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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108화 (108/150)
  • 108화 위력 시범

    테오르는 자신의 연구실에 카이와 덴다르트, 메르샤를 초대했다. 퀸도 오겠다는 것을 카이가 말렸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을 연구실에 만약 퀸이 들어가면 그 마법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퀸도 마다치 않았다. 퀸은 오히려 검성 맥클렌의 초대로 기사들을 만나러 갔다.

    퀸을 보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맥클렌도 어쩌지 못할 퀸을 누가 감히 해하겠는가?

    그렇게 테오르의 연구실에 들어간 카이는 그곳을 돌아보면서 감탄했다.

    공간 확장 마법을 조합 마법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잘 만들었다. 이 정도 공간 확장 마법을 설계한 것을 보면서 카이는 그 마력 흐름을 기억했다.

    마법진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떤 마력 흐름인지만 파악하면 새로 설계하는 것이 훨씬 간단한 일이었으니.

    메르샤와 덴다르트가 이것저것 구경하는 동안 테오르가 카이를 데리고 개인 연구실로 이동했다.

    “일단 너도 수속성 마법은 다룰 줄 알지?”

    “공용 마법 수준이죠.”

    테오르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공용 마법 수준의 것을 배워서 비전 마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유명한 인간이 무결의 마법사였다.

    그랬던 이가 대마법사가 되었는데 아직도 수속성 마법을 공용 마법 수준에 남아있다는 것은 지독한 농담이었다.

    “굳이 자네 수준을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네. 내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겠지.”

    그리 말한 테오르가 손을 내밀자 그의 손바닥 위로 둥근 물방울이 나타났다.

    카이는 테오르가 만든 물방울을 보았다. 물이 있는 곳에서 그 위력이 극대화되는 수계 마법이라지만, 물이 없는 곳에서도 비전 마법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 테오르였다.

    저만한 물방울 하나가 그의 마력을 따라 움직이면서 주변의 수분을 끌어모아 결국 도시 하나를 무너트릴 정도의 위력을 내니까.

    “잘 보고 있나?”

    사실 테오르의 비전 마법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뱀’과 싸울 때 폭포수에서 그가 물을 다루는 것을 보았다. 잠깐 본 것이었지만, 선명하게 기억에 남던 마력 흐름이라 굳이 비전 마법을 볼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테오르의 밑바닥을 보고 싶었다. 아직 마력이 안정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어떻게 비전 마법을 펼치는지 바라보던 카이는 자신을 집어 삼킬 듯 커진 물줄기를 보았다.

    이 정도 공간에서 이만큼의 수분만 가지고 이런 마법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테오르의 능력임을 알 수 있었다. 카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물줄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만두면 물줄기에 홀딱 젖을 판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날아드는 물줄기의 마력을 잡아채 다시 물방울로 만든 카이가 자신의 손 위에 그것을 띄우자 테오르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너, 너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카이는 그 말에 물방울을 흩어냈다. 태초의 순수 마력의 근원을 만나고 와서 그런가? 마법의 마력 구조를 파악하고 역산해서 흩어내는 것은 이제 너무나 태연하게 벌일 수 있었다.

    카이는 테오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직도 마력 회로를 제대로 고치지 않으셨군요.”

    “크크.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될 일이던가?”

    “그거 제가 봐 드려도 되겠습니까?”

    테오르는 ‘뱀’과 싸울 때 분명 도움이 될 대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이렇게 아직 회복도 못 한 채로 있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였다.

    그래서 카이가 묻자 테오르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성녀도 어찌 못하는 건데 자네가 어찌 치료하겠다는 건가?”

    카이는 대답도 없이 빤히 테오르를 바라보았다. 테오르는 잠시 카이를 바라보았다. 카이와 자신은 지금 ‘뱀’이라는 존재와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카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할까?

    물론 죽이자고 하면 안 될 것도 없다. 자신만 죽이면 제국의 황궁에 있는 전력이 다 달려들어도 카이와 퀸을 어쩌지 못할 테니까.

    테오르는 가만히 카이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자신의 마법을 빼앗아 펼치는 것만 보아도 카이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지금 어차피 카이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다. 아무리 이곳이 자신의 연구실이고, 이곳에서는 자신이 절대적인 존재인 걸 알면서도 싸울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테오르는 맡겨보기로 했다.

    마력 회로에 문제가 생긴 지금은 그를 이길 방법이 없었으니까.

    “어떻게 치료하겠다는 건가?”

    “손만 내미시면 됩니다.”

    테오르가 손을 내밀면서 농담을 꺼냈다.

    “내가 남자한테 내 손목을 맡긴 건 처음 있는 일이니가 살살 부탁하지.”

    카이는 테오르의 농담에 썩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태초의 순수 마력을 소환했다. 테오르는 카이가 소환한 것을 무심히 보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법사이기에 안다. 저게 무엇인지.

    저 안에 담긴 마력이 끝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까지도.

    “뭐, 뭔가 그거?”

    카이는 대답 대신 테오르의 손목을 쥐고 태초의 순수 마력을 끌어왔다. 가장 순수한 마력이 그대로 쭉쭉 뻗어 나가며 테오르의 마력 회로를 뚫어 버렸다.

    막힌 마력 회로가 뚫리고 그 길로 순수한 마력이 훑어갔다.

    테오르는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이게 엄청난 기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순수한 마력은 만날 수도 없을뿐더러 이 마력이 자신의 마력 회로를 지나가는데 그걸 그냥 놓아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거둬들였다.

    처음에는 이 마력이 온전히 카이의 것이라 거둘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뜻밖에도 손쉽게 통제권이 넘어왔다. 그래서 그 마력을 마구 빨아 먹었다.

    마구잡이로 빨아 먹던 마력이 어느 순간 점점 넘어오지 않더니 신기루처럼 몸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나 그것에 아쉬워 할 틈은 없었다.

    지금 거둔 마력만 해도 배가 터질 정도였으니까.

    팔을 잃고 마력 회로가 꼬이면서 망가졌던 것을 단숨에 회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빵빵하게 마력을 얻었다. 그 마력의 양은 전성기 때보다 더 늘어나 있었다.

    본인이 가진 마력의 양이 늘어난다고 마법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력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공간 이동에 들어가는 마력만 자신이 간단히 충당할 수 있어도 훨씬 편해지니까.

    그래도 팔을 잃으면서 막힌 마력 회로를 우회해서 마력 회로를 다듬고 이번에 얻은 마력을 수습한 테오르가 천천히 눈을 떴다.

    팔을 하나 잃었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상태가 좋았다. ‘뱀’을 만나기 전의 자신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히 마력의 양이 늘어서가 아니었다.

    카이가 보여주었던 그 마력 제어법과 자신의 몸 안을 휘돌며 뻥뻥 뚫고 돌아다니던 순수한 마력의 흐름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인간의 한계라고 하는 8성에서 더 오를 곳이 없을 것 같았는데 그 깨달음을 얻기 전과 후가 이토록 달랐다.

    그런데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나니 눈에 보인다. 지금 앞에 있는 이 카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괴물인지.

    그리고 그가 옆에 소환해 놓은 저 마력 덩어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닫는다.

    같은 마법을 써도 마력의 용량에 따라 위력이 달라진다. 무한정 용량에 따라서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 계산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인간이었으니까.

    저만한 마력이 있으면 자신도 도시가 아니라 황궁, 황도도 수몰시킬 자신이 있었다.

    “대체 그게 뭔지 설명 안 해 줄 텐가?”

    카이는 태초의 순수 마력으로 테오르의 몸에 막히고 꼬인 마력 회로를 뚫어주면서 그가 마력을 제어하고 품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거두었다고 생각하는 마력이 자신이 끌어들인 태초의 순수 마력이었기에 그 안에 심어 놓은 것이 있었다.

    테오르가 자신을 배신한다면 그걸 언제든 비틀어 버릴 수 있었다.

    그의 목숨 줄을 틀어쥐고 있었기에 카이는 순순히 답해줬다.

    “바헬이 죽기 전에 만들었던 불꽃을 기억하십니까?”

    “저번에 보여줬던 그거?”

    카이의 영지로 와서 같이 살펴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그게 태초의 불꽃이었다고 하더군요.”

    “태초? 그거에 관련된 논문은 제법 읽어 봤는데 실존하는 것이었나?”

    카이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조금 전 테오르가 다루는 수 속성 비전 마법을 보면서 태초의 물에 대한 단서도 얻었다. 그걸 소환할 그릇이 안 되어서 그렇지 태초의 물도 수기가 강한 곳에 가서 집중하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는 태초의 순수 마력 옆에 태초의 불꽃을 소환했다.

    그걸 보고 테오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태초의 속성을 다룰 수 있게 된 건가?”

    “운이 좋았죠.”

    태초의 순수 마력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읽을 수 있었던 테오르는 새삼 카이가 두려워졌다. 저런 괴물을 8성이라는 이름 아래 같이 묶어 놓아도 되는 건가?

    “내가 자네한테 뭐 잘못한 것 없지?”

    카이는 그 물음에 픽 웃음을 흘렸다.

    “‘뱀’에게 통할 마법이나 개발하세요. 그보다 아티펙트 설계는 하신 겁니까?”

    “8성 마법을 조합 마법진으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 게다가 전의 내 상태로는 솔직히 활성화 할 자신도 없었고.”

    “어차피 절 불렀어야 했다는 겁니까?”

    “적어도 활성화는 부탁했겠지.”

    카이는 그 말에 픽 웃고는 말했다.

    “됐습니다. 만들어 보죠.”

    처음에는 조합 마법진에 허수를 담으려고 했다. 다시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게.

    그런데 이번에 태초의 순수 마력을 다뤄보니 알겠다. 이걸 이용하면 활성화도 쉽고 활성화 후에 소모값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신 언제든 자신이 부술 수 있다.

    그리고 태초의 순수 마력으로 활성화 시키지 않으면 같은 조합 마법진을 사용해도 아티펙트는 활성화할 수 없다.

    아무리 최상급 마정석이라고 해도 마력의 순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카이는 딱 하루 만에 아티펙트를 완성했다. 자신이 만들면 훨씬 작게도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마차 정도의 크기로 설계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옮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정 급하면 테오르가 공간 이동으로 옮겨도 되고.

    물론 테오르가 갔다면 아티펙트를 쓰기보다 자신이 직접 마법을 쓰는 게 더 효과적이기는 할 터였다.

    카이는 테오르를 돌아보았다. 그는 카이의 옆에서 만든 아티펙트를 보고 있었다.

    8성급 아티펙트가 정말로 만들어질 줄은 몰랐다.

    “활성화는 언제 할 거야?”

    “지금 하려고요.”

    “그럼 부탁해.”

    카이는 태초의 순수 마력을 소환하고는 아티펙트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태초의 순수 마력을 끌어왔다.

    ‘감응’까지 하지 않아도 그 힘을 끌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우우웅.

    단번에 끌어올린 마력이 아티펙트에 그려진 조합 마법진에 하나둘 마력을 불어넣더니 폭발하듯 강렬한 빛을 뿜어냈다가 잠잠해졌다.

    “된 건가?”

    “그 정도는 봐서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다만 믿기지 않아서 말이야.”

    자신이 기를 쓰고 만들려고 해도 만들지 못했던 것을 뚝딱 하루 만에 만들었다. 이번에는 허수도 안들어가서 다시 만들라고 해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활성화는 이리 쉽게 못 하겠지만.

    “제품이 완성됐으니 위력 시범 보이러 가야죠.”

    카이는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태초의 순수 마력이 있다면 이제 8성급 아티펙트도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을. 물론 8성급 아티펙트를 사용할 때 들어가는 마정석이 문제일 뿐이다.

    “그래. 가지. 폐하도 모시고.”

    카이가 아티펙트를 띄워서 밖으로 나가니 테오르의 연구실을 한창 구경하던 메르샤와 덴다르트가 다가왔다.

    “뭐야? 완성된 거야?”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에 테오르가 먼저 공간 이동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덴다르트가 물었다.

    “이게 주문한 8성급 아티펙트라는 거냐?”

    “예.”

    “그런데 뭐 이리 커?”

    “조합 마법진만 가지고 만들면 어쩔 수 없어요.”

    카이의 대답을 들은 덴다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축소 마법진도 없으니 어쩔 수 없겠네.”

    결합 마법진까지 쓰면 휴대용으로도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카이는 굳이 그런 설명을 하기보다는 아티펙트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보다 위력 시범이나 보러 가죠.”

    “크흐흐. 좋아. 이런 건 꼭 봐줘야지.”

    덴다르트도 8성급 아티펙트는 처음 보는 거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위력 시범은 제국의 땅 중 가뭄으로 말라버린 호수가 있는 곳에서 행하기로 했다. 주변에 수분은 호수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이게 채워지기만 하면 근처의 가뭄마저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위력 시범을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

    카이는 새삼 클레바논 황제가 머리를 쓴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위력 시범을 보이지도 않을 수도 없었기에 이곳으로 왔다.

    많은 이들이 온 것은 아니었다.

    황제를 호위할 검성과 테오르가 왔고, 클레이트와 클란드라도 함께 왔다.

    페코가 다시 나타나 퀸까지 모두 함께 온 자리에서 테오르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최상급 마정석들을 끼워 넣기 시작했다.

    한 번 마법을 가동하는데 필요한 최상급 마정석의 수만 서른여섯 개.

    카이는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마력의 효율을 많이 높이지는 않았다. 테오르가 최상급 마정석을 모두 끼워 넣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티펙트를 사용하기 위해서 테오르가 필요하면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테오르의 제자 중 하나인 6성급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아티펙트를 가동시키자 최상급 마정석을 끼워넣은 마법진이 빛을 뿜기 시작했고, 곧 마법진들에 불이 들어왔다.

    아티펙트의 앞으로 모인 둥근 물방울은 사람 크기만 했는데 그곳에서 쏟아져 나간 물줄기가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호수 중심을 강타했다.

    쿠르르릉.

    그렇게 쏟아진 물줄기가 어찌나 거셌는지 호수가 삽시간에 차올랐다. 어지간한 도시 하나 크기였던 호수가 채워지는 것을 보고 클레바논 황제가 손뼉을 쳤다.

    “하하하하. 대단하군! 대단해!”

    클레바논 황제가 카이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자네 내 사위 될 생각 없나?”

    이게 뭔 수작이지?

    돌싱 후 대마법사-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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