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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59화 (59/150)
  • 059화 기억하다

    카이는 테오와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그가 서류로 보고한 정보들을 훑어보았다. 매일 저녁 테오가 사들인 정보 단체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들을 확인하는 것도 요즘 저녁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귀족들의 지분을 빼앗아 오기 위해 만들었던 정보 단체는 엘토르 국왕이 내준 지분 때문에 그 목적을 상실한바. 그들을 통해서 여전히 왕국의 분위기를 확인하고, 왕궁의 분위기를 살핀다.

    “바헬의 흔적은 아직도 찾지 못했나 보군.”

    바헬은 분명 헬리움에 맞고 중상을 입었다. 먼저 찾아낸다면 필승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를 찾아도 공간 이동으로 찾아가는 것은 퀸 때문에 힘들었지만, 자신만 찾아가도 어떻게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시공간 방해 술식과 칠채마력이 있었으니까.

    테오르처럼 멍청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왕국 내에 그와 관련된 전설이나 소문을 모으고 있으나 그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 그에 대한 조사는 멈추지 말도록 해.”

    “예.”

    정보 단체들은 테오에게 힘과 돈에 굴복했다. 전에는 정보를 깡그리 모아서 고객을 찾아서 팔아야 했다면 지금은 테오가 원하는 정보를 집중해서 조사하니 그들도 일이 더 수월해진 편이었다.

    덕분에 양질의 정보가 모였지만, 바헬에 대한 것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영지 개발부는 어때?”

    테오는 그 말에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영지 개발부는 우선 여관을 사서 증축한 후에 임시로 본부를 설치해 운용하는 중입니다. 인형 다섯을 보내서 청소와 잡무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잘했군.”

    알론소를 따라온 마법사들은 모두 영지 개발부에 남아 축소 마법진을 다시 연구하기로 했다. 카이의 허락이 있었기에 축소 마법진 연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이들은 밝은 얼굴로 일에 임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돕기 위해서 사람을 쓰게 되면 영지의 경제 발전에 좋겠으나 그곳에서 어떤 것이 개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사람을 쓸 수는 없어 인형으로 인력을 대체하기로 했다.

    영지 내에서 사용하던 인형들은 청소나 간단한 잡무만 처리할 수 있는 이들이라 그들에게 보내도 상관없었다. 집사 교육을 받는 인공 영혼들도 있었고, 남은 인형도 있으니 성의 관리에 소홀할 일은 없었다.

    테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영지를 관리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관리를 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관리?”

    “예. 제가 업무를 보고는 있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이라 영지를 유지만 할 뿐 발전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카이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있는 이상 야만인이 다시 침공할 일은 없다. 추방자 정도는 이제 대수림에서 벗어나 공격을 하는 순간 공간 이동으로 가서 쓸어버리면 될 일이다.

    그러니 영지 개발 계획을 세워서 제대로 영지를 개발해줄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관리직이 필요하기는 했다.

    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쓸만한 이들을 찾아봐.”

    관리를 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주들도 영지를 관리하는 이들은 기사만큼은 아니어도 대우를 해주니 쉽게 빼올 수도 없으니.

    “왕국 내에서 안 된다면 다른 곳에서 구해와도 좋아. 그리고 정보 단체를 조금 더 구해보자.”

    “어느 정도 선까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대륙 서부 정도는 눈에 담아둬야지.”

    신성 교국이 길을 막고 있어 대륙 동부와 연결된 일은 없다. 그쪽이야 제국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그들과는 가능한 거리를 둘 생각이었다.

    그러니 대륙 서부만 눈에 담아두면 된다.

    테오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문그록과 엮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암흑가를 관장하는 이들이잖아.”

    “아무래도 정보 단체들도 그 바닥과 엮여 있으니까요.”

    카이가 원하는 것은 국제 정세다. 굳이 암흑가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깊이 관여할 것이 아니라면 암흑가에 관련된 정보 단체는 쓰지 않아도 된다.

    “귀족들의 정보를 주로 관리하는 이들로 구해 봐. 각국에 두 개씩 정도 구하면 대충 흘러가는 것은 알 수 있겠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각국에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연락소까지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필요한 게 뭐야?”

    “세 개 왕국에 보낼 인공 영혼을 만들어주십시오. 집사 후보들 정도면 됩니다.”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최상급 영혼석이 없어서 인공 영혼을 만들지는 못해. 다음에 안타르시아에 가면 구해 올 테니 준비 정도만 해 놔.”

    “예. 준비하겠습니다.”

    “그보다 국경 쪽은 어때?”

    타메아 왕국이 국경 쪽으로 병력을 집결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엘더를 탐내서 움직인 것 같았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엘도 왕국에 명분을 준 상황이다.

    용병왕 카이저가 이쪽에 자리 잡아서 분쟁은 못 일으키고 있는 것 같지만, 어쩌면 엘도 왕국이 전쟁을 벌일 수도 있었다. 엘더를 통해 부를 쌓으면서 군비도 늘려 군사력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으니까.

    “용병왕이 고용된 이후로 병력을 주둔만 시키고 도발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륙 서부에서 7성 육체 강화자인 용병왕 카이저는 상대하기 까다롭다. 7성 이상의 강자는 돈으로 구하기 힘들고 가능하면 서로 부딪치는 것을 꺼리기 마련이니까.

    카이저가 다른 7성급 강자들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러나 타메아 왕국이 먼저 병력을 집결시켰다가 용병왕을 고용하는 것을 보고도 병력을 주둔시킨 것을 보면 분명 다른 생각이 있을 터였다.

    겁을 먹었다면 병력을 다시 돌려보내고 화해의 손짓을 보냈을 테니 다른 생각이 있으리라.

    테오가 생각에 잠긴 카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백작님과 엘디아 공주의 이혼 소식이 사교계에 퍼졌습니다.”

    “그래? 이제야 결심이 섰나 보군.”

    카이저가 팔이 잘리고도 왕궁에 남아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부터 짐작했던 일이었다.

    사별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혼을 알려야 재혼을 할 수 있을 터. 카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픽 웃음을 흘렸다.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초대장이 오면 말해줘.”

    “참석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럼. 가서 구경해줘야지.”

    테오는 카이가 좋은 뜻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지만, 그는 언제나 카이편이었다.

    “소식이 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의 창가에는 퀸이 서 있다가 카이가 들어오자 얼른 침대로 올라갔다. 카이는 픽 웃음을 흘리고 침대로 올라가서 팔을 내밀었다.

    퀸이 카이의 팔을 베고는 눈을 감았다. 잠도 자지 않는 인공 영혼인 퀸이 이러는 것을 볼 때마다 귀여웠다.

    인공 영혼은 자신의 마력과 최상급 영혼석의 영혼이 만나 만들어진 것. 그래서인지 애착이 갔다.

    나이트와 룩은 자신을 상관 대하듯 대해서 잘 몰랐는데 퀸은 딸처럼 따르니 더 마음이 쓰이는지도 몰랐다.

    카이는 퀸을 팔베개해준 채로 잠을 청했다.

    덴다르트가 방랑 마법사단의 본단에서 가지고 온 신령족과 미치광이 바헬에 관한 필사본을 읽으며 카이는 그들에 대한 대비를 할 생각이었다.

    신령족은 신령이라고 모시는 것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늑대의 신령, 여우의 신령, 뱀의 신령, 곰의 신령 등 대수림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의 신령이 존재한다고 믿고 그들에게서 힘을 얻고 있었다.

    하늘 신 시엘을 모시는 하늘 교단과는 다른 행태.

    그리고 그들에 대해 보던 중에 엘도 왕국의 초대 국왕이 대수림으로 쫓겨났던 귀족이었다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대수림으로 쫓겨났던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8성에 오른 육체 강화자가 되어 자신을 쫓아냈던 귀족들을 죽이고 그들의 영지를 병합.

    왕국을 건국하니 그것이 엘도 왕국이라는 이야기였다.

    초대 국왕 엘샤르가 8성에 이른 육체 강화자였다는 것은 왕궁 서고에서 읽은 엘도 왕국 건국기에 보면 나오는 부분이었다.

    엘도 왕국의 위치가 대수림을 막는 부분이어서 그들이 왕국을 건설할 때 큰 견제가 없었다고 했다. 견제가 있었다고 해도 8성 육체 강화자가 이끄는 군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을 터.

    어쩌면 대수림과 엘도 왕국은 생각보다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추방자를 대수림 밖으로 추방해서 약탈한 것을 방조한 이상 카이는 그들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대수림이 원래는 금지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방랑 마법사단에 남아있는 것은 대수림 견문록에서 대부분 발췌한 것이었는데 방랑 마법사 중에서 대수림의 신령족이 사는 마을까지 여행한 방랑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신령족과 만나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적어 놓았었다.

    대수림이 금지가 된 것은 불과 백 년 내외.

    추방자가 나오기 시작한 때와 시기가 겹쳤다.

    “흐음.”

    뭔가 더 있는 것 같았지만, 금지가 된 이후로는 방랑 마법사들도 그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방랑 마법사도 그곳에 들어가 연락이 끊긴 이들이 열을 넘는다고 하니 대수림은 폐쇄되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는 상황.

    고작 전령으로 7성급 육체 강화자를 쓸 정도의 세력을 일군 이들이니 그들에 대한 대비도 착실히 해 놓아야겠다.

    카이는 미치광이 바헬에 대한 것도 확인해 보았다. 그가 활동한 것은 대륙 전역이었다. 제국 황도로 가지만 않았을 뿐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카이는 기록들을 보다가 지도를 펼쳐 보았다.

    대륙전도를 펼친 카이는 바헬의 행적을 시간순으로 표시하다가 인상을 굳혔다.

    오십 년 전부터는 대륙 서부에서만 활동했다. 출몰 기간이 보통 5년에서 10년 사이인 것을 보면 그동안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관심이 대륙 서부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표시한 것이 카이 백작성.

    카이는 그곳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헬리움에 대한 대비는 해올 테지만, 8성 대마법사에 대한 대비는 해오지 않을 거라 여겼지만 마법전으로 간다고 한다면 그가 백 년이 넘는 세월동안 쌓아온 아티펙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카이도 자신의 전력을 높일 아티펙트들을 하나씩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크기가 커질수록 아티펙트의 성능을 높이기가 쉬워진다. 축소 마법진부터 조합 마법진과 결합 마법진까지 더할 수 있는 카이였기에 더욱 그랬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티펙트는 아무리 크기가 크다고 해도 소지하고 다닐 수 있는 크기는 7성이 한계였는데 카이는 8성까지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려면 막대한 최상급 마정석이 필요할 뿐.

    거의 광산 하나를 털어먹어야 할 정도라 들키지 않고 사들이기가 힘들었다.

    “고민이네.”

    신성 교국.

    하늘 신 시엘을 모시는 신성 교국의 교황청 심처에 세 명이 모였다.

    교황 아론 라이드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총대주교 베르너를 바라보았다. 베르너는 그 시선에 보고를 올렸다.

    “악몽의 대마법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돈을 났는지 공격적으로 흑마법사들을 모으는 중입니다. 이러다가 마탑이라도 설립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미쳤군. 감히 흑마법사가 마탑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하다니.”

    아론 라이드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본교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타메아 왕국으로 흑마법사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론 라이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우선 이단 심문관들을 파견 보내세요. 모이기 전에 가능한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읍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타메아 왕국에서 흑마법사들이 마탑을 설립하는 것을 암묵적이든 공식적이든 인가하면 지금 국경에서 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엘도 왕국을 지원하도록 합시다.”

    공식적으로 두 왕국 간의 전쟁에 개입하면 클로젠 제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만, 뒤에서 포션을 지원하거나 도움을 준다면 그들도 대놓고 따지지 못한다.

    베르너가 그 말에 보고서를 내려놓고 물었다.

    “무결의 마법사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아론 라이드는 잠시 그 이름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더에 들어간 축소 마법진 설계를 한 마법사 아니오?”

    “맞습니다.”

    아론 라이드가 아나벨 성녀를 돌아보았다.

    “미치광이에게 마력 봉인을 당해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나벨 성녀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풀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는 왜 묻는 것이오?”

    아론 라이드의 물음에 베르너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가 마력 봉인을 풀고 7성에 올라 무결의 대마법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엘디아 공주와 이혼하면서 지적 재산권을 이양했다고 하더군요. 또한 용병왕 카이저의 오른팔을 잘라버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론 라이드도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용병왕 카이저의 팔을 말이오?”

    전쟁왕이라고도 불리는 카이저는 전쟁에서 승리의 향방을 좌우할 정도의 인재. 그런 자가 팔이 잘려나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탕!

    그때 아나벨 성녀가 책상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였어!”

    돌싱 후 대마법사-찾아온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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