다.

    고고고고!

    원래 광역 마법은 시전자가 있는 자리엔 영향을 안 끼치지만, 사방에서 밀려오는 냉기까지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블레이즈 쉴드를 사용한 것이다.

    화염의 결계 안을 제외하고 사방에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8클래스의 블리자드라면 이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을까?

    시야를 가득 채운 키메라들은 오래가지 않아 그대로 얼음 덩어리가 되었다.

    몇몇 녀석은 살기 위해 블레이즈 쉴드에 달라붙었지만, 타죽으나 얼어 죽으나 결과는 같았다.

    역시 대마법사 4명의 화력은 대단한 것 같다.

    이어서 3서클의 아이시클 랜스를 연사하니 녀석들은 너무도 쉽게 부서져 버렸다.

    칼바도스 제국 녀석들은 전생에 여길 어떻게 뚫었을까.

    왠지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을 것 같다.

    “먼저들 가세요. 전 마법 연습 좀 더하고 갈게요.”

    헤르만의 너스레에 웃음을 흘린 우린 냉기가 감도는 공동을 벗어났다.

    “드래곤 레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그러게. 포션을 쓸데가 없었어.”

    “오히려 포션을 쓰지 않아서 다행인 거지.”

    긴장한 거에 비해 별거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는 그들을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우리는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공동에 들어섰다.

    그곳은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는 주거 공간이었다.

    넓이는 축구장만한 것 같은데, 입구 쪽엔 인간들이 사용할 법한 생활 집기와 유적에 있는 것과 비슷한 가전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경고, 침입자 경고.]

    “시끄럽네.”

    레어에도 V2와 같은 관리 시스템이 있는지, 허공에서 시끄러운 경고 알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요란을 떠는 것에 비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고는 자고 있는 레어의 주인을 깨우거나 호출하는 용도였던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전이 확인 될 때까지 다 같이 움직이죠.”

    “알겠습니다.”

    우린 시설관리 시스템의 경고를 깔끔히 무시하며 가장 앞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갔다.

    문은 인간 사이즈에 맞춰져 있었는데, 통짜 미스릴이어서 그 값어치가 엄청나 보였다.

    문짝도 챙겨야지.

    첫 번째 방에는 인간이 묵을 법한 침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드래곤이 인간 상태로 활동할 때 사용하던 방이 아닐까 싶다.

    방 여기저기를 뒤져본 결과 얻은 소득은 벽에 그려진 그림 3점과 탁상 위에 놓인 투명한 드래곤 모형이 전부였다.

    “어, 그런데 이거.”

    하지만 투명한 드래곤 조각을 집어 든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분명 보기엔 크리스탈이나 투명한 종류의 보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막상 만져보니 질감이 보석이라기보단 금속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오리하르콘 아닌가요?”

    내 말에 대마법사와 마스터들은 모두 눈을 크게 떠며 한 명씩 그것을 만져보았고, 제논이 그것을 검처럼 잡고 오러를 운용하자, 눈부신 백광의 오러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허! 맞는 것 같습니다!”

    성스러운 기운이 담긴 오리하르콘은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독과 저주를 막고, 소유자에게 파마의 힘을 부여하며, 체내의 에너지 축적량을 늘려 주는 성물이다.

    기사나 마법사에겐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

    더구나 이정도 양이면 검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가격으로 따지면 마드세인 왕국의 10년 예산에 비견 되지 않을까?

    “팔찌로 만들어 하나씩 나눠 갖도록 하죠.”

    “오오! 감사합니다, 주군!”

    나는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리하르콘을 부하들과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제대로 된 효과를 얻으려면 못해도 열 돈 이상은 되어야 할 테니, 팔찌로 만들면 될 것 같다.

    양을 보면 팔찌 50개는 만들 수 있는 수준.

    눈을 반짝이는 부하들을 보며 돈이 될만한 건 모두 아공간에 때려 박고는 다음 방으로 향했다.

    [경고, 침입자 경고.]

    “포기를 모르는 녀석이네.”

    뭐, 시스템이 그런 것을 알 리 없지만,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에 발견한 곳은 서재였는데, 드래곤의 레어에 있는 것치곤 규모가 작았다.

    책이 겨우 100권이나 될까?

    [6단계], [7단계], [8단계], [9단계]

    그러나 책장의 내용물을 살핀 나는 헛바람을 삼켰다.

    “서, 설마.”

    짤막한 제목이지만 심상치 않은 표지에 나는 얼른 9단계라고 적혀있는 책을 꺼내 들었고, 나를 포위하듯 둘러싼 대마법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책을 펼쳤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크리에이티브 아이템]

    [앱솔루트 쉴드]

    [파워 워드 킬]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예상대로 9클래스의 마법이 담긴 드래곤의 마법서였다.

    “하하!”

    나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고, 대마법사들 또한 호들갑을 떨며 연신 감탄사를 토했다.

    마법사들의 잔치에 기사들은 웃음만 흘릴 뿐이다.

    고민없이 9클래스 마법서를 비롯한 모든 책을 아공간에 넣었다.

    이제 방은 세 곳이 남았다.

    어째 뒤로 가면 갈수록 모두가 흥분하는 것 같다.

    다들 약간의 모험으로 얻어지는 엄청난 보상이 즐거운 모양이다.

    세 번째 방은 뭔가 후줄근한 느낌이 들었다.

    검은색의 거대한 금속판과 뾰쪽한 흰색의 금속 덩어리가 잔뜩 모여 있었는데, 겉모습만 봐선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주군! 이건 드래곤의 비늘과 이빨 같습니다.”

    콘스탄틴은 오러블레이드를 휘둘렀고, 강력한 반발력에 검이 튕겨 나오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극한의 탄성에 콘스탄틴은 공격 방법을 바꿔 검을 찔러 넣었다.

    이전처럼 검이 튕기진 않았지만, 오러블레이드가 약 3cm 정도 파고들었을 뿐 큰 충격을 주진 못했다.

    “아까 샤벨타이거도 그렇더니 갑자기 오러블레이드가 약하게 느껴지네요.”

    그의 엄살에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걱정 마세요. 이걸 사용하는 건 바로 여러분이 될 테니까요.”

    베기 공격에 강력한 저항을 보이는 것을 보니, 갑옷에 덧붙이면 방어력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양이 상당했다.

    그랜달 사이즈의 기간트 열 대는 덮고도 남을 것 같은 양.

    “이건 사용법을 궁리해볼 필요가 있겠네요.”

    나는 그랜달을 불러 드래곤의 비늘과 이빨을 아공간에 저장시켰다.

    문제없이 아공간에 저장되는 걸 보면 규모가 상당한 것 같다.

    파앗!

    네 번째 방은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빛무리가 시선을 자극했다.

    금화와 금괴, 각종 보석이 산처럼 쌓여 있고, 한쪽엔 미스릴괴와 아다만티움괴, 최상급 마나석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이정도면 마드세인은 사고도 남겠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개인 아공간과 그랜달의 아공간에 나눠 담았다.

    [아공간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금화의 양이 워낙 많아서일까?

    비로소 그랜달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날아왔다.

    덕분에 대략적인 그랜달의 아공간 크기를 유추할 수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방이군요.”

    지금까지 지나온 방을 보면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예상된다.

    그리고 미스릴 문을 뜯고 들어간 마지막 방은 역시나 무기고였다.

    벽면 가득 걸려 있는 명검들.

    수만 년이 지났음에도 먼지 하나 없이 빛나는 검들은 기사들의 눈빛을 몽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어?”

    그리고 내게 한쪽에 줄지어 있는 팔찌들이 눈에 띄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내가 끼고 있는 반지와 비슷한 마법스태프의 축소 버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장비라 할 만한 것은 팔찌들과 한쪽에 겹겹이 걸린 로브가 전부였다.

    아무래도 이곳의 주인은 냉병기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단순히 드래곤이 과시를 좋아하는 종족이라, 겉멋용으로 화려한 무기를 장식해둔 걸지도 모른다.

    “장비는 영지로 가서 각자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기로 하고, 또 챙길 것이 없나 둘러보도록 하죠.”

    나는 장비들을 남은 아공간에 나눠 담았다.

    갑옷은 딱 한 벌 뿐이고 검과 악세서리는 부피가 크지 않은지라 얼마 남지 않은 아공간에도 모두 수납할 수 있었다.

    [경고, 침입자 경고.]

    이 녀석도 챙겨가야지.

    V1과 비슷한 시스템이면 분명 어딘가에 시설을 관리하는 단말이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과 비슷한 관리시스템은 어떠한 보물보다 귀한 녀석이었다.

    통통.

    “찾았다.”

    드래곤도 마도 제국의 영상을 봤는지, TV처럼 생긴 아티팩트와 소파가 놓인 곳 가운데 바닥에 카펫으로 숨겨진 공간이 있었다.

    카펫을 들추자 한눈에 봐도 열 수 있을 듯한 금속의 덮개가 나왔다.

    뚜껑을 뜯으니, 그 안에 컴퓨터 본체와 같은 직사각형의 은색 케이스가 여러 케이블에 연결되어 있었다.

    [경고, 침입···.]

    은색케이스를 뜯어내니 더 이상 시끄러운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더는 아공간에 담을 수 없어서 미안하지만 블레이크에게 들게 했다.

    “제논 경 뭐 챙겼어요?”

    “네? 아! 드래곤의 주방기구입니다. 제 취미가 요리인지라.”

    “엠브리오 경, 그 카펫 가져가게요?”

    “네, 무늬가 제 스타일이군요. 거실에 장식하면 멋질 것 같습니다. 드래곤이 쓸 정도면 굉장히 귀한 녀석이겠죠.”

    “허, 헤르만 경 베개는 뭐하러 챙겼어요.”

    “여기 침 자국 보이십니까? 이 베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드래곤이 침 흘리며 잔 베개라니!”

    레어가 위험하지 않음을 확인한 우리는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가져갈 만한 것을 모두 챙겼는데, 가끔 엉뚱한 것이 껴있어서 내게 황당한 표정을 짓게 하였다.

    그렇게 탐사에만 3일이 걸렸으나, 레어 내부 수색은 약 2시간 만에 끝이 나버렸다.

    칼바도스 제국의 주요 군자금이었다니, 과연 그리 불릴만했다.

    과도한 양이지만 그래도 적은 것보단 많은 것이, 많은 것보단 넘치는 것이 좋은 법.

    이걸로 나는 자금 걱정 없이 힘을 키우는 게 가능해졌다.

    발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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