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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67화 (67/150)
  • 067화 탄생

    클레바논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둘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수련 중인 거요?”

    “크흠.”

    왼쪽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테오르를 바라보던 클레바논이 한숨과 함께 클란드라를 돌아보았다. 클란드라는 그 시선에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미치광이 사냥 작전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클란드라가 대륙 전도에 표시된 세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세 곳이 미치광이 바헬의 근거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테오르는 전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 곳 모두 8성이 아니면 펼칠 수 없는 결계가 펼쳐져 있었지. 그런데 그 세 곳 중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미치광이를 잡겠다는 거지?”

    클란드라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세 곳을 동시 공략할 생각입니다.”

    테오르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황녀.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무슨 수로 그 세 곳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건가? 폐하의 안위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동시에 두 곳 이상 공략할 수 없어.”

    “무결의 대마법사가 미치광이 바헬의 근거지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성녀가 엘도 왕국을 찾아갔었던 때와 무결의 대마법사가 은거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어쩌면 미치광이 바헬이 엘도 왕국에 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테오르는 그 말에 팔짱을 낀 채로 중얼거렸다.

    “그럼 바헬과 원한을 가지기라도 했다는 건가?”

    “미치광이가 해온 짓들을 생각하면 보통 은혜보다는 원한을 가지는 경우가 많죠.”

    “구할 이상이지.”

    테오르는 거기까지 중얼거리다가 전도에 시선을 주었다.

    “동시에 세 곳을 공략한다면 잡을 가능성은 7할 이상이야. 놈이 저 세 곳 중 한 곳에 있기만 한다면.”

    옆에서 듣고 있던 검성 맥클렌이 입을 열었다.

    “미치광이는 8성에 오른지 백 년이 넘은 노괴요. 그런 자를 상대하는데 공략 가능성을 너무 높이 세운 것 아니오?”

    테오르는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네가 잘 모르는군. 분명 미치광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위험한 놈일 가능성이 커. 하지만 아무리 그놈이라고 해도 제대로 방비가 되지 않은 이상 무결의 대마법사에게 걸리면 죽어.”

    맥클렌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테오르가 이 만큼이나 다른 이를 인정해 주는 것은 처음 보았으니까.

    테오르는 그런 맥클렌과 관심을 보이는 클레바논을 보고는 설명을 이었다.

    “시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이 8성에 이른 이들이 얻는 권능에 가까운 힘인데 그걸 방해하는 술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지금까지 연구 중인데 그 술식은 재현하지 못했어.”

    테오르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전도에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걸 처음 겪는다? 마법사라면 절대로 반응하지 못해.”

    미치광이가 구르고 구른 노괴라고 하지만 막상 8성과 싸운 경험은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과 만나 본 적도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그러니 처음 시공간에 간섭을 받으면 손도 제대로 못 쓸 것이 뻔했다.

    자신이 떡실신 했었지만, 실제로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못 죽일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이 그놈인가 보군.”

    “미치광이의 거처를 원하는 것을 보면 8할 이상의 확률로 동일인이라 여겨져요.”

    “크흐흐. 다음에 다시 한번 붙어봐야지.”

    가볍게 주먹을 휘둘러 보는 테오르를 보며 맥클렌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투술은 초급자 수준도 안 되오. 게다가 아직 시공간에 간섭할 수 없다고 하면 그자는 빠르고 태사는 느릴 텐데 그게 가능한 일 같소?”

    “시공간 간섭하지 말고 한판 붙자고 하면 될 일이지.”

    다들 상대가 그걸 동의할 이유가 없음을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지금은 이 계획에 대한 설명이 우선이었으니.

    “찾기만 한다면 수적 우위로 놈을 죽일 수 있어요.”

    맥클렌도 테오르도 그 부분에서는 동의했다. 상대가 미치광이라고 해도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아군이 공간 이동을 해온다면 얼마든지 놈을 죽일 수 있다는 것도.

    특히 시공간에 간섭할 수 있는 술식이 있는 자가 있으니 승산이 높았다.

    맥클렌의 시선이 클레바논을 향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클레바논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내가 숨고자 한다면 못 숨을 것도 없지. 황궁에 쳐들어온다면 그대들이 돌아오면 될 일 아닌가?”

    테오르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장거리 공간 이동에는 생각보다 마력의 소모가 크다. 그렇다고 해도 검성과 함께 한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미치광이를 죽일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 그놈이 함께한다면?

    못 잡으면 병신이다.

    테오르와 맥클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클란드라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럼 미치광이 사냥 작전에 대해 그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서 계획된 작전.

    미치광이 사냥 작전의 키를 쥐고 있는 그를 만나러 갈 때가 됐다.

    클란드라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조합 마법진을 얻게 되면 자신의 꿈인 공국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이번 작전에 걸렸다.

    만드리안 협곡의 심처.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콜린스와 네 명의 장로들이었다.

    에빌 마탑이라 이름 지었지만, 외부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알린 것이 무결의 대마법사에게 보낸 전서였다.

    그리고 그 대답이 돌아왔다.

    바키는 긴장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콜린스는 그가 전해온 전서를 열기 전에 물었다.

    “그는 어떻던가?”

    “그는 워 메이지입니다.”

    바키는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콜린스는 쓰게 웃었다. 같은 성급의 마법사라고 해도 연구만 한 자와 워 메이지는 다르다. 전투에 익숙한 자들.

    그런 자들은 몇 배나 위험하기 마련이다.

    전서의 봉인을 풀고 펼친 채로 읽은 콜린스는 살짝 곤란한 표정이 어렸다. 그렇게 전서를 모두 읽었을 때 전서가 화륵 타올랐다.

    뚱뚱한 체구에 탐욕의 마법사 제이머스가 놀라며 물었다.

    “뭐야? 전서를 태워버리면 어떻게 해?”

    콜린스는 담담히 답했다.

    “우리와 거래했다는 것 자체를 숨길 생각이군.”

    에빌 마탑은 이번 전쟁을 통해서 자신들의 위력을 알리고 마탑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흑마법사들이 모인 마탑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에빌 마탑과 전서를 주고 받았다는 흔적을 남길 생각이 없었던 것.

    무결의 대마법사라고 하더니 타오르기 시작할 때 마력으로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런 잔재주에 능한 자가 워 메이지라니.

    콜린스의 시선이 바키를 향했다.

    “다른 전언은 없었나?”

    “연락 없이 찾아오면 죽인다고 했습니다.”

    “하긴 자신의 영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면 죽여도 되지.”

    흑마법사들이기에 그 부분에 대해 모두 이해했다.

    콜린스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소. 다만 왕족은 죽이지 말라고 하는군.”

    그 말에 흑마법사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슨 정복 전쟁도 아니고. 어차피 전쟁에서 승리하고 배상금을 뜯어낼 계획인 것 같던데.”

    타메아 왕국의 국왕도 엘더의 막대한 자금을 빼앗아 올 생각이었지 엘도 왕국을 정복할 생각은 아니다. 전쟁에서 크게 이기기 시작한다면 욕심을 부릴지 몰라도 그때는 그들도 알아서 물러나면 될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들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만 얻게 해주면 해줄 일은 다 해주는 것이었으니까.

    콜린스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위로 그림자 까마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콜린스는 그림자 까마귀를 휙 던졌고, 천정을 뚫고 올라간 그림자 까마귀가 사라졌다.

    콜린스는 다른 이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국왕에게 전언을 전했으니 이제 이번 국경 침공전에 처음 참전할 이를 정할까?”

    그 물음에 제이머스와 매혹의 마법사 엘리슨이 손을 들었다. 다른 둘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아 장로들끼리는 이미 입을 맞췄나 보다.

    “좋아. 국경 침공전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야 해. 공포를 심어주면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도 구해야 하니 필요한 이들을 충원해서 다녀오도록 해.”

    둘이 고개를 끄덕이고 모두 물러가자 콜린스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무결의 대마법사가 참전하지 않는다면 카이저를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돈도 받지 않겠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 막 설립한 에빌 마탑에는 돈이 많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냥 넘어가지만 카이저를 손에 넣고 나면 자신은 독보적인 존재가 될 터. 그때 다시 협상해도 될 일이다.

    결혼식 초대장을 받은 카이는 잠시 그걸 내려다보았다.

    이걸 보내기까지 왕가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터였다. 자신이 엘디아와 좋게 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이상 초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겠지.

    새신랑이 될 자의 팔을 잘라버린 자.

    새신부의 전남편.

    그러나 이렇게 날아온 초대장을 보니 아마도 엘디아가 보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네가 아니어도 된다고. 자신은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겠지.

    축소 마법진의 지적 재산권을 가져오며 엘더는 사실상 없어졌다고 해도 좋았다. 엘더 소속 마법사 중 절반이 영지로 와서 영지 개발부에 들어올 정도였으니까.

    300억 프랑을 포기하면서 얻었지만, 그 돈. 엘디아 공주 마음대로 쓰지 못할 게 뻔했다.

    마침 타메아 왕국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하니 에빌 마탑을 등에 업은 그들이 승리를 손에 넣게 되면 새신랑은 죽고, 전쟁 배상금으로 그 돈을 탈탈 털리리라.

    카이는 초대장을 품에 넣고는 테오를 돌아보았다.

    “가실 겁니까?”

    “가야지.”

    요즘 되는 것이 없다가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은 것처럼 행복해할 그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잠깐 반등한 것 같았던 그녀의 행복은 이번 전쟁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터.

    그 간극을 보기 위해서라도 가야 했다.

    “준비할 수 있는 최고로 준비해줘.”

    “선물은 뭐로 하실 겁니까?”

    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건 고민 좀 해 보고.”

    마치 그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처럼 보일만 한 물건을 준비해줄 생각이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어울릴 만한 물건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갑자기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에 카이가 고개를 들었다. 대기의 마나가 흔들리며 한곳으로 몰려 들어간다.

    그것이 무슨 현상인지 알았기에 카이는 그대로 공간 이동해서 덴다르트의 방 앞에 섰다. 주위의 마나가 집중되는 현상. 이런 경우는 하나뿐이다.

    “대단하시네.”

    7성의 벽. 그 벽은 까마득히 높아서 카이도 바헬이 심어 놓은 마력 봉인이 아니었다면 실마리도 잡지 못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보다 늦게 6성에 오른 덴다르트가 벌써 7성에 오른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8성 대마법사인 카이의 옆에서 그가 하는 모든 것을 보고 배웠으니 언제고 7성에 오를 줄은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 간질간질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가능할까 싶었던 것이 이뤄졌나 보다.

    쿠우웅!

    덴다르트의 방은 물론이고 성까지 들썩이는 충격과 함께 문 위로 새하얗게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빙결 마법사인 덴다르트가 7성에 오르면서 그의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방 전체를 꽁꽁 얼리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문에 내렸던 서리가 사라졌고, 곧 문이 벌컥 열렸다.

    살이 빠졌지만, 눈에서 형형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덴다르트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카이가 문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와락 끌어 안았다.

    “제자야! 이제 네 스승이 대마법사다! 넌 대마법사의 제자다!”

    그레이스 소속 대마법사가 한 명 더 탄생했다.

    돌싱 후 대마법사-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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