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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사는 대표님-65화 (65/136)
  • 065화 박주혁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 타다다닥.

    각진 뿔테 안경을 쓴 한태현이 분노의 키보드를 내리쳤다

    “한 기자! 아침부터 무슨 기사를 쓰는데 그렇게 열의에 불타 있어?”

    “특종이야. 특종!”

    “특종? 뭔데?”

    동료기자가 한태현에게 다가와 그의 모니터를 빤히 쳐다봤다.

    [럴커펠트 한국에서 커밍아웃. 대상은 한국 남자다!]

    “뭐어?”

    동료 기자가 화들짝 놀라며 한태현을 쳐다봤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때! 대박이지?”

    “어···. 특종 같긴 한데. 이러다 소송당하는 거 아니냐? 사실관계는 확인했어?”

    한태현은 품에 있던 녹음기를 꺼내 틀었다.

    [이 호텔에 럴커펠트씨가 투숙 중인 것으로 아는데, 혹시 한국 남성이 자주 들락거리진 않았습니까?]

    [예. 그랬습니다. 럴커펠트 씨와 무척 가까운 사이 같았습니다.]

    [그래요? 혹시 애칭처럼 부르는 말은 없었나요?]

    [마이 러브? 라고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 딸깍.

    한태현은 녹음기를 끄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 정도면 빼박아닌가?”

    “마이 러브? 대박인데?”

    “그렇지?”

    “그래서 그 한국 사람에 대한 정보는 있어?”

    “아니. 도저히 알 수 없어. 연예인도 아닌 것 같고 말이야. 사진은 있는데···.”

    한태현이 컴퓨터로 몸을 돌리더니 어제 찍은 사진 몇 장을 화면에 띄웠다.

    “럴커펠트 옆에 앉은 이 사람은 한 기자가 말했던 미녀의 모델 아냐?”

    “맞아. 그리고 여기 이 검은 머리. 이 사람이 바로 문제의 한국 남자지.”

    한태현이 모니터를 가리키자, 동료가 상체를 숙이며 모니터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어? 잠깐만. 나, 이 사람 본 것 같아 공항에서.”

    “그래?”

    “어. 한 기자 기억 안 나? 럴커펠트가 뮤즈라고 소개했더니, 자기는 통역사라고 외쳤었잖아.”

    “어? 그러고 보니···.”

    한태현은 지난 사진들을 꺼내 펼치더니 공항에서 통역사라고 말했던 자의 사진과 비교했다.

    “맞네.”

    “거봐. 내가 뭐랬어.”

    통역사로 정체가 밝혀졌지만, 한태현은 아직 포기하지 못했는지, 몸을 돌리며 말했다.

    “통역사한테, 마이 러브라고 표현하는 게 흔한 일인가?”

    “이봐. 아무리 특종에 목말랐다고는 하지만,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아예 럴커펠트가 마이 러브라고 표현한 전세계 모델들과 열애 중이라고 기사를 쓸 기세네? 접어. 괜히 소송에 휘말리지 말고.”

    “썅! 특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통역사가 딱, 한국 음식 소개한 것 같네. 괜한 헛발질 말라고!”

    그렇게 럴커펠트의 커밍아웃 기사는 기획 단계에서 엎어졌다.

    동료기사가 혀를 차며 돌아서자, 한태현이 양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아, 뭔가 냄새가 나긴 나는데···.”

    그는 모니터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한국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넌 누구냐? 비쥬얼만 봐도 결코 평범한 통역사는 아니야. 파헤치면 뭔가 나올 것 같단 말이지.”

    잠시 골똘히 모니터를 바라보던 그는 귀에 걸려있는 팬을 집어던지더니 카메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기자, 어디가?”

    “취재하러!”

    “또 럴커펠트 쫓아다니게?”

    “냄새가 난다고!”

    거칠게 걸어 나가는 한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동료들이 수군거렸다.

    “냄새는 맨날 난데.”

    “그러게, 저것도 병이야.”

    “심각한 수준이지.”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타자를 두드렸다.

    - 타다다닥.

    #

    새벽같이 일어난 럴커펠트는 그의 수행원과 함께 동대문으로 향했고, 한태현이 그의 뒤를 쫓았다.

    “동대문에는 왜?”

    한태현은 럴커펠트를 집요하게 쫓았지만, 얻는 소득 없었다. 혹시나 그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허탕이었다.

    럴커펠트는 동대문에서 옷감 몇 가지와 챠넬 이미테이션 백을 구입했다. 동대문 상인들은 그가 챠넬의 수석 디자이너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바가지를 씌울 생각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빠이브헌드레드 딸라!”

    “파이브헌드레드 달러?”

    “예스! 칩, 칩! 올모스트 오리지널 챠넬.”

    “리얼리?”

    럴커펠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장사꾼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한태현은 그런 장사치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저런, 지금 누굴 상대하는지도 모르면서···. 내가 다 얼굴이 뜨거워지네. 쯧.”

    가뜩이나 이미테이션인데 심지어 바가지까지 씌우려고 하다니···. 하지만, 럴커펠트는 쿨하게 이미테이션 백을 구매했다. 그렇게 동대문에 돈을 뿌리고 다닌 럴커펠트는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뒤를 한태현이 열심히 미행했다.

    ‘또 어딜 가는 거야?’

    럴커펠트가 도착한 곳은 DD 자동차의 서울사무소였다. 한태현이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사이 럴커펠트의 차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젠장!”

    한태현이 핸들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미행을 따돌린 럴커펠트는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박주혁의 집무실로 향했다.

    “헬로우. 마이 러브. 미스터 박.”

    "여긴 어쩐일로 오셨어요?"

    박주혁은 이제 럴커펠트의 오글거리는 인사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파리로 가기 전 인사하려고 왔지요.”

    “돌아가시는군요.”

    “FW 시즌 준비도 해야 하고, 한국에서 영감도 얻었으니 또 영혼을 불태워 봐야죠.”

    럴커펠트와 얘기를 주고받으며 박주혁은 사장실로 들어갔다. 럴커펠트는 박주혁의 집무실을 살펴보며 매우 놀라워했다.

    “이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깎는다는 그 가구 아닌가?”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처분하고 실용적인 가구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와아앗? 이런 명품을 그런 식으로 다루다니···.”

    럴커펠트가 매우 속상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긴, 사무실에 어울리는 물건은 아니지.”

    혼잣말하며 사장실을 둘러본, 럴커펠트가 쇼파에 앉으며 말했다.

    “미스터 박. 오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

    난데없는 말에 박주혁이 눈썹을 올리며 럴커펠트를 쳐다봤다. 럴커펠트는 뒤에 있는 수행원에게 손짓했고 그가 쇼핑 봉투를 내밀었다. 거기서 나온 것은 챠넬 마크가 붙어 있는 숄더백이었다. 럴커펠트는 숄더백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다시 한번 미소 짓더니 박주혁에게 넘기며 말했다.

    “이 가방. 내가 이번 SS 시즌에 내놓은 디자인인데···.”

    럴커펠트가 내미는 가방을 받아든 박주혁이 영문을 몰라 눈을 끔벅였다.

    “너무 비슷해.”

    비슷하다는 말에 이 가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SA급 이미테이션]

    ‘이런 건 또 어디서 구한 거지?’

    럴커펠트의 행동반경에 놀랄 때쯤 럴커펠트의 입술이 떨어졌다.

    “덩태문? 거기서 샀는데···. 박음질하며, 안감까지 너무 비슷해서 내가 깜짝 놀랐어요.”

    “동대문이요···. 거긴 또 왜 가셨어요? 마음 상하셨겠습니다.”

    “마음? 아아, 이미테이션 때문에? 노우노우.”

    럴커펠트는 손을 휘적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복제, 모사품이 판을 친다는 건, 곧 나의 디자인이 빼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니 괜찮아요. 어차피 품질은 정품을 따라올 수 없지. 장인이 한 땀, 한 땀···.”

    피식 웃음이 나오려는데, 럴커펠트가 박주혁에게 상체를 가까이 가져가며 속삭이듯 말했다.

    “덩태문 어딘가에 공방이 있는 것 같은데···. 미스터 박이 날 좀 도와주세요.”

    “공방이요? 음. 혹시 이미테이션 생산자를 고발하시려는 겁니까?”

    박주혁이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자, 럴커펠트가 목을 뒤로 젖히며 웃더니 말했다.

    “노우!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에 내가 감탄을 했다니까요? 챠넬의 아시아 공방을 만들면 어떨까 해서 말입니다.”

    “예?”

    “굉장히 정교한 손재주를 봐선, 이탈리아 장인 못지않을 것 같아요. 재료를 다루는 법에 대한 교육이 좀 필요하겠지만···.”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미테이션을 만드는 공방을 찾아 챠넬의 아시아 공방으로 만들 생각을 하다니···. 럴커 펠트도 메르헨 못지않게 대인배였다. 박주혁은 눈을 크게 뜨며 한번 수소문해보겠다고 답했다.

    럴커펠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명희가 문을 두드렸다.

    “네, 들어오세요.”

    “사장님. 차동진 전무님께서 급하게 찾아오셨습니다.”

    “차 전무가? 지금 손님과 함께 있는데 긴급을 요하는 겁니까?”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박주혁과 고윤희가 나누는 대화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럴커펠트가 먼저 말했다.

    “미스터 박. 나 신경을 쓰지 말고 일 보세요.”

    “죄송합니다.”

    박주혁이 럴커펠트에게 목을 숙여 감사를 표한 후 말했다.

    “차 전무, 들어오라 하세요.”

    고윤희가 문밖으로 나간 후, 차동진 전무가 다급한 얼굴로 박주혁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사장님. 실례인 줄 알지만···.”

    차동진 전무의 말을 들은 박주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

    한태현은 DD 자동차 정문에서 경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

    “방금, 럴커펠트는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한태현 기자입니다.”

    한태현은 품에서 사원증을 꺼내 경비원들에게 들이밀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담했다.

    “사전에 연락 없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아니, 언론의 자유가 있을 텐데!”

    “여긴 한 기업의 연구소이자 사무실입니다. 언론의 자유보다는 기밀 유출에 민감한 곳이죠.”

    “젠장!”

    한태현은 인상을 버럭 쓰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경비원에게 사정했다.

    “럴커펠트씨와 인터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전 그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위에서 지시가 있지 않는 한 안 됩니다. 돌아가십시오.”

    정중한 경비원의 말에 한태현은 다시 한번 발악하듯 소리쳤다.

    “누가 DD 자동차 기밀에 관심 있데? 난 럴커펠트씨를 만나고 싶다고!”

    경비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고래고래 소리치는 한태현을 정문 밖으로 밀어냈다.

    “기자한테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내가 DD 자동차에 관해 악의적인 기사를 내면 어쩌려고!”

    협박을 해봤지만, 경비원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때 마침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차동진 전무가 실랑이 중인 한태현을 발견하고 경비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차 전무님. 보안! 기자라는데 럴커펠트씨를 만나게 해달랍니다.”

    “럴커펠트?”

    차동진 전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경비원이 부가 설명을 했다.

    “조금 전 한 외국인이 사장님과 약속을 잡고 방문했는데, 아마 그분 때문에 저러는 것 같습니다.”

    “그래?”

    차동진 전무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너무 거칠게 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보안!”

    차동진 전무는 곧장 사장실로 향했다. 고윤희 비서가 차동진 전무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전무님. 사장님께서는 외부 손님과 얘기 중이십니다.”

    “혹시 그 손님이 럴커펠트씨인가?”

    고윤희가 수첩을 뒤적이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혹시 그 챠넬의 럴커펠트··· 맞나?”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챠넬 수석 디자이너가 한국에 왔다는 기사는 보긴 했는데 여긴 왜 온 거지?”

    “글쎄요.”

    “기자가 정문에서 소란을 떨고 있는데, 사장님께 보고를 해야할 것 같아.”

    “잠시만요.”

    - 똑똑.

    고윤희가 사장실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가 나오며 말했다.

    “들어오시랍니다.”

    차동진 전무는 굳은 얼굴로 박주혁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사장님. 실례지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기자가요?”

    “예. 어떻게 할까요?”

    박주혁은 굳은 얼굴로 럴커펠트를 돌아보며 물었다.

    “기자가 인터뷰 좀 하고 싶다고 회사로 왔다는데, 혹시 아시는 것 있나요?”

    “기자? 나야 뭐 늘 기자들이 따라다니니까···.”

    “그냥 돌려보낼까요?”

    “야박하게 그럴 수 있나? 간단한 인터뷰면 여기서 해도 되겠지?”

    “그야 물론이죠.”

    박주혁은 고개를 끄덕인 후 차동진 전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카메라는 보안요원이 압수한 후 사장실로 도착하면 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박주혁의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차동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사장실을 나갔다. 사장실 문이 닫히자, 럴커펠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딜 가나 따라다니죠. 기자라는 사람들은···. 그나마 한국은 덜한편이었어요. 조금 자유로웠달까?”

    럴커펠트의 말에 박주혁이 안타깝다운 얼굴로 답했다.

    “사생활이 없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할 것 같군요.”

    “뭐, 그렇긴 한데. 익숙해지면 또 할만해요.”

    짧은 담화를 나누는 사이 문 쪽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비싼 카메라라고요! 소중하게 다루라니까. 진짜!”

    투덜거리며 등장한 한태현은 박주혁과 럴커펠트를 발견하고 얼음처럼 굳었다.

    “안녕하십니까? DD 자동차 박주혁 대표입니다.”

    “헬로우?”

    한태현은 침을 꼴깍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한태현 기자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번 입이 터지니 긴장이 풀렸는지 한태현이 카메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사진 몇 장 찍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사진 몇 장을 찍고 럴커펠트는 시계를 한번 내려보더니 정색하며 말했다.

    “유 헤브 온리 파이브 미닛.”

    평소 사람 좋은 럴커펠트와는 달리 상당히 언짢은 듯한 말투였다. 아마도 박주혁과의 면담을 방해받는 기분이었으리라. 언짢은 기분과는 달리 역시 럴커펠트는 프로였다. 한태현 기자의 질문에 그는 성심을 다해 답했다.

    “한국에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 마이 러브. 미스터 박을 만나러 왔죠.”

    럴커펠트가 박주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에 한태현이 화들짝 놀라며 다시 질문을 했다.

    “두 분은 어떤 사이십니까?”

    “마이 뮤즈?”

    럴커펠트의 질문에 박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대신 답했다.

    “벤타 인비테이셔널에서 만나게 됐고, 거기서 친분을 쌓은 사이입니다.”

    “아아. 벤타 인비테이셔널이면 백희나 선수가 우승한···.”

    박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한태현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DD 자동차를 방문하신 이유는 단순히 박주혁 대표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까? 혹시 챠넬과 DD 자동차가 콜라보를 한다던지? 그런 계획은 없으십니까?”

    한태현 기자의 말에 박주혁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기자가 먼저 럴커펠트의 의향을 물어봐 주니 내심 고마웠다. 럴커펠트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마이 뮤즈가 원한다면 못 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전 매우 까다로운 사람입니다. 제게 영감을 주지 못하는 자동차라면 함께 협업할 수 없죠.”

    “그렇다면···?”

    “아직 공식적인 제의가 없으니 대답할 수 없군요. 오늘 방문은 순전히 친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겁니다.”

    “그럼 한국에 오신 이유가 순전히 박주혁 대표님 때문이었다는 것입니까?”

    “와이 낫?”

    한태현 기자는 수첩에 메모하며 상당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계적인 거장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가 한 사람을 만나러 온 것이라니··· 그는 천천히 박주혁을 돌아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박주혁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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