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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77화 (77/150)
  • 077화 퀸의 성장

    퀸에게 돌아온 카이는 그곳에서 머물면서 헬리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 구한 트리달리움 양이 전보다 몇 배나 되었다.

    클란드라 황녀를 신성 교국에 데려다주고, 검성을 제국에 보내줬다고 하더니 대가로 트리달리움을 받아온 건가?

    카이는 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헬리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헬리움이 열다섯 개.

    퀸이 얼마나 먹을지 알 수 없어서 최대한 만들었다. 남는 것이 있어서 그걸 화살로 만들 수만 있어도 마법사와 싸우는 데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굳이 자신이 쓸 필요도 없었다. 회수할 수만 있다면 이걸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효과가 있을 터였으니까.

    퀸은 헬리움을 받아들고는 옆방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흡수하겠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한 카이는 방에서 인공 영혼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고민했다.

    이번에 얻은 최상급 영혼석은 그 수가 꽤 많았다. 앞으로 기사단을 만들려고 하면 최소한 여덟 개를 하나로 묶어서 나이트와 룩. 그리고 퀸에게 주려면 스물네 개가 필요했다.

    게다가 그들이 탈 말들도 만들려고 하면 스물일곱 개가 더 필요하니 합이 쉰하나나 필요했다.

    이번에 구한 것이 서른 개니 일단은 기사단으로 훈련받을 존재들과 퀸과 나이트, 룩의 뜻을 따를 수 있는 전투마의 영혼이 필요했다.

    나이트와 룩에게도 헬리움 검을 쥐여주고 싶었지만, 그들은 마법으로 움직이는 이들이라 그게 안 된다.

    오직 퀸만이 헬리움을 다룰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녀의 전투마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곁에 있으면 마법이 발동하지 않으니 해결 방안을 고민해 봐야 했다.

    “그건 그렇고 대단하네.”

    인공 영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시간은 몰라도 공간을 벨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녀가 8성에 반쯤 걸쳐 있다고 봐도 좋았다.

    이런 게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것이 퀸이었다. 마법사로서 불가해라는 존재는 연구 대상이지만, 연구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퀸이었다.

    모든 마력을 흩어 놓으니까.

    대신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카이는 마력 지배력이 올라가고 있으니 그것만 해도 좋았다.

    그렇게 인공 영혼과 그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이를 보고 카이는 순간 당황했다. 느껴지는 것은 상대가 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키가 훤칠하게 커져 실감이 되지 않았다.

    170이 넘는 키에 육감적인 몸매로 나타난 그녀는 놀라울 정도의 미녀가 되어 있었다.

    누구를 보고 닮은 건가?

    어떻게 보면 아나벨 성녀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클란드라 황녀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녀들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외모가 그녀들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미모만이라면 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게다가 그녀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건강미가 느껴졌고, 어딘가 잘 벼려진 느낌마저 들었다.

    그건 마치 영혼의 격이 오른 느낌 같았다. 확실히 처음 만들어졌던 영혼에서 성장한 것이 느껴졌다.

    검성의 검술을 배우면서 스스로 얻은 깨달음 덕분에 저리된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그녀는 자라 있었다.

    “아빠!”

    훅 달려와 안기는 퀸을 마주한 카이는 조금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녀가 안고 있으니 언제나 자신의 마음대로 부리던 마력이 흩어져 버렸다.

    의식적으로 마력을 모으지 않는다면 모이지 않는 탓에 카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나와 마력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건 상실감과 함께 묘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했다.

    카이는 머리가 어깨까지 자란 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어딘가 자신을 멀리 대하던 사춘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몰라. 열네 개나 흡수했어.”

    그래 보였다. 이만큼이나 크고 그 안을 채우려면 그 정도는 들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걸까?

    전에도 7성급 육체 강화자만큼 강했었는데 지금은 검성과도 붙어볼 만큼 강해진 걸까?

    8성은 단순히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이라 그리 간단하게 볼 것은 아니었지만, 육체적 능력만큼은 이제 7성급 이하는 걸리면 죽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강해진 것 같아?”

    카이의 물음에 퀸이 그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나 검을 뽑아 휘둘렀다.

    촤악!

    순간 공간이 잘려나가는데 그 범위가 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쭉 갈라지는 공간.

    검성의 제자도 다다르지 못한 것을 한 번 보고 훔쳐 배운 그녀를 보니 카이는 새삼 뿌듯함이 느껴졌다.

    역시 내 딸이다.

    카이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대단하다.”

    카이의 솔직한 심정에 퀸은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헬리움 하나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만들어 줄게.”

    “볼트 촉을 만들 수 있을까?”

    통짜로 헬리움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보다는 볼트의 촉만 만들어서 쓰면 훨씬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석궁도 통짜로 만든 것보다는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든 것이 더 정확도가 올라가고 멀리 쏠 수 있으리라.

    퀸이 헬리움 구슬을 비비더니 헬리움 볼트 촉을 열 개를 만들었다.

    카이는 그걸 가방에 챙기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헬리움을 많이 쓸수록 점점 사람 같아졌다. 체온만 느껴지지 않을 뿐이지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찰랑였다.

    신비 그 자체인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카이가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럼 잘까?”

    “응.”

    카이는 불쑥 큰 퀸이 여전히 팔베개하는 모습에 픽 웃고는 잠을 청했다. 그런데 마력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것도 좋았지만, 이 상태로 마력을 다시 끌어들이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력 지배력이 올라갈 것을 느꼈다.

    그래도 오늘은 푹 잘 생각이었다.

    신성 교국의 교황청의 깊은 곳.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은 교황청 내에서도 극소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바로 성녀의 거처였는데 그곳의 방 하나에 머무는 클란드라는 팔이 잘린 채 헐렁한 옷을 입은 채로 누워 있는 테오르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끔찍할 정도로 지독한 독이었는데 그걸 테오르가 막아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마력을 뚫고 들어오려고 하던 것은 신성력으로 막아 놓고 검성이 팔을 잘라서 독이 더 퍼지는 것을 막았다.

    망가진 마력 회로는 그가 깨어나서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지 신성력으로 손을 봐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주기적으로 성녀의 신성력으로 내부를 꼼꼼히 훑으며 독이 남아있는지 확인했지만, 독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테오르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클란드라는 그래서 매일 같이 그의 곁에서 머물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

    태사로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황궁에서 그나마 마음을 줄 수 있는 이였는데 그가 자신이 세운 계획 때문에 이리 된 것을 보니 마음이 계속 안 좋았다.

    “태사. 언제까지 잘 거예요?”

    마법사란 존재는 특이하다. 어떤 연구에 꽂히면 잠도 안 자고 연구에 집중하고는 하는데 그들의 연구는 끝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건 8성 대마법사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매순간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시도 그가 쉬는 것을 보지 못했었는데 밀린 잠이라도 자는 걸까?

    왜 일어나지 못하는 건가 싶어서 바라보던 클란드라는 그가 미간을 찌푸리자 손을 들어 그 미간을 꾹 눌러서 펴줬다. 미간을 꿈틀거리거나 손가락을 움찔거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그는 깨어나지만 못할 뿐 몸에 이상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깨어나지 못하는 걸까?

    벌써 그가 이렇게 쓰러진 지 한 달이 다 되어 갔다.

    “후우. 그냥 편히 쉬어요.”

    신성 교국에서 테오르가 머무는 날이 하루가 늘어갈수록 마음의 짐덩어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신성 교국에 이번 일의 빚을 갚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국의 태사를 성녀가 성심성의껏 돌봐줬으니까.

    클란드라가 창가로 걸어갔을 때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나벨 성녀였다. 예전에는 그녀를 볼 때도 이렇게 뭔가 빚진 기분은 없었는데 지금은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빚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빚은 조금씩 무게를 늘려가고 있었다.

    “잠깐 확인만 해보고 갈게요.”

    아나벨 성녀도 클란드라가 그런 마음을 가진 것을 알았기에 오래 머물지 않고 살펴만 보았다.

    오늘도 아나벨 성녀는 테오르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신성력을 일으켰다. 아나벨 성녀가 신성력을 일으켜서 찬란한 하늘색 빛이 뿜어져 나와 테오르의 몸을 감쌌다.

    평상시와 같았는데 오늘은 반응이 있었다. 테오르가 번쩍 눈을 뜨며 몸을 일으키는데 그의 주위로 거센 물보라가 일었다.

    아나벨 성녀가 화들짝 놀라며 클란드라에게 달려들었다. 클란드라의 ‘부활’이 6성급 보호 마법을 펼쳤고, 그 위로 아나벨 성녀의 7성급 신성 보호 마법이 펼쳐졌다.

    콰콰콰콰!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 위력은 놀라웠다. 아나벨 성녀의 보호 마법이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태사!”

    클란드라가 비명처럼 외치는 소리에 테오르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클란드라?”

    “멈춰요!”

    그제야 테오르가 정신을 온전히 차렸는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사방을 휩쓸던 물줄기가 흩어져 사라졌다.

    테오르는 마법을 되돌리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왼팔이 있던 곳을 잡았다. 테오르는 자신의 왼팔이 있던 곳을 더듬거렸다.

    “잘라냈나?”

    “예. 해독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아나벨 성녀가 설명하자 테오르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가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방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신성 교국의 교황청 건물의 모습을 보고 테오르는 헛웃음을 흘렸다.

    “하.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얻었군.”

    테오르는 아나벨 성녀를 보고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 늙은이를 치료해 줬나 보군. 고맙네.”

    아나벨 성녀는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끝이 없는 신성력을 지닌 그녀가 펼치는 신성 보호막은 그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테오르가 무의식 중에 쓴 마법에 갈려나갔다.

    이것이 7성과 8성의 차이. 만약 클란드라가 그의 정신이 돌아오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 교황청이 물에 잠길 뻔했다.

    아나벨 성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일단 몸에 남은 독은 없어요. 다만 마력 회로가 망가진 것은 제가 어떻게 해드릴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야 당연한 거지.”

    테오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마력 회로가 꼬인 것도 있었고, 팔이 잘려나간 탓에 소실된 부분도 있어서 그 부분을 우회하기도 해야 하니 전의 실력을 되찾으려면 적어도 반년 이상 요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오르는 클란드라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거냐?”

    “메르샤에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비공정? 그래. 그럼 비공정을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해라. 황궁으로 돌아가야겠다.”

    “알겠어요.”

    클란드라는 되묻지 않고 그러겠다고 답했다. 테오르는 시선을 돌려 아나벨을 보았다.

    “성녀의 도움에 대한 보답은 내 이름을 걸고 하지. 그러니 자리 좀 비켜주겠나?”

    “알겠어요. 그럼 쉬세요.”

    아나벨이 떠나자 테오르가 클란드라를 보았다.

    “다른 이들의 소식은 들었느냐?”

    클란드라는 자신이 아는 대로 답해줬다.

    “무결의 대마법사가 이곳까지 공간 이동해주었다고 해요. 그리고 검성이 머무시다가 제가 오면서 교대로 황궁으로 돌아가셨어요.”

    “큰 도움을 받았군. 이 빚 죽기 전에 다 갚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군.”

    클란드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검성께서는 ‘뱀’을 만나 싸웠다고 하던데요.”

    테오르는 그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래. 그건 ‘뱀’이었다.”

    테오르는 당시를 떠올렸다. 바헬의 시체를 확인하러 들어간 곳. 은신처에 팔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쪼개진 바헬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바헬은 죽었다.

    그래서 테오르는 다가가 바헬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 시체 안에서 갑자기 ‘뱀’이 나타났다. 그것은 반은 영체였고, 반은 실체화되어 있는 기이한 형태의 것이었는데 마주한 순간 몸이 굳는 것만 같았다.

    주변에 물이 있으면 수속성 마법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폭포수 뒤쪽 동굴에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어서 물을 끌어다가 싸웠는데도 팔을 물어 뜯겼다.

    물어뜯긴 팔부터 시작한 지독한 독까지 떠올린 테오르는 치를 떨었다.

    수속성 마법으로 8성에 올라 독에 대한 저항력이 놀라울 정도인 그조자 어쩌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독.

    당시에는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그 ‘뱀’이 뭔지 알겠다.

    “그건 신령족이 모신다는 ‘뱀’의 신령이다.”

    돌싱 후 대마법사-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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