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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50화 (50/150)
  • 050화 퀸

    시간이 남기에 카이는 콜린스가 가지고 온 최상급 영혼석들을 앞에 놓고 고민했다.

    인공 영혼.

    이번에 군체 영혼인 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덟 개의 영혼을 하나의 의지로 묶어내는 것이 가능했는데 반대는 어떨까?

    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다가 마법진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마정석 가루를 이용해서 그린 마법진은 외부로 마력이 새어나가지 않게 만든 것이었다.

    이 안에서는 마력을 사용해도 들키지 않게 됐으니 최상급 영혼석으로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여덟 개의 영혼석을 놓고 허공에 마력으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육면체가 아닌 팔면체.

    여덟 개의 최상급 영혼석이 그 안에서 떠올라 돌기 시작했다.

    카이는 여덟 개의 마법진 위로 다시 여덟 개의 마법진을 그렸다. 조합 마법진에 더해서 결합 마법진까지 더하고 자신의 칠채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카이의 칠채마력이 마법진을 가동하며 그 안에서 최상급 영혼석에게 주입되자 최상급 영혼석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서로 뒤엉키기 시작하며 칠채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카이는 조금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8성에 오르고 나니 그가 품은 마력도 넉넉했기에 처음 시도해 보는 합성 인공 영혼의 조합도 성공적이었다.

    우우우우웅.

    여덟 개의 영혼이 칠채마력을 흡수해 단 하나의 영혼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단 하나의 인공 영혼이 완성되자 그 뒤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카이조차 핑하고 머리가 돌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집어 삼키는 것을 보아 이거 뭔가 위험한 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빨아들이던 마력은 카이가 멈춰야 하니 고민할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마력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췄다.

    “와.”

    솔직히 카이도 두 번 하라고 하면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주위에 마력을 끌어모은 다음에 만든 것도 아니고 혼자서 만든 것이라 이 정도로 고생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만든 인공 영혼과는 결이, 격이 다른 수준의 인공 영혼이 만들어졌다.

    인공 영혼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인공 영혼의 격도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군체 영혼 폰과는 격이 다른 인공 영혼.

    카이는 새로이 만들어진 영혼을 보며 그걸 어디에 담아야 하나 고민했다. 지금도 방에는 헬리움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들인 트리달리움도 있었다.

    이제는 헬리움을 만드는데 인공 영혼 폰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옥의 불꽃을 혼자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헬리움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어든 상황.

    그래도 인공 영혼 폰을 만들려는 것은 성을 지키는 것으로는 그만한 이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인공 영혼 폰이 있다면 7성 대마법사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

    신령족에서 온 이들도 지옥의 불꽃 한 방이었으면 분명 죽일 수 있었다고 여기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뭐에 담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환하게 빛나던 인공 영혼이 카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카이는 자신의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 몇 개 없다는 것을 깨닫고 로브 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인공 영혼이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인공 영혼이 들어간 곳은 헬리움이었다. 지금까지 모든 마력을 튕겨내던 헬리움에 인공 영혼이 어떻게 들어갔나 싶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헬리움이 들썩이더니 투환기 안에 들어있는 헬리움까지 끌어와 합쳐졌다.

    그런데 헬리움이 단순히 합쳐진 것이 아니라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헬리움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카이가 손을 내밀었다.

    혹시나 해서 마력을 주입해 보지만 역시나 마력은 모조리 흩어내고 있었다. 대신 계속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니 헬리움이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얇게 펴지면서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대략 70cm 정도 되는 아이의 모습이 되었다. 허리 춤에도 오지 않는 작은 아이의 모습.

    지금 가진 헬리움의 양으로는 아무리 얇게 펴도 이 이상 크게 만들 수 없는 것 같았다. 카이는 그런 아이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퉁.

    속이 텅 빈 쇠를 두드린 것처럼 공명했지만, 단단함은 예전이랑 달라진 것이 없었다.

    머리카락도 없고, 눈썹도 없는 아이가 눈을 떴다. 그런 아이의 눈은 칠채마력을 품은 것처럼 일곱 가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력 한점 품지 않았는데 눈빛에 색이 담긴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의 형태를 이룬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니, 헬리움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카이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아이와 눈높이를 같이 한 채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헬리움을 만드는 일은 아무리 마력을 숨긴다고 해도 이곳에서 하면 분명 알아채는 이들이 있을 테니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헬리움을 더 만든다고 그걸 이 아이가 흡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문제는 이 아이는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마법으로 외견을 바꿔주려고 해도 모든 마법을 흩어내니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

    다행이라면 이 안에 들어간 인공 영혼도 카이에게 절대적으로 따르는 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보았던 인공 영혼보다 격도 더 높은 인공 영혼.

    카이는 그런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을 지어주마.”

    아이가 일곱 가지 빛이 반짝이는 눈으로 카이를 빤히 바라보는데 마치 이름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순순히 이름을 지어줬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나이트나 룩, 폰과는 격이 다른 영혼.

    게다가 육신도 헬리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네 이름은 퀸이다.”

    아이는 그 이름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카이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퀸을 바라보았다. 모든 마력을 흩어내서 그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카이의 손에서도 마력이 흩어지고 있을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금속.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인공 영혼.

    그 두 개가 만나 새로운 인형이 되었다. 출력이나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일단 육체 자체가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강도 또한 사기적이다.

    종이처럼 얇게 펴져서 충격량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차차 실험해 보면 될 일이었다.

    다만 아티펙트라는 것을 두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 아이가 어른만큼 커지려면 적어도 헬리움을 앞으로 네 번 이상 더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퀸은 완성해주고 싶었다.

    “우선 쇼핑을 좀 해야겠다.”

    눈동자만 봐도 보통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우선 눈을 가려야 했고, 옷도 입혀야 했다.

    카이는 베이트에게 말해서 아이가 입을 만한 옷을 주문했다. 대충 키만 얘기했는데도 베이트는 최고급 옷을 준비해 왔다.

    어떤 마법적인 기능이 없는 순수한 옷.

    카이는 퀸에게 옷을 입혀주고는 흑요석을 얇게 깎아 안경처럼 만든 것을 씌웠다. 가발도 필요한가 싶었지만, 후드가 있는 여행자용 망토를 수선해서 입히니 그것도 해결되었다.

    카이는 퀸에게 하나둘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인공 영혼보다 빠르게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카이는 심심할 틈도 없이 경매를 기다릴 수 있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는 퀸이었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카이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카이도 퀸에게 이것저것 실험해 보았다.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데 필요한 것은 하루면 족했기에 그 뒤로 그 능력을 시험해 보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인공 영혼을 만들 때 들어간 칠채 마력의 양 때문인지 몰라도 마력 한점 이용하지 못하는데도 그 움직임은 얼추 5성급 육체 강화자보다 빨랐다.

    게다가 종이보다 얇을 거라 여겼었는데 트리달리움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는 것을 보니 괴력도 괴력이지만 내구성이 상상 이상이었다.

    하긴 저만큼 헬리움을 만드는데 들어간 돈만 해도 몇 억 프랑은 들었으니 가성비는 꽝이라고 할 만했다. 그래도 헬리움의 새로운 사용법을 찾았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아직은 아이의 몸이었지만, 이목구비도 또렷하니 예쁘장했다. 눈썹이 없는데도 예쁘장하다고 여겨지니 눈썹과 머리만 생기면 딸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딸이라고 할까?”

    못할 건 또 뭔가?

    어차피 결혼 생각도 없는데 철벽을 치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도 없다. 물론 헬리움을 더 만들어서 합치면 커질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생각해 볼 문제였다.

    카이는 안타르시아에 있는 트리달리움을 싹싹 쓸어갔다. 지갑이 줄어들고 있었지만, 어차피 이번에 물건이 팔리면 못해도 100억 프랑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마법사에게 가장 큰 기쁨이 있다면 무한한 연구비였다.

    “그럼 오늘도 질러 볼까?”

    카이의 부고가 들리지 않아 그의 백작성으로 사람을 보낸 사이에 ‘그레이스’의 세 번째 제품 ‘약속’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엘디아는 카이저, 프레드와 함께 안타르시아로 향했다.

    저번 ‘영광’은 결국 제국 황제의 손에 들어갔다고 했다. 제국 황제의 눈에 띄기 위해서라면 1천억 프랑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터.

    그렇게 큰돈을 쓸 수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클란드라라고 해도 그 큰돈을 쓸 수는 없었다.

    어차피 큰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카이저가 마음을 내보인 이상 그와 함께하면서 대륙 서부를 통째로 손에 넣으려고 한다면 군비가 막대하게 들어간다.

    그러니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래도 엘더가 더 성장하려면 ‘그레이스’와 하다 못 해 협력하기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 300억 프랑 정도까지 예산을 잡고 왔다.

    그런데 확실히 전에 왔을 때와는 다른 시선들이 느껴졌다. 카이저는 용병왕으로 7성급 육체 강화자였다. 그런 카이저와 함께 걸으니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전에는 대륙 큰손들이 모였던 경매장에서 주눅이 들었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는 없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중에 엘디아는 클란드라가 오늘도 테오르와 함께 온 것을 보고는 잠시 주저했다. 그녀가 주저하는 것을 보고 카이저가 픽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인사나 하고 옵시다.”

    카이저가 앞장서기에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긴 엘디아는 새삼 카이저와 함께 오기를 잘했다고 여겼다.

    카이저가 클란드라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오. 클란드라 황녀.”

    카이저가 손을 내밀자 클란드라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모습에 카이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를 차리려고 했더니 무시를 당한 상황이었다. 카이저의 몸에서 마력이 꿈틀거릴 때 옆에 앉아있던 테오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꼬마야.”

    카이저가 테오르를 돌아보았다. 수몰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8성 대마법사라고 하지만 자신 또한 대륙에서 이름을 혁혁히 날리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리 막 대하는 것에 심기가 뒤틀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얼굴에 표는 내지 않았다.

    테오르는 그런 카이저에게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하하하하. 노사께서 그리 말씀하···.”

    “꺼지라고.”

    테오르가 카이저의 말을 자르자 그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더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카이저가 엘디아와 함께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테오르가 클란드라를 돌아보았다.

    “아직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냐?”

    “후우. 모르겠어요.”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마지막이다. 무력을 제외한 전권은 너에게 줬으니 그를 설득해 보거라.”

    클란드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을 감았다. 클레바논 황제가 뒷감당할 테니 데리고 오라고 한 이상 그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제발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기 전에 일이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경매장으로 아나벨 성녀가 들어섰다. 시엘 교단의 첫 번째 검이라고 불리는 7성급 성기사 메이어와 함께 들어온 그녀는 클란드라에게 살짝 눈인사하고는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클란드라도 그녀는 무시할 수 없어 인사를 받고는 무대에 시선을 주었다.

    이번에도 반지가 경매 물품이라는 말만을 들었다. 이번에도 파격적일 거라는 말만 듣고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는 데도 대륙의 큰손들이 거의 다 왔다.

    황제의 생신 연회에 왔던 이들 대부분이 자리를 했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대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왔을지 기대가 됐다. 사실 아티펙트로서의 성능보다 그 파격적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던 클란드라는 이번 이야기가 잘 되어서 ‘그레이스’가 제국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싶었다.

    곧 경매장의 조명이 어두워지며 무대가 밝게 빛났다. 그리고 무대 위로 메르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그레이스’의 경매에 참석해주신 귀빈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메르샤가 앞으로 손을 내밀자 바닥이 열리고 보석함이 나왔다. 그런데 보석함의 크기가 제법 되었다. 반지 하나가 들어가기에는 큰 크기라 술렁이기 시작할 때 메르샤가 입을 열었다.

    “이번 제품의 이름은 ‘약속’이며.”

    메르샤가 손짓하자 보석함이 열리며 그 안에 든 두 개의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걸 보는 이들의 눈이 커질 때 메르샤가 미소를 지은 채 소개를 이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올 리 없는 ‘그레이스’의 유일무이한 커플링입니다!”

    장내가 술렁일 때 아나벨 성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드시 낙찰 받아오라고 한 물건이 하필 커플링이라니?

    성녀인 그녀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돌싱 후 대마법사-할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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