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싱 후 대마법사-99화 (99/150)
  • 099화 아니타

    카이는 테오가 준 차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고 있었다. 태초의 속성을 연구하는 것에 실마리를 잡았지만, 아직 다른 태초의 속성을 소환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래도 세 가지 속성을 소환한 채로 자신의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일단 용량 자체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카이는 세 개의 태초의 속성을 소환한 채로 지냈다.

    테오는 그런 카이가 소환한 것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저것들 냉기도, 열기도 내뿜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내가 그러기를 원하지 않으니까.”

    “정령이랑 다를 바가 없네요.”

    카이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보다 할 말이 있는 거야?”

    테오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대관식이 내일입니다. 참석 안 하실 겁니까?”

    “안 해.”

    카이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엘티온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가 휘둘리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였다.

    테오는 그런 카이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카이와 엘티온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테오도 더 뭐라하지 못했다.

    “문그록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문그록?”

    조직의 이름이자 신성 교국의 고아원을 운영하던 자를 떠올렸다. 7성급 육체 강화자. 문그록.

    덴다르트의 여동생과 같이 있던 자.

    “예.”

    “그자가 왜?”

    “아프록시아 잎을 이용한 담배에 중독된 자들이 속출하는 중입니다.”

    “마약이니 당연히 중독되는 거 아니었어?”

    “보통 귀족들이 사용하는 담배는 그 중독성을 낮춘 제품들이었는데 지금은 담배에 중독된 자들이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왕국 내에서?”

    “본국은 괜찮지만, 다른 왕국들의 상황이 심각합니다.”

    카이는 그제야 관심을 가졌다. 엘도 왕국도 아니고 다른 왕국의 귀족들이 중독되는 말든 그가 상환할 바는 아니었는데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니 문그록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러고 보면 대륙 서부를 장악하고 있던 문그록은 왜 암흑가를 휘어잡았을까?

    단순히 돈이 되는 것을 원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 보였다.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단순하게 신분을 위장하려고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니까.

    그런 그가 일을 벌였다고 하니 궁금함이 생겼다. 그리고 마법사는 호기심을 참는 이가 아니다.

    카이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덴다르트를 찾아갔다. 덴다르트는 프릴과 함께 앉아서 조합 마법진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프릴은 아직도 성급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조합 마법진에 대한 이해는 상당했다.

    덴다르트의 성취는 더 깊어서 테오르보다 조합 마법진에 대해서는 더욱 뛰어났다. 비행정에 들어간 마법진들을 손보면서 그 성취가 빠르게 깊어지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냐?”

    카이는 덴다르트의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시죠.”

    “어디?”

    “동생분 만나러요.”

    “아니타? 걔는 왜?”

    카이는 그 말에 잠깐 고민해보다가 답했다.

    “문그록이랑 같이 있는 건 아시죠?”

    “걔가 누구를 만나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방랑 마법사단에 소개해준 거로 오빠로서 할 일은 다 한 거니까.”

    7성에 오르고도 따로 찾아가지 않았던 것을 보면 흔한 남매 사이였는데 그 부분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그록이 지금 대륙 서부에 수작을 부린다는 것 같아요. 아프록시아 잎으로 만든 담배에 무슨 수작을 부린 것 같은데 일단 만나서 얘기해보려고요.”

    “문그록이?”

    “예. 문그록에 대해 아십니까?”

    덴다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 친구라서 본 적이 있었지.”

    “어떤 남자죠?”

    덴다르트는 어깨를 으쓱여 보이고는 말했다.

    “뭔가 수작을 부렸으니 가서 확인해 보자 이거냐?”

    “예.”

    “그가 수작을 부렸다면?”

    카이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뭘 물어요? 개수작 부렸으면 대가를 치르면 되죠. 그냥 돈 벌려고 한 거면 몰라도 지금 일을 벌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수상하니까요.”

    “‘뱀’이랑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 거냐?”

    카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뱀’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의심스럽지만,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모두 주의해서 봐야 할 것 같아요.”

    ‘뱀’의 목적은 모르겠지만,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알겠다. 그러니 문제가 생긴 것들은 하나씩 처리할 생각이었다.

    “흐음. 동생이 나쁜 길에 가면 바로 잡아 주는게 또 오빠가 할 일이지. 가자.”

    카이는 덴다르트를 데리고 공간 이동을 했다. 신성 교국의 고아원에 도착한 카이는 잠시 인상을 굳혔다. 그의 마력 감지에 걸리는 존재가 없었다.

    문그록의 마력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그는 물론이고 덴다르트의 동생인 아니타도 사라진 것 같았다.

    카이가 걸음을 옮겨 고아원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나오는 여인이 있었다. 신성 교국의 수녀.

    “어떻게 찾아오신 건가요?”

    “이곳의 원장으로 있던 이를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아, 그록 형제님 말씀이시군요. 아버지가 아프시다고 해서 간병을 위해 떠났어요.”

    카이는 그 말에 문그록이 내뺐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남아있었다면 대화를 통해 뭔가를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완전히 몸을 내뺀 것을 보면 찔리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카이는 수녀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100만 프랑짜리 금화를 전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카이는 덴다르트와 함께 길을 걸으며 물었다.

    “혹시 동생분의 위치를 특정지을 수 있습니까?”

    “목걸이의 위치는 파악이 된다. 가자.”

    덴다르트가 전해준 위치를 파악한 카이가 그곳으로 공간 이동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 있다고요?”

    “잠깐.”

    덴다르트가 중얼거리는 사이에 그를 시작으로 움직이는 마력을 읽은 카이가 인상을 굳혔다. 덴다르트도 카이처럼 마력의 흐름을 읽은 것인지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어느 산자락. 그리고 그 마력이 닿는 곳은 산속 깊은 곳이었다.

    어떤 불길함을 느껴서인지 덴다르트의 걸음이 느려졌고, 카이도 아무런 말 없이 그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낭떠러지였다.

    덴다르트가 낭떠러지로 뛰어내릴 때 카이도 그를 따라 움직였다. 태초의 바람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그의 몸을 감싸고 아래에 도착한 카이는 그곳에서 시체 한 구를 볼 수 있었다.

    심장에 구멍이 나있고, 머리가 으깨져서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아니타의 목걸이와 마지막에 보았던 그녀와 같은 복장을 한 시체.

    덴다르트가 그 시체를 내려다보다가 믿기지 않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지?”

    카이는 그 물음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그록이 일을 벌이고 그 소식이 테오의 정보 조직을 통해서 들렸다면 시간이 꽤 지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낭떠러지 아래의 골짜기는 햇빛이 들지 않는 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 이런 곳에서라면 죽어도 영혼이 쉬이 떠나지 않고 머물 수 있다.

    카이는 잠시 눈을 감고 양손을 벌렸다.

    마침 흑마법사들에게 강신과 빙의에 대해 배웠다. 영혼을 다루는 법을 배운 카이는 주위의 영혼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여인의 영혼을 찾아냈다.

    육체를 잃은 탓에 흐릿해진 영혼이 카이의 흑마법으로 깨어났다.

    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했는데 실제로 그녀가 죽었음이 확실 시 되었다. 덴다르트도 이변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카이가 깨운 그녀의 영혼을 보며 덴다르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떻게 된 거냐? 네가 왜?”

    아니타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

    덴다르트의 주위로 지독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위의 마력이 얼어버리는 지독한 냉기. 7성에 오른 덴다르트의 분노가 주위에 서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타는 그 모습에 덴다르트에게 다가갔다.

    -내가 남자 잘못 본 탓이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그 새끼냐? 문그록이 이랬어?”

    아니타는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놈에게 당했어. 담배에 수작을 부리기에 그게 뭔가 파악하다가 당했어.

    “담배에 무슨 수작을 부렸는데?”

    -모르겠어. 조사 중에 당해서.

    덴다르트는 진상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 새끼 어디로 갔어?”

    덴다르트가 이렇게 분노한 것은 카이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괜히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아 기다리니 아니타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괜히 나섰다가 오빠마저 죽으면 어쩌려고.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말해. 그 새끼 어디로 갔는지.”

    아니타는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사실 나도 몰라.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어둠을 가지고 있더라고.

    덴다르트는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단순히 사고를 친 걸 넘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동생을 죽였다는 걸 들으니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놈은 내가 죽여주마. 그러니 마음 놓고 떠나라.”

    아니타의 영혼이 뺨을 긁적이더니 답했다.

    -그게 내 마음대로 떠날 수는 없는 것 같아. 살해 당해서 그런가?

    영혼으로 불려왔을 때는 뭔가 원혼이라도 된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덴다르트의 시선이 카이를 향했다.

    “강제로 하늘로 돌아가게는 못 하냐?”

    “그럴 거면 시신을 수습해서 신성 교국으로 가서 성녀에게 부탁해 보죠.”

    성녀라면 아무리 살해당한 그녀라고 해도 성불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덴다르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니타를 바라보았다.

    “아니다. 너 나랑 같이 있다가 그 새끼를 얼릴 때 지켜봐라.”

    -진짜 복수 하려고?

    “당연하지. 담배로 개수작을 부렸어도 신경 쓸 일은 없지만, 내 동생을 죽였다면 얘기가 다르지. 네 오빠가 워 메이지라는 걸 잊지 마라. 그리고 넌 방랑 마법사이기도 하고.”

    방랑 마법사들은 서로를 챙긴다. 복수도 해주고.

    그런데 같은 방랑 마법사이자 여동생의 죽음을 안 덴다르트가 복수하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덴다르트가 카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혹시 아니타의 영혼을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려고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빙의와 강신을 배운 카이였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인공 영혼도 만들었는데 살아있는 영혼을 담아내는 것이 어려울까?

    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방을 뒤적였다. 그곳에서 꺼낸 것은 아직 인공 영혼을 담지 않은 트리달리움으로 만든 육체였다.

    “어, 여기다 담아도 될까요?”

    덴다르트가 그 말에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뭐야? 인형으로 되살리겠다는 거야?”

    카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답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인공 영혼은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았지만, 영혼을 담아 되는지는 확신이 없기는 해요.”

    덴다르트는 그 말에 눈을 번뜩였다. 영혼이 안착하기만 한다면 이건 부활이라고 해도 될 일이었다.

    “해보자.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육체를 줄 수도 있으니까.”

    인공 영혼을 안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실제 영혼을 인식하는 것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카이는 잠깐 아니타의 몸을 살펴보더니 인형을 손보기 시작했다. 트리달리움으로 만들었지만, 어렵지 않게 손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영혼이 안착할 거라면 적어도 신체 사이즈라도 같아야 할 것 같아서 조절한 카이가 아니타의 영혼을 인형의 몸에 담았다.

    카이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드는 인형은 전보다 훨씬 더 개량되어 있었다. 카이는 손을 비벼서 긴장한 것을 풀고는 아니타의 영혼을 인형에 담았다.

    인형의 안쪽에 마법진을 그려서 강신시켰는데 만약 이게 깨진다면 그때는 영혼이 흩어질 각오도 해야했다. 트리달리움으로 된 육체에 온갖 방어 마법과 강화 마법을 떡칠했기에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상대가 7성 육체 강화자라면 조심해야 했다.

    아니타의 영혼이 인형에 만든 마법진으로 들어간 것을 본 카이와 덴다르트는 마른 침을 삼켰다. 과연 그녀가 제대로 깨어날 수 있을까?

    긴장한 카이와 덴다르트의 눈에 인형이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눈을 깜빡인 인형이 덴다르트와 카이를 돌아보더니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어, 나 지금 살아난 거야?”

    덴다르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타?”

    그녀의 눈이 덴다르트를 향했다.

    “응. 오빠.”

    “아니타!”

    덴다르트가 왈칵 눈물을 쏟으며 달려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둘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는 것을 보고 카이는 다행이다 싶었다.

    돌싱 후 대마법사-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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