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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마법사-3화 (3/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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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클의 생성 방법은 마나 샤워로부터 시작된다.

다만 보통의 마나샤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반적인 순환과 달리 마나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바꿔 심장 부근의 통행량을 다른 곳보다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겨우 2서클이긴 해도 전생에 마법을 익힌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7살인 아이가 당장 무력을 키울 수단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그 수단을 이미 갖고 있는 상태다.

“흐읍, 후······.”

심장에 위치한 마나의 순환속도를 높인다.

그로 인해 빠르게 회전하는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마나의 소용돌이는 회전 속도를 더해가더니 서서히 형태가 깔끔한 링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유입되는 마나를 끊고 그 링을 압축시키자 저절로 뒤틀리고 꼬여 무한의 띠가 만들어졌다.

팟!

역시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거부 반응은커녕 아무런 반동 없이 너무도 간단하게 서클을 완성했다.

예상보다 더 쉽게 돼서 살짝 놀랐다.

전생엔 이거 만들겠다고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만약 내 사정을 모르는 마법사가 지켜봤다면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가 등장했다며 야단법석을 떨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지나간 길을 따라 걸은 것뿐이니, 마법의 기초인 1서클 생성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클이 완성되자 녀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의 마나를 맹렬하게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나 기사가 있다면 이상을 알아챌 법한 현상이지만, 다행히 이 촌구석엔 그런 귀한 존재는 없었다.

잠시 후.

서클의 탄생으로 발생한 작은 마나의 폭풍이 잠잠해지고 충만한 에너지를 머금은 온전한 서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어째 같은 1서클인데도, 전생보다 더 큰 느낌이다.

초보자라 할 수 없는 내 마나 컨트롤 능력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어리고 깨끗한 신체 덕분일 수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나는 깊게 고민하지 않고 머릿속을 비웠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

지잉!

마치 모터가 돌아가는 것처럼 내게만 들리는 서클의 회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뜸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

1서클을 완성했으니, 2서클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다음 클래스에 도전하는 나였다.

2서클은 1서클과 완전히 다르다.

성공확률은 5할 정도일까?

원래 2서클부턴 깨달음이라는 것이 따라야 하는 데다가, 전생엔 나만의 힘으로 2서클을 만든 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5할이면 결코 낮지 않은 확률.

당연히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5할인 거지, 어쩌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2서클 마법사로 전쟁터를 누빈 경험이 있는데.

욱씬.

심장을 찌르는 고통.

역시 1서클과 2서클의 난이도 자체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더 나은 삶과 내 가족의 평화를 위한 한걸음이라 생각하며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기본적으로 서클 생성과정은 1서클과 비슷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면, 마나의 링이 무한의 띠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마치 내 자질을 시험하듯 문제를 내왔다는 것이다.

[너의 깨달음을 활용해 서클을 완성하라.]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당연히 마나의 고리가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느껴졌다는 뜻이다.

나는 2서클 마법의 동작 원리를 떠올렸다.

전생에 수도 없이 사용한 파이어 볼트. 그 원리는 1클래스의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1서클이 마나의 변화가 원리라면, 2서클은 바로 두 가지 성질의 결합 발현이 원리라 생각한다.

‘정답은 결합입니다.’라는 말을 한다고 마나 링이 알아서 서클화 될 리가 없다.

결국은 나 스스로 깨달음을 이용해 서클을 생성해야 한다.

나는 아직 두 번째 서클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2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트를 1서클과 미완성인 마나링을 활용해 구동했다.

전생엔 단 3초면 완성하던 수식이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음에도 발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느리긴 해도 파이어 볼트 수식이 꾸준히 형태를 만들어 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인터넷으로 고용량의 파일을 다운받는 느낌이었다.

팟!

그 상태로 얼마나 버텼을까?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 비로소 파이어 볼트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허업! 헉. 헉.”

거친 숨을 들이킨 나는 그대로 바닥에 뻗었다.

그런데 이런 나 따윈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서서히 형태를 잡아가는 두 번째 서클이 첫 번째 서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력 고갈 직전까지 갔던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을 느꼈고, 한참 동안 마나를 흡수하던 서클이 잠잠해지자, 나는 뒤늦게 헛웃음을 흘려야 했다.

“진짜 성공했네.”

살짝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론은 성공이다.

겨우 2서클이긴 해도 마법사는 마법사.

더구나 2클래스 마법의 공격력은 1클래스와 차원이 다르다.

전생에 전투 마법사로 전쟁에 참여해 내가 생존한 동안 죽인 병사의 수가 기백이었으니.

겨우 7살의 몸으로 전생과 동급 또는 그보다 이상의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하하!”

실성한 사람처럼 낮은 웃음을 흘리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짧은 팔다리로 쉐도우 복싱을 하니 모양이 안 났지만, 지금 이렇게라도 안 하면 기쁨을 주체 못 할 것 같았다.

*

회귀.

솔직히 지금의 내 상황을 보면 누가 봐도 회귀라고 밖에 답을 못할 테지만, 나는 마나 서클을 생성하는 과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란 것을 확신했다.

‘꿈일지도 몰라’

‘어쩌면 이게 사후 세계일 수도 있고’

이런 불안한 생각이 마음 한 켠에 계속 남아 있었다.

하지만 2서클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엿본 진리의 파편은 이 세계가 꾸밈없는 현실이란 것을 내게 알려주었다.

덕분에 지금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바뀌었다.

조금 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쟁취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장애물이 생겼다.

나는 아직 어린아이다.

내적으로 어떨지 몰라도 부모님에게 있어선 보호해야 할 존재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핏덩이.

내가 아무리 어른스럽게 행동을 해도 부모님에게 있어선 또래에 비해 성숙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회귀를 통해 어려진 것은 좋지만, 생각해 보면 내 모습 자체가 하나의 걸림돌이란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머릿속에 정리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러기 위해선 마을을 벗어나야 하는데, 7살의 몸으론 여러모로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부모님이 나 혼자 마을을 떠나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

부모란 사람이 제정신이라면, ‘아이를 위해 허락해 주자고, 이렇게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나.’라는 식의 일본 만화 같은 반응을 보일 리가 없다.

그냥 개소리 말라고 묵살당할 게 뻔하지.

또한 마을을 떠난다고 해도 7살짜리 아이의 체력이 고된 여행을 버틸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

물론 나는 평범한 어린아이가 아닌 2클래스의 마법사이기도 했지만, 세상이란 것은 항상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이 몸으론 대처가 힘들 수도 있다.

그 외에 신분 문제로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고, 거지나 미아로 오인받아 잡혀갈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지금의 내 모습 자체가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는 뜻이다.

덕분에 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이 마을에 있을 것인가, 아니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당장 마을을 떠날 것인가.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불효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꼭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내가 서클을 생성하는 순간 선택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슬립 마법을 건 나는 두 분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제 회귀를 하고 겨우 3일째.

부모님과 식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이 마을에 있어 봤자 답이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이를 먹을 뿐.

지금은 앞을 보고 또 도전하는 것이 나 자신과 부모님을 위한 일이라 확신했다.

지난 생엔 지구에 남은 가족을 잊지 못해 10년이 지날 때까지 두 분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래서 두 분에겐 미안한 감정이 너무 크다.

물론 21년이 지난 지금도 지구에 있는 가족들이 종종 떠오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리움도 서서히 옅어지면서 이젠 지구에 있던 가족들 보다도 이 두 분에 대한 애틋함이 더 컸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머리맡에 나무판에 목탄으로 쓴 편지를 두었는데, 글은 다섯살 부터 촌장에게 배웠기에 문제없이 쓸수 있었다.

“······.”

얼마 만에 만난 부모님이던가.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은 나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안개가 짙게 깔린 이른 새벽.

몇 개 되지 않는 낡은 옷과 작은 나이프, 밀가루, 나무식기를 이불에 넣어 가방처럼 만든 나는 그것을 어깨에 짊어지고 마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뒤를 돌아보니, 마을이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잘됐네.”

마치 날씨도 미련 두지 말고 떠나라고 말하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가자!”

나는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 첫 번째 목적지는 이곳에서 한 달 거리에 있는 트리우스 백작령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뒤, 트리우스 백작령의 작은 협곡에서 마도시대의 유적이 발견되는데 3서클 마법사인 트리우스 백작가의 차남을 불과 3년 만에 6서클의 고위 마법사로 만든 곳이다.

그 유적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뒷일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

정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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