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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57화 (57/150)
  • 057화 선물

    엘도 왕국의 왕궁에 마탑 연합의 지적 재산권 관리국이 들이닥쳐서 엘더 공방을 틀어막았다. 집행부의 마법사들은 5성의 팀장 밑으로 4성급 마법사들이었는데 그들이 엘더 공방을 포위하는 것과 동시에 관리국장 도날드가 엘토르 국왕을 만났다.

    “오랜만입니다. 엘토르 국왕 전하.”

    “오랜만이군. 그런데 엘더 공방을 먼저 포위한 것은 조금 불편하군.”

    도날드는 미소를 지은 채 설명을 이었다.

    “무결의 대마법사 카이가 축소 마법진 설계에 대한 지적 재산권 권리를 이양했습니다. 공방의 모든 마법사에게 축소 마법진에 관련하여 마나의 맹약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엘토르 국왕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왕가의 지분을 양도할 때도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직접 당하니 씁쓸했다.

    역시 예상대로 엘디아와 카이의 이혼은 곱게 끝난 것이 아닌가 보다.

    엘토르 국왕이 한숨을 내쉬는 동안 엘디아 공주가 급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도날드를 보고는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엘더 공방을 봉쇄한 이유가 뭐죠?”

    도날드는 같은 말을 해야 함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답했다.

    “무결의 대마법사 카이가 축소 마법진에 대한 지적 재산권 권리를 이양했습니다. 더는 엘더에서 축소 마법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엘더 공방에 소속된 모든 마법사에게서 마나의 맹약을 받아야 합니다.”

    엘디아가 주먹을 꼭 쥔 채 부르르 떠는 동안 도날드는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적법한 절차이니 모든 마법사는 이해할 겁니다. 이의 사항이 있으시다면 마탑 연합에 보고하십시오.”

    엘디아는 더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돌아서 나왔다. 이제 엘더는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카이 손에 지분이 60%가 들어간 순간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여겼던 엘더를 잃은 상황에서 믿을 것은 이제 하나뿐이다.

    엘디아가 찾아간 곳은 연무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카이저는 왼팔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7성 육체 강화자인 그는 팔을 하나 잃었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되찾으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는 지금 독기를 품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엘디아의 기척을 느꼈는지 잠시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고 숨을 고른 카이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엘디아가 시녀가 준비한 수건을 들고 그에게 다가가 땀을 닦아 주자 카이저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미안해서 어쩌죠?”

    카이저는 엘디아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내가 누군가에게 휘둘려 검을 휘둘렀다고 여긴 건가?”

    모든 것은 자신의 결정이다. 검을 휘두른 것도, 패해서 팔을 잃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모든 순간이. 이 단단한 마음이 엘디아는 마음에 들었다.

    카이저는 땀을 닦아주는 엘디아의 허리를 왼팔로 끌어안고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살짝 뺨을 붉히며 몸을 틀지만 가벼운 앙탈 정도.

    “무결의 마법사, 아니지 대마법사는 죽어줄 것 같지 않으니 그만 이혼을 발표하는 것이 어떨까? 그래야 재혼을 할 수 있을 테니.”

    귀족들은 전쟁이 나도 잘 죽지 않아서 미망인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미망인이 재혼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이혼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도 그들도 재혼하고는 한다.

    왕족이 그런 경우도 없지 않아 있으니 그리 하면 될 일이다. 카이가 죽어줬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에 그녀가 아낀 돈이 못해도 300억 프랑은 되니 그 돈을 군자금으로 쓴다면 대륙 서부를 통일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결혼만 하게 되면 엘토르 국왕을 처리하고, 왕궁을 집어삼킬 생각이다.

    그러자면 그녀를 손에 넣어야 했다.

    카이는 영지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8성 마법을 사용해도 그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마법진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안에서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외부에서는 5성급 마법이 사용된 정도로만 느낄 수 있도록 마법진이 마력의 잔향을 흩어내는 것이었다.

    신령의 숲에서 지옥의 불꽃을 썼다고 쫓아오는 것을 보고 마법의 잔향을 신경 쓰기로 했다.

    그렇게 마법진을 만든 연구소 안에서 카이는 지옥의 불꽃으로 헬리움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공 영혼 폰을 쓰지 않아도 되니 트리달리움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기에 가지고 온 트리달리움을 모두 이용해서 헬리움을 만들어서 여섯 개의 헬리움 구슬을 만들 수 있었다.

    퀸은 당연하다는 듯 여섯 개의 헬리움 구슬을 흡수하고는 급성장했다.

    140cm까지 커졌지만, 그 뒤로는 헬리움을 흡수해도 더 커지지 않았다. 대신 눈썹과 머리카락이 자라났다. 그리고 근력과 민첩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몸 안에 근육으로 만드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괜히 물었다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격당했다.

    그리고 귀엽게 굴던 모습이 사라지고 사춘기 소녀라도 되는 것처럼 굴어서 카이를 당황하게 했다. 다행이라면 카이의 곁에서 책만 가져다가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에 카이는 아빠와 딸이 화목하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나온 책을 구해다가 그녀가 읽는 책들 사이에 끼워 넣었다.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읽는 그녀를 위한 도서관을 만들었지만, 책을 가져다가 꼭 카이의 연구소로 와서 그의 옆에서만 읽었다.

    카이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다시 한번 인공 영혼으로 퀸처럼 격이 높은 인공 영혼을 만들려고 했는데 최상급 영혼석에서 나온 영혼들이 조합되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안타르시아에서 사온 최상급 영혼석을 모두 써버린 상황.

    최상급 영혼석은 만드는 것 자체가 카이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흑마법사들은 영혼에 가치를 매기고, 그 영혼을 빚는 작업을 하는데 그 영혼이 가장 강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때 채취를 해내야만 했다.

    최상급 영혼석이 될 영혼의 소유자를 만나면 일단 납치해서 수많은 방법으로 영혼의 감정을 조각해서 만들어내는 것.

    최상급 영혼석이야 이미 흑마법사들이 만든 것이니 이용할 수 있었지만, 제작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도 인공 영혼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은 조금 더 파봐야 할 것 같았다.

    인공 영혼을 만드는 데 실패한 이후로 카이는 공간 확장 마법 가방을 활성화했다. 이미 설계는 안타르시아에서 마쳤기에 활성화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공간 확장 마법 가방을 완성한 후에 ‘그레이스’ 가족들을 위한 아티펙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진금 반지에 카이가 아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들의 안전을 책임져 줄 반지로 그 안에는 축소 마법진부터 조합 마법진과 결합 마법진까지 새겨 넣었다.

    충전식 7성 보호 마법 반지.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흘려 쓴 디자인의 진금 반지였다.

    ‘그레이스’의 가족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반지로 그 안에 각자 주인 각인까지 마쳤다. 다른 이는 그 반지를 껴도 사용할 수 없는 오직 그들만을 위한 반지.

    카이가 반지들을 완성했을 때에 덴다르트와 프릴이 돌아왔다. 그런데 둘만 돌아온 것이 아니라 기골이 장대한 노인을 데리고 왔다.

    “제자야! 소식은 들었다!”

    테오에게 연락을 받은 덴다르트는 카이가 왕궁에 가서 자신을 알리고 엘더의 지분을 받아왔다는 것까지 듣고는 서둘러 돌아왔다고 했다.

    달려온 덴다르트가 카이를 끌어안고는 등을 두드려줬다. 카이의 등을 두드려주던 덴다르트는 카이의 뒤에서 그의 로브를 잡고 서 있는 소녀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얼핏 봐서는 사람과 구별이 잘 안 되었다.

    “응? 넌 누구니?”

    덴다르트의 물음에 퀸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아빠 함부로 안지 마.”

    “응? 아빠?”

    덴다르트가 카이를 풀어주고는 뒤로 물러나서는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저렇게 큰딸이 있어? 너 대체 몇 살에 사고 친 거야?”

    카이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소개하죠. 퀸입니다. 퀸. 여기는 스승님이신 덴다르트님이셔.”

    퀸은 뭔가 삐딱하게 고개만 숙였다. 아직도 뭔가 불만인 것 같았는데 그 이름을 들은 덴다르트는 대충 퀸이 누군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반갑다. 난 덴다르트라고 한다.”

    퀸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카이를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함께 오신 분은 누구십니까?”

    “아! 맞다. 이번에 나이트와 룩을 가르칠 분을 모셔왔다.”

    덴다르트가 노인을 데리고 나오며 말했다.

    “모레이 왕국의 최강 기사단이라는 검은소 기사단의 전전대 기사단장인 티투스님이야.”

    카이가 빤히 바라보자 덴다르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걱정은 하지 마. 나이트와 룩만 가르쳐 줄 거니까.”

    “어떤 사이인지는 들을 수 있겠습니까?”

    티투스가 대신 대답했다.

    “내 딸아이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지. 언제고 그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빚을 갚으라고 하기에 따라왔네.”

    티투스는 굵직한 목소리로 답하고는 카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가르칠 아이들만 가르치고 나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그리고 내 입은 무겁네.”

    카이는 그 말에 뒤에 선 퀸을 앞으로 잡아끌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도 가르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티투스는 퀸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들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오면 미련 없이 떠날 테니 그리 아시게.”

    “그렇게 해주신다면 보답하겠습니다.”

    카이가 테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머무실 곳을 마련해줘.”

    “그리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테오가 티투스를 데리고 먼저 떠나자 카이는 퀸을 돌아보았다.

    “제대로 배워둬.”

    5성 기사인 티투스였지만, 검은소 기사단장을 역임했던 만큼 전술 전략은 물론이고 검술도 고명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만 제대로 배워도 퀸은 크게 성장할 터였다.

    퀸은 잠시 카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대신 같이 자.”

    카이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퀸은 잠을 자지 않는데도 침대에 함께 누워서 팔을 베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잠은 안 자고 옆에서 눈만 감고 있는 것이 빤히 보였지만, 따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

    퀸이 나이트와 룩을 데리고 티투스가 간 곳으로 떠나자 카이는 프릴과도 인사를 나눴다. 프릴은 확실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뭔가 짠해 보이면서도 눈빛이나 태도가 언제든 반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워 메이지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워온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고생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얘기를 나누죠.”

    프릴은 에르케를 따라갔고, 카이는 덴다르트와 따로 접객실로 갔다. 차를 끓여서 내준 카이는 덴다르트에게 안타르시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줬다.

    덴다르트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멍하니 카이를 바라보았다.

    “수몰의 대마법사를 쥐어팼다고?”

    “죽일 수는 없잖아요.”

    “그래. 그렇기는 하지.”

    수몰의 대마법사를 죽이면 제국에서 총력을 다해서 ‘그레이스’를 무너트리고 카이를 죽이려고 할 터였다.

    “그런데 너를 의심했다고?”

    “예.”

    덴다르트는 잠시 고심하다가 답했다.

    “너를 의심해도 당장 손을 쓸 수는 없을 거다. 검성과 수몰의 대마법사가 함께 오지 않는 이상 너를 잡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 그들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친 셈이지.”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덴다르트는 입맛을 다셨다.

    “그걸 못 본 게 너무 아쉽구나.”

    수몰의 대마법사는 8성에 오른 대마법사로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주먹에 맞고 뻗는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입맛을 다시던 덴다르트는 들고 온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책의 두께만 해도 상당해 보였다. 마법사들은 사실 로브 안쪽에 이것저것을 넣어두기도 하지만 가방에도 온갖 것들을 들고 다닌다.

    특히 방랑 마법사는 집도 없이 돌아다니는 이들이라 모든 짐을 가방에 넣고 다닌다.

    “신령족에 대한 것과 미치광이 바헬에 대한 것들을 필사한 책이다. 가지고 오느라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카이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었다. 카이는 책을 옆으로 치우고 가방을 하나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덴다르트가 그걸 보고는 물었다.

    “응? 이거 뭐냐? 내 선물이냐?”

    “예. 그 가방 저를 가르칠 때 쓰시던 가방이잖아요.”

    “그럼 이게 얼마나 튼튼한 가방인데. 앞으로도 20년은 끄떡없을 거다. 방랑 마법사단에 들면서 받은 물건이다.”

    카이는 그 말에 책상 위에 올린 가방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가방인데 방랑 마법사단에서 내준 가방이라면 어쩔 수 없죠. 그냥 그거 쓰시는 게···.”

    턱.

    덴다르트가 카이가 치우려던 가방을 잡고는 물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공간 확장 마법?”

    “예. 8성에 올라 공간에 간섭할 수 있게 된 기념으로 만든 건데···.”

    덴다르트는 메고 있던 가방을 풀러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는 카이가 만든 가방을 빼앗아 품에 안았다.

    “방랑 마법사? 누가? 난 그레이스 소속 마법사다.”

    돌싱 후 대마법사-영지 개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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