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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60화 (60/150)
  • 060화 찾아온 이들

    최상급 마정석 광산을 털어먹는다는 것은 왕국과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뜻.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나 미치광이 바헬뿐이다.

    카이는 그래서 생각을 전환했다. 최상급 마정석이 없다면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최상급 마정석이란 오랜 시간 마나를 흡수한 것으로 마나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돌멩이가 되고 만다. 카이는 지금까지 최상급 마정석을 쓰고 남은 것들은 버리지 않았다.

    재활용할 방도가 없을까 해서 모아두었던 최상급 마정석들.

    그걸 손에 쥔 카이는 자신의 마력을 쏟아 넣어봤다. 칠채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박살 났다. 카이는 최상급 마정석은 순수한 마나만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방식을 바꿨다.

    최상급 마정석의 주위로 팔면에 마나 집적진을 만들어 보았다. 주위의 마나를 급격하게 빨아들이면서 최상급 마정석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최상급 마정석이 광산으로 발견되는 것은 오랜 시간 마나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대륙의 지표면 아래로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가리켜 용맥이라고 부르는데 그곳이 분출되는 곳과 연관된 곳에서 최상급 마정석 광산이 나온다.

    그러나 용맥은 워낙 깊은 곳을 지나서 의도적으로 찾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최상급 마정석은 용맥의 순수한 마나를 머금으며 만들어지는 것.

    그만큼 순수한 마나를 공급해주지 못하면 최상급 마정석은 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마탑이 최상급 마정석을 재활용하려 했지만, 자연에서 구하는 것 외에는 구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카이가 만들어낸 조합 마법진에서 흡수하는 마나 집적진의 효율은 굉장히 뛰어나 최상급 마정석에 다시 마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상 이상의 효율이었다.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최상급 마정석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8성급 장비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최상급 마정석을 더 구하기는 해야 했다.

    지금은 7성 아티펙트를 만들 수준 정도의 최상급 마정석만 가지고 있었는데 적어도 이 세 배는 되는 최상급 마정석이 필요했다.

    “안타르시아를 한 번 더 가봐야 하나?”

    안타르시아라고 해도 최상급 마정석을 그만큼이나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 안타르시아는 중립 도시로 중개 무역을 하는 곳이니까.

    최상급 마정석 광산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같은 곳에서 이 최상급 마정석을 계속 충전하면 주변에 마나 고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카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인근에 이만큼의 최상급 마정석을 재충전하고도 마나가 풍부한 곳은 하나뿐이다.

    “8성급 마법을 쓰러 가는 건 아니니까.”

    신령족과 다시 마주쳐도 상관없다고 여겼기에 카이는 자신의 공간 확장 마법 가방에 최상급 마정석들을 챙겨 넣었다. 카이가 이것저것 준비하는 동안 덴다르트가 그를 찾아왔다.

    “제자야! 뭐하냐?”

    “대수림에 다녀오려고요.”

    “왜? 애들 찾아서 조지려고?”

    카이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재충전한 최상급 마정석을 가방에서 꺼내 던져줬다. 덴다르트가 그걸 받아서 살피더니 물었다.

    “최상급 마정석이네. 나 주는 거냐?”

    슬쩍 가방을 열기에 카이가 고개를 내저었다.

    “드리는 건 나중에 드릴게요. 그보다 뭔가 이상한 점 못 찾으시겠어요?”

    덴다르트는 꼼꼼히 최상급 마정석을 살피다가 고개를 내저엇다.

    “그냥 최상급 마정석인데?”

    “재충전한 물건이에요.”

    “재충전?”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덴다르트가 입을 떡 벌렸다.

    “최상급 마정석이 재충전이 가능하다고? 지금까지 어떤 마탑에서도 해내지 못한 건데?”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8성 대마법사. 거기다 조합 마법진까지 더해져서야 간신히 재충전할 마나를 모을 수 있으니 지금까지는 나올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덴다르트는 다시 최상급 마정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주변의 마나 흐름이 이상하다 했더니 이거 충전하느라 그런 거였구만.”

    “예. 그런데 가지고 있는 최상급 마정석을 모두 충전하면 영지에 마나 고갈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아서 대수림에 다녀오려고요.”

    “흐흐흐. 그런 일이라면 나도 같이 가자.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니까.”

    “그러시죠.”

    혼자 가는 것보다는 둘이 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었다. 이번에 가면 대수림을 틀어막을 방벽을 쌓을 곳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카이는 덴다르트의 손을 잡고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다. 덴다르트는 카이가 뭘하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마법진을 그린 카이는 대뜸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어?”

    덴다르트는 바뀐 풍경에 주위를 둘러보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 공간 이동한 거냐?”

    “예. 그런데 왜 여기지?”

    단번에 대수림 공터까지 이동하려고 했는데 대수림 밖으로 공간 이동이 됐다. 원하는 좌표로 가지 못했다는 것에 카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대수림을 바라보았다.

    역시 대수림은 뭔가가 있었다.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신령들이 허락하지 않는 건가?

    그 말은 신령들은 카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카이는 대수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대수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간 카이는 곧 최상급 마정석을 하나씩 충전하기 시작했다.

    한곳에서 계속하면 이곳에서도 마나 고갈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에 이동하면서 최상급 마정석들을 충전하기 시작한 카이를 보면서 덴다르트는 혀를 내둘렀다.

    최상급 마정석을 재충전할 수 있다는 것은 학계를 뒤흔들만한 일이었다. 최상급 마정석이 쓰이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런데 저걸 재충전해서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다만 다른 이들은 알아도 쓰지 못할 일이었다.

    수몰의 대마법사 테오르 정도 되면 제국의 창고에서 꺼내서 쓰지 저렇게 고생해서 재충전해서 쓸 일은 없었으니까.

    미치광이 바헬은 그냥 최상급 마정석이 나는 광산을 털어먹으면 될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대단한 일이기는 했다. 다만 덴다르트는 알아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저 구경만 했다.

    6성 마법사인 덴다르트는 카이를 따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카이는 덴다르트 앞에서 숨기는 것이 없었기에 까마득해 보이는 마법들을 돈도 안 들이고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다만 덴다르트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지만, 계속 보는 것만으로 그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카이는 최상급 마정석을 모두 충전하고는 대수림을 돌아보았다.

    “흐음.”

    8성 마법은 쓰지 않았으니 별문제는 없겠지.

    카이는 덴다르트를 돌아보았다.

    “이제 돌아가시죠.”

    “그래. 가자.”

    카이가 대수림을 나가기 위해서 걷던 중에 문득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나무들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지만, 누군가 자신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까마득한 거리. 아니, 거리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도 모를 곳에서 자신을 보는 눈길에 카이는 그게 어딘지 늑대의 눈을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게 신령인가?

    카이가 마력을 일으켰다. 7성에서 8성에 오르면 단순히 마력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마력의 농도 또한 달라진다. 격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

    카이가 거세게 마력을 일으키자 옆에서 걷던 덴다르트가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카이는 자신이 물러나지 않고 마력을 일으키자 시선이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 마력을 거두지 않고 있던 카이는 그대로 뒷걸음으로 대수림을 벗어났다.

    그를 따라 나온 덴다르트가 물었다.

    “왜 그래?”

    “시선이 느껴져서요. 아무래도 신령인 것 같네요.”

    제대로 보지 못했음에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신령 중 하나라는 것.

    그런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건가?

    생각해 보니 그 눈빛은 적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바라만 보았을 뿐이었다.

    마치 상대를 탐색하듯.

    카이는 잠시 대수림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주위를 살피고는 기왕 일으킨 마력을 쓰기로 했다. 대지의 속성으로 전환한 카이는 스톤 월이라는 3성급 마법을 사용했다.

    쿠드드드드드.

    다만 그 규모가 상식을 초월할 정도였다. 적어도 카이의 시선이 닿는 부분에는 높이만 10미터에 달하는 벽이 세워졌다. 그 모습을 보고 덴다르트가 입을 떡 벌렸다.

    “뭐야? 대지 속성 비전 마법이냐?”

    “스톤 월인데요?”

    “이게?”

    기왕 일으킨 마력 쓴 거였지만, 이 정도면 추방자 정도가 곧장 영지를 습격할 수는 없을 터였다. 카이는 허공에 마법진을 그려서 덴다르트와 다시 영지로 돌아왔다.

    덴다르트는 영지로 돌아오자 카이를 보고는 말했다.

    “당분간 나 찾지 마라.”

    “뭐하시려고요?”

    “폐관 수련.”

    “갑자기요?”

    “뭔가 간질간질하니 감이 와.”

    “뭐든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 연구소라도 빌려드릴까요?”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만 마. 가방 안에 먹을 것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공간 확장 마법 가방이 있으니 카이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덴다르트는 진짜 뭔가 감이 왔는지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잠갔고, 카이는 테오에게 말해 그를 방해하지 말라고 전했다.

    카이는 그 뒤에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와 가방에서 최상급 마정석을 꺼냈다. 그 하나하나를 살피던 카이의 눈이 커졌다.

    “뭐야?”

    최상급 마정석은 재충전 된 정도가 아니었다. 그 안에 깃든 마나의 농도가 얼마나 진한지 보통 최상급 마정석의 몇 배에 달하는 효율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는 잠시 최상급 마정석을 바라보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신령을 떠올렸다.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니라 선물을 주러 온 거였나?

    이만큼이나 고농축 최상급 마정석이라면 8성 아티펙트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어떤게 가장 도움이 될지 연구해야 했다.

    카이가 아티펙트의 설계에 집중하는 중에 테오가 소식을 하나 전해왔다.

    “아나벨 성녀가 성기사 메이어와 함께 저희 영지를 방문할 예정이랍니다.”

    “아나벨 성녀가?”

    카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에 의아함을 숨기지 못했다. 아나벨 성녀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면 만날 수 있겠지만, 그녀가 먼저 신성 교국을 벗어나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듣고 찾아오는 건가?”

    아나벨 성녀의 신성 마법으로도 바헬의 마력 봉인은 풀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카이는 영감을 얻었었다.

    나름대로 고마운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당혹스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얼마나 걸리지?”

    “왕궁에 들러 목적지를 밝혔다고 했으니 보름 안에 도착할 겁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신성 교국의 서열 2위인 아나벨 성녀였다. 그녀의 명성을 생각하면 맞을 준비를 해야 했다.

    “준비해.”

    “예.”

    테오는 어딘가 신나 보였다. 시종장이 되고 제대로 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가?

    전에 엘디아 공주와 엘티온이 찾아왔었지만, 카이에게는 원수나 다름없었으니 그들은 별다른 준비도 없이 맞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성 교국의 서열 2위인 아나벨 성녀를 맞이하는 일.

    카이가 7성 대마법사가 된 이후 그에 맞는 격의 손님을 맞이하는 일이라 테오는 성을 제대로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인형들의 손에 맡겼던 성을 꾸미기 위해 인부들을 잔뜩 불러서 꾸미기 시작했다. 그레이스와 관련된 것은 모두 지하에 있었고, 그곳은 결계를 쳐 놓았기에 사람을 써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정원을 꾸미고, 꽃을 심고 테오가 바쁜 사이에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었다면 퀸이 쉴 때는 꼭 꽃을 심어 놓은 정원에서 쉰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카이도 퀸이 쉬는 시간에 찾아올 때 맞춰 정원에 나가 함께 앉아있었다. 퀸은 먹지 못하니 카이 혼자 차와 쿠키를 먹으며 다과를 먹었지만, 그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퀸의 표정에 미소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한 기쁨을 누리던 중에 아나벨 성녀가 도착했다. 성기사 메이어와 왔다고 하더니 제 2 성기사단을 모두 데리고 왔을 줄은 몰랐다.

    카이가 직접 성문까지 그들을 마중 나갔는데 아나벨 성녀는 마차의 창문을 열고 그를 확인한 후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제 기억이 맞았네요.”

    뭐가 맞았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들을 데리고 성으로 돌아가던 카이는 인상을 굳히고 고개를 들었다. 카이가 몰던 말을 멈추자 따라오던 아나벨 성녀의 마차와 성기사단 모두가 멈췄다.

    “무슨 일입니까?”

    성기사 메이어의 물음에 카이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저 멀리를 가리켰다. 메이어가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하늘 저 멀리 점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비공정?”

    아나벨 성녀도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빼내서 비공정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갑자기 비공정이 왜 나타난단 말인가?

    백작성 상공에 도착한 비공정에서 메르샤가 쏙 얼굴을 내밀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돌싱 후 대마법사-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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