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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79화 (79/150)

079화 대수림으로

이미 국경을 넘어 다섯 개의 성을 무너트렸다. 흑마법사들에게 부단장이 잡혀갔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흑마법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파격적인 기세로 타메아 왕국을 유린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땅이 될 곳.

카이저는 평상시와 다르게 약탈도 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진격했다. 엘도 왕국군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병이었고, 귀족들도 병력을 보내줘서 그들의 수는 5만이나 되었다.

국경에서 밀렸던 것은 흑마법사들의 개입 때문이었지만, 흑마법사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카이저의 센츄리온이 가세한 덕에 전장에서 압도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전쟁을 멈춰도 타메아 왕국의 삼 할은 손에 넣었다. 가히 파격적인 진격.

이대로 왕도까지 진격할 생각이었다.

다만 워낙에 파격적인 진격 중이라 보급품이 부족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적들이 청야 전술을 사용하지 않아서 먹는 것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카이저는 와인을 마시면서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연전연승.

덕분에 사기는 끝없이 오르고 있었다.

센츄리온이야 이번 전쟁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병사들도 이제는 분위기를 짐작하고 있었다. 이대로 진격해 타메아 왕국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카이저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려 리드를 보았다.

“리드. 흑마법사들은 왜 안 나타나는 것 같냐?”

“승산을 보지 못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꼬리를 말았다?”

“그게 아니라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카이저는 찜찜함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명분을 쥐었을 때 끝을 보아야 했다.

카이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다들 일찍 자라고 해라. 내일 또 떠나야 하니.”

“예.”

매일 이어지는 행군에 카이저는 지치기도 했지만, 엘디아 공주가 여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마에서 국서로 올라선 자신이었다.

이번에 타메아 왕국을 손에 넣게 된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될 터.

카이저가 간이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데 어디선가 신음이 들렸다. 인상을 굳힌 카이저가 도끼를 쥐고 밖으로 나오자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냐?”

리드가 다가와서 인상을 굳힌 채 말했다.

“병사들에게 이상이 생긴 것 같습니다.”

카이저가 주위를 돌아보는 동안 눈이 돌아간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카이저가 그대로 도끼를 휘둘러 상대의 목을 쪼갰다.

“뭐야?”

“몇몇 병사들이 눈이 돌아가 아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카이저는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 수 있었다.

“흑마법사들의 수작이구나! 아직 정신이 멀쩡한 이들을 모아서 방진을 짜라고 전해라. 모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

카이저의 외침에 부단장들이 물러나 병사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카이저는 주위를 돌아보며 마력을 느끼다가 저 멀리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 결국 나타났구나!”

카이저가 그 흔적을 쫓아서 몸을 날렸다. 한참을 달린 끝에 도달한 곳에 서 있던 자는 그를 보고는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용병왕 카이저. 이렇게 만나게 됐군.”

흑마법사인줄 알고 찾아왔다가 거물을 만난 카이저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누군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악몽의 대마법사로군.”

7성 대마법사이자 흑마법사.

지금까지 7성급 강자들은 가능한 피해왔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카이저가 입을 열었다.

“나를 보고 싶다면 전장에서 부르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악몽의 대마법사 콜린스가 카이저의 물음에 미소로 답했다.

“단둘이 보고 싶었는데 괜히 다른 것들이 엮이면 안 되기에 손을 썼지. 보급 창고에 남아있던 식량에 손을 좀 썼는데 어떻던가?”

“이런 짓을 하고도 신성 교국이 두렵지 않은가?”

콜린스가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두렵기는 뭐가 두렵겠나? 어차피 신성 교국에 알리지도 않던데.”

카이저는 명분을 쥐기 위해서, 타메아 왕국을 손에 넣기위해 일부러 신성 교국에 알리지 않았다. 그랬더니 오히려 그걸 빌미 삼아 콜린스가 이렇게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만난 이상 대화로 끝날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콜린스는 카이저가 마력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는 준비했다. 카이저의 군이 타메아 왕국 깊숙이 들어오게 한 것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아직 타메아 왕국은 하늘 신 교단을 국교로 정하지 않았다. 신성 교국과 협상 중에 벌어진 일이었고, 마침 저들이 향한 곳에는 그들의 눈이 닿지 않았다.

그러니 이곳에서 끝을 볼 생각이었다.

자신이 불러온 이곳도 카이저의 군이 성을 벗어나 행군 중에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이미 카이저를 상대할 준비를 마쳐 놓은 곳.

콜린스는 오늘 카이저를 죽이고, 엘도 왕국군 모두를 죽일 생각이었다.

이미 저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있을 터. 타메아 왕국군이 근처에 매복하고 있다가 달려오고 있을 터였다.

센츄리온의 부단장들이 있지만, 그쪽은 에빌 마탑의 장로들이 나설 테니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으리라.

“그럼 시작해 볼까?”

카이저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땅을 박차고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런 카이저의 앞으로 바닥에서 3미터에 달하는 뼈창이 솟구쳤다.

콰자작!

카이저가 휘두른 도끼에 솟구쳐 오르던 뼈창이 박살 났다. 그러나 카이저는 계속 솟구치는 뼈 창들을 부수면서 전진했다.

그런데 점점 뼈 창의 수가 늘어났다. 하나둘 올라오던 것이 수십 개가 넘게 올라왔다.

“이것이!”

뼈 창은 흑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마법 중 하나인데 7성급 대마법사인 콜린스가 펼친 뼈 창은 그 단단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만 뼈 창을 펼치려면 매개가 되어야 할 뼈가 필요하다. 그것도 흑마법사의 마력을 담은.

그런데 지금 튀어나온 뼈 창만 백 개를 넘게 베었으니 대체 이곳에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해 놓은 건가 싶었다. 그리고 마법사든 흑마법사든 그들이 준비해 놓은 곳에서는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

재수 없었다고 여기며 카이저가 마력을 일으키고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가 그려내는 궤적을 따라 쭉 뻗어 나간 참격이 뼈 창을 우수수 베어내며 콜린스를 덮쳤다.

뼈 창을 부수느라 힘이 약해진 참격을 마력 보호막으로 흘려낸 콜린스의 앞으로 카이저가 나타났다. 제법 준비를 한 것 같았지만, 7성 대마법사도 별것 없어 보였다.

그래도 카이에게 당한 적이 있어서 거리를 좁히는 것이 우선임을 알았다.

카이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워 메이지였지만, 이 자도 그렇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준비해 놓고 기다리지는 않았을 터.

단숨에 거리가 좁혀지고 카이저가 도끼를 내리치자 콜린스가 단숨에 반으로 잘렸다. 콜린스의 몸이 반으로 갈려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카이저가 웃음을 터트렸다.

7성 대마법사가 대단하다고 하다고 말만 듣다가 카이에게 팔을 잃은 후로 각별히 주의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별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하하하. 고작 이 정도였더냐?”

웃음을 터트리던 카이저는 문득 강렬한 예감에 몸을 틀었다. 카이와 싸울 때 무시했던 예감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예감에 따라 몸을 틀었는데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오른쪽 가슴을 뚫고 나온 뼈 창을 볼 수 있었다.

“커헉!”

황급히 도끼를 휘둘러 뼈 창을 부순 카이저가 주위를 돌아보는데 그제야 자신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뒤에서 튀어나온 뼈 창이 그의 가슴을 뒤에서부터 뚫었다는 것도 알았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조금 전 반으로 쪼개졌던 콜린스가 그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내가 왜 악몽의 대마법사라 불리는지 알겠나?”

상대를 현혹하고 환상을 보여준 후에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 그것이 그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

“이 비겁한 새끼가!”

카이저가 마력을 일으키며 단숨에 뛰어들었다. 육체 강화자가 마력을 운용할 때는 높은 항마력을 지닌다. 그런데도 당했다. 그러나 폐 하나를 잃은 정도로는 자신의 투지를 막을 수 없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간 카이저는 콜린스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이번에도 환영일 리는 없었다.

그러나 콜린스는 미소로 그를 마주했다.

달려오는 카이저의 맞은편에서 나타난 것은 검은 투구에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죽음의 기사는 흑마법사들도 쉬이 만들지 못하는 최상급의 소환물이었다.

그렇게 일어난 죽음의 기사가 카이저를 맞이했다.

쩌엉!

그러나 카이저는 단번에 죽음의 기사의 검을 내리치고 도끼를 휘둘러 그 머리를 날려버렸다. 다만 날아가던 머리가 다시 돌아와 붙으니 카이저의 눈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앞으로 나서라!”

콜린스는 굳이 대답하지 않고 발을 구르니 바닥에서 솟구친 뼈들이 죽음의 기사를 감싸 강화했다. 죽음의 기사는 전생에 기사였던 이의 영혼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었으나 그 기량은 카이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족한 실력은 온갖 흑마법으로 강화해서 버티니 카이저로서도 쉽게 뚫을 수 없었다.

그리고 카이저는 그제야 콜린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다. 현혹 마법과 함께 저주까지 걸었고, 뼈 창에 뚫린 곳에서도 독이 번지고 있었다.

시간만 끌어도 자신이 죽게 생겼다.

자신은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된다. 이제 대륙 서부를 정벌하고 새로운 제국을 만들 것인데 이리 죽을 수는 없었다.

일단 몸을 빼내고 회복 후에 싸워야겠다.

카이저가 도끼에 마력을 응축했다.

“꺼져라!”

카이저의 마력이 도끼를 따라 원을 그리며 뻗어 나가 단번에 주위를 휩쓸었다. 땅이 모조리 뒤집히고, 죽음의 기사마저 박살 났다.

카이저가 품은 마력을 얼마나 응축해서 쏟아낸 것인지 콜린스조차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뼈 방패를 만들어 앞을 막아야 했을 정도였다.

콜린스는 뼈 방패가 반파된 틈 너머로 카이저를 바라보았다. 카이저는 광범위한 공격을 펼치고는 도망치는 중이었다.

“도망칠 수 있을 줄 안 건가?”

자신의 상태가 안 좋다고 느꼈을 때 무리해서라도 적을 떨쳐내고 도주하는 것은 인정해 줄 만한 일이었으나 상대가 자신이다. 시간을 더하면 더할수록 저주와 독은 효과를 발휘하는 것.

마력이 넘칠 때야 그걸 견뎌낼 수 있었지만, 무리해서 마력을 발출 한 지금은 독과 저주가 더욱 빠르게 그의 몸을 흡수한다.

과연 저 멀리 달려가던 카이저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콜린스는 죽음의 기사를 소환하고는 유령마도 소환해 올라탔다. 그리고 카이저에게 다가가기 전에 죽음의 기사를 먼저 보냈다.

스컥.

역시나 죽음의 기사를 일격에 죽인 카이저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치사한 새끼.”

콜린스는 멀찍이 떨어져서는 카이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작정 이곳으로 달려온 순간부터 자네는 이미 졌네.”

“내, 내가 이렇게 그냥 죽어줄 줄 아느냐?”

“더 추한 모습 보이지 말게. 자네 같이 귀한 재료를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으니.”

“크하하하! 웃기지 마라!”

카이저는 마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눈이 붉어지고 온몸에서 마력이 활활 타오르며 독과 저주에 저항했다. 콜린스는 가볍게 혀를 차며 다음 준비한 것을 꺼냈다.

카이는 퀸과 덴다르트를 데리고 대수림으로 향했다.

뱀의 신령이 직접 나타날지 아닐지는 몰라도 일단 그곳으로 가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대수림으로 들어간 카이 일행의 앞으로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는 이들이 있었다.

영지로 찾아왔었던 타베시와 세렌티.

그리고 체고가 전투마보다도 큰 거대한 잿빛 늑대 한 마리가 그들을 찾아왔다.

카이는 그들을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올 줄 알았던 건가?”

세렌티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신령께서 알려주셨어요. 당신이 찾아올 거라고.”

신령은 예지의 영역에까지 능력이 닿았던 건가? 카이의 시선이 늑대를 향했다.

그 늑대의 눈빛이 과거 자신이 이곳에서 최상급 마정석을 충전할 때 보았던 그 눈빛이었다.

“늑대의 신령인가?”

카이의 물음에 세렌티가 고개를 내저었다.

“신령께서는 함부로 현계에 몸을 드러내지 않으세요. 대신 그 뜻을 전해주는 화신이 있으니 여기 계신 이분입니다.”

카이는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 늑대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대답 좀 듣고 싶군. 뱀의 신령에 대해서.”

돌싱 후 대마법사-늑대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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