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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75화 (75/150)

075화 뱀

테오르는 긴장한 것과 다르게 결계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몇 가지 마법 트랩이 있었지만, 7성급 마법들이어서 보호 마법을 펼친 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테오르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은신처에 설치한 마법진과 아티펙트들을 발견했지만, 모두 주인 각인이 된 물건이었다. 그것도 각인을 해제하려고 한다면 아티펙트가 부서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제국의 태사로서 수많은 아티펙트를 만져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쓰지 못하면 못 쓰게 만든 물건들.

그런 은신처를 돌아보면서 테오르는 통신 구슬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연락을 취해 보는데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통신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가?”

이곳은 기본적으로 통신 마법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통신 구슬도 사용할 수 없는 것을 확인한 테오르는 은신처를 더 돌아보았다.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테오르는 밖으로 나왔다. 그런 테오르의 곁으로 그림자들이 다가왔다.

“연락 온 곳은 없었나?”

“예. 연락은 없었습니다.”

통신 구슬은 자신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들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림자들을 통해서라도 연락이 왔나 했는데 오지 않았다.

테오르는 뒷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세 곳의 은신처 중 하나에는 있을 거라 여겼다. 설마 아무도 바헬을 못 만나는 것은 아니겠지?

테오르는 입맛을 다시더니 말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은신처에 없다면 일단 은신처를 못 쓰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테오르가 은신처를 향해 손을 내밀자 그의 손끝으로 모여든 물이 곧 은신처를 덮쳐갔다.

단번에 은신처가 물살에 휩쓸려 나가는 것을 본 테오르는 흐뭇했다.

마법사가 가장 강한 곳은 자신의 거처에서다. 그만큼 거처에 오랜 시간 많은 돈과 공을 쏟아부었던 곳이 쓸려나갔다.

어쩌면 은신처 세 곳 모두에 놈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은신처에 누군가 들어오면 알 수 있도록 해 놓았을 터.

이 안에 바헬이 남긴 뭔가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걸 탐하다가 놈을 죽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은신처를 휩쓸어 버렸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통신 구슬이 빛나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테오르?

“맥클렌. 그쪽에 있었나?”

-아니오.

“그런데 왜 아무런 연락이 없지. 당한 건가?”

-그리 쉽게 당할 자는 아니라고 했잖소?

“그럼 기다려. 만나서 가자고.”

테오르는 그림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누가 이곳으로 오는지 지키고 있어라.”

그리 말한 테오르는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쳐 검성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런 장거리 공간 이동을 자주 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자신의 마력을 쓰지 않고 최상급 마정석의 마력을 사용하면 어지러웠다.

자신의 마력을 사용하면 이런 것은 없었는데 대신 마력의 소모가 크니 어쩔 수 없이 최상급 마정석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혼자가 아니라 둘 이상이 움직일 때는 더욱.

테오르는 검성 맥클렌을 만났다. 그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은신처를 박살 내놨다.

“가세나.”

테오르가 검성 맥클렌을 데리고 공간 이동했을 때 그곳에는 카이가 퀸과 함께 걸어나오는 중이었다.

테오르는 카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시선을 주었다.

“그 아이는 누군가?”

카이는 대답대신 그녀의 앞을 막아줬다. 그리고 그 둘을 바라보았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올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만나게 되면 욕심을 부릴 수도 있으니 준비하는 것이 좋았다.

카이가 빤히 바라보자 테오르는 그가 왜 경계하는지 깨닫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어찌 되었나?”

“바헬은 죽었어.”

“역시 대단하군.”

미치광이 바헬.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쉬이 나서지 못했던 것은 언제든 황궁으로 놈이 쳐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놈을 단신으로 죽였다.

아니, 뒤에 망토를 두른 소녀까지 둘이서 어떻게 한 건가?

테오르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은 없어. 그런데 바헬이 죽었다면 확인해 봐도 되겠나?”

“얼마든지.”

카이가 옆으로 물러나자 테오르가 그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맥클렌은 테오르가 안으로 들어가자 카이와 인사를 나눴다.

“처음 보는군. 난 맥클렌이라고 하네.”

“카이.”

맥클렌은 카이와 그 뒤에 선 퀸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탐색하듯 바라보는 퀸을 흘끔 바라보던 맥클렌이 입을 열었다.

“미치광이는 어떻던가?”

카이는 맥클렌의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과연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

맥클렌은 새삼 카이를 바라보았다. 8성에 오르고도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륙의 골칫덩어리였던 바헬이 죽었다. 고작 27의 나이에 바헬을 죽일 정도로 강하다니 장래가 기대되는 자다.

원래라면 죽였어야 할 자다.

제국의 것이 되지 않을 거라면 죽여야 하는 것이 옳지만 탐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저 나이에 바헬을 죽였을 정도의 대마법사. 그가 만약 제국의 것이 된다면 제국은 앞으로 백 년 이상 안전해진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

조합 마법진은 황제와 테오르 모두 원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손에 얻어 제국이 8성급 아티펙트를 손에 얻는다면 황궁은 8성급 보호 마법으로 보호되고, 최고의 무기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니 만약 그와 틀어진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다.

맥클렌은 더 말을 걸기보다 옆에 조용히 앉아서 폭포를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맥클렌은 무심하게 기다리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바헬이 죽은 것을 확인하고 오는 거라면 나와도 벌써 나왔어야 하는 데 어째서인지 아직도 테오르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왜 안 나오지?”

“모르겠군. 궁금하면 가보던가.”

맥클렌은 여기 있어 봐야 별일 있겠나 싶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폭포의 물이 동굴 안쪽으로 무서운 기세로 빨려 들어갔다. 그 거대한 물줄기가 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카이의 인상이 굳어졌다.

저만큼 물에 대한 지배력이 높은 것은 테오르 뿐이다.

무슨 일이 생겼다. 다만 그게 무슨 일인지 여기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맥클렌이 먼저 몸을 날렸고 카이가 퀸과 함께 뒤를 따랐다.

쿠르릉.

땅이 울리고, 물을 빨아들였던 절벽에 균열이 쩍쩍 가더니 그 안에서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면 절벽이 무너진다.

카이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먼저 들어가!”

카이가 대지 마법으로 단숨에 절벽을 틀어막았다. 절벽이 무너지지 않게 틀어막는 카이를 보고 맥클렌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빨려들 듯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절벽을 틀어막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안에서 이 정도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테오르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얘기.

바헬이 죽은 곳에서 테오르가 전력을 다할 정도의 일이 있을까?

카이도 퀸과 함께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대체 무슨 일일까?

의문을 풀 수는 없었지만, 안으로 뛰어들던 카이는 멈춰섰다. 지독한 독무가 동굴 안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카이가 해독 마법을 펼쳤지만, 보라색의 독무는 해독이 되지 않았다. 이만큼 지독한 독무는 처음 보았다.

“먼저 갈게.”

그 말과 함께 퀸이 몸을 날렸다. 그녀는 독무를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갔다.

카이는 바람의 길을 만들었다. 이 지독한 독무가 이 안에 고여 있다면 누구도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독무를 밖으로 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독무를 누가 관리하는 것은 아닌지 그걸 밖으로 빼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카이는 바람의 길을 동굴 밖으로 해서 하늘까지 날려버렸다. 그러고도 바람의 길을 멀리, 멀리 내보냈다. 잘못하면 그림자들이 모두 죽을 판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바람의 길을 열고 난 카이는 바헬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가득한 독무 속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렸다.

카카캉!

독무 속에서 벌어지는 금속음.

그리고 보라색 독무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카이가 만든 바람의 길로 보라색 독무가 흩어지자 그 안에는 맥클렌과 퀸, 쓰러진 테오르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카이의 마력 감지를 속일 정도라니 믿기 힘들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들린 금속음은 뭔가?

그러고 보니 은신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커다란 비늘이 있었다. 비늘이 맞기는 한 건가? 하나하나가 거의 사람 크기만 했다.

대체 여기 뭐가 나타났고, 뭐랑 싸운 건가?

그러나 지금 급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테오르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왼팔은 팔꿈치 아래로 보이지 않았고, 그곳에서 시작해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8성 대마법사의 몸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맥클렌이 테오르를 부축하고 있었는데 그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도와주게!”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테오르의 상태는 심각했다.

8성 대마법사가 이 정도로 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신성 교국으로 데리고 가지. 함께 갈 텐가?”

맥클렌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테오르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를 구하려면 성녀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

그곳에 제국의 태사를 맡겨야 한다. 그건 상당한 정치적 약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테오르를 지키려면 자신이 있어야만 했다.

감히 신성 교국에서 딴 마음을 먹지 못하게. 그들이 허튼 수작을 부리면 칼부림이라도 하기 위해서.

“부탁하지.”

카이는 퀸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녀올게.”

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물러났다. 카이는 퀸이 물러나자 그 둘을 데리고 공간 이동했다.

맥클렌은 그 모습에 카이가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인지 깨달았다. 최상급 마정석도 없이 공간 이동하는데 테오르보다 빠르다.

공간 이동이 끝나고 나서 느껴지던 감각의 이상도 없었다.

사방에서 성기사들이 튀어나와 주변을 감싸는 것을 보고 카이가 맥클렌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해줄 것은 다 해준 셈이다.

“고맙네. 여기서부터는 내가 처리하지.”

신성 교국에 부탁하는 것도 그 빚을 짊어지는 것도 모두 맥클렌이 할 일이다. 맥클렌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카이가 공간 이동을 준비하는 동안 한마디 말을 꺼냈다.

“뱀을 조심하게.”

“뱀?”

카이는 더 듣고 싶었지만, 일단 공간 이동했다. 카이가 사라지자 맥클렌은 테오르를 안아든 채 몰려든 이들을 돌아보았다.

성기사 메이어가 테오르를 알아보고는 물었다.

“검성이 여기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성녀의 도움을 받고 싶네. 성녀는 어디 있는가?”

성기사 메이어는 잠시 고민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교황청에 갑자기 나타난 검성과 수몰의 대마법사였다. 수몰의 대마법사 상태가 심각해 보이기는 하는데,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하는 거죠?”

어느새 그들의 뒤편에서 성녀 아나벨이 앞으로 나섰다.

“성녀님.”

“비키세요.”

아나벨은 곧장 걸어가 테오르의 상태를 살피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신성력을 일으켰다. 독이 번지는 것을 틀어막자 삽시간에 테오르의 왼팔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자르세요.”

맥클렌이 바라보자 아나벨이 소리쳤다.

“늦지 않아서 이 정도에서 막을 수 있는데 잘못하면 죽어요!”

맥클렌은 그 말에 검을 뽑아 휘둘렀다. 테오르의 팔이 잘려나갔고, 아나벨이 강렬한 신성 회복 주문으로 그의 팔을 봉해버렸다.

새살이 돋아 잘려나간 부위가 회복되자 아나벨이 숨을 돌리며 말했다.

“일단 급한 대로 막았지만, 몸의 상태가 심각해요. 독이 체내에 남아있는 지도 확인해야 해요. 안으로 옮기죠.”

“살릴 수 있겠나?”

아나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맥클렌이 테오르를 안아들고는 말했다.

“고맙군. 제국은 이 은혜를 잊지 않을 걸세.”

아나벨은 뒤돌아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신성력으로도 해독할 수 없어서 한쪽으로 몰아넣어 잘라냈다. 그것도 테오르가 마력으로 지금까지 막아 놓았기에 자신은 거들어 줬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테오르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를 깨어나게 하는 데는 자신도 전력을 다해야 할 터였다.

제국의 가장 큰 힘 중 하나인 수몰의 대마법사를 치료하는 일이다. 허튼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검성이 함께 왔다. 그러니 그를 치료하고 빚을 지워두는 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 되리라.

그런데 테오르가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그리고 수몰의 대마법사를 이렇게 죽음 직전까지 내몰고 간 자는 누굴까?

우선은 테오르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퀸에게 돌아온 카이는 그녀 주위를 돌아보았다. 독무는 바람길을 따라 모두 사라졌지만, 그곳에 남아있는 흔적은 읽기 힘들었다.

“퀸. 대체 뭐랑 싸운 거야?”

퀸은 그 물음에 뭔가 생각하다가 답했다.

“뱀.”

카이는 알 수 없는 대답에 주위를 돌아보다가 인상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바헬의 시체도 사라졌다.

돌싱 후 대마법사-검성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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