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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71화 (71/150)
  • 071화 역시 내 딸

    메르샤는 덴다르트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메르샤가 기억하는 덴다르트는 5성 마법사였다. 그러던 그가 언제 6성을 넘어 7성 대마법사가 되었단 말인가?

    7성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 잘 안다. 평생 5성에도 이르지 못하는 마법사가 넘칠 만큼 어려운 것이 마법의 세계니까.

    그런데 생각도 못 했던 자가 7성까지 올랐다.

    “여기 터가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덴다르트는 입이 근질근질했다. 이곳은 8성 대마법사가 가르침을 아낌없이 내리는 곳. 8성까지는 모르겠지만, 깨달음을 얻을 순간이 매 순간 찾아왔다.

    자신 또한 그 실마리 중 하나를 잡았을 뿐.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올랐다.

    예전에는 까마득하게 높았던, 단장과 같은 급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저 안타르시아의 시장과도 같은 눈높이까지 왔다.

    덴다르트가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메르샤는 피식 웃고는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제자 영지에 빌붙을 거라니까?”

    메르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축소 마법진의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왔지만, 엘더가 시장에서 거의 사장되어 버린 지금 제자에게 빨대 꽂고 살 수 있겠어? 갈데 없으면 내게로 와. 부시장 자리를 주고 부와 권력을 줄 테니까.”

    덴다르트는 그녀의 말에 픽 웃고는 답했다.

    “꺼져. 할망구.”

    메르샤가 걸친 로브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이 어린 놈의 새끼가 아까부터 계속 그러는데 하나 씩 상대하면 못할 것 같아?”

    “해보게?”

    덴다르트가 가방에 손을 넣었다. 가방 안에는 카이가 만들어준 7성급 아티펙트가 들어있었다. 라이트닝 웹 스태프. 이걸 꺼내면 승리는 확실하다.

    그렇기에 덴다르트가 메르샤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었던 것.

    메르샤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다. 괜히 너랑 싸워서 카이랑 척을 질 이유는 없지.”

    메르샤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차라리 카이랑 나랑 잘 되게 다리 좀 놔줄래? 네 말이면 잘 듣잖아.”

    “정신차려. 이 할망구야.”

    “이게 말 끝마다!”

    메르샤가 짜증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문이 열리고 카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왜 싸우고 그러십니까?”

    메르샤는 눈을 부라리다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얘기는 끝난 거야?”

    카이의 뒤를 따라 나온 클란드라가 빠르게 말했다.

    “황궁까지 빨리 돌아가야 해요.”

    황궁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비공정을 이용해도 십 일정도 걸린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검성과 수몰의 대마법사 모두 공간 이동하면 금세 원하는 위치로 이동할 수 있지만, 황궁 최고의 전력이 움직이는 일이다. 그리고 황제도 몸을 피해야 하고.

    “그래. 가자. 가.”

    메르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둘을 돌아보았다.

    “덴다르트. 단장도 알고 있냐?”

    “뭘?”

    “너 7성에 오른 거.”

    “아직 안 알려줬는데?”

    “그럼 내가 알려준다?”

    덴다르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든지.”

    방랑 마법사단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마탑의 규제가 싫어서 나온 이들이라 그들은 규제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소속된 곳이 없으면 무시 당하고 죽을 수도 있기에 방랑 마법사단이라는 이름 아래 모이는 것.

    그렇게 모인 이들이기에 떠나는 것은 언제든 마음대로였다.

    덴다르트의 대꾸에 메르샤는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밖으로 나갔다. 메르샤는 클란드라가 비공정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카이를 돌아보았다.

    “언제든 호출해. 비공정 보내줄 테니까.”

    솔직히 카이도 비공정을 이용하면 편하다. 정령은 퀸에게 영향을 받지 않아서 비공정을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더 성장한 지금은 이용할 수 없으려나?

    퀸과 함께 만 아니라면 카이도 공간 이동으로 가는 것이 더 편했다.

    카이가 휘휘 손을 내젓자 메르샤는 클란드라를 태운 채 비공정을 띄웠다. 그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카이는 덴다르트에게 말했다.

    “미치광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놈의 위치를 파악했어?”

    “검성과 수몰의 대마법사가 함께 하는 작전인데 성공하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카이는 비공정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답했다.

    “미치광이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이 세 곳이 있습니다. 8성급 결계가 펼쳐져 있다고 하니 그 셋 중 하나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동시에 결계를 부수고 들어가 놈을 상대할 겁니다.”

    “도망치지 않을까? 세 개가 동시에 부서지면.”

    8성 대마법사가 공을 들여서 만든 세 개의 거처라면 이상이 생겼을 때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을 터였다. 그리고 세 곳 모두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면 몸을 빼낼 수도 있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쉬이 포기할 수 있을까?

    8성 대마법사의 거처는 그 자체로 굉장한 가치를 지닌다. 그 안에 있을 것들을 다 털리면 미치광이 바헬도 빈털터리가 된다.

    빈털터리가 돼도 충분히 강한 놈이지만, 과연 준비된 마법사가 자신의 거처로 들어온 적을 무시할까?

    상황 파악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가장 강한 곳에서 적을 죽이려고 할 터였다. 하나만 죽이면 된다고 여기겠지.

    카이도 마찬가지다. 만약 일이 틀어지면 하나만 죽이면 된다.

    수몰의 대마법사든 검성이든 하나만 죽이면 제국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조합 마법진이 필요하니 그들이 먼저 자신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터.

    대신 강제성을 띄고 데리고 가려 할 수는 있다. 그럴 때는 확실히 선을 그을 정도의 준비는 해둬야 했다.

    퀸과 함께 있을 때라면 수몰의 대마법사는 확실히 죽일 수 있다.

    “제 생각에는 아마도 싸우려고 할 겁니다. 기회라고 여기겠죠. 제 직감인데 아마도 제가 가는 곳에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당시에 입은 상처로 대륙 동쪽까지 공간 이동하기는 무리였을 것 같으니까요.”

    “같이 가줄까?”

    “아니요. 여기를 지켜주세요. 스승님이 계시면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요.”

    “혼자 갈 거야?”

    “아뇨. 퀸이랑 같이요.”

    덴다르트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퀸? 걔랑 같이 가면 돼?”

    카이는 그제야 덴다르트가 7성에 오르는 동안 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음을 알았다. 퀸은 마법사에게 있어 상극인데 지금은 거의 7성급 육체 강화자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 그녀가 검술까지 익혔으니 마법사는 걸리면 죽는다.

    시공간 간섭은 막지 못하지만,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카이는 상대의 시공간 간섭을 막을 수 있다. 카이와 퀸의 조합에 걸리면 누구든 죽는다.

    “혹시라도 퀸이랑 싸우지 마세요.”

    “왜?”

    “죽어요.”

    덴다르트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파하하하. 제자야. 네 사부 이제 대마법사야.”

    카이는 그런 그를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시공간에 간섭하기 전에는 절대로 싸우지 마세요. 아직 어려서 손을 과하게 쓸 수 있고, 스승님 죽을 수도 있어요.”

    카이가 워낙에 강경하게 말하니 덴다르트가 속삭였다.

    “왜? 퀸이 마법에 상극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야?”

    “예. 마법사는 시공간 간섭하기 전에는 죽었다 깨도 못 이겨요. 아니, 시공간 간섭해도 도망만 칠 수 있을 뿐 못 이겨요.”

    마법사의 극상성에 있는 퀸이었다. 그런 퀸이 자신과 한편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걸까?

    우연에 의한 필연이라고 할까?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해도 만들어지지 않는 인공 영혼 퀸. 그녀 덕분에 8성급 대마법사를 죽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영지를 지켜주세요. 늦어도 내일은 출발해야 해요.”

    “알겠다. 영지는 걱정하지 마라.”

    덴다르트는 새삼 카이를 바라보았다. 미치광이 바헬은 백 년이 넘는 시간 모든 왕국이 벌벌 떨게 한 이름이다. 혹시라도 그와 엮이게 되어 죽는 것이 아닐까?

    무인지경으로 돌아다니던 자였다. 그랬던 미치광이 바헬을 죽이겠다고 했다. 대륙의 정점에 서 있는 제국의 검성과 수몰의 대마법사가 함께 움직이는 작전.

    성공 확률도 꽤 높다.

    자신을 믿고 영지를 맡긴다고 하니 이곳에서 카이가 아끼는 이들을 지켜주는 것이 스승의 도리였다.

    “조심해라.”

    “미치광이만 잡고 나면 저도 8성임을 밝힐 생각입니다.”

    “그래야지. 힘을 숨기고 사는 건 찐따들이나 하는 거다.”

    카이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가진 힘을 왜 숨기나?

    자신은 바헬이 조금이라도 방심하기를 바라고 숨긴 것이었다. 확실한 승리만 손에 넣는다면 솔직히 힘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카이는 비공정이 완전히 멀어진 것을 보고 사람들을 모았다. 그레이스 소속의 사람들과 퀸을 모은 카이는 그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알려줬다.

    “제국과 함께 미치광이 사냥 작전을 펼치게 됐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비워야 하니 그동안 이곳은 스승님이 지켜주실 겁니다.”

    프릴이 손을 들었다.

    “스승님. 저도 함께하게 해주세요.”

    “아니. 이번 일은 나와 퀸만 간다.”

    카이는 그녀의 마음을 알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자신과 퀸만 움직이는 것이 옳았다. 카이는 모인 이들에게 준비해 온 반지를 내밀었다.

    반지를 받아든 이들이 그것을 살폈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진금화로 된 반지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곳에 그려진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본 이들이 모두 고개를 들어 카이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카이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레이스’ 소속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반지는 모두 7성급 충전 보호 마법이 들어있는 것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여러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덴다르트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합 마법진으로 만들어도 7성급은 담아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

    축소 마법진을 더해도 7성급 마법은 반지에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추가된 것이 결합 마법진. 그것까지 더해야 7성급 보호 마법을 반지에 넣을 수 있었다.

    “각기 주인 각인까지 마친 반지라 빼앗길 염려도 없을 겁니다.”

    덴다르트가 그 말에 반지를 들어 보이다가 손에 끼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캬! 투박하지만 멋있어!”

    같은 7성 대마법사끼리 비전 마법의 상성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비빨도 무시할 수는 없다. 7성 비전 마법 라이트닝 웹이 있고, 7성급 보호 마법까지 있다.

    이래서야 7성급 중 최강이라 불릴 만 하지 않는가?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라.”

    카이는 조금 더 의미있게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이들을 잃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자신의 사람을 지킬 수 있는 반지를 남기고 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카이는 그 말을 끝으로 퀸을 돌아보았다.

    “퀸. 같이 가자.”

    퀸의 눈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반짝이고 있었다. 뭔가 기대에 가득 차 보이는 표정.

    카이는 손을 내밀었고, 퀸이 얼른 다가와 손을 잡았다.

    카이는 퀸과 함께 밖으로 나왔고, 어느새 두 필의 말을 준비해 온 테오를 만날 수 있었다.

    테오도 그레이스의 반지를 끼고 있으니 앞으로 그가 위험해질 일은 없으리라.

    “여행에 필요한 물품은 준비했습니다.”

    카이는 말의 안장에 달린 가방과 짐들을 자신의 가방에 다 쓸어담았다. 테오가 그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거 저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집사장은 많은 준비물이 필요하다. 그러니 저런 혁신적인 가방은 집사장이 가져야 할 물건이 아닌가?

    카이는 그 말에 잠시 테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 처리하고 나면 하나 만들어 줄게.”

    최상급 마정석이 들어가긴 하지만 최상급 마정석을 재충전할 수 있으니 이런 가방은 돈 안 들고 만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카이는 테오가 준비해준 말에 올라 퀸을 돌아보았다.

    “승마는 배웠어?”

    “기사란 말과 함께하기에 기사라던데?”

    그리 말한 퀸이 먼저 말을 달리는데 인마일체가 뭔지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역시 내 딸이네.”

    뭘 하든 잘하는 천재 딸이다. 카이도 그런 퀸을 따라 힘차게 말을 달렸다.

    돌싱 후 대마법사-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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