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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97화 (97/150)
  • 097화 에빌 마탑

    다시 한자리에 모인 이들.

    퀸이 카이와 칼리를 번갈아 보다가 물었다.

    “아빠.”

    “응?”

    “왜 눈치 봐?”

    카이는 그 말에 작게 헛기침했다. 자기도 모르게 칼리의 눈치를 봤나 보다.

    카이는 모인 이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뱀’의 독에 대한 대비책을 구한 만큼 그만 돌아갈 생각이야. 다음에는 이곳까지 공간 이동할 수 있으니 필요한 일이 있으면 곧장 오도록 하지.”

    칼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도 돼요.”

    퀸에게 도움이 될 것을 훔쳐 배우려고 했는데 위훌루와 대련에서 시간의 벽을 뚫는 법을 알아냈으니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기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그래도 상당한 도움이 될 터였다.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펜리르에 올라탄 퀸과 그 짝이 되는 늑대에 오른 카이의 곁으로 다가온 칼리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또 봐요.”

    별거 아닌 인사에 살짝 설렜다. 카이는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답했다.

    “또 보지.”

    그 말을 끝으로 퀸과 함께 카이는 늑대를 몰았다. 도시를 벗어나 달리다 보니 저번처럼 다시 바람이 돕고, 땅이 돕고, 숲이 도왔다.

    그리고 그제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태초의 바람을 얻어서 그런지 이것이 태초의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카이는 퀸을 보았다. 태초의 불꽃 때도 그러더니 이 태초의 속성은 헬리움으로 이뤄진 퀸에게도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만 해도 굉장한 성과였다. 앞으로 갈 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태초의 속성을 이용하면 퀸도 마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대수림을 벗어날 수 있었다. 카이는 퀸과 함께 펜리르에 올라타고 영지로 돌아가면서 태초의 바람을 소환해 보았다.

    그리고 바람의 결을 타게 하니 펜리르의 속도가 몇 배나 빨라졌다. 퀸은 그 모습에 고개를 돌려 카이를 바라보았다.

    “아빠. 어떻게 한 거야?”

    “너만 기연을 얻은 게 아니라 나도 이번에 얻은 게 있어.”

    “흐응. 대단하네.”

    퀸의 재능에 감탄하고 있지만, 카이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콜린스는 아나벨 성녀의 치료를 받으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독이 더는 퍼지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여기면서도 마력이 봉인되어 일반인이 되어버린 그는 모든 것을 잃은 표정이었다.

    아나벨 성녀는 콜린스의 독을 해독하면서 해독 마법의 성취가 깊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신성력을 기반으로 그냥 쏟아부으면 치료가 되었기에 깊이 있게 해독 마법을 연구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콜린스라는 실험체를 데리고 지속해서 해독 마법을 사용하면서 신성력을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조금 더 효과적인지 알아내 가는 중이었다.

    “이대로 가면 사흘 정도면 움직이는 것은 무리가 없을 거예요.”

    “흥! 마력이 봉인된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마법사에게 마력을 빼앗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전능하지는 못했어도 7성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 함께 했던 마력이 없는 것만으로 이리도 무력해질 수 있다니.

    아나벨 성녀가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할 때 불쑥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애꿎은 성녀님한테 왜 짜증이야?”

    콜린스는 고개를 돌리다가 카이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치료는 되었지만, 그를 보니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턱을 가리게 됐다.

    그런 콜린스를 바라보던 카이가 물었다.

    “에빌 마탑에서 ‘뱀’에게 넘어간 자들이 몇 명이야? 너 하나야?”

    “아니. 장로들도 모두 물렸었는데 지금 살아있나 모르겠군.”

    6성급 흑마법사가 넷. 그들 모두 중독되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에빌 마탑의 위치를 말해. 직접 찾아가 봐야겠다.”

    “크크크. 그들도 데려다가 성녀에게 치료 받게 해주려고?”

    “아니. 치료법은 찾았다.”

    콜린스는 그 말에 픽 웃고는 말했다.

    “그럼 내 마력 봉인부터 풀어줘야 하는 거 아냐?”

    카이는 자신이 없을 때 문제를 일으킬까 봐 마력을 봉인했던 것뿐이었기에 콜린스의 마력 봉인을 풀었다. 마력 봉인이 풀린 콜린스는 자신의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짜릿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항상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몰랐던 마력이었는데 마력이 돌아오니 그것만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카이는 그런 콜린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위치가 어디야?”

    “만드리안 협곡. 놈들이 살아있는지 모르겠군.”

    모든 흑마법사를 하나로 모아서 목소리를 키울 생각으로 만들었지만, 흑마법사들은 지극히 이기적인 이들이었다. 자신의 제자가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는 자들.

    그렇기에 에빌 마탑의 다른 이들도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서 불러 모았을 뿐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카이는 아나벨 성녀를 돌아보았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뱀’의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았으니 그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에빌 마탑도 제게 맡겨 주시죠.”

    아나벨 성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콜린스를 데리고 온 것도 그였고, 에빌 마탑은 흑마법사의 자정 작용을 위해서 지켜보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어긋난다면 하나로 모여 있을 때 처리할 생각도 있었다.

    이단심문관과 성기사단, 신관들까지 모두 준비가 된 상황.

    그러나 카이가 에빌 마탑을 관리하겠다면 맡길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8성 대마법사인 그의 뜻을 거스를 자신도 없었고.

    호의를 가지고 있을 때 그걸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아나벨 성녀가 고개를 끄덕인 걸 보고 카이는 콜린스를 붙들고 그대로 공간 이동했다. 콜린스는 맨정신에 공간 이동한 게 처음이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새삼 자신이 누구에게 대들었었는지를 떠올렸다.

    8성 대마법사.

    그 놀라운 위용 앞에서 콜린스를 숨을 죽였다. 카이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야 해?”

    “일단 내려갑시다.”

    콜린스의 말을 듣고 카이는 협곡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있는 동굴로 들어간 콜린스를 보고 흑마법사들이 다가왔다. 우글우글 몰려온 이들이 모두 열 명이 넘었다.

    “탑주님! 장로님들을 구해주십시오!”

    콜린스는 그 물음에 물었다.

    “살아는 있냐?”

    “예. 살아있습니다. 다만 상태가···.”

    “어떤 상태일지 알겠다. 가자.”

    콜린스가 그들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자 카이도 군말하지 않고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마력 감지에 걸리는 이들을 읽을 수 있었다.

    장로들을 방에다 박아 넣고, 그 앞을 어떻게든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것도 슬슬 한계로 보였다.

    아무리 중독된 상태라고 해도 6성급 마법사들을 5성급 이하의 마법사들이 막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켜라.”

    안에서 튀어나오려는 시뻘건 근육의 골렘을 온갖 방식으로 묶어 뒀는데 그 앞에 선 콜린스가 뼈 감옥으로 가뒀다. 그리고는 손을 내뻗자 뼈창이 날아가 그대로 골렘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어차피 탑주는 콜린스였기에 카이는 그가 만들어주는 길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들어간 곳에는 온갖 해골들을 소환한 음욕의 마법사 브레넨이 있었다.

    “아직 정신은 있냐?”

    브레넨은 그 물음에 목을 드러냈다.

    “씨발! 카이저는 어딨는 건데! 네가 데리고 온 거잖아!”

    발악하는 브레넨을 보고 카이가 앞으로 걸어갔다. 카이가 다가가자 해골들이 달려들었지만, 간단한 손짓 한번에 우수수 쓰러졌다.

    브레넨이 당황해 할 때 카이가 순수 마력으로 만든 사슬로 브레넨을 벽에 박아넣었다. 그에게 다가간 카이가 핏빛 보석을 꺼냈다.

    “너, 너 누구야?”

    카이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비틀어 목에 물린 상처에 핏빛 보석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브레넨의 목에 난 상처로 핏빛 보석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붉은 기운에 검은 실핏줄이 점점 사라진다.

    “으흐흐흑!”

    몸을 부르르 떠는 브레넨을 바라보던 콜린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8성과 6성의 차이가 까마득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간단하게 제압할 줄은 몰랐다.

    단번에 브레넨을 치료한 카이는 그를 대충 바닥에 던져놓고 콜린스를 돌아보았다.

    “다음 만나러 가자.”

    카이는 콜린스를 따라서 이동하며 장로들을 모두 해독했다.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된 그들은 순순히 카이와 함께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에서 카이는 그들을 돌아보며 인사했다.

    “내 이름은 카이다.”

    매혹의 마법사 엘리슨이 카이의 말에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반가워요. 엘리슨이에요.”

    카이는 그녀를 무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개수작 부리면 죽인다. 매혹 마법은 치워.”

    엘리슨이 어색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카이는 그런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콜린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카이의 시선이 닿자 얼른 자신의 목을 내보였다.

    카이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굳이 저걸 당장 해독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카이는 모인 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가 상대한 것은 ‘뱀’이다. 카이저의 시체를 차지한 존재였는데 그 독은 겪은 것처럼 해독할 방법이 없다. 내가 가진 이걸 쓰지 않는다면 말이지.”

    카이의 말에 그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너희들을 콕 찝어서 부리려고 한 것으로 봐서 뭔가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너희를 노리겠지.”

    카이는 그들을 돌아보다가 말했다.

    “그러니 나와 함께 놈과 싸우던가 아니면 다시 놈의 노예가 돼라.”

    콜린스가 그 말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고는 카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에빌 마탑의 탑주가 되겠다는 말이오?”

    카이는 픽 웃음을 흘렸다.

    “내가 왜 에빌 마탑의 탑주가 돼? 마탑은 너희 마음대로 굴려. 내가 원하는 건 ‘뱀’이 다시 나타났을 때 내게 연락할 것 그 하나뿐이니까.”

    “저희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입니까?”

    엘리슨의 물음에 카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면 ‘뱀’에게 통할만 한 마법을 만들어 오던지.”

    콜린스는 그 말에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 보면 자신을 노예로 만들었던 놈을 그냥 둘 마음은 없었다. 해독은 하지 못하지만, 놈이 빙의한다면 대응할 방법이 있다.

    “빙의하는 악령이라면 상대할 방법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카이가 흑마법사들이 모인 에빌 마탑을 도운 것은 적어도 빙의, 강신을 대비하기에는 이들만 한 자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들은 강제로 ‘뱀’을 강신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뱀’을 확실히 죽일 수 있다.

    “좋아. 빙의, 강신에 관련된 흑마법을 내게 가르쳐 준다면 마탑 연합에 관련된 일은 해결해 주고 보상도 확실히 하지.”

    룬드그린을 노예로 만들려고 할 때 이미 완전히 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해결된다니 다행이었다. 다만 흑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말에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흑마법은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카이는 그 말에 오히려 픽 웃었다.

    “내가 왜 무결의 마법사라 불리는지 잊은 건가? 이미 최상급 영혼석 만드는 법도 모두 이해했다.”

    그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못할 뿐 하고자 한다면 흑마법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콜린스가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할 때 엘리슨이 말했다.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보상만 확실히 해주시면요.”

    “1억 프랑이면 되겠나?”

    엘리슨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돼요! 돼요!”

    콜린스가 그 말에 인상을 구긴 채 그녀를 돌아보았다.

    “넌 위아래도 없냐? 그리고 빙의, 강신이면 너보다 제이머스가 더 뛰어나잖아.”

    엘리슨이 입을 비죽 내밀 때 콜린스가 카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차피 놈을 죽일 방법이 있다면 보상은 필요 없소. 그러니 해독이나 해주시오. 아낌없이 가르쳐 드릴 테니까.”

    콜린스는 카이의 실력을 보았다. ‘뱀’도 제압한 데다가 공간 이동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카이가 8성 대마법사라는 것은 확실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와 연이 닿아 있다면 앞으로 백 년은 이득을 볼 수 있는데 지금 그깟 돈 1억 프랑이 문제인가?

    카이는 핏빛 보석을 꺼내 콜린스를 치료해주고는 미소를 지었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언제나 기대가 되는 일이었다.

    “그럼 흑마법을 배워볼까?”

    돌싱 후 대마법사-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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