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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65화 (65/150)

065화 너 누구니?

외형을 골라놓으라는 말을 전하고 카이는 영지로 돌아왔다. 카이의 신분으로 갈 때야 비공정을 소환하면 될 일이고, 아벨의 신분으로 갈 때는 그저 공간 이동으로 가면 됐다.

카이는 가지고 온 트리달리움을 이용해 헬리움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 낸 헬리움이 아홉 개.

카이는 이걸 흡수하면 퀸이 키가 더 커지는 건가 싶어서 살짝 기대도 됐다.

카이가 부르자 다가온 퀸은 앞에 놓인 헬리움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전부 가져도 돼?”

“너 아니면 쓰지도 못해.”

투환기가 있으니 구슬 형태인 것 하나 정도는 쓸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퀸이 쓰는 것 이상의 효용 가치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퀸이 더는 흡수할 수 없을 때까지는 헬리움을 그녀가 사용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퀸은 카이가 내준 헬리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하나둘 헬리움이 사라지는데 퀸의 외형은 변하는 것이 없었다.

키도 크지 않았고, 그저 그대로였는데 퀸은 일곱 개를 흡수하고 나서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선 채 말했다.

“아빠. 이건 흡수 못 할 것 같아.”

“그래?”

외형은 변한 게 없지만 정말 텅텅 비어 있던 안쪽에 뼈와 근육을 만든 걸까?

헬리움은 마력 감지조차 먹히지 않았기에 퀸은 대마법사인 카이에게도 미지의 존재였다.

카이가 손을 내밀어 헬리움을 회수하려고 할 때 퀸이 먼저 양손으로 하나씩을 쥐고 말했다.

“이거 내가 가져도 돼?”

“응?”

더는 흡수하지 못한다고 하니 이걸 이용해서 연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이제 막 만든 것이었고, 지금까지 아무런 효과도 본 적 없다 해도 연구 가치는 무궁무진한 것이었다.

“뭐하려고?”

“무기로 쓰려고.”

“무기?”

헬리움은 트리달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강도는 트리달리움을 아득히 상회 한다.

“구슬인데?”

퀸이 그 말에 입꼬리만 살짝 올리더니 구슬 두 개를 잡아 하나로 합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좌우로 뻗으니 그 안에서 헬리움이 길게 늘어나 한 자루 검이 됐다.

“너 헬리움의 형태를 변환할 수 있어?”

“응.”

하긴 형태 변환이 가능하니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데 썼던 것이겠지.

헬리움도 퀸도 모두 우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 제대로 된 연구가 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헬리움의 형태를 변환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발견이었다. 구슬 형태에서 나누지도 못하니 투환기에 넣어서 비장의 무기로 썼지만, 제대로 형태만 다듬어도 훨씬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

화살로만 만들어도 속도와 위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갑옷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지만, 그건 오히려 의미가 없다.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니 가장 큰 무기를 잃는 셈이다.

대신 헬리움은 절대로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냥 무기로만 다뤄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으니까.

공간 이동이든 시간에 간섭하든 8성에 이른 자들은 아무리 뛰어난 무기로도 맞출 수 없지만 카이는 그들을 잡을 방법이 있었다.

일단 지금 가지고 온 트리달리움은 퀸이 모두 사용했고, 다음에 트리달리움을 구한다면 그때는 석궁으로 만들어야겠다.

투환기보다는 석궁이 속도도 빠르고 위력적이니까.

석궁의 살로 만든다면 헬리움 구슬 하나로 적어도 다섯 개 정도 만들어낼 수 있으니 훨씬 이득이었다.

퀸은 검을 몇 번 휘둘러보다가 말했다.

“아빠.”

“응?”

“같이 가.”

카이는 퀸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기에 그녀를 따라서 연무장으로 갔다. 나이트와 룩이 티투스에게 기사로서의 소양을 배우고 있던 곳에 도착하니 티투스가 먼저 아는 척했다.

“처음 와 보는군.”

“믿고 맡겼으니까요. 퀸이 같이 가자고 하기에 왔습니다.”

티투스는 퀸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왜 같이 온 거냐.”

퀸은 검을 등 뒤로 돌리고는 왼 주먹을 가슴에 대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검을 든 채로 예를 표하는 모습에 티투스가 픽 웃음을 흘렸다.

“대련이라도 하자는 거냐?”

“마지막 대련을 청합니다.”

퀸이 격식을 따져서 하는 말투에 카이는 그것만으로 됐다고 여겼다. 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티투스도 검을 뽑아 들고는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그 검은 뭐냐? 처음 보는 검인데.”

일반적인 검의 형태였는데 검날부터 손잡이까지 모두 옥으로 만든 것처럼 새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성검이라고 불러도 믿을 것 같은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티투스가 조용히 검을 들었다.

“그런데 누구 마음대로 마지막 대련이냐? 넌 아직 부족한데.”

곧 자신의 손을 떠날 아이였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데 카이 백작을 직접 데리고 와서는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무슨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그렇다면 아직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때다.

티투스가 마력을 일으키며 검을 까딱였다.

“와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퀸이 땅을 박찼다. 카이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지금 보여주는 퀸의 속도는 카이저가 보였던 그 속도에 비견되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가 검을 뻗는데 티투스가 다급하게 몸을 틀며 검을 틀어 검격을 받아내려 했다. 마력 한 점 없는 퀸의 움직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눈에 담기도 어려울 지경.

그러나 티투스는 그 와중에도 그녀의 검을 흘려내려 했다.

검이 맞닿는 순간 검면을 기울이려는데 퀸의 검이 슬쩍 돌아가며 검면에 닿는가 싶더니 옆으로 찍어 눌렀다.

“어헛!”

다급하게 힘을 주는 순간 손목을 돌려 힘의 방향을 틀어서 위로 날려버렸다.

압도적인 힘, 놀라운 기량이 더해져서 티투스의 손에서 검이 튀어 올라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 티투스를 바라보던 퀸이 다시 검을 뒤로 돌리고, 왼 주먹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그간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티투스는 그런 퀸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 검. 내 검을 벨 수 있었지?”

퀸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자 티투스는 헛웃음을 흘렸다. 퀸의 검이 보통 검이 아니다 싶었는데 그녀는 검의 성능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흘리기를 오히려 되감아 검을 놓치게 한 것은 기량을 증명한 것이었다.

티투스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좋다. 더는 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겠구나.”

퀸이 보여준 움직임은 티투스도 본적이 없을 정도였다. 몸이 반응한 것은 오직 그간의 경험 덕분이었다. 그만큼 놀라운 움직임이었다.

6성급 육체 강화자가 마력으로 강화한다고 해도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니, 그 이상이다.

이만한 힘과 속도를 가지고도 기량을 보인 것이 티투스의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스승에 대한 예 또한 잊지 않았으니 그녀가 엇나갈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티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이를 돌아보았다.

“나이트와 룩도 이미 검술에 대한 기본기를 잡았고, 기사도를 배웠으니 이만 떠나도 될 것 같소.”

어딘가 힘이 빠진 것 같은 티투스의 말에 카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간 이 아이들을 가르쳐 주신 점 감사합니다.”

“허허허. 확실히 특별한 아이들이기는 했소. 즐거운 경험이었지.”

마치 순수한 아이들 같았다. 가르치는 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솔직히 가르치는 맛이 났다. 그래서 가르쳤던 것.

카이는 티투스가 가르친 퀸과 나이트, 룩을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기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혹시 남아서 기사단을 교육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티투스가 그 말에 퀸, 나이트, 룩을 돌아보았다.

“저런 아이들을 더 만들겠다는 거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저 아이들이 카이가 만들어낸 인공 생명체라는 것은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 아이들을 더 만들 수 있다?

이 남자는 혼자서 대체 뭘 하려는 건가?

대륙이라도 정벌할 생각인 건가?

“저들이 이끌 기사단이죠. 개인의 성향에 맞게 키우겠지만, 그래도 수석 교관으로 봐주십시오.”

“허허허.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늙었···.”

카이는 진금화 하나를 꺼내 들었다. 카이가 8성에 오른 이후에 마킹을 모두 지워버린 진금화로 이걸 가지고 있어도 이제 테오르가 추적할 수 없었다.

진금화를 본 티투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뭔가? 진금으로 된 것 같은데.”

“혹시 진금화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아, 제국에서 만든 1억 프랑짜리 주화 말···?”

말을 잇던 티투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이는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진금화를 튕겼다. 날아오는 진금화를 받아든 티투스가 물었다.

“새로 만들 기사단을 흡족한 수준까지 키워주신다면 진금화 하나를 더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제국에서 진금화를 추적해봐야 자신으로 나온다. 이미 제국과는 암묵적으로 계약한 상황이니 안다고 어쩔 건가?

그리고 ‘동결의 로브’가 있는 이상 테오르는 와도 겁나지 않았다.

티투스는 은퇴했다.

더는 돈에 연연하지 않았다. 자신의 영지에서 마음 편히 살았지만, 1억 프랑이다. 기사단을 완성하면 하나 더.

그 돈이면 자신의 자식들이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 수 있었다. 기사단에 묶여 살아 애비 노릇 한 번 제대로 못 했었다.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지나가던 덴다르트가 구해줬을 만큼 해준 일이 없었는데 이거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

티투스는 진금화를 으스러져라 쥐고는 카이를 바라보았다.

“기사단은 언제 준비되나?”

카이는 그가 의욕적으로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준비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은 휴식을 취하고 계셔도 좋습니다.”

“아닐세. 기사단을 이끌려면 퀸, 나이트, 룩 모두 기사단의 진형에 대해서 배워야 하네. 그런데 혹시 전투마들은 준비되어 있나?”

카이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전투마는 분명 다치고 죽는다. 성급이 높은 이들에게 말은 이동수단일 뿐 전투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이동형 인형도 만든 경험이 있었다. 엘티온에게 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 다시 만든다면 더 뛰어난 말도 만들 수 있었다.

인형으로 만든 말. 주인의 뜻에 정확히 따라 움직이는 말이라면 기사단의 수준은 끝없이 오를 수 있다.

대륙의 어떤 기사단도 감히 견줄 수 없는 이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카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투마는 아니지만, 이 녀석들에게 꼭 어울리는 녀석도 만들어 오겠습니다.”

카이가 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널 위한 기사단을 만들어 줄 테니까 기사단장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잘 배워둬. 알았지?”

퀸은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뭔가 배우는 것은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좋았지만, 티투스에게서 배우는 것은 뭔가 살아있는 지식 같았다.

이번에 얻은 힘이 워낙에 커서 카이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에 청한 대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카이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퀸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가기 시작했다.

뭔가 새로운 숙제를 한가득 얻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싫지가 않았다.

새로운 전투마. 인공 영혼을 토대로 그 속도도 말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를 만들 생각하니 벌써 즐겁다. 그렇게 작업을 하려고 할 때 그의 마력 감지에 잡히는 존재가 있었다.

카이는 성을 향해 다가오는 기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자의 뒤로 공간 이동했다. 뒤에서 보니 알 수 있었다.

흑마법사.

카이는 헛웃음을 흘렸다. 카이저를 상대하면서 자신이 7성에 오른 것을 대륙 전역이 알게 됐다. 그런데 고작 5성급 흑마법사가 자신을 찾아왔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카이는 고민하지 않고 놈을 빙옥에 가둬버렸다.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뜬 놈을 마력으로 들어 올려 성까지 가지고 간 카이는 빙옥 속에서 새파랗게 질려가는 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누구니?”

돌싱 후 대마법사-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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