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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100화 (100/150)
  • 100화 해주

    문그록을 찾아야 하지만 일단은 그를 찾으려고 해도 당장은 찾을 방법이 없었다. 대륙 서부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준비했지만, 아직 왕국의 움직임을 확인할 정도일 뿐 사람 하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아니타의 시신을 수습하고 그녀와 함께 영지로 돌아왔다.

    아니타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아직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그래도 마법사답게 새로운 육신에 만족하고 있었다.

    마법을 다룰 수는 없게 됐지만, 그 육체가 가진 능력이 어지간한 5성급 능력자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마법을 다룰 줄 알기에 그녀의 마법적 지식에 도움이 될 만한 아티펙트를 달아주면 될 일이었다.

    육체가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인간이었을 때의 습관 때문인지 아니타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카이는 덴다르트와 테오를 한 자리에 모았다.

    덴다르트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제자야. 내 동생이 저렇게 인형이 됐는데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그 새끼 좀 찾아줘라.”

    카이는 덴다르트의 분노에 공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을 건드렸으니 죽여버려야지.

    스승의 가족을 건드렸으니 카이도 놈을 그냥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카이의 시선이 테오를 향했다.

    “일단 놈을 찾아봐. 담배에다 개수작을 부려놨는데 뭔가 후속 조치를 하지 않겠어?”

    “암흑가랑 엮여도 괜찮겠습니까?”

    덴다르트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눈이 돌아간 대마법사가 어떤 건지 알려줘야지. 대륙 서부 암흑가를 싹 다 죽여도 되니까 찾아주게.”

    테오가 카이를 돌아보자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줬다. 카이의 허락이 떨어지자 테오가 대답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겠습니다.”

    “그래. 현상금은 1억 프랑. 그 정도면 기를 쓰고 찾으려고 하겠지.”

    덴다르트는 카이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위해서 그만큼이나 신경 써준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카이는 테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보다 각오는 되셨습니까?”

    “무슨 각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놈을 찾을 생각이신가 확인하려고요.”

    “당연하지.”

    덴다르트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방랑 마법사 단장의 친구라고 했잖습니까?”

    덴다르트는 카이의 말에 그제야 인상을 굳혔다.

    “카메룬을 털 거냐?”

    “만나보려고요. 풍륜의 대마법사가 숨지 않았다면 위치를 특정하기 쉬울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만났는데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족칠 생각입니다.”

    덴다르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를 죽이면 방랑 마법사단과 적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카이는 두렵지 않았다. 8성 대마법사란 그런 존재니까.

    “혹시 다른 마음 먹었으면 죽이면 되죠. 방랑 마법사단은 스승님이 이끄시면 되고요.”

    “나 그레이스 소속 마법사다.”

    방랑 마법사단과 선을 긋는 모습에 미소를 지은 카이가 테오를 돌아보았다.

    “풍륜의 대마법사 찾아봐. 만나봐야겠다.”

    작정하고 숨은 문그록 보다는 찾기 쉬울 터였다. 대륙을 떠도는 방랑 마법사라고 해도 그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작정하고 숨은 것이 아닌 이상 위치르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찾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부탁한다.”

    테오가 사라지자 덴다르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만날 때는 저 혼자 다녀올게요.”

    “아니다. 내가 그 인간을 잘 아니까 거짓말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 같이 가자.”

    덴다르트가 이번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깨달은 카이도 이번 일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눈을 뜬 아니타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꺼풀까지 만든 인형이라 그런지 눈을 뜨니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아니타는 손을 들어 가슴을 만졌다.

    문그록의 검이 찔렀던 자리. 그리고 손은 배로 갔다. 문그록이 발로 차서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 그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니타는 그 배신감에 절망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죽어서도 하늘 신 시엘의 품으로 가지 못한 것은 그 배신감과 원한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혼이 된 상태로 있는 동안 복수심, 배신감도 흐릿해졌다.

    며칠이 몇 년 같았다.

    그 지독한 공허함에 매몰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아마 조금만 더 지났다면 자신의 기억도, 존재도 잊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아마 덴다르트가 조금만 늦게 찾아왔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새로운 몸을 얻은 것이 믿기지 않았다.

    노크 소리가 들리기에 아니타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자 그곳에는 덴다르트가 있었다.

    “잘 잤냐?”

    “응.”

    “잠깐 들어가도 될까?”

    아니타가 고개를 끄덕이자 덴다르트가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어색하지?”

    아니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인형에 뭐 이런 쓸데없는 능력을 넣었는지 모르겠는데 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자신의 몸을 직접 만지지 않았을 때는 자신이 인형 속에 들어온 건지 살아있는 건지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몰라. 그래도 이렇게 다시 세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하고 있어.”

    덴다르트는 그 말에 이를 악물었다. 인형 속에 들어가 있어서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점점 깨닫게 될 터였다. 인형은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않는다는 것을.

    그것에서 점점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갈 터.

    덴다르트는 자신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일단 문그록을 죽일 때까지 함께 있자. 그리고 언제든 말해라. 인형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언제든 네게 영면을 줄 테니까.”

    아니타는 그 말을 듣고 덴다르트가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을 살렸지만, 자신이 죽음을 선택한다면 순순히 놓아주겠다는 말에는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고마워. 오빠.”

    처음에는 되살아났다는 것에 기뻐했지만, 아직도 죽음 이후에 영혼이 맞이했던 공허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렇게 살아있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신성 교국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교단의 교리를 가르치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니 일단은 살아본다.

    “문그록을 찾으면 얘기하마. 그동안 여기서 지내라. 심심하면 마법을 연구해도 좋고, 몸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그것도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

    “···걱정하지 마. 그보다 문그록은 조심해. 그는 진짜 강하니까.”

    덴다르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 제자가 8성 대마법사다. 너도 봐서 알지?”

    공간 이동으로 단번에 이곳까지 날아왔던 것을 떠올린 아니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8성 대마법사가 덴다르트와 함께 한다면 위험할 일은 없으리라.

    “그래도 조심해.”

    “걱정하지 마라.”

    덴다르트는 가볍게 아니타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는 덴다르트의 눈에서는 섬뜩한 기운이 감돌았다.

    어젯밤 그녀의 방에서 들린 비명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 비명 때문에 덴다르트도 잠을 설쳤다.

    그녀에게 이런 말을 전한 것도 모두 그녀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덴다르트의 분노가 짙게 타올랐다.

    카이는 자신을 찾아온 덴다르트에게 직접 차를 내주며 그를 살펴보았다.

    아니타가 밤에 지른 비명은 내성에 있는 이들 모두가 들었다. 그래서 덴다르트가 직접 그녀를 찾아갔던 것.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니. 기억은 못 하고 있더라.”

    덴다르트는 그래서 더욱 열이 뻗치는 것 같았다.

    “저도 그쪽은 잘 몰라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흑마법사들이라도 잡아 올까요?”

    신성 교국은 알게 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그들을 데리고 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해야 한다면 흑마법사들이라도 잡아다가 증상을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구나.”

    죽자마자 인형의 몸으로 옮기거나 되살렸다면 모르겠는데 죽은 지 며칠이 지난 영혼을 옮긴 부작용인 것 같았다.

    “아직 못 찾았다고 하더냐?”

    아무리 거리 제약 없는 양방향 통신기를 준비해 주었다고 해도 고작 하루 지났다. 정보 조직이 지금 당장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응답했겠지만, 그들이 알아내려고 움직인다면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아직 연락 없었습니다.”

    “후우.”

    “기다려 보시죠. 곧 알아내게 될 겁니다.”

    덴다르트는 그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라고 제자를 이렇게 독촉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어젯 밤에 들렸던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의 끔찍했던 비명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 못난 모습을 보였구나.”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카이가 워 메이지가 되고 야만인들을 괜히 죽인 것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이 죽은 것을 보고 눈이 돌아가서 그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했었다.

    그런데 가족이 살해당했는데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테오가 안으로 들어왔다.

    카이와 덴다르트의 시선이 닿자 테오는 다가와서 앞에 앉았다.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제?”

    테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담배를 통해 중독 증상이 일어났던 이들이 환각 증상에 미친 건지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는데 그 증상이 퍼진다고 합니다.”

    환각 증상이야 아프록시아 잎으로 만든 담배를 피우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단순 중독 증상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가까운 곳이 어디야?”

    “타메아 왕국의 왕궁입니다.”

    카이는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덴다르트도 따라 일어났다.

    “같이 가자.”

    예전이라면 덴다르트에게 이곳을 지키라고 할 테지만, 퀸이 8성에 올랐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카이는 덴다르트와 함께 타메아 왕국의 왕궁 상공으로 공간 이동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왕궁은 난리가 나 있었다.

    전신에 검은 실핏줄이 일어난 인간이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공격당한 이들이 바르르 떨다가 상처에서부터 시작한 검은 핏줄이 일어나며 다른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그걸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거 ‘뱀’의 독에 중독된 증상인데요?”

    “그럼 문그록이 ‘뱀’에게 넘어갔다는 거냐? 7성 정도만 되어도 쉽게 안 넘어간다면서.”

    “그렇기는 한데 원하는 것을 내준다면 넘어갈 수도 있죠. ‘뱀’에게 몸은 내주지 않아도 협력 정도라면.”

    카이는 그대로 날아 내려가 날뛰는 이의 앞에 섰다. 피아 구분을 못 하는지 달려드는 자를 순수 마력의 사슬로 구속한 카이는 가까이 다가가서는 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눈이 돌아간 것을 보면 이지를 상실했는데 담배를 피우고 이렇게 독인이 되어 다른 이들을 노린 것은 시간차가 있었다.

    카이는 독인을 바라보다가 이질적인 술식의 흐름을 읽었다.

    단순한 중독이 아니라 이건 저주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렸다. 대륙 서부 전역에서 중독자가 나왔는데 그들에게 동시에 터트린 것을 보면 새삼 ‘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아직은 ‘뱀’을 넘어설 수 없음을 알겠다.

    “제자야! 뭐하냐?”

    덴다르트가 달려드는 다른 자들을 모조리 얼리며 묻기에 카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 당장 대륙 전역에 ‘뱀’이 일으킨 저주를 해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카이의 방대한 마력이 왕궁 전역으로 퍼지면서 그 저주 술식을 파훼했다. 독인들 중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이들은 죽었지만, 그 외에 단순히 저주에 걸렸던 이들이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너 뭘 한 거냐?”

    바로 옆에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카이의 마력이 왕궁 전체를 뒤덮는 것을.

    카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네요.”

    이만한 대규모 저주 술식을 파훼하면서 카이는 자신도 모르던 영역에 또 한 걸음 다가갔다.

    돌싱 후 대마법사-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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