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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56화 (56/150)

056화 권리 이양

왕궁 비고에 들어가 엘더의 지분 책자 중 서른 장을 받아냈다. 피를 흘리고 손바닥을 대서 지분 양도까지 받은 카이는 그걸 품에 넣고는 지금까지의 배당금을 포기한다는 문서에 서명을 마쳤다.

카이는 엘토르 국왕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 영지에 리퍼는 모두 물러주십시오.”

“리퍼는 지금 엘디아에게 맡겼지만, 적어도 백작의 영지에 보낼 일은 없을 걸세.”

7성 대마법사인 것만 밝혀도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 7성 대마법사도 아니고 용병왕 카이저를 제압한 대마법사다.

궁정 마법사로 남지 않는다고 해도 왕국 안에 머물게 하고 싶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 알고 이만 떠나겠습니다.”

“그러게나. 왕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하게.”

카이가 예를 표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엘티온 뿐이었다.

“아버지.”

카이는 엘티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눈을 바라보았다. 누구보다 푸르게 빛나는 눈을 바라보던 카이는 가볍게 그를 안아주고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들. 해줄 말이 있다.”

“뭔가요?”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다.”

“이혼이요?”

두 눈이 커지는 엘티온에게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너는 왕손으로 왕가의 사람이니 이곳에 남아라.”

“하지만 아버지···.”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엘티온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든 와라. 네가 왕가에 남았지만, 내가 네 아비라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엘티온은 가만히 카이를 바라보았다.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카이를 바라보던 엘티온은 과거를 떠올린다. 제왕학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엘디아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엘티온은 정말이지 잠을 줄여가며 공부에 집중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검에 대한 재능이었다.

아버지가 무결의 마법사이자 궁정 마법사였다. 왕국의 영웅이자 대륙에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천재 마법사.

축소 마법진 설계로 그 어렵다는 지적 재산권까지 얻어낸 희대의 마법사였다. 지금은 6성이지만 누구도 그곳에 멈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마법사.

그런 아버지의 아들인데 어째서 검에 대한 재능만 있는 것이었을까?

마법에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을까?

항상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의 어머니와 다르게 잠깐이라도 함께 할 때는 뭐라도 내주고 싶어 하던 아버지의 눈빛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자신을 구하겠다고 8성 대마법사 미치광이 바헬의 앞에 나섰을 때, 그의 손짓에 허망하게 쓰러져 마력을 봉인 당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 깨달았다. 자신의 남은 삶은 아버지의 희생으로 얻어진 거라는 걸.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 가는 그의 몸을 보고 어찌나 울었던지.

그러던 중에 영지로 돌아가 몸을 추스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떠났을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자신이 성장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카이는 7성 대마법사가 되어 돌아왔다. 이혼한 줄 몰랐을 때는 어머니에게 치근대는 용병왕 카이저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그랬던 카이저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밀실에서 싸웠고 그의 팔을 잘라냈다. 나오자마자 치료를 받으러 떠난 카이저를 보니 속이 다 후련했었다.

엘티온은 카이의 허리를 한 번 와락 끌어안고는 떨어졌다.

“예. 아버지. 꼭 찾아뵐게요.”

“그래.”

카이는 엘티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왕궁을 떠났다. 왕도를 떠나 말을 달리던 카이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리를 잡고 마탑 연합이 있는 셀리코 도시 연합 근처로 공간 이동했다.

셀리코 도시 연합은 온 적이 없었다. 축소 마법진 설계를 보고 지적 재산권을 내주겠다고 왕국으로 직접 찾아왔었다.

그때 엘디아가 속삭였었다.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의 숨소리에 엘더의 이름으로 지적 재산권을 넘겼었던 것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카이는 마탑 연합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마탑 연합이라고 모든 마탑이 가입한 것은 아니었다. 대륙에 이름난 오대 마탑이 가입되어 있고, 그보다 못한 마탑 서른두 개의 중소 마탑이 가입된 곳.

매년 막대한 후원금을 내야 했지만, 그곳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 마탑을 세운 왕국에서 지원을 해주니 마탑은 어떻게든 연합에 이름을 올리고자 한다.

카이는 그런 마탑 연합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묘한 반감이 있었다. 스승인 덴다르트가 마탑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줘서 그랬던 걸까?

카이가 마탑 연합의 건물로 들어가자 로비에 있던 여자 견습 마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탑 연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보는 순간 상대가 마법사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마법사들이 얼마나 괴팍한 존재들인지는 마탑 연합의 일원으로 매일 보는 것이었기에 바짝 긴장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카이는 견습 마법사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물었다.

“지적 재산권 관리를 어디서 하죠?”

견습 마법사 체리는 그 말에 인상이 굳었다.

“잠시만요?”

지적 재산권은 마탑 연합의 존재 의의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 관리국이 따로 있었다. 관리국에서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문제에 대한 집행자들도 있어서 무서운 곳이었다.

마탑 연합의 직원들은 그들이 하는 일 없이 돈을 축낸다고 하지만 그들이 움직일 때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 알고 있었다.

관리국장만 해도 6성급 마법사였으니까.

그런 지적 재산권 관리국을 찾아왔다는 말에 긴장한 견습 마법사 체리가 자리를 지킬 이를 구해오고는 직접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는 이제 서른도 안 되어 보이는 이였는데 피부에서는 광채가 나고 있었다. 이렇게 잘생긴 마법사라면 기억 못할 리가 없다고 여기면서 안내하던 체리가 물었다.

“무슨 일이신지 여쭤봐도 실례가 안 될까요?”

체리는 마법사들의 안내를 맡은 만큼 눈치가 제법 빠삭했다. 그래서 지금 이 마법사가 아주 깐깐한 이는 아니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을 꺼냈다.

카이는 그녀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간단히 답했다.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 때문에 왔습니다.”

“예?”

체리는 견습이지만 마법사다. 그런 만큼 지금 시대에 지적 재산권을 가진 이들이 몇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젊은 마법사가 연관된 것은 단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결의 마법사님?”

“저를 알아요?”

“알죠! 알죠!”

젊은 나이에 6성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축소 마법진 설계로 지적 재산권을 타갔다.

그리고 엘더의 주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다만 엘더는 고가의 제품이자 대기가 줄을 서고 있어 견습 마법사인 그녀는 아직 구경도 못 해봤다.

카이는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녀의 안내를 받아 관리국에 도착했다.

번듯한 5층짜리 건물이었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고마워요.”

카이는 관리국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법사 하나가 앉아있었다.

3성에 오른 마법사가 이런 사무직을 맡고 있다는 것만 봐도 새삼 마탑 연합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3성 마법사까지는 마법사 취급도 제대로 못 받을 곳이기는 했다. 프릴 조차도 스승에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일을 하면서 가르침을 따르는 것을 보면 참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견습 마법사 체리와 다르게 이곳에 있는 3성 마법사는 카이를 보고 무심한 눈빛으로 물었다.

“지적 재산권 관리국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카이는 대답 없이 마법사의 앞에 있는 의자에 걸어가 앉아서는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앞에 앉은 마법사는 그제야 호기심을 보이며 카이에게 물었다.

“어떤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이죠?”

“엘더에 귀속된 지적 재산권 ‘축소 마법진’의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입니다.”

마법사는 서류철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며 물었다.

“엘더에 귀속된 지적 재산권 ‘축소 마법진’의 지적 재산권 권리를 이양하려면 엘더의 지분 51% 이상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주주들의 동의서가 필요하고요.”

카이는 품에서 엘더의 지분 책을 꺼냈다. 모두 60%의 지분이 들어있는 지분 책이었다.

“준비해 왔습니다.”

마법사가 서류를 내밀려고 할 때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이가 있었다. 오십 대로 보이는 사내는 카이를 보며 물었다.

“무결의 마법사 카이?”

카이도 그를 알아보았다. 자신이 지적 재산권을 처음으로 얻을 때 왕궁으로 찾아왔던 이였다.

“관리국장님?”

“하하하. 역시 마법사들이랑은 이게 좋다니까. 기억력들이 좋아서 대화하기가 편해.”

지적 재산권 관리국장 도날드가 서류를 꺼내던 마법사를 쏘아보며 말했다.

“필요한 서류 챙겨서 내 방으로 와.”

“···예.”

“제 방으로 가시죠.”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 5층으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고 앉자 도날드가 직접 차를 내려서는 가져다주며 가만히 카이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혹시 7성에 오른 겁니까?”

말투에 조심성이 배어 있는 것을 보고 카이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가 7성에 오른 것은 이미 바헬도 알고 있었고, 외부에 알릴 생각이었다.

도날드가 그 말에 감탄했다.

“믿을 수가 없군. 7성에 오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카이는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6성급 마법사는 대륙 전체로 봤을 때 그 수가 꽤 되지만 7성부터는 다르다. 괜히 대마법사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적 재산권 권리를 이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카이는 도날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처음 지적 재산권을 엘더에 준다고 했을 때 자기 일처럼 화냈던 것이 그였다. 차라리 지적 재산권은 카이가 갖고 임대 내주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줬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 맞는 말이었다.

“제 권리니까요.”

도날드가 자기 무릎을 탁 때리며 소리쳤다.

“그렇지! 마법사들이 잇속이 밝지 않아서 자기 권리도 못 찾는다니까? 이제라도 정신 차린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카이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저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었다.

곧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안으로 들어온 마법사는 서류를 내려놓고는 물러갔다. 도날드가 서류를 펼쳐 보여주며 상세히 설명했다.

“지분 책을 보여주시고, 여기 서명하시면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이 됩니다.”

지분 책을 보여줬다. 60%의 지분을 확인시켜준 카이가 서명을 마치자 도날드가 서류 중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지적 재산권 권리 이양은 마쳤습니다. 연합에 등록하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한데 지금 당장 축소 마법진을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카이는 그 말에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뭔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카이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답했다.

“엘더에서 더는 축소 마법진 설계를 하지 못하게 처리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건 당연히 관리국인 저희가 처리해야 할 일입니다. 엘더 소속 마법사들에게는 마나의 맹약까지 받아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이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쓸 수 없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날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단순히 지분을 넘길 때는 상실감을 제대로 못 느꼈겠지. 하지만 마탑 연합 집행부가 나서서 들쑤시면 어떨까?

“그보다 연합에 들 생각은 없으십니까? 7성에 오르셨다면 마탑을 세우셔도 되는데.”

카이는 그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카이는 서류를 챙긴 채 연합 밖으로 나갔다. 이제 엘더는 더는 축소 마법진 설계를 이용하지 못한다. 엘더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축소 마법진을 배웠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앞으로 23년간은 축소 마법진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이제 엘더는 껍데기뿐이다.

카이는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서 백작성까지 단숨에 날아갔다. 자신의 연구소에 도착한 카이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밖으로 나갔다.

소란스러움이 들리다가 곧 카이를 향해 달려드는 이가 있었다.

퀸이 와락 카이를 끌어안을 때 그 뒤편으로 일행들이 밝은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오셨습니까?”

카이는 굳이 대답해주는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서류를 들어 보였다.

“축소 마법진. 지적 재산권 가져왔다.”

돌싱 후 대마법사-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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