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대표님-135화 (135/136)

135화 반드시 백신을 만드세요.

최초의 스마트폰은 파인테크의 스카이폰이었다.

스카이폰은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당연하지만, 한현태 기자도 스카이폰에 대한 사용 후기를 남겼다.

[스카이폰. 휴대폰 그 이상의 무엇!]

[스마트폰! 스카이폰의 확장성은 무한하다. 모바일 운영체제인 fOS는 안정적이며,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의 편의성을 확장할 수 있다···.]

[사용 후기는 스카이폰으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ㄴ 아. 한 기자 사용 후기 항상 현기증 나게 쓴다.

ㄴ 스카이폰에 달린 카메라도 상당하네. DSLR 시대는 저무는가···.

ㄴ 무료! 토토 추천 100% 적중! 승리 예측 www.totowin.com

ㄴ 광고 좀 꺼져!

ㄴ 한 기자가 빼놓은 점이 있네. 기본 앱으로 파인 번역이 있음. 생각보다 번역이 잘됨.

ㄴ 번역이 된다고?

ㄴ ㅇㅇ 어색하긴 하지만, 뜻은 알아들을 수 있음.

스카이폰에는 파인랭스의 랭귀지패스트와 빅데이터 그리고 딥러닝 AI를 활용한 파인 번역 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아직 초기 버전이라 번역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딥러닝 기술로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퀄리티는 좋아질 것이다. 물론, 앱 실행 후 마지막에는 항상 따라붙는 문구 2가지가 있었다.

[Powered by 파인랭스.]

[파인랭스에 번역 의뢰하기]

광고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광연 부장이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강력하게 주장해서 삽입되었다.

스카이폰의 광고를 보며 박주혁과 지인들은 맥주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스카이폰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

성대한 개막식이 열리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막전이 킥오프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프랑스와 세네갈전. 프랑스는 디펜딩 챔피언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세네갈에 전반 1골을 내줬다. 아트 사커는 블랙 쿠테타에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아! 프랑스가 지다니···.”

조광연이 탄식하듯 고개를 떨궜고, 박주혁은 씩 웃었다. 조광연이 박주혁의 표정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회장님! 세네갈에 배팅하셨습니까?”

“그럼. 디펜딩 챔피언의 징크스는 상당히 신뢰할만하지.”

박주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조광연이 어이없다는 듯 탄식했다.

“설마, 전반에 세네갈이 골 넣는 것도 맞추셨어요?”

박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조광연은 소리쳤다.

“헉! 배당율이 얼마죠?”

그것이 뭐 중요한가?

박주혁은 씩 웃었고, 조광연은 빽빽 소리치며 박주혁의 승리를 대신 기뻐했다.

“대박! 대박!”

“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제가 쏩니다.”

“와아아!”

박주혁은 대회 2일 차인 아일랜드와 카메룬 경기의 무승부 우루과이와 덴만크의 경기 그리고 독일과 사우디의 경기도 정확하게 맞췄다. 특히 독일의 8:0 승리를 정확히 맞힌 박주혁에게 모두 기겁했다. 누가 8골이 터질 줄 알았겠나?

“미쳤다!”

“박 회장. 신들린거 아냐?”

메르헨도 당황하며 박주혁을 바라봤다.

“주혁 씨. 어, 어떻게 맞췄어요?”

다들 놀란 붕어눈이 되어 박주혁을 바라봤지만, 박주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메르헨의 나라니까. 당연히 이길 거로 생각했고, 기왕이면 역대급 성적으로 이기길 바라는 마음과 부자가 되자는 생각에 숫자 8을 선택했을 뿐이죠.”

박주혁의 능청스러움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모든 경기에 대한 예측이 정확히 맞는 박주혁에게 다들 슬그머니 다가와 물었다.

“회장님. 오늘 경기는 어떨 것 같습니까?”

“박 회장. 한국이 당연히 이기겠지?”

“한국 1:0 승리 아닐까요?”

은근슬쩍 박주혁을 떠보는 그들의 속마음을 알기에 박주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국이 전반 황선홍의 골과 후반 유상철의 골로 이길 것 같아요.”

최소한 한국의 경기는 알고 있는 대로 말해줬다. 하지만, 그들은 곧이곧대로 배팅하지 않았다.

“그럼. 전반에 2골을 넣는다고 해야지.”

“아니야. 한국이 이기는 거 봤어? 난 1:1 무승부.”

“그래. 지지 않으면 다행이지. 난 0:0.”

“그래도 박 회장이 이긴다고 했는데 난 1:0”

이 사람들이 답을 알려줘도···.

박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

“대한민국!”

- 짝 짝짜 짝짝!

16강 이탈리아전이 킥오프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목을 쥐어짜며 응원했지만, 전반에 비에리가 넣은 1골 이후로 이탈리아는 빗장을 걸어 잠갔다. 수비축구의 대가들답게 한국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되레 역습을 허용하며 위기를 몇 차례 실점의 위기를 맞았다.

후반전, 히딩크는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수를 빼고 공격진을 더욱 보강했다. 후반 34분 이천수에게 공이 배달됐다. 하지만, 이천수를 마크하던 말디니가 공의 진로를 막으며 쓰러졌다. 혼전 속에 공만 보고 있던 이천수가 말디니의 뒤통수를 걷어찼다.

분명 공인 줄 알고 찼을 것이다.

답답함 속에서 이천수의 행동은 속은 시원했지만, 한국의 패색은 짙어갔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난다.

시작은 박지성의 발끝이었다. 박지성이 황선홍에게 살짝 밀어주고 포스트 안쪽으로 뛰어들었고 황선홍은 공을 바로 포스트 안쪽으로 띄웠다. 전형적인 2:1 패스라고 생각했지만, 공은 조금 떨어진 설기현을 향했다.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된 공을 설기현이 골대 구석을 향해 찼다.

공은 부폰의 손끝을 피해 들어갔다.

“꼬오오오올!”

“골입니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겨놓고 골이 들어갔습니다아악!”

해설가와 아나운서가 쇳소리를 내며 소리쳤고, 경기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우와아악!”

“대~한민국!”

박주혁도 메르헨과 얼싸안으며 함성에 하나가 됐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지만, 기적은 이어졌다. 안정환의 헤딩골로 한국은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섰다. 역대 월드컵에서 16강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대한민국이 16강을 넘어 8강 신화를 쓴 것이다.

한국은 8강에서 스페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한국의 이운재 골키퍼와 스페인의 카시야스 골키퍼의 대결.

첫 키커로 나선 황선홍의 공을 카시야스가 막는 듯했지만, 워낙 강하게 찼기에 카스야스의 몸을 맞고 기어코 들어갔다.

공방이 오가고 스페인의 4번째 키거가 공을 차기 위해 움직였다.

- 움찔.

이운재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페인팅 모션을 취하고 공을 찼지만, 이운재 골키퍼가 예측이라도 하듯 손으로 공을 쳐 냈다.

“막았습니다! 막았어요!”

“이운재 골키퍼가 해냅니다! 막았어요오!”

마지막 키커인 홍명보의 킥이 성공하고 무적함대 스페인은 침몰했다. 홍명보의 환한 웃음과 함께 한국은 8강을 넘어 4강까지 진출했다.

밤이 새도록 사람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목이 터지라 소리쳤다.

“대~한민국!”

그들의 함성은 거대했고, 마음은 하나로 뭉쳤다. 박주혁도 메르헨과 함께 길거리를 누비며 함께 소리쳤다.

2002년 여름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니···!

대한민국이 4강 신화를 쓴 2002년 월드컵은 온 국민의 축제였고 아시아의 자존심이었다.

[Pride of Asia.]

#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지도 않았지만, 박주혁은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기 여념이 없었다.

파인 제주도 본사 공사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박주혁과 메르헨은 비행기에 올랐다.

박주혁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댄 메르헨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후, 갑자기 메르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가슴을 쳤다.

“메르헨?”

메르헨이 이상하다고 느낀 박주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메르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박주혁도 속이 울렁거리며 메스꺼웠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주혁 씨?”

메르헨이 당황하여 박주혁을 바라봤다. 구역질은 메르헨이 하고 싶었는데 박주혁이 난데없이 헛구역질하니 놀랄 수밖에.

“어윽. 메스꺼워. 우리 점심으로 뭐 먹었죠?”

“계란말이요?”

그래도 이제는 먹을 수 있는 계란말이를 만드는 메르헨이었다. 음식이 상한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박주혁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다시 한번 격하게 속이 메스꺼워졌다.

“우욱!”

“주혁 씨!”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임신입니다.”

“예?”

박주혁과 메르헨이 놀라 의사를 쳐다보다 말고 갑자기 얼굴이 상기되었다.

“임신이요?”

“그렇습니다. 벌써 3주 차 들어선 것 같아요.”

3주 전이면 한국과 독일의 4강전이 있던 날이다. 그날 독일이 결승에 진출했고, 한국은 졌지만, 잘 싸웠다. 슬프지 않았다. 너무도 위대한 업적을 남긴 대한민국이었기에···. 그리고 그날 밤 메르헨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긴 했었다.

“주혁 씨.”

메르헨이 자신의 배를 감싸며 박주혁을 부드럽게 불렀다. 박주혁은 그런 메르헨을 껴안으며 속삭였다.

“정말 축하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메르헨.”

박주혁의 말에 메르헨이 코를 찡긋거리며 답했다.

“이럴 땐 사랑한다고 하는 거예요.”

메르헨의 핀잔에 박주혁은 씩 웃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의사도 뭔가 뿌듯했는지 미소 지었다. 그때 박주혁이 의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입덧을 제가 하는 거죠?”

“예? 입덧을 남편분이 하신다고요?”

의사의 되물음에 박주혁과 메르헨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턱을 꼬집듯 잡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꾸바드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선 보기 힘든 증상이긴 한데···. 남편분이 부인을 너무도 사랑하시나 봅니다.”

의사의 말에 메르헨이 활짝 웃었다.

#

서귀포에 파인의 본사는 유수엽의 설계로 공사에 들어갔다. 바람이 많은 제주지역을 고려해 유선형의 돌고래를 닮은 듯한 건축물이었다.

박주혁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파인건설로 하여금 서귀포 해안가 쪽에 리조트 건설을 지시했다. 한국 문화가 세계에 퍼지며 제주도는 정말 유명 관광지가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선제 조치였다. 여차하면 중국 자본에 비싸게 팔 수도 있고 말이다.

파인테크는 스카이폰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은 스마트폰의 종주국이 되었다. 삼송이 파인테크를 뒤쫓으며 갤러그 시리즈를 내놓았고, 스마트폰은 파인테크와 삼송 그리고 극성전자의 3파전으로 굳혀져 갔다. 안타깝게도 마이애플은 아직도 마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랴부랴 마이폰을 내놓긴 했지만, 떨어지는 완성도 탓에 스카이폰에 완전히 매몰되어 버렸다.

DD자동차와 벤타는 전기자동차 분야의 세계 리더가 되었다. 얼마 전 발표한 SUV 전기 자동차인 모델 K가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모델 D의 월드컵 버전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파인랭스는 번역을 넘어 번역 엔진 개발에 매진했다. 파인을 전담하게 된 심영찬을 대신해 윤태현이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한 천재 프로그래머였으니 문제없었다. 물론, 픽셀사의 제이콥도 파인랭스의 번역 엔진 개발에 참여했다. 두 천재 프로그래머의 만남으로 파인랭스는 AI 분야를 선도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파인 바이오셀.

2003년 2월. 중국에서 SARS가 발병했다. 중국과 인접해 있던 홍콩과 대만은 한달새 6명이 사망했다는 중국의 보도에 겁을 먹고 대중교통과 외출을 자제하는 등 SARS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홍콩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손님들이 감염되며 세계로 SARS가 퍼져나갔다.

신종플루를 겪었던 세계는 발 빠르게 마스크를 착용하여 확산세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했지만, 70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그나마 신종플루를 미리 겪었기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한국도 3명의 감염자가 나타났지만, 모두 완치되었고 병원에서 채취한 SARS 바이러스 병원체가 파인바이오셀에 도착했다.

박주혁은 서진용에게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서 사장. SARS를 철저히 분석해서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SARS는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헨리가 하미플루를 이용해 막대한 부를 챙기려 했던 사실 알고 계시죠?”

박주혁의 말에 서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주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SARS의 발생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바이러스의 확산세와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떠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겁니다.”

“설마?”

“예단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다는 것이죠.”

“···!”

서진용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박주혁을 쳐다봤지만, 박주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우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2019년 11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되기까지 앞으로 16년이 남았다. 길버트 사이언스가 인플루엔자 치료제 개발에 15년이 걸렸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데 16년이란 시간이면 충분할 터.

“연구해보겠습니다.”

“네, 반드시 백신을 만들어내십시오.”

파인바이오셀이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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