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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92화 (92/150)

092화 만남

바헬은 마법사다. 마법이란 태초의 불꽃등 자연 현상에서 비롯한 마법을 익혔는데 오히려 태초의 불꽃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냈다.

퀸도 우연의 산물인 것처럼 이것도 우연의 산물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찾아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보는 것만으로 자극이 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카이는 마법의 근원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법의 근원에 대해 가장 방대한 정보가 있을 곳은 단 한 곳이었다.

마탑 연합.

지적 재산권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왔던 곳으로 카이는 다시 한번 찾아갔다.

아나벨 성녀는 교국으로 돌아가 ‘뱀’에 대해 알리고 그 대응책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교국에 그 위험성을 알리겠다고 했다. 테오르야 자신의 팔을 잘라 먹은 ‘뱀’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할 수 있었지만, 카이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메르샤는 아나벨 성녀를 내려주고, 바람의 협곡으로 가서 정령들에게 묻겠다고 했다. 과연 자연계 정령들은 ‘뱀’에 대해서 어떤 조언을 해줄지 궁금했다.

카이는 그들을 보내고 마탑 연합으로 공간 이동해 왔다. 다시 찾아온 마탑 연합 앞에서 카이는 걸음을 옮겼다.

전에 찾아왔기 때문인지 마법사들은 그를 알아보았다.

“무결의 대마법사!”

“카, 카이님?”

카이는 얼어버린 직원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은 채 물었다.

“마스터를 만나러 왔습니다. 따로 약속을 잡아야 할까요?”

“아, 아니요.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정구를 가동해서 확인해 본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따라오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녀를 따라간 곳은 넓은 원판이었다. 카이가 그곳에 올라서자 여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원판이 마법의 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이 아니면 만들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건물. 그 위로 하염없이 올라가던 원판이 멈추자 카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카이가 도착한 곳은 도시 연합을 내려다볼 수 있는 넓은 사무실이었다. 창가를 등지고 있는 의자에 앉아있던 낯익은 얼굴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먼저 찾아올 줄은 몰랐소!”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인사하는 룬드그린을 보고 카이는 담담히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이렇게 찾아올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이리 앉으시오.”

룬드그린이 권해준 자리에 앉은 카이는 그가 준비해 주는 차향을 맡으며 창밖에 시선을 주었다. 창밖으로는 도시 연합을 끼고 도는 강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역시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좋았다.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하늘을 날거나 비행정을 띄울 수 있는 카이였지만, 이렇게 두 발로 건물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는 운치는 또 달랐다.

카이가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룬드그린이 차를 내주며 말했다.

“이곳의 풍경은 일품이오. 원한다면 마탑 연합에 자리를 마련해 줄 수도 있소. 내 자리라도 얼마든지 내주리다.”

마탑 연합은 모든 마법의 총화를 모은 곳. 그러나 초대 마스터를 제외하고 8성에 오른 대마법사 중 마탑 연합 소속은 없었다.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라고 하는 8성에 오른 마법사는 오롯한 존재들. 그들은 마탑 연합을 갈취하기는 했어도 소속이 된 적은 없었다.

룬드그린도 카이가 그 말에 미소만 지은 채 찻잔을 집어들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맞은편에 앉아서 물었다.

“혹시 조합 마법진의 지적 재산권을 등록하러 온 거라면 100년을 약속드리겠소.”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조합 마법진을 작정하고 가르쳐 줬음에도 테오르조차 제대로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나온 물건은 제국과 교국에만 있다.

괴도 카네기가 죽은 이상 그 물건이 도둑맞을 일은 없으니 조합 마법진이 유출될 리는 없었다.

“하하하하. 그럴 줄 알았소.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늙은이를 찾아오셨소?”

마탑 연합의 마스터이자 스스로도 7성에 오른 대마법사인 룬드그린이었지만, 카이 앞에서는 그저 늙은이일 뿐이었다.

괴도 카네기라는 7성급 육체 강화자를 단숨에 태워버리는 것으로 카이는 7성에 이른 대륙의 강자들에게 경고를 남긴 셈이었으니 말이다.

카이는 룬드그린을 바라보았다.

마탑 연합의 마스터이자 7성급 대마법사.

그는 카이의 인생을 다 더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 7성에 머물러 있는 대마법사였다.

“태초의 속성에 대해서 아십니까?”

“태초의 불꽃이나 태초의 물방울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오?”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룬드그린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카이가 무결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며 온갖 아티펙트와 신비로운 것들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그의 학문적 깊이는 깊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태초의 속성에 관해 묻는 것을 보니 학문적 관심이 생긴 건가?

더는 오를 곳도 없는 경지에 도달한 지금?

“지금도 그에 관한 논문이 매년 나오고 있소. 원한다면 그중 그나마 쓸모 있어 보이는 논문으로 추려주리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걸 찾고 있는지 물어도 되겠소?”

카이는 그 물음에 미소로 답했다.

“그저 호기심일 뿐입니다.”

룬드그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준비해 드리죠. 하루면 될 겁니다.”

“그럼 내일 오죠.”

말을 마친 카이가 그대로 사라졌다. 룬드그린은 주위를 돌아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믿을 수 없군.”

역시나 공간과 시간에 간섭하는 저들은 인간이 오를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이들이다. 카이는 고작 스물일곱. 이제 곧 스물여덟이 된다고 하지만 그리 어린 이가 이만한 경지에 오른 것을 보면 하늘은 새삼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또한 불세출의 천재 중 하나라고 했지만, 그런 그조차 눈 아래로 볼 정도의 천재가 있었으니까.

“기왕 이렇게 연을 맺은 것 제대로 원하는 것을 준비해 줘야지.”

그가 무엇 때문에 태초의 속성에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란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종족. 그 호기심을 채웠을 때의 쾌감을 아는 이들이다.

그러니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것은 상당한 호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통신 수정구에 손을 올린 룬드그린이 입을 열었다.

“마법의 근원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중인 교수와 마법사들을 모두 소집해 주게.”

카이는 돌아와서는 비행정을 손보기 시작했다. 공간 이동을 통해 어지간하면 자신이 움직이는 것이 편했지만, 자신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러니 비행정의 이동 시간과 이동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방법을 연구 중이었다.

최상급 마정석을 왕창 얻은 지금이 기회였기에 카이는 직접 비행정을 손보기 시작했다.

“잠깐.”

옆에서 지켜보던 덴다르트가 손을 들어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 룬을 바꿔보는 게 어때? ‘바람’ 룬을 중첩해 보니 위력이 더 높아지던데.”

카이는 그 말에 덴다르트를 돌아보았다. ‘바람’ 룬을 중첩하면 위력은 높아지는 만큼 안정성이 떨어진다.

“‘바람’ 룬을 중첩하면 위력을 높여 속도를 올릴 수 있지만, 그 안정성을 잡기 위해 들어가는 마력이 더 커져요. 이곳에서는 속도를 조금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카이의 설명에 덴다르트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그간 비행정의 조합 마법진을 물고 뜯고 연구하면서 알아낸 것이었는데 카이는 너무나 간단하게 그 효율성을 짚어냈다.

“흐음. 그렇군.”

카이는 최상급 마정석들을 설치하고는 말했다.

“이 정도라면 교국까지 왕복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최상급 마정석을 쓰는 것 치고는 운항 거리가 너무 짧은 것 같기도 하고.”

카이는 그 말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충전 기능을 이용하면 하루면 다시 충전시킬 수 있습니다.”

“대신 주변에 마력 고갈 현상이 나겠지.”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정은 아직 가성비가 나빴다.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정령 마법사인 메르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충전 마법진의 효율을 올리면 나중에는 무한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처음에 설치하는 최상급 마정석의 개수는 줄이지 못한다고 해도 무한 동력으로 언제든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효율이 크게 오르리라.

“아직 이오르 산맥까지는 못 가겠지?”

“지금 기능으로는 거기까지 못 갈 겁니다. 게다가 거긴 바람도 많이 불고, 날도 추워서 마법진 효율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네가 직접 다녀올 생각이냐?”

“아뇨. 일단 마탑 연합의 논문들을 먼저 확인해 보고요. 어쩌면 그곳까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태초의 속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누구도 그것에 진심이지는 않았을 거야.”

카이는 그 말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그도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것이 뱀의 악령에게도 통할 거라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확인해 보면 알겠죠.”

룬드그린은 마탑 연합에 있는 교수들과 회의한 결과 지금까지 나온 마법의 근원에 관련된 것중 가장 쓸만한 것들로 추려냈다. 그렇게 정리한 것이 모두 열 개의 논문에 그들이 모여서 만든 또 하나의 논문이 있었다.

이만한 경지에 든 마법사들이 모여서 논의한 것은 또 처음이라 새롭게 만든 논문은 그곳에 모인 이들도 필사본을 챙겼다. 그렇게 준비한 것들을 챙긴 룬드그린이 긴 숨을 토해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오랜만에 밤을 새워서 토론했더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법의 근원을 찾는 태초학은 마법의 증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으나 호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여겼다.

룬드그린의 방에 있는 수정구가 빛을 발했다. 룬드그린이 걸어가 수정구에 손을 올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에빌 마탑의 탑주 악몽의 대마법사 콜린스가 마스터를 뵙고자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룬드그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무결의 대마법사와의 일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악몽의 대마법사 콜린스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예전이라면 모를까 신성 교국에선 암암리에 그들을 인정해서 직접 전쟁에 뛰어들게 했던 만큼 마탑 연합에서도 그들을 경시할 수 없었다.

원래 악몽의 대마법사 콜린스는 7성급 대마법사로 그 실력 하나는 알아줘야 했다. 미치광이 바헬 만큼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유명한 인간이었으니까.

용병왕 카이저를 죽이면서 그 실력을 온전히 검증받은 그였다.

오늘 이 자리는 마탑 연합에 데빌 마탑이 가입하기 위한 것. 음지에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올릴 기회이니 이번 기회에 마탑 연합에서도 많은 것을 얻어야만 했다.

“올려보내.”

룬드그린은 준비한 것들을 정리해서 책상의 서랍에 넣어두고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문이 열리고 콜린스가 들어섰다.

그의 뒤에는 로브로 깊게 눌러 쓴 덩치 큰 자가 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지.”

룬드그린이 자리를 권하자 콜린스가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뒤에 선 사내를 보고 룬드그린은 차를 내주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인 건가?”

“맞아.”

룬드그린은 콜린스 뒤에 서 있는 로브를 깊게 눌러쓴 자를 바라보았다. 7성급 육체 강화자의 육신을 이용했으니 그 위력이 어떨지는 몰라도 콜린스는 전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해졌을 거다.

어쩌면 룬드그린 자신보다 더 강할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무력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개인의 무력이 통하는 것은 8성 이상의 존재들. 인간의 한계에 오른 그들만이 가능하다.

마탑 연합의 마스터인 자신이 가진 권력과 영향력은 그를 눈아래로 봐도 됐다. 콜린스가 이곳에 온 것도 자신에게 부탁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룬드그린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어떤 제안을 가지고 온 건가?”

“마탑 연합에 가입하고 싶다.”

“흑마법사들이 모여서 마탑을 세우는 것은 얼마든지 묵인할 수 있지만, 마탑 연합에 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일세. 혜택도 많지만, 따라야 할 규율도 많지.”

콜린스는 그 말에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답했다.

“오늘 제안하러 온 것은 마탑 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야.”

룬드그린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마탑 연합에 들려는 것이 아닌가?

“그럼 무슨 일이지?”

콜린스는 대답 대신 마력을 뿜어냈다. 콜린스의 마력이 주위를 휘감는 것을 보고 룬드그린은 코웃음을 쳤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너도 나와 같은 처지라는 거지.”

태연하게 대꾸하는 콜린스를 보며 룬드그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지 몰라도 자신의 앞에서 마력을 뿜어냈다는 건 좋게 봐줄 수 없었다.

룬드그린이 마주 마력을 뿜어냈다. 그의 마력이 뻗어 나가며 그의 집무실에 준비해둔 마법진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병왕 카이저를 얻었다고 해도 감히 자신의 집무실에서 자신에게 이를 드러낸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런데 룬드그린이 마법진들을 작동시키는데도 콜린스는 태연했다.

오히려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룬드그린의 인상이 굳어질 때 로브를 둘러쓰고 있던 카이저가 로브를 걷어 올리며 호박색 눈동자를 번뜩였다. 뱀의 눈과 같이 세로로 갈라진 눈을 본 순간 룬드그린이 몸을 멈칫했다.

카이저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내 노예가 돼줘야겠다.”

룬드그린은 믿을 수 없었다. 7성에 오른 자신이 이렇게 적을 앞에 두고 몸이 굳을 줄은 몰랐다. 마치 영혼이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룬드그린이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할 때 그의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또 뭔 상황이지?”

그 순간 기적적으로 몸이 풀렸다. 룬드그린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흉흉한 마력을 뿜어내는 카이가 서 있었다.

돌싱 후 대마법사-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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