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돌싱 후 대마법사-78화 (78/150)
  • 078화 증거

    카이는 퀸과 함께 영지로 돌아왔다. 내성으로 돌아온 카이에 대한 소식을 들은 이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헬을 잡으러 간 것을 알았기에 그들은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바헬을 처리하고 테오와 연락할 때 바헬을 죽였다는 것을 얘기했음에도 직접 보기 전에는 믿기 힘들었나 보다.

    카이와 퀸이 말에서 내리기를 기다렸다는 듯 다가온 덴다르트가 물었다.

    “누구?”

    “퀸이요.”

    “퀸? 뭔 일이 있었는데?”

    “좋은 일이 있었죠.”

    “어, 축하한다. 퀸.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가서 얘기하자.”

    덴다르트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는지 카이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응접실에 데리고 간 덴다르트가 카이를 앉힌 사이에 차가 준비되었다.

    마치 카이와 퀸이 돌아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준비해 놨던 것처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카이도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제 말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자세를 바로 했다.

    덴다르트가 그제야 질문을 던졌다.

    “정말 바헬이 죽은 거냐?”

    카이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죽였어요. 그런데 시체가 사라져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에요.”

    “곤란해?”

    “놈을 죽이고 난 후에 수몰의 대마법사와 검성이 찾아와서 시체를 확인하는 중에 뭔가가 튀어나왔어요. 뱀이라고 하는데 그걸 상대하다가 수몰의 대마법사가 팔이 잘렸어요. 독에 중독되기도 해서 신성 교국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테오에게 이 부분까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걱정을 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던 것.

    덴다르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수몰의 대마법사가 당했다는 거냐? 바헬의 은신처에서?”

    “예. 뱀의 신령이라고 예상하는 중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카이가 돌아보자 퀸이 담담히 답했다.

    “독무 속에서 보였던 것은 뱀의 그림자였어.”

    덴다르트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카이는 가방에서 뱀의 비늘을 꺼냈다.

    쿵!

    카이가 꺼내 내려놓은 것은 사람만한 크기의 비늘. 그걸 보고 덴다르트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뱀의 비늘이겠네. 씨발. 드래곤이라고 해도 믿겠다.”

    “뭐 그런 신령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고.”

    카이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해독 마법도 들지 않는 독무를 쓰는 데다가 검성과 퀸과 싸우면서 고작 비늘 세 개 떨어트리고 간 녀석이에요. 보통 녀석은 아니죠.”

    “해독 마법도 듣지 않는 독이라.”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해독 마법을 손봐야 할 것 같아요. 다시 만날 것 같은데 그 독을 해독하든가 아니면 태워버리든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태워질 거면 해독 마법도 통했겠지.”

    카이가 품에서 마력으로 감싼 불꽃을 꺼내 들었다.

    “이것 좀 보세요.”

    덴다르트는 카이가 꺼내든 마력에 감싸인 불꽃을 보고는 물었다.

    “이거 뭔데 타오르는 거냐?”

    카이의 마력이 결정처럼 단단하게 엮여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길은 공기를 살라 먹지도 않고 타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의 법칙에 벗어나 있었다.

    덴다르트는 마법사이기에 그 불꽃이 뭔지 정확히 인지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지도.

    카이는 담담히 답했다.

    “바헬이 마지막에 남긴 거요.”

    “미치광이가 남긴 거?”

    “예. 아마도 죽기 전에 뭔가 깨달음을 얻고 만든 것 같은데 죽어서도 이게 안 사라지네요.”

    “오호!”

    8성 대마법사가 죽기 전에 얻은 깨달음으로 만든 불꽃. 8성에 이른 것이 시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거라면 9성이라는 것은 어쩌면 세계의 법칙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저 불꽃은 9성에 도달할 수 있는 실마리가 아닐까?

    전인미답의 경지를 여는 길인지도 몰랐다.

    카이가 그렇게 짐작한 것처럼 덴다르트도 그걸 깨달았는지 가만히 그걸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째 미치광이가 죽었는데 고민거리는 더 늘어난 느낌이다?”

    카이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그랬다. 어쩐지 미치광이에게 모든 답을 들었어야 했던 것만 같았다.

    놈이 죽으면서 답도 듣지 못하고 뭔가 더 귀찮은 것과 엮인 것만 같았다.

    신령족을 직접 만나서 대답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적어도 뱀의 신령이라는 것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왜 금지인 신령의 숲을 나와 대륙에서 활개 치고 다니는 건지?

    위협이 될 건지 아닌지도 알아봐야 했다.

    “몇 가지 준비를 하고 저들과 만나봐야겠어요.”

    “신령족?”

    “예.”

    덴다르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같이 가자.”

    미치광이 바헬을 상대할 때 같이 못 간 것이 한이 된 듯 구는 덴다르트였기에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같이 가요.”

    “그래. 그럼 앞으로 뭐 할 거냐?”

    카이는 담담히 답했다.

    “우선은 가방을 만들 생각이에요.”

    “가방?”

    “예. 주문받은 가방이랑 테오에게 약속했던 가방도 만들어 줘야죠.”

    “공간 확장 가방을 주문 받았냐?”

    “예.”

    카이는 테오를 돌아보고는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금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100만 프랑짜리 금화 2만 개. 우루루 쏟아져 나온 금화가 한가득쌓였다.

    이건 그레이스의 물건이 아니라 오롯이 카이의 돈. 카이는 테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돈 걱정은 없겠지?”

    테오의 눈이 금화처럼 동그랗게 떠졌다. 어지간히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는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금고도 만들어야겠네요.”

    “그래. 금고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어 주마. 필요한 것 있어? 안타르시아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말해 놔. 갈 때 사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카이의 시선이 프릴을 향했다.

    “그동안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배우자.”

    처음에 프릴을 데리고 올 때는 ‘그레이스’의 수석 마법사로 키울 생각만 있었는데 그녀가 마법의 속성에 관계 없이 배우는 것을 보면 자신의 제자로 딱 어울렸다.

    그래서 그녀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줄 생각이었다.

    성장하는 것은 그녀의 재능이 허락하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가르침을 아낄 생각은 없었다.

    “열심히 할게요.”

    프릴은 덴다르트와의 여행 이후 이상하게 열심인 듯 했다. 역시 덴다르트의 가르침이 특효인가 보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에르케가 손을 들었다.

    “저희도 이번에 신작 준비했어요. 이번에는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로 만들었어요.”

    카이는 에르케가 준비한 것을 바라보았다.

    “이건···?”

    선형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이건 조금 의외였다. 듀얼 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물건이었다.

    듀얼 잼 안에 들어있는 것은 스타리얼이라 부르는 별빛을 품었다고 알려진 보석으로 그 자체만으로도 눈이 튀어나오는 가격의 보석이었다.

    그런데 그 보석이 듀얼 잼으로 들어있다? 당시에 듀얼 잼을 사는데 들어간 돈 중 이 듀얼 잼이 거의 4할 이상은 가격을 차지했다.

    카이가 시선을 들어서 바라보자 에르케가 입을 열었다.

    “미치광이가 죽으면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그걸 밝힐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건 ‘진실’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내가, 나임을 밝히는 자리라는 건가?”

    카이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를 바라보았다.

    에르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는 이만 하는 건 어떨까요?”

    “응?”

    카이가 돌아보자 에르케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엘더를 집어삼켰으니 굳이 ‘그레이스’가 더 필요할까 싶어서요.”

    축소 마법진을 쓰지 못하는 엘더가 더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그레이스’가 사라져도 마찬가지인 상황.

    카이도 굳이 장신구형 아티펙트를 만들어 팔아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었다. 이미 돈이라면 넘칠 정도로 벌었으니까.

    게다가 8성 대마법사임을 숨기지 않을 생각이니 더는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

    “그럼 이건 생각 좀 해보자고.”

    축소 마법진과 조합 마법진을 섞어서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라는 뜻이었으니까.

    ‘그레이스’의 주주인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저들 또한 충분한 돈은 벌었다. 게다가 이 작품을 팔고도 돈을 받을 생각이니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었다.

    카이의 시선이 에르케를 향했다.

    “더는 보석 세공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에르케가 그 말에 씨익 웃었다.

    “보석 세공사로 대륙에서 가장 이름을 드높였으니 이제는 취미로나 즐기려고요.”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스’는 단순히 뛰어난 아티펙트가 아니었다.

    그 선형의 디자인은 이미 대륙을 강타했다. 수많은 보석 세공사들이 지금 그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터.

    보석 세공사로서 ‘그레이스’의 수석 디자이너라는 것은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가 되었다. 그녀의 실력으로 얻었던 것.

    이제는 취미로나 즐기겠다는 말에 카이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연구나 하고 살고 싶은 것처럼 그녀 또한 원 없이 보석을 세공하고 디자인하며 돈에 얽매이지 않고 싶다니 이야말로 자신의 소망과 같았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어차피 돈이야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히 벌 수 있으니. 그리고 ‘그레이스’의 주주로서 챙겨줄 돈을 생각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해도 평생 즐길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먼저 하겠다고 하는 것 같아 부럽기까지 했다.

    가방을 만들고, 금고를 만드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카이는 자신을 찾아온 이가 있다는 말에 밖으로 나왔다.

    ‘그레이스’를 앞으로 어찌할지 고민하던 카이는 자신을 찾아온 이를 보고는 물었다.

    “그대가 나를 왜 찾아온 건가?”

    “카이 백작님을 뵙습니다.”

    왕궁 조사단장 팔레스에게 자리를 권한 카이는 테오가 준비해준 차를 마시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미 질문은 던졌으니 답을 들어야 했다.

    카이의 시선을 느낀 팔레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선왕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왕의 죽음이 누군가의 살인이었다면 여왕인 엘디아에게 말하면 될 일이다. 그걸 자신에게까지 들고 올 이유가 있나?

    카이의 물음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팔레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선왕께서는 필리올의 독에 돌아가셨습니다.”

    “필리올?”

    “무색무취의 독으로 대륙 동부의 바트랑 왕국에서 나던 것입니다.”

    “바트랑 왕국?”

    언젠가 들어보았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미 100년 전에 트라젠 왕국에게 병합되었던 곳입니다. 그리고 트라젠 왕국은 제국에게 병합되었죠.”

    “그런가?”

    “예. 그리고 바트랑 왕국의 왕족 중 살아남은 이가 카이저입니다.”

    카이는 그제야 팔레스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엘디아 여왕의 남편인 국서 카이저에 대한 의심을 여왕에게 보고할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 그녀의 성정을 생각하면 입막음을 당할 것이 뻔했다.

    “선왕의 죽음에 대해 엘디아 여왕이 조사를 명했나?”

    “···아닙니다.”

    카이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증거는 있나?”

    “필리올에 중독되어 죽는다면 심장이 터지고, 중지의 손톱 끝이 검게 물든다고 합니다.”

    팔레스가 내민 것은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수정 구슬이었다. 증거 수집용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그곳에 엘토르 국왕의 중지 손톱 끝이 검게 물든 것이 찍혀 있었다.

    그뿐이 아니라 엘토르 국왕의 심장이 있어야 할 곳도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카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저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고 왕국을 위해 싸우러 나갔으니 의심을 덜었고, 이미 100년도 전에 망한 왕국에서 사용하던 독을 사용했다.

    이만한 자료는 구하기도 힘들었을 터.

    카이가 팔레스를 바라보자 그가 품에서 고서 하나를 꺼내 건넸다.

    “왕궁 조사단원들에게 전해지는 고서입니다. 그곳에 보면 필리올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워낙 오래된 독이라 지금은 제조법도 사라졌을 거라 생각됩니다.”

    카이는 고서를 넘겨 필리올에 대한 내용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해독제가 있지만, 미리 복용하거나 아니면 필리올에 중독되고 삼 분 안에 먹어야 했다.

    가히 즉효 독이라고 할만했다.

    엘토르 국왕은 보통 먹는 것을 시종이 먼저 먹는데 시종이 멀쩡했다는 것은 그가 이미 해독약을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시종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팔레스는 왕국 조사단장을 역임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한 이였다. 그런 그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카이저가 손을 썼다면 아마도 벌써 죽어 사라졌을 가능성이 컸다.

    카이는 잠시 그걸 바라보다가 물었다.

    “이걸 내게 가져온 이유가 뭐지?”

    “국서의 죄를 물을 수 있는 분이 백작님뿐이십니다.”

    7성급 육체 강화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이는 카이뿐이라는 얘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죄를 묻는 것은 자신이나 때를 정하는 것 또한 자신이다.

    “이걸 다른 누구에게 말한 적이 있나?”

    “없습니다.”

    카이는 팔레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 죄를 묻는 것은 내게 맡길 생각인 건가?”

    “예.”

    카이는 영상 기록 수정 구슬과 고서를 챙겼다.

    “카이저는 국서로서 지금 국경을 지키기 위해 나섰지. 그에게 죄를 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왕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그를 데리고 온다면 애꿎은 국경의 병사들만 위험해질 테니 그 죄를 묻는 것은 내가 때를 봐서 하겠다. 동의하나?”

    팔레스로서도 지금 상황 때문에 그를 찾아왔다. 죄를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는 자였기에 도움을 청한 것.

    “물론입니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허가받지 않은 일을 조사하다니 간도 크군.”

    “선왕의 죽음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카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이제 왕궁으로 돌아갈 건가?”

    팔레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왕이 죽었고, 그 죽음에 국서가 연관되어 있다. 그 죄를 밝힌 자신이 왕궁에 남아있어 봐야 좋은 꼴 보기 힘들 터였다.

    “이번 기회에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까 생각 중입니다.”

    “은퇴하겠다는 건가?”

    팔레스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팔레스 경은 왕궁에서 뽑은 인물로 따로 영지가 있는 이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은퇴한다면 지금까지 번 돈으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어차피 관리가 필요했던 상황.

    아직 테오도 마음에 드는 이를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왕궁 조사단장인 팔레스는 유능한 관리가 될 수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내 영지로 오는 것은 어떻겠나?”

    팔레스가 빤히 바라보기에 카이가 말을 이었다.

    “영지를 관리해줄 관리가 없는데 어때?”

    “영지 관리인 말입니까?”

    “할 줄 모르나?”

    “그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왕궁 조사단장이었던 그가 백작의 영지 관리인이 되는 건 내키지 않았나 보다.

    카이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쉽군. 영지 관리인이 중요한 자리라 월급도 넉넉히 주려고 했는데.”

    팔레스가 그 말에 픽 웃으며 답했다.

    “월급 말입니까? 제가 왕궁 조사단장으로 받았던 월급이 5만 프랑이었습니다.”

    “10만.”

    “예?”

    “월급으로 10만.”

    “영지 관리인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 영지 관리가 안 됩니다.”

    카이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영지 관리인은 내가 고용했으니 사비로 줄 것이고, 나는 믿을만한 영지 관리인이 필요할 뿐이야. 월급으로 20만 줄 테니 영지 관리를 맡아주는 게 어때?”

    “2, 20만이요?”

    팔레스는 카이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선왕의 죽음을 조사한 결과 이것이 밝혀지면 죽을 가능성이 컸다.

    카이저가 아니라도 여왕의 손에.

    그러나 카이의 밑에 있다면 살 수 있다.

    “부족한가?”

    팔레스는 마음을 굳혔다.

    “맡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오게.”

    팔레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자 카이는 손에 들린 영상 기록 수정 구슬을 내려다보았다.

    카이저가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은 작았지만,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직접 죽일 증거가 손에 들어왔다. 뭐 잡아떼기야 하겠지만, 명분만 있으면 죽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돌싱 후 대마법사-대수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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