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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122화 (122/150)

122화 봉인지

카이는 우선 영지로 돌아왔다. 태초의 속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 경시한 감이 없지 않았다.

바헬을 태초의 불만으로 태워 죽인 것이 가능했기에 이것이 8성 이상의 위력을 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이는 가장 익숙한 태초의 얼음 결정을 꺼냈다.

솔직히 그것으로 펼치는 마법만으로도 충분히 헥토르를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무리 창졸간에 펼친 마법이라고 해도 가장 익숙한 빙옥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냉기 폭풍 마저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헥토르는 강했다.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것으로 싸우지는 않았다고 해도 이만큼이나 강하다는 것은 상정 외였다.

8성의 강자라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헥토르는 그리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뱀’이 함께하고 있던 놈은 무시할 수 없었다.

둘이 함께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지금까지 미루고 있던 일들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아직 한 자리 남아있던 태초의 속성을 깨우고, 자신의 격을 키워야 했다.

이번에 탐색 마법으로 세계를 관측한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한 것이 느껴졌지만, 태초의 속성을 하나 더 늘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투 방식에 대한 고찰도 필요했다. 한번 싸워봤기에 헥토르의 강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생각이 들었다.

카이는 교국으로 가기 전에 미리 영지에 돌아왔다. 용맥의 힘을 거의 다 끌어 쓴 지금은 보호 마법이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니 우선은 태초의 순수 마력에 감응해서 용맥을 충전해야 했다.

카이가 ‘감응’을 통해서 용맥을 충전하고 보호 마법진을 정비한 후에 영지에 있는 일행을 모았다.

8성에 이른 상태로 더 성장하려고 하는 퀸.

7성의 대마법사 덴다르트. 8성의 비전 마법 얼음 골렘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7성의 대마법사 메르샤. 페코와 함께 하며 정령력을 키우는 중이었다.

그 외에도 전투 인형으로 만든 기사단에 8성 보호 마법.

영지를 지키기에는 충분하니 그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확실히 알려줘야 했다.

앞으로 카이도 바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전해줘야 했으니까.

카이의 설명을 다 들은 퀸이 눈을 번뜩였다. 헬리움을 더 얻으면서 그녀의 능력은 아직도 성장 중이었다. 시공에 간섭하는 것을 넘어서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가던 퀸이 입을 열었다.

“아빠. 그러면 나랑 같이 다녀. 페코가 있으면 함께 갈 수 있잖아.”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다음에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아. 그래서 사실 난 이곳의 안전을 너에게 부탁할 생각이야. 이번에는 우연히 만났지만, 제대로 토벌에 나설 때는 네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빠!”

카이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헥토르는 강해.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너라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야. 그러니 넌 여기서 수련에 집중해. 결국, 놈을 꺾는 건 네가 될 테니까.”

퀸이 입을 비죽 내밀었지만, 카이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카이의 엄한 눈빛에 퀸이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지금은 아빠 말을 들을게.”

사춘기는 끝난 줄 알았더니 아직 아니었던 건가?

카이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고,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8성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수련에 열중인 메르샤였다. 페코 덕분인지 아닌지 몰라도 그녀의 정령력은 확실히 늘어나고 있었다.

더는 성장할 곳이 없다고 여겨서 안타르시아를 만들고 삶을 즐겨왔던 그녀도 마법사였다. 8성에 오를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여인.

“우선 여기를 지키면 돼?”

“일단 피스토와 연관된 일이라 교국에 가서 사료를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 파편을 뽑아낼 수 있는지 뭔가 알아낼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흐음. 나보다는 네가 더 교국에 가까우니 도와줄 게 없겠네.”

“이곳만 지키고 있으면 돼.”

덴다르트가 입맛을 다셨다.

“시간을 끄는 정도는 가능할 거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네가 오겠지.”

“이곳의 보호 마법 체계 자체가 저와 연결되어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다만 그 잠깐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 지금 당장은 그 정도가 한계니까.”

덴다르트도 7성에 만족하지 않고 정진하는 중이었다. 한 시대에 또 다른 8성의 대마법사가 나타날 리는 없겠지만, 또 모를 일이다.

어둠이 커지는 만큼 그에 대항할 힘을 얻게 될지도.

카이는 그들에게 영지를 부탁하고는 교국을 향해 떠났다. 카이가 떠나고 나자 메르샤가 덴다르트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왜 말 안했어?”

“뭘?”

“방랑 마법사단장 카메룬이 연락했잖아.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덴다르트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카메룬이 오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가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문그록의 일이 해결되었음을 몰라서 도움이 되고자 온다는 것.

카메룬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지식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뱀’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카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덴다르트는 주저하지 않으리라.

카이는 신성 교국에 대한 예의로 성녀가 머무는 방으로 가는 대신 그녀가 머무는 신전의 앞에 내려섰다. 그런 카이는 신성 교국의 교황청이 어수선한 것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도 그들은 카이를 발견하고는 얼른 모여들었다. 그러던 중 성기사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는 다가왔다.

“무결의 대마법사. 어쩐 일이십니까?”

“아나벨 성녀를 만나러 왔는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일단 대주교님께 안내하겠습니다.”

카이의 얼굴을 아는 것만 보아도 성기사단에서 이름 좀 있을 법하지만, 이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카이는 굳이 따지지 않고 성기사의 안내를 받아 걸음을 옮겼다. 카이가 교황청에 온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아나벨 성녀 외에는 만나지 않았었다.

카이는 성녀의 맞은편에 있는 신전으로 안내를 받았고, 그곳에서 만난 것은 대주교 베르너였다.

그는 카이가 도착하자 그에게 다가와 예를 표했다.

“이렇게 직접 뵙는 것은 처음이군요. 대주교 베르나라고 합니다.”

“카이입니다.”

간단히 인사를 주고받으니 베르나가 직접 차를 끓여주며 말했다.

“성녀를 만나러 오셨나 봅니다.”

“예. 그런데 뭔가 어수선하군요.”

베르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답했다.

“교단의 봉인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얼마 전에 봉인지에 문제가 생겨서 손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문제가 생겼기에 이리됐습니다.”

“봉인지라면···.”

“그건···.”

베르나가 주저할 때 그곳으로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뛰어오기라도 했는지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카이를 바라보았다.

“오셨군요.”

“예. 여쭤 볼 것이 있어서 왔는데 봉인지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럼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무엇이든 도와드리죠.”

카이의 대답을 들은 아나벨이 베르나에게 눈인사하고는 곧장 그를 데리고 이동했다. 카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

“피스토의 파편에 문제가 생겼나 보군요.”

“어떻게 아신 거죠?”

“그건 봉인이 끝난 후에 말씀드리죠.”

“예.”

아나벨이 미리 말을 해두었는지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없었다. 피스토를 봉인한 봉인지라면 신성 교국의 교황청에서도 가장 중요한 심처.

그곳으로 카이를 데려가는 데도 아무도 막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카이는 봉인 신관들을 볼 수 있었다. 신성 마법으로 만든 봉인 술식을 본 카이는 그 흐름을 보고는 자신이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저 술식은 시엘의 가호가 있기에 가능한 것. 신성력과 거리가 먼 카이가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아이가 네가 말한 아이냐?”

카이가 돌아보니 안색이 창백한 여인이 서 있었다. 자애로운 인상의 여인이었는데 그녀를 본 아나벨이 빠르게 답했다.

“예. 무결의 대마법사에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모셨어요.”

“네 말을 듣고 허락하기는 했다만 마법사가 봉인 술식에 어찌 도움이 되겠느냐?”

뭔가 자조 섞인 말투에도 카이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신성 봉인 술식은 못하겠지만, 저 안에 있는 놈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정도라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카이의 대답에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8성 대마법사. 그것도 속성을 가리지 않는다는 무결의 대마법사라면 뭔가 기대해도 될까요?”

카이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태초의 순수 마력을 소환했다. 그걸 보고 여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이는 그녀가 태초의 순수 마력이 뭔지 감을 잡는 것을 보고 대충 그녀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아직도 들썩이는 봉인지의 문을 틀어막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스토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카이가 손을 내밀자 태초의 순수 마력으로 소환한 마력의 사슬이 나타나 문을 휘감기 시작했다. 마치 거미줄처럼 사슬이 휘감자 카이의 손길을 따라 마법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봉인 술식의 흐름을 인지하고 신성력을 대신해서 태초의 순수 마력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봉인 마법진이었다. 봉인 마법진이 완성되자 문이 더는 들썩이지 않았다.

카이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감응’에 들어갔다.

이곳에서는 봉인 신관들이 봉인 술식을 계속해서 지원해주지만, 자신은 이곳에 머물 수 없다. 그렇다면 저 봉인 마법진을 유지하기 위한 동력원이 필요했다.

카이는 ‘감응’을 통해 용맥을 끌어왔다. 천문학적인 돈을 받아도 해줄 일이 아니었지만, 피스토를 막는 것은 카이에게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곳에만 다섯 개의 파편이 있는데 이렇게 용맥을 끌어와 만든 봉인 마법진은 카이에게 알람 역할도 해준다. 헥토르와 ‘뱀’이 이곳을 노리고 온다면 봉인 마법진에 문제가 생긴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카이가 용맥을 끌어와 봉인 마법진에 연결까지 마치자 아나벨이 긴 숨을 토해냈다.

“지금 뭘 하신 건가요?”

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봉인 마법진을 설치한 거죠.”

“아니. 그게 아니라 이곳에 마나가 충만해진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제국 사람들에게는 용맥을 끌어왔다는 것을 알려줬었다. 그건 게이트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녀에게는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신성 교국과 게이트를 연결해야 할 필요도 없었고.

“용맥을 끌어와서 마력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봉인을 뚫으려면 용맥의 마력을 끊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전해져야 합니다. 피스토가 현신하지 않는 이상 그만한 힘이 전해질 리 없으니 당분간 봉인이 깨질 위험은 없을 겁니다.”

아나벨은 물론이고 그곳에 있는 모든 봉인 신관들도 문에 일던 진동이 완전히 멈춘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인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카이를 보았다.

8성의 대마법사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들었지만, 용맥을 끌어온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용맥의 기운이 발밑으로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그가 행한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인간이 이만한 이적을 일으킬 수 있는 건가?

여인의 시선이 봉인지를 향했다가 카이에게로 돌아갔다.

“고마워요. 큰 도움을 받았네요.”

“아닙니다. 그보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델라니님.”

델라니는 카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죠. 이쪽으로 오세요.”

봉인지가 지하에 있고 그곳을 지키는 책임자인 그녀의 방도 지하에 있었다. 그러나 빛의 반사광을 통해서 만들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있어 어둡지 않았다.

델라니를 부축해 자리에 앉힌 아나벨이 차를 끓여왔다. 전대 성녀에 대한 예우인 것을 알았기에 카이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준비한 차를 놓고 마주하자 델라니가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그래. 질문이 뭔가요?”

“얼마 전과 어제. 두 번 봉인지에 문제가 생겼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맞아요.”

숨길만 한 일도 아니었기에 그리 답했다.

카이는 대답을 듣고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늑대의 신령이 피스토를 잡아먹은 것과 ‘뱀’이 피스토의 파편을 집어삼킨 시간이다. 그 둘과 봉인지가 부서질 뻔했던 것에 관련이 있다.

카이는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피스토에 관련된 모든 것을 듣고 싶습니다.”

돌싱 후 대마법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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