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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51화 (51/150)
  • 051화 할 수 있으면

    경매장의 뒤편에서 카이는 퀸을 안고 서 있었다. 퀸은 그의 품에 안긴 채 경매장의 조명을 받는 메르샤를 지켜보고 있었다.

    카이는 그런 퀸을 안은 채 메르샤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의 반응을 떠올렸다. 한 번 다녀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딸이 있을 줄은 몰랐는지 ‘딸 하나 정도는··· 귀엽기도 하고.’라고 중얼거렸다.

    카이는 대체 그녀가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지만, 오늘은 자신도 무대에 올라야 했다.

    1회용인 화염 마법 화랑(火浪)을 직접 시연하러 나갈 계획이었다. 어떤 마법인지 정도는 알아야 했으니까.

    메르샤가 술렁이는 경매장을 돌아보며 소개를 이었다.

    “이 반지는 각기 충전식 6성급 보호 마법을 품고 있으며 1회용이지만, 반지의 주인 둘이 ‘약속’된 시동어를 동시에 읊으면 6성 화염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메르샤의 소개에 좌중에서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테오르였다. 사실 그가 다시 이곳에 올 줄은 몰랐는데 그가 있는 자리에서는 다른 이들은 손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까마득하게 보였던 전설이었던 그가 이제는 제대로 보인다. 지금 카이가 마력 제어 아티펙트를 차고 있어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7성 정도로만 보이게 했지만, 이제는 테오르와 눈높이가 같아졌음을 깨달았다.

    그 비전 마법을 보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경지만으로는 확실히 바헬이 테오르보다 높은 경지에 있었다.

    “1회용 마법이라면 그 마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보증과 시연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말에 메르샤가 경매장 뒤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비전 마법을 시연해 주시기 위해서 모셨습니다. ‘그레이스’의 주인인 아벨을 모시겠습니다!”

    카이는 메르샤가 자신을 소개하자 퀸을 내려주며 말했다.

    “약속한 것 잊지 않았지?”

    “응.”

    “다녀올 동안 여기 있어.”

    “응.”

    카이는 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무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무대로 올라가자 조명이 그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카이가 무대에 오르자 메르샤가 좌중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물러났다. 카이는 홀로 무대에 올라 좌중을 돌아보았다.

    조명은 카이에게만 내렸지만, 그의 눈은 좌중에 모인 이들을 모두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카이저와 함께 온 엘디아도 보였고, 자신에게 신성 마법을 사용했던 아나벨 성녀도 눈에 들어왔다.

    성녀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의외였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걱정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클란드라였다.

    그녀의 눈빛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카이는 보석함에 든 반지를 만지며 말했다.

    “이 반지의 이름이 ‘약속’이라는 이름인 만큼 시동어는 ‘영원히 깨지지 않는 약속’입니다. 두 분이 동시에 외면 되는 시동어이고 1회용 마법은 6성급 비전 마법 화랑입니다.”

    화륜을 이미 보였기에 모두 공격 마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하나가 충전식 6성급 보호 마법을 품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둘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하나 더 있다고 하니 모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카이는 무대의 중앙에서 마력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화랑.”

    카이를 중심으로 불길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원을 그리며 불길의 파도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불길이 단숨에 무대를 넘어서 관객석을 덮쳐가자 대륙의 큰손들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마력을 일으키는 등 난리가 났다.

    그러나 불길의 파도는 그들에게 그저 따뜻하다는 느낌만 주고 지나갔다.

    당황한 그들의 시선이 카이에게 집중되었을 때 테오르가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하. 이거 환영 마법이군. 설마 실제로도 환영 마법이 나가는 건 아니겠지?”

    “실제로는 반경 50미터를 휩쓰는 불길의 파도가 일어납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시전자들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한 번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지금은 마법의 효과 범위와 형태를 보여주기 위한 시연이었기에 환영 마법이었습니다.”

    테오르는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환영 마법에 온기가 남아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7성급 강자들도 마력을 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환영 마법이었다.

    불과 전격만이 아니라 환영 마법까지 다룰 줄 아는 건가?

    테오르의 의심이 확신으로 변할 때 카이는 좌중에게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

    카이가 물러나자 메르샤가 올라와서는 미소를 지은 채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

    “6성급 화염계 비전 마법 화랑은 상대의 마력을 잡아먹는 마법으로 6성 이하라면 이 마법이 시전되면 마법이 뻗어나가는 것보다 빨리 도망가야 할 것 같군요. 그럼 이제 경매를 시작해 보죠. 시작가는 100억 프랑입니다.”

    100억 프랑.

    감히 그런 시작가를 부르게 될 날이 올 줄은 메르샤도 몰랐지만, 이건 충전식 6성급 보호 마법을 시전 할 수 있는 반지 두 개다.

    50억 프랑씩만 잡아도 100억 프랑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았다.

    메르샤의 시작가에 다들 손을 들기 바빴다.

    “200억 프랑! 이제부터 호가 20억 프랑으로 하겠습니다.”

    호가가 20억 프랑으로 바뀌었는데도 손이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다.

    빠르게 치솟는 경매가는 삽시간에 300억 프랑을 넘어갔다. 엘디아는 거기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어떻게든 낙찰받아서 한 번이라도 협업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낙찰받을 수가 없었다.

    엘디아는 그런데 아직까지 클란드라가 한 번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카이저가 입맛을 다셨다.

    “우리가 결혼한다면 딱 어울릴 예물인데 아쉽군.”

    카이저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이미 400억 프랑도 넘어간 반지를 살 정도는 아니었다. 전쟁 용병으로 많은 돈을 버는 카이저였지만, 벌써 용병단이 십 년간 벌 수 있는 돈도 가뿐히 뛰어넘었으니 말이다.

    새삼 대륙은 넓고 돈이 많은 인간은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대륙의 큰손이 모이는 곳이었다.

    클란드라는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아나벨 성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낙찰받겠다고 했는데 아나벨 성녀도 지금까지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500억 프랑. 호가 50억 프랑으로 올리겠습니다!”

    메르샤가 신나서 소리칠 때 처음으로 아나벨 성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1천억 프랑.”

    좌중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저번에도 1천억 프랑에 클레바논 황제의 생신 연회 선물이 정해졌다. 그건 그럴 만하다고 여겼다.

    황궁에서도 가보로 쓸만한 물건이었고, 무엇보다 클레바논 황제가 그 반지를 빼지 않고 있다고 하니 그 반지를 준 이는 그 이상의 큰 것을 받았다고 여겼으니까.

    황녀인 클란드라가 황태자를 뛰어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커플링이다. 공격 마법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성녀가 이게 왜 필요하단 말인가?

    성녀는 죽을 때까지 결혼하지 못한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성녀에서 내려오고 다음 대 성녀가 올라오니까.

    그런 그녀가 커플링에 그것도 1천억 프랑에 입찰한 것은 좌중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테오르가 진심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신성 교국이 돈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무식하게 지를 줄은 몰랐다. 그러나 오늘은 이쪽도 만만치 않다.

    저쪽이 신성 교국의 교황청의 돈을 끌어왔다면 이쪽은 황궁의 돈을 끌고 왔으니까.

    게다가 돈으로 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클란드라가 손을 들어 올렸다.

    “1,100억 프랑.”

    “1,200억 프랑.”

    이미 그 둘의 경합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그 둘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대륙 동부의 패자인 클로젠 제국의 클란드라 황녀.

    대륙 중앙을 틀어막고 있는 신성 교국의 아나벨 성녀.

    둘 다 커플링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왜 이리 열을 내나 싶었다. 혹시 클란드라 황녀가 결혼할 마음이 생긴 걸까?

    그렇다고 해도 연달아 두 개의 ‘그레이스’를 낙찰받았던 그녀가 저만한 금액을 지불할 능력이 되나 싶었다.

    어느새 1,500억 프랑이 넘어가면서 속도가 조금 줄었다. 아나벨 성녀도 설마 이 정도로 가격이 치솟을 줄은 몰랐다. 1천억 프랑으로 모든 이들이 떨어져 나갈 줄 알았다.

    황제의 생신 연회에 가져다주기 위해서 제국에 연관된 이들이 달려들었던 것은 충전식 비전 마법을 지녔기에 연구 가치도 무궁무진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충전식 6성급 보호 마법이 들어있는 반지였다.

    둘이 동시에 1회용으로 쓸 수 있는 비전 마법도 분명 대단해 보였지만, 이만큼이나 치열하게 따라 붙을 줄은 몰랐다.

    “1,600억 프랑.”

    클란드라가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아나벨 성녀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도 되나요?”

    “뭐죠?”

    “혹시 황녀께서 결혼하시나요?”

    클란드라 황녀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답하지 않고 메르샤에게 시선을 주었다.

    “더 없으신가요?”

    아나벨 성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커플링이라면 신성 교국에서 쓸 물건이 아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더 이상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신성 교국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곳은 제국 밖에 없다. 그런 제국이라고 해도 다음 제품에까지 저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는 없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전 포기할게요.”

    아나벨 성녀가 물러나자 메르샤가 경매의 낙찰을 알렸다.

    “1,600억 프랑에 클란드라 황녀님이 낙찰 받으셨습니다!”

    사방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분명 뛰어난 물건이기는 하지만 이만한 돈이 오가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대륙의 큰손들도 손에 땀을 쥐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이것은 제국과 신성 교국의 대리전 같은 양상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클란드라가 무대로 올라 보석함을 받고는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뜨거운 열기를 담은 채 손뼉을 치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보면서 클란드라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어쩌면 이것이 ‘그레이스’의 마지막 경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모르리라.

    식사 초대를 받은 카이는 잠시 고민했다. 퀸과 함께 가도 될까?

    테오르는 8성에 오른 대마법사다.

    그라면 퀸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알아볼 터. 그리고 마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더 궁금해할 터였다.

    가능하면 테오르까지 적으로 두고는 싶지 않았다.

    “퀸. 식사 마칠 동안 여기서 기다려줄 수 있어?”

    퀸은 아무런 말도 없이 카이를 바라보았다. 흑요석 안경을 끼고 있었지만, 그 두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카이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부탁할게.”

    “응. 퀸 여기서 기다려.”

    “고맙다.”

    카이는 퀸을 꼭 안아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오니 베이트가 그를 데리고 걸음을 옮겼다. 베이트를 따라 걸어간 곳에는 전과 같은 인원이 모여있었다.

    메르샤와 클란드라, 테오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는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다가가 클란드라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 앉았다.

    어찌 되었든 1,600억 프랑이나 되는 거금을 들인 고객들이다. 카이가 돈을 아무리 써도 써도 줄지 않는 만큼 제국의 창고는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니 예를 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리에 앉은 카이는 곧 음식이 나오자 식사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클란드라가 뭔가 말을 꺼내기를 주저하는 것을 보았다. 퀸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먹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그녀의 표정을 보니 혹시 돈이 없이 지른 건가 싶어 메르샤를 보았다.

    메르샤는 카이의 눈빛에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서 보여줬다.

    이미 돈은 받았다는 이야기.

    카이는 편한 마음으로 클란드라에게 물었다.

    “황녀님. 뭔가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클란드라는 한숨을 내쉬고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제대로 식사도 못 했던 그녀는 카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용건을 꺼냈다.

    “폐하께서 ‘영광’을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영광이군요.”

    카이의 대답에 클란드라가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폐하께서 황궁으로 초대하신다고 해요.”

    카이는 그 말에 클란드라가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어려워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테오르가 옆에서 음흉하게 웃는 이유도 짐작했다.

    “죄송합니다. 황궁에 갈 마음은 없습니다.”

    “정말 안 될까요?”

    클란드라가 드물게 부탁했지만, 카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에서라면 테오르만 상대하면 되지만, 황궁으로 가면 검성까지 있다.

    아무리 8성에 오른 카이라고 해도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카이가 고개를 내젓자 테오르가 씨익 웃었다. 마치 이 말을 기다렸다는 것 같았다.

    “그럼 끌고 간다?”

    한번 실력을 보고 싶었던 테오르는 손을 섞을 기회를 마다치 않았다.

    카이는 그 말에 테오르를 바라보았다.

    이런 식으로 밝힐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쩔 수 없나 보다.

    “할 수 있으면.”

    돌싱 후 대마법사-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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