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번 사는 대표님-19화 (19/136)
  • 019화 여러분께 하나 제안하겠습니다.

    다음날.

    박주혁은 무거운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역시나 무거운 실내 공기가 박주혁의 폐부를 찔렀다.

    ‘내가 옳은 방향이다. 흔들리지 마.’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며 박주혁은 탕비실로 향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이럴수록 더욱 루틴대로 움직여줘야 하는 법이다. 탕비실에 드들어서자 이미 박영희가 커피를 타고 있었다. 그녀는 박주혁을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작은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 박 차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그녀의 미소에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져 기운이 솟았다.

    “오늘 회의 바로 하실 건가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지요. 미룰수록 혼란만 커질 겁니다.”

    “맞는 말씀이세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분명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모든 직원이 사장님의 뜻에 반하는 건 아니에요.”

    박영희의 따뜻함은 박주혁을 신뢰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 분명했다. 박주혁은 박영희에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커피를 들고 탕비실을 나왔다. 그러자 영업팀 쪽에서 큰 목소리로 누군가 소리쳤다.

    “어!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아. 조 과장님. 오늘도 저보다 5분 일찍 나오신 건가요?”

    조관영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주혁은 조관영에게서 활기찬 기운을 전해 받고 절로 미소가 번졌다. 사장실로 향하는데 누군가 키보드를 미친 듯 치고 있었다.

    ‘누가 아침부터?’

    박주혁이 살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키보드와 한 몸이 된 것 같은 심영찬이 있었다.

    “영찬씨, 좋은 아침!”

    심영찬이 박주혁의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는데 퀭한 다크써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밤···. 새운 거니?’

    박주혁이 살짝 미간을 좁히는데 심영찬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곧 뼈대가 완성됩니다. 며칠 뒤에는 시연도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벌써?”

    박주혁이 깜짝 놀라 되물었는데 심영찬이 어색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박영희가 커피를 들고 자리로 들어가며 한마디 툭 뱉었다.

    “사장님. 저 선수. 지금 며칠째 회사에 처박혀서 저럽니다. 집에 좀 가라고 하세요.”

    박영희의 말에 박주혁이 눈을 크게 뜨며 심영찬을 돌아봤지만, 심영찬은 벌써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박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러다 쓰러지지.’

    사장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은 박주혁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출근하자마자 느낀 무거운 공기와 달리 몇몇 직원들은 여전했다. 누구 하나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박주혁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 마음이 박주혁에게 닿았을까?

    ‘그래. 지금 당장 번역부 전원이 사직한다고 하더라도 헤쳐나갈 힘이 내겐 있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곁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을 보며 박주혁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 쫙!

    박주혁은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한번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차게 사장실 문을 열며, 직원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자! 회의합시다.”

    #

    박주혁의 걱정과 달리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번역부 직원들 사이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어제처럼 반발이 심하지 않았고 최소영이 대표로 번역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번역부를 번역연구팀으로 통폐합하는 것에 모두 동의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뭔가요?”

    “번역연구팀은 번역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입니까?”

    박주혁의 계획대로라면 번역연구팀은 번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팀이었다. 사실 번역사를 고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그런 충격을 준다는 것은 회사나 직원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박주혁은 갑자기 아버지가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일은 연착륙해야 하는 법이다. 일을 추진하면서 뭔가를 급격하게 바꾸려 하면 탈이 나는 법이야.”

    박주혁이 욕심을 내서 복수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하려 할 때 하셨던 말이었다. 아직도 잔소리한다며 투덜거렸지만, 정말 중요한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파인랭스는 번역회사입니다. 어떻게 번역에서 완전히 제외될 수 있겠습니까?”

    박주혁의 말에 번역부 직원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잠시 뜸을 들인 박주혁은 이어서 말했다.

    “다만, 앞으로 큰 물량들이 들어오면 번역보다는 프리랜서 관리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번역 품질을 올리기 위한 원문 검토 및 피드백을 실시하여 번역 품질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번역해야 할 프로젝트도 분명 있을 겁니다. 당연히 병행해야겠지요.”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번역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는 것에 번역부 직원들은 안도했다.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었지만, 파도는 아직 거셌다.

    “어제 제가 많은 고민 끝에 번역연구팀의 편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번역연구팀에 감수팀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박영희를 비롯한 감수팀은 눈을 끔벅이며 박주혁을 바라봤고, 최소영과 구경숙은 눈을 부릅떴다. 번역부와 감수팀의 첨예한 대립을 박주혁이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연착륙을 위해서는 확실한 인물이 번역연구팀의 수장이 되어야만 했다.

    “번역연구팀 산하에 감수팀이 들어가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번역연구팀을 이끌 책임자로···.”

    박주혁은 오늘 아침 박영희와 몇 마디 주고받으며 확신했다. 자존심과 콧대 높은 번역부 두 팀장보다는 더 크게 볼 줄 알고 회사의 미래에 확신하고 있는 박영희에게 번역연구팀을 맡겨야 한다고 말이다.

    최소영과 구경숙은 내심 기대하며 눈을 빛냈지만, 박주혁의 말 한마디에 미간을 와락 구겼다.

    “박영희 차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수팀을 이끌며 피드백에 대한 노하우와 문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문가인 박 차장이 번역연구팀의 적임자라는 판단입니다.”

    회의실이 순간 술렁였고 박영희는 양 볼이 붉게 물든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권선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박주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한 우군을 심겠단 얘기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하지만···.’

    잠시 박주혁을 노려보던 권선호는 눈에 힘을 빼며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는 박영희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박 차장님. 축하드립니다. 3개 부서의 실질적인 장이 되셨군요.”

    “감사합니다.”

    권선호와 박영희의 대화는 무미건조했다.

    최소영과 구경숙의 반발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둘은 얌전히 사실을 받아들였다. 의아한 면이 있었지만, 회의는 그렇게 잘 마무리되었다.

    “박 팀장님은 잠시 저와 별도로 얘기 좀 하시죠. 프리랜서 선정 관련해서 논의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최 과장과 구 과장도 함께 들어오세요.”

    “알겠습니다.”

    박주혁이 사장실로 들어선 후 박영희, 최소영 그리고 구경숙이 들어와 차례로 앉았다. 박주혁은 그들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먼저 프리랜서 지원과 선정에 관련된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영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시작했고 최소영과 구경숙은 남 일이라는 듯 박주혁만 빤히 쳐다봤다.

    ‘그럼 그렇지. 너무 순순히 받아들인다 했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것이었어.’

    두 팀장의 태도에서 번역부의 의도를 간파한 박주혁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프리랜서 선정을 위해 샘플 테스트 문건을 우선 만들어 주십시오. 번역사들이 어떤 분야에 적합한지 확인하려면 분야별로 준비해야 합니다.”

    박영희가 박주혁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필요한 분야는 특히 건설과 IT 번역사들이니 참고해서 확보해주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분명 박주혁 앞에 3명이 앉아있었지만, 마치 한 사람과 얘기하는 것 같았다. 박영희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데면데면했기 때문이다. 박주혁은 그런 최소영과 구경숙을 지목하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최 과장과 구 과장은 제 말뜻 이해했나요?”

    “아, 예.”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들을 보며, 박주혁은 불길한 느낌을 감지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눈앞에 있는 기분이었다.

    “박 팀장은 프리랜서 모집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주시고, 최 과장은 건설, 구 과장은 IT 샘플 테스트를 준비해주세요.”

    “예.”

    그때 박주혁의 서류 가방에서 낯선 소리가 들렸다.

    - 띠리리. 띠리리.

    ‘전화?’

    박주혁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가 보세요.”

    “예.”

    박주혁은 서류 가방을 뒤지다 말고 막 사장실을 나가려던 박영희를 불러세웠다.

    “박 팀장.”

    “예. 사장님.”

    “잘 부탁합니다.”

    박영희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사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사라졌다.

    “네. 박주혁 대표입니다.”

    “주혁아. 잘 들리니?”

    “예, 어머니. 식사하셨어요?”

    “으응.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밥도 먹고 차 마시려고 한다.”

    “우리 어머니. 즐거우신 것 같네요.”

    “호호호. 고맙습니다. 아드님.”

    박주혁은 최효정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한다는 사실에 마냥 기뻤다.

    ‘진작에 드릴걸.’

    #

    박영희는 팀원들에게 앞으로 번역연구팀이 해야 할 일에 관해 설명했다.

    “번역연구팀의 앞으로의 역할은 질 좋은 프리랜서 양성입니다. 어떻게 하면 번역사들이 잘 번역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가이드하여 우리 입맛에 맞는 번역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도 번역을 잘해야겠죠?”

    박주혁이 말할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부드럽고 세밀한 내용에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입맛에 맞는 번역사를 선정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따라서 각자 맞은 분야에 맞게 번역사의 번역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샘플 테스트 구문을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건설 분야가 번역 1부였고, 번역 2부가 IT였죠?”

    박영희의 물음에 구경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뜬 채 박영희를 노려보기만 했다. 박영희도 그 눈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담담히 받아넘기며 말을 이었다.

    “샘플 테스트는 분별력이 있어야 하므로, 여러분이 번역하면서도 까다롭다고 느꼈던 구문으로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시간이···.”

    박영희가 시계를 돌아볼 때 사장실이 벌컥 열리더니 박주혁이 나와 말했다.

    “자, 오늘 점심은 근사한 곳에서 합시다.”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쥬얼 다이닝.

    삶의 질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90년대 초부터 캐쥬얼 다이닝(패밀리 레스토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신이 내린 불타는 금요일, 베니건의 집, 씨즐러들, 마르쉐, 토니와 로마스, 중요한 사람들 그리고 2000년대 후발주자로 들어온 등갈비 하우스가 대표적인 캐쥬얼 다이닝 브랜드였다. 하지만, 아직 고가인 탓에 서민들은 특별한 날 아니고선 접근하기 쉽지 않은 레스토랑이었다.

    박주혁은 직원들을 이끌고 홍대입구역에 근처에 있는 2층 건물의 ‘신이 내린 불타는 금요일’로 향했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인테리어와 음악 그리고 직원들의 발랄한 웃음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이 음식값에 포함되어 비싼 것이 흠이지만, 기분 내기에는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테이블에 전 직원이 나눠 앉자, 붉은 스트라이프 티에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직원이 다가와 무릎을 꿇으며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점심 회식이신가 봐요? 오늘의 스프는···.”

    외우기도 힘든 메뉴명들을 좔좔 외우는 직원을 잠깐 신기하게 쳐다본 박주혁이 곁에 있는 박영희에게 말했다.

    “박 팀장. 오늘은 전권을 줄 테니 메뉴를 시켜보세요.”

    “제가요?”

    박영희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박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직원들의 애절한 눈빛이 박영희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눈빛으로 보내고 있을 테지?

    가끔 그런 경험을 한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 밥 한 끼 함께 했다고 뭔지 모를 유대감이 생기는 마법 같은 경험 말이다. 술도 함께 하면 효과가 더 좋겠지만···. 어쨌든, 신이 내린 불타는 금요일의 이색적인 분위기와 색다른 음식 앞에 직원들은 잠시나마 불만을 잊고 서로 어울렸다. 여성의 비율이 높은 번역업계답게 대부분 만족스러운 듯 보였지만, 유독 한 사람이 계속 투덜거렸다.

    “아, 난 그냥 된장찌개 같은 게 좋은데···. 대체 이게 뭐야. 이 느글느글한 음식들···. 으윽!”

    조관영의 말에 한기훈이 눈썹을 찡그리더니 천천히 스테이크를 칼질하며 투덜거렸다.

    “조 과장님. 쫌! 분위기 좀 맞춰보세요. 이 얼마나 좋아요. 우아한 이 칼질. 해보세요. 쫌!”

    한기훈의 과장된 표정과 행동에 조관영의 관자놀이에 힘줄이 솟아났고 곧 버럭했다.

    “한 대리, 너. 이러기야? 너도 한식파라며!”

    “아, 맨날 밥만 먹나요? 가끔 빵도 먹고 그래야죠.”

    조관영을 놀리는 한기훈 덕에 직원들은 박장대소하며 즐겁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웃음소리에 박주혁은 흡족한 듯 옅은 미소를 짓더니 잔을 들고 포크로 두드렸다.

    - 쨍쨍쨍!

    “여러분께 제안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주혁을 쳐다봤다.

    “파인랭스는 번역회사입니다. 언어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죠. 그래서, 앞으로 어떤 언어든 공인된 점수를 받아오시면 그에 상응하는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선물이라는 말에 직원들이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때 누군가가 큰소리로 물었다.

    “어떤 선물입니까!”

    “점수에 따라 월급 인상은 물론, 매월 최고의 점수를 받아오는 분을 선정하여 황금돼지를 드리겠습니다!”

    황금돼지란 말에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를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황금? 금을 주겠다는 거야?”

    “분명 황금돼지라고 하셨어. 헐. 대박!”

    “그···. 금이라고?”

    번역부를 통폐합한다는 발표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좋지 않던 분위기가 점심 회식으로 희석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못마땅했던 권선호는 미간을 좁혔고 자연스럽게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뭔지 모를 불안감에 과몰입했던 탓일까? 권선호는 접시까지 자를 기세였다.

    - 끼기긱!

    소름돋는 소리에 직원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권선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흠! 아이고, 미안합니다.”

    권선호 역시 날카로운 마찰음에 흠칫 놀랐고, 이내 미소와 함께 가볍게 사과했지만. 그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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