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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86화 (86/150)
  • 086화 도둑

    ‘그레이스’의 신작.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지만, 그 성능이 7성급 아티펙트라는 말에 대륙의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두 모였다.

    마탑의 탑주들은 물론이고, 마탑 연합의 마스터를 비롯해 7성에 오른 이들은 마법사든 육체 강화자들 가리지 않고 모두 모였다.

    대륙의 3대 상단을 비롯해 돈 좀 있는 이들도 모였다.

    각 왕국을 대표하는 이들까지 왔으니 그들이 오늘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엘디아는 메르샤와 함께 걸어서 귀빈석에 올랐다.

    ‘그레이스’의 경매장 중에서도 상석이 있다. 무대의 정중앙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자리.

    그 자리에는 네 개의 VIP석이 준비되어 있었다.

    엘디아는 메르샤를 따라 그중 하나로 걸어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한쪽에는 신성 교국의 아나벨 성녀가 와 있었고, 반대편에는 클란드라가 앉아있었다. 마지막 한 자리에는 마탑 연합의 마스터가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가장 고귀한 이들이 있는 곳.

    그리고 남은 한 자리에 메르샤가 엘디아를 안내하고는 자리를 권했다. 엘디아가 자리에 앉으며 그곳에 있는 이들과 간단히 눈인사하고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신이 가장 원하던 자리다.

    대륙의 내로라하는 자들에게도 인정 받을 수 있는 자리. 여기가 내 자리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레이스’의 아벨 덕분이라는 것도 알았다. 가장 아름답게 꾸민다고 했는데 워낙 쟁쟁한 이들이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젊고 예쁜 이들이 널린 자리. 각 왕국의 공주쯤 되는 이들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각 왕국의 개성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들.

    그건 왕족은 당연히 가장 아름다운 이들을 아내로 맞이하기 때문이다. 본부인이 아니라 후궁이라고 해도 그렇게 얻은 이들이 대를 이어갈수록 아름다운 이들이 태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

    그러다 보니 누구 하나 만만한 여인이 없었다.

    그녀가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때 옆에서 메르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명이 그녀에게 떨어져 내리자 장내에 모여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렇게 모시게 되어 영광이에요. 안타르시아의 시장 메르샤에요.”

    메르샤는 무대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오늘은 7성급 장신구 아티펙트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모였을 거로 생각합니다. 설명은 제작자에게 들어보죠.”

    그 말과 함께 메르샤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정면. 무대 위에 조명이 떨어졌다.

    어두운 공간에 떨어지는 둥근 조명.

    그 조명으로 들어오는 사내가 있었다. 붉은 로브를 걸치고 들어온 이는 이제 사람들도 알아보는 이들이 나왔다.

    ‘그레이스’의 주인 아벨.

    7성급 대마법사로 알려진 그의 조합 마법진에 마법사들은 목말라 있었다.

    그간 나온 제품이 모두 제국의 손에 들어간 탓에 조합 마법진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로 본 이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렇게 나타난 아벨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아벨의 시선이 움직이다가 귀빈석에 멈췄다.

    아벨의 시선이 생각보다 오래 머물자 모두 수군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메르샤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정면에서 받은 엘디아는 미친 듯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저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좌중을 훑어보던 카이는 엘디아를 발견했다.

    오늘의 무대는 ‘그레이스’의 마지막 경매임과 동시에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는 날이었다.

    카이는 잠시 엘디아와 시선을 마주쳤고, 모든 이들이 그녀를 돌아보게 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것을 좋아하고, 평판에 신경 쓰며, 대륙의 내로라하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던 그녀는 아마 지금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만끽하고 있을 터였다.

    살며시 홍조가 피어오르는 것까지 본 카이는 품에서 천천히 이번 작품을 꺼냈다.

    카이가 꺼낸 물건은 보석함. 보석함 하나도 예술품으로 만든 것은 이번 작품이 다비드와 에르케의 은퇴작이었기 때문이었다. 둘이서 작정하고 만든 보석함은 진금으로 만들었는데 선형으로 만든 보석함이었다.

    보석함 자체도 예술품으로 보이는 물건.

    카이는 보석함을 꺼내서 열어보였다.

    그 안에 든 것은 스타리움이 들어가 만들어진 최상급 듀얼 잼을 조각한 별 모양의 목걸이와 귀걸이였다.

    “이번 작품은 소개받으신 대로 7성급 아티펙트 ‘진실’입니다.”

    부활, 영광, 약속, 진실.

    고작 네 번째 작품이지만, 대륙의 모두가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물건들이었다.

    카이가 소개하는 말에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카이는 그런 그들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

    “그리고 이건 ‘그레이스’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크게 술렁이기 시작하는 경매장.

    7성급 장신구형 아티펙트라는 소문에 다들 구경할 겸, 있는 돈 없는 돈 박박 긁어서 모였는데 그가 던진 폭탄선언은 그들의 각오를 다르게 만들었다.

    7성 대마법사가 그만 만들겠다고 하면 그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라면 넘치도록 번 ‘그레이스’였으니까.

    그렇다고 무력으로 그를 제압한다?

    그조차 쉽지 않다. 적어도 메르샤가 그의 편을 들 테니까.

    그를 강제하지 못한다면 이것이 마지막 아티펙트라는 말. 게다가 7성급 아티펙트이니 그들이 생각한 예산을 아득히 뛰어넘는 각오를 다져야 했다.

    카이는 술렁이던 좌석이 조용해지자 귀걸이와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이건 세트 아이템이지만, 따로도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일단 시범을 보일 생각인데 도움을 주실 분이 있을까요?”

    클란드라가 ‘그레이스’의 ‘부활’에 처음 시범을 보였던 것을 떠올린 여인들이 모두 손을 들어 올렸다. 단순히 시범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카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얼굴을 한 번이라도 마주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카이는 그들을 돌아보다가 손을 들지 않고 있는 엘디아를 바라보았다.

    카이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엘디아 여왕 전하. 시범을 도와주시겠습니까?”

    카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을 받던 엘디아는 마지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무대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카이는 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아끼는 옷을 입었음을 화려한 목걸이와 귀걸이등을 했음을 알았다. 그녀가 디자인했던 것들.

    재미있는 것은 엘더가 득세할 때는 장신구 자체의 디자인들이 화려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레이스’가 나타나고 나서는 클래식한 디자인의 장신구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엘디아는 카이의 앞에 서서는 뒤돌아서며 머리를 양손으로 들어 올리며 살짝 뒤로 돌아보며 말했다.

    “목걸이를 풀어주실래요?”

    카이는 무심한 눈으로 그녀의 목걸이를 풀어서 검은 융단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귀걸이마저 풀러 그 위에 올려놓자 카이가 ‘진실’을 들어 보였다.

    자연스럽게 그녀가 뒤돌아섰다.

    새하얀 그녀의 뒷목을 보며 카이는 침착하게 목걸이를 걸어주고 뒤로 물러났다. 엘디아는 귀걸이를 걸고는 카이를 바라보았다.

    카이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장내를 돌아보았다.

    “목걸이와 귀걸이는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적막한 곳을 바라보며 카이가 말을 이었다.

    “목걸이와 귀걸이 모두 따로 착용했을 경우 6성급 보호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세트를 함께 착용했을 때는 7성급 보호 마법과 반사 마법이 걸려 있습니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때 상석에서 마탑 연합의 마스터 룬드그린이 손을 들었다.

    “7성급 마법 두 개가 작용한다는 얘기인가?”

    “그렇습니다.”

    카이는 그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두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도움을 주실 육체 강화자 분과 대마법사 한 분이 필요합니다.”

    그 말에 장내에 모인 이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7성급 마법이라면 비전 마법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육체 강화자는 금세 구해졌다.

    폭풍의 기사 안드레스라는 자였다. 그가 자리를 잡자 카이가 장내를 돌아보았지만,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비전 마법이 들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카이의 시선이 상석으로 향하자 메르샤가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타르시아의 시장인 그녀는 보통 이곳에서 지내니 다른 이들과 싸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싸운다면 상대도 죽을 각오를 해야만 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비전 마법을 선보인다고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그렇게 두 명이 준비되자 카이는 말을 이었다.

    “그럼 누가 먼저 해볼까요?”

    안드레스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하지.”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나자 안드레스는 검을 뽑아 든 채 마력으로 검기를 일으켰다. 찬란하게 피어오른 검기를 본 이들이 수군거렸다.

    엘디아도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7성급 기사가 앞에서 검기를 피워올리고 있었으니까.

    7성급 보호 마법이 펼쳐질 거라고 했지만, 아직 누구도 확인해 보지 못했다. 마법과 검기 모두를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전력으로 공격해 보시죠.”

    카이의 말에 안드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몸을 날렸다. 엘디아는 그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기에 놀랄 틈도 없었다.

    꽈앙!

    강렬한 폭음과 함께 안드레스가 무대 밖으로 날아갔다. 계단을 부수고 처박혔던 안드레스가 몸을 가볍게 털고 나오며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부러져 덜렁거리는 팔을 보고 안드레스가 침착하게 내려다보다가 왼손으로 팔의 뼈를 맞추고는 천천히 움직여 보았다. 그는 무대 위로 올라와서는 엘디아를 보았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 있는 7성에 오른 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아보았으리라.

    안드레스는 검기를 이용해 그대로 엘디아의 목을 노렸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여겼기에 벌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의 주인이 말하기를 전력을 다하라고도 했다. 그 말이 우스웠다.

    어찌 마법진 몇 개 넣었다고 7성의 벽을 넘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본보기를 보여줄 마음으로 올라왔다. 엘디아가 죽는다면 그 책임까지 물을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검을 날렸다.

    그리고 반사 마법에 자신의 힘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제대로 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힘을 그대로 받아들인 팔꿈치가 버티지 못했다.

    안드레스가 무대 아래에서 눈을 반짝이는 이들에 솔직히 답했다.

    “적어도 7성급 기사의 검을 막아내고 그 힘만큼 반사한다는 것을 알겠군.”

    좌중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7성급 기사가 전력을 다해서 휘두른 것이라는 것은 보던 이들도 느낄 수 있었다. 오죽하면 반사되는 힘에 팔이 부러질 정도인가?

    엘디아는 새삼 자신이 차고 있는 목걸이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레이스’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그 성능 또한 압도적이다.

    7성급 기사가 팔이 부러질 정도라고 하면 7성급이 이걸 가지게 되면 다른 7성급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다.

    7성들 간은 서로 잘 싸우지 않았었는데 그 전쟁 억제력을 깨버릴 수도 있는 물건.

    남자가 차기에는 이상한 물건이지만, 성능을 생각해서라도 사서 착용할 자들도 있을지 몰랐다. 그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카이는 메르샤를 돌아보았다.

    “준비됐습니까?”

    “뭐야? 충전 안 해도 돼?”

    “한 번 받는다고 깨지는 것이 아니라 두 번까지 공격을 받아낼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요.”

    그 말에 경매장이 다시 술렁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다면 저걸 가진 자가 다른 7성급 강자를 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였다.

    그 확인을 위해 메르샤도 마법을 준비했다.

    그녀가 소환한 것은 바람의 상급 정령 프란퀴스 두 마리. 그러고 보니 카이도 메르샤의 비전 마법은 본 적이 없었다.

    메르샤가 소환한 프란퀴스 두 마리를 하나로 합쳤다. 프란퀴스 두 마리가 하나로 합쳐지더니 네 장의 날개를 펄럭이는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정령 합체 기술.

    단숨에 그 격이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최상급 바람의 정령은 소환하지 못하지만, 정령 합체 기술로 7성급까지 격을 끌어올린 메르샤가 엘디아를 향해 윙크하고는 그대로 마법을 날렸다.

    섬전처럼 날아가는 바람의 정령 합체 마법이 그대로 엘디아를 후려쳤다.

    꽈아앙!

    바람의 정령 합체 마법이 되 튕겨 메르샤를 향해 날아왔다. 메르샤는 이미 안드레스가 팔이 부러지는 것을 보았기에 되돌아 올 것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아오던 정령 합체 마법은 그녀가 역소환할 수 없었다. 메르샤가 황급히 보호 마법을 펼쳤다.

    그때 카이가 슬쩍 그사이를 끼어들어 보호 마법을 펼쳤다. 비전 마법이라는 것이 마법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마법이니 황급히 펼친 보호 마법으로 막아낼 수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끼어들었던 것.

    카이의 보호 마법이 메르샤를 보호했다. 그녀를 감싼 보호막이 회전하며 날아오던 마법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메르샤는 천장에 구멍이 나는 것을 보고는 카이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비전 마법이 카이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메르샤는 경매장에 모인 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비전 마법도 고스란히 튕겨내는 데 무슨 작용인지 몰라도 흩어낼 수 없는 것을 보니 대충 견적이 나오죠? 7성급 보호 마법과 반사 마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메르샤가 안드레스에게 포션을 건네줬고, 그는 팔에 포션을 부어서 회복하고 내려갔다.

    카이는 그사이 엘디아에게 다가가 목걸이와 귀걸이를 회수했다. 그걸 무대 중앙으로 가져가서 보석함에 넣는 동안 메르샤가 엘디아를 돌아보았다.

    “도움을 줘서 고마워요.”

    엘디아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 무대를 내려가는데 카이는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엘디아는 그 모습에 오히려 미소를 짓고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그녀가 제자리에 앉자 메르샤가 양팔을 벌려 보였다.

    “그럼 경매를 시작할까요?”

    콰앙!

    그때 폭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며 그림자 하나가 떨어져 보석함을 낚아챘다.

    “하하하하! 이건 내가 가져간다!”

    그리고 그림자는 그대로 위로 솟구쳤다.

    돌싱 후 대마법사-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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