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점 마법사-10화 (1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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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무기고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나는 널따란 공간에 빈 거치대가 가득한 무기고를 보며 혀를 찼다.

    “그래도 구석구석에 뭐가 있긴 있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분명 비어있는 공간은 많았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장비만 모아도 상당한 가치를 지녔을 테니.

    “혹시 장비 목록을 볼 수 있을까?”

    [현재 보유 중인 무기고의 장비 현황을 출력합니다.]

    -보조 마법 장비

    보조단말 1개 (5단계 상태표시, 7단계 아공간 기능)

    블링크 링 1개 (5단계 블링크 기능)

    탐지 서클릿 1개 (6단계 딥서치 기능)

    압축 배리어 브레슬릿 2개 (5단계 압축 배리어 기능)

    플라잉 슈즈 2개 (4단계 플라잉 기능)

    팬텀 슈즈 1개 (2단계 점프, 3단계 헤이스트, 4단계 플라잉 기능)

    안티 매직 로브 1개 (5단계 이하 마법 완전방어)

    -방어구

    합금 경갑옷 세트 3개 (비늘 갑옷, 인조 미스릴)

    합금 중갑옷 세트 5개 (판금 갑옷, 인조 미스릴)

    미스릴 중갑옷 세트 1개 (판금 갑옷, 미스릴)

    -공격 마법 장비

    파이어 애로우 링 3개 (2단계 파이어 애로우 기능)

    레이저 캐논 링 1개 (6단계 레이저 캐논 기능)

    매직 스펠 브래슬릿 3개 (마법효율 99%, 마력소모 감소 35%)

    매직 스펠 링 1개 (마법효율 99%, 마력소모 감소 42%)

    -공격 무기

    합금 숏소드 10 (인조 미스릴)

    합금 롱소드 6 (인조 미스릴)

    합금 바스타드소드 2 (인조 미스릴)

    미스릴 롱소드 1 (미스릴)

    “어?”

    보이는 게 적어 큰 기대를 않고 눈앞에 나타난 주황색 목록을 살폈는데, 어째 목록이 상상 이상으로 길다.

    100평이 넘는 공간 여기저기에 물건이 흩어져 있어 휑해 보이기만 했는데, 남아 있는 물건이 의외로 많았다.

    더구나 그 내용과 부연 설명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덩그러니 놓인 숏소드를 집어 들었다.

    은색 바탕에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숏소드는 마치 장인이 방금 뽑아낸 작품처럼 날카로운 예기가 깃들어 있었다.

    [합금 숏소드]

    -‘인조미스릴’을 사용해 만든 매우 가볍고 견고한 숏소드로 브릴란테 제국 장교용 제식 검으로 제작되었다.

    ㄴ인조 미스릴: 은과 라이트륨, 마나스틸 등 19개의 금속을 합성하여 만든 금속으로 미스릴과 95% 동일한 특성을 지녔다.

    미스릴(Misril)은 청은이라고도 불리며, 은색에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것이 특징이다.

    특유의 빛깔 덕에 사치품으로 분류가 되기도 하지만, 높은 에너지 전도율을 가진 데다가 단단하고 가벼워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금속이기도 했다.

    합금주제에 미스릴이나 다름없다니, 그나마 가장 흔한 숏소드만 해도 설명이 범상치 않다.

    여기에 가문의 문양만 새겨 넣으면 당장 귀족가의 상징으로 삼아도 될 것이다.

    미스릴이 같은 무게 대비 금보다 30배는 비싼 금속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거 하나만 팔아도, 시골에서 평생 밥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숏소드가 10개나 있고 그보다 월등한 덩치를 자랑하는 장검이나 갑옷들까지 숫자가 상당한지라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하!”

    이건 마치 이 세상이 내게 회귀를 축하한다며 주는 선물 같지 않은가.

    나는 만세를 부르며 기분 좋게 장비들을 챙겼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여기저기 흩어진 물건을 한곳에 모으는 게 상당한 중노동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는데, 지금 내 몸은 7살 어린아이의 것이다.

    육체 노동엔 적합하지 않았다.

    “어이!”

    [네, V1 항시 대기 중입니다.]

    “아, 명칭이 V1이구나. 혹시 여기 있는 장비들 모두 한곳에 모아 줄 수 있어?”

    [불가능합니다. 이곳에는 자동 정비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몸이 힘들긴 해도 하나하나가 보물이었으니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보조 단말의 아공간 기능을 이용하면 손쉽게 무기고의 물건을 수습할 수 있습니다.]

    “아.”

    바보같이 너무 들뜬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보았던 장비 목록 중에 아공간 기능이 딸린 물건이 있었지.

    나는 V1의 위치 표시를 따라 보조 단말을 향해 이동했다.

    입구 대각선 끝에는 진열대가 있었는데, 그 안엔 각종 악세서리가 위치해 있었다.

    장신구는 대부분 팔찌와 반지였는데, 보조 단말이란 것은 폭 2cm 정도의 은청색의 팔찌였다.

    [보조 단말]

    -‘미스릴’을 사용해 만든 고위 장교용 보조 단말. 보조 단말의 아공간을 활용해 개인 물품을 보관하고, 상태표시로 자신의 현재 건강 상태, 장비 상태, 아공간에 보관 중인 물건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ㄴ아공간: 5m*5m*5m 크기의 개인 아공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ㄴ상태표시: 건강상태, 장비상태, 아공간 보관 물품을 표로 보여줍니다.

    [건강상태]

    마력: 355/420

    체력: 85%

    맥박: 정상 / 혈압: 정상 / 체온: 정상

    부상: 없음 / 중독: 없음

    [장비상태]

    옷 상의: 천 / 능력치 전무

    옷 하의: 천 / 능력치 전무

    신발: 가죽 / 능력치 전무

    가방: 가죽 / 10L의 물건 보관 가능(보관 중인 물건 표시)

    [아공간]

    보관 물품 없음

    “무슨 게임이냐.”

    진짜 게임처럼 스테이터스 표기나 경험치량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건 정말 편할 것 같다.

    부상이나 중독과 같은 항목이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군용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손쉽게 장비들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다.

    장비를 아공간에 넣기 위해선 가볍게 터치를 하며, 아공간을 떠올리면 끝이다.

    꺼내는 방법은 보조 단말 아공간 항목에서 선택이 가능했다.

    줄줄이 떠오른 보조단말의 홀로그램 화면을 제거한 나는 진열대 안의 다른 장신구들을 살폈다.

    팔찌와 반지가 주류고, 그 외 장신구는 서클릿이 유일하다.

    그런데, 팔찌와 반지들의 생김새는 모두 동일했는데, 꼭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압축 배리어 브레슬릿이란 것을 집어 들어 두 개를 홈에 맞춰 끼우니 딱 맞게 결합이 됐다.

    폭은 보조 단말이 2cm, 배리어 브레슬릿이 1cm 정도였다.

    색상은 두 개다 미스릴 재질로 동일했기 때문에 마치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다만 연결부위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감돌았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신비롭고 멋지게 보였다.

    “성능만 좋은 게 아니라 디자인도 좋네.”

    팔찌처럼 반지도 같은 방법으로 결합이 가능했는데, 종류가 다른 팔찌와 반지 종류를 모두 결합하고 남는 건 아공간에 넣어놨다.

    [보조 단말][배리어 브레슬릿][매직 스펠 브레슬릿]

    [레이저 캐논 링][블링크 링]

    [매직 스펠 링][파이어 애로우 링]

    그렇게 폭 1.5cm의 반지 두 개와 폭 5cm의 팔찌 하나를 만든 나는 그것을 손가락과 팔목에 채워 넣었다.

    그러자 악세서리들은 내 체형에 맞춰 크기가 줄어들었다.

    [매직 스펠 링과 매직 스펠 브레슬릿을 중복 장비하셨습니다.]

    “아, 이 두 개는 같이 끼면 안 돼?”

    [착용은 가능하지만 두 개 중 하나는 기능하지 않게 됩니다.]

    기능을 보면 매직 스펠 링과 브레슬릿은 매직 스태프를 소형화시킨 것 같다.

    하긴 매직 스태프를 두 개나 들고 다닐 필요는 없는 거니까.

    나는 두 개 중 성능이 조금 더 낮은 매직 스펠 브레슬릿을 떼서 아공간에 넣었다.

    [착용한 악세서리들엔 기본적인 도난 방지 시스템이 설계 되어 있습니다. 신체 부위의 결손, 사용자의 사망 외에 타인이 악세서리를 제거할 수 없습니다.]

    뭐, 이건 현시대의 아티팩트에도 붙어있는 기능인지라 크게 놀랍지 않았다.

    나는 왼손 검지와 중지에 착용한 반지와 왼쪽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인조 미스릴인 파이어 애로우링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순 미스릴로 만들어진 악세서리들이다.

    더구나 결합부위에선 은은한 푸른 빛이 흐르는지라 고급스러움이 보석 악세서리 못지않았다.

    “내가 이렇게 많은 미스릴 장신구를 착용하는 날이 올 줄이야. 아, 서클릿도 잊지 말아야지.”

    나는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무기고의 모든 장비를 아공간에 수납했다.

    그리고 다른 아티팩트 처럼 사이즈 조절 기능이 있는 ‘안티 매직 로브’란 것까지 착용하면서 무기고를 나설 땐 유적에 들어섰을 때와 복장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아공간 기능이 있는 장비를 활용하면 쉬운데 손으로 나르고 있었으니, 나도 들뜨면 참 미련해지는 것 같다.

    “자, 다음은 보관창고로 가볼까?”

    보관창고 중에 기물품 창고라는 게 있던데, 뭔지는 몰라도 이름부터 기대감이 밀려온다.

    [경고! 경고!]

    그런데, 그때였다.

    [관리자로부터 출입을 허락받지 않은 외부 인원에게서 6단계의 마법을 감지했습니다. 곧 본 시설을 공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뭐?”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나는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지금 유적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해당 시설은 7단계 이하 마법에 대해 100% 방어능력을 지녔으며, 공격에 따른 방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에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7서클 이하 마법 100% 방어라니, 적어도 이 나라엔 무단으로 출입문을 뚫고 들어 올 수 있는 인물은 없다는 뜻이었다.

    역시 마도 시대의 유적이란 건가?

    콰아아앙-!

    “윽!”

    순간 유적이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심하게 흔들렸다.

    방어는 할 수 있어도 충격까진 흡수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공격에 따른 피해 전무. 방어 프로그램 시행, 대상을 공격합니다.]

    콰앙! 쾅!

    계속 흔들리는 유적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누군진 몰라도 무모하다.

    유적을 발견하고 흥분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격 기능이 있는 마도시대 유적과 싸우려 하다니.

    “V1 밖의 상황을 보여 줄 수 있어?”

    [감시 영상을 출력합니다.]

    어느 변태가 유적에 난리인가 싶어 영상을 바라보는데, 예상외의 풍경에 눈을 껌벅인 나는 잠시 눈을 비비고는 화면을 다시 바라보았다.

    “어? 루시엘라네.”

    그 변태는 다름 아닌 내 생명의 은인으로 아름다운 하늘색 머리카락과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지닌 엘프, 루시엘라였다.

    ‘백작령에서 찾을 게 있거든.’

    엊그제 루시엘라가 했던 말을 떠올린 나는 당황했다.

    찾는다는 게 설마 이 유적이었나?

    “그런데, 루시엘라가 이 유적을 어떻게 알고?”

    나는 의문을 표해야 했다.

    본래 이 유적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백작가의 병사들이 발견하게 된다.

    나야 이 유적에 대한 정보를 전생에 접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녀는 유적을 찾아온 걸까?

    “그러고 보니.”

    ‘유적은 병기고란 명칭이 무색할 만큼 이미 중요한 물건은 도굴당한 것처럼 비어있었다.’

    잠시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린 나는 비로소 머리 속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군, 트리우스 백작이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니라 루시엘라가 먼저 유적을 찾아내 내용물을 털어간 거였어.”

    격납고의 마장기와 무기고의 장비들은 물론, 이 유적을 관리하는 시스템 V1까지 가져갔을 것이다.

    그리고 트리우스 백작은 정말 텅텅 비어있는 완전히 죽은 유적을 손에 넣은 거였고.

    그렇다면 간발의 차이로 내가 이것들을 손에 넣게 되었다는 뜻이 된다.

    루시엘라가 내가 유적을 차지하고 1시간도 안 돼서 찾아왔으니, 조금만 꾸물거렸어도 저기 밖에서 저러고 있는 것은 루시엘라가 아닌 나였을 것이다.

    나는 V1에게 물었다.

    “그녀에게 이곳이 뚫릴 가능성은?”

    [0%입니다.]

    단호한 V1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죽이지는 말고 위협해서 돌려보내.”

    [알겠습니다.]

    당연히 생명의 은인인 루시엘라에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적의 문을 열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녀의 목적이 이 유적인 이상, 혹시라도 마주하게 된다면 은인이 원수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그냥 안에 아무도 없는 척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그냥 하던 일을 마저 하기로 했다.

    콰앙! 쾅!

    “그런데, 트레이닝 캡슐이란 건 어딨는 거지?”

    콰앙! 쾅!

    [트레이닝 캡슐은 보관창고 3번 실인 기밀품 창고에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보관창고로 가야지.

    밖은 난리가 났지만, 유적의 흔들림에 익숙해진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유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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