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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40화 (40/150)
  • 040화 정신차려!

    카이는 케네스가 가지고 온 물건을 살펴보았다. 주먹만한 크기의 구슬을 넣고 발사할 수 있는 장치. 어떤 마력도 들어가면 안 되면서 장력을 최대한 높이려다 보니 그걸 당기는 것은 어지간한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도르래의 힘을 이용해서 감아야 했다.

    그렇게 감은 물건의 원통 안으로 둥근 구체를 넣는다. 헬리움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같은 크기에 같은 무게를 가진 구체를 만들었다.

    비중을 달리해서 만든 합금이었는데 무게만 같을 뿐 그 강도와 특이점은 닮지 않았다. 그래도 시범적으로 써보기 위해서 만든 구체를 넣으니 달칵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손을 들어 벽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 퉁하는 소리와 함께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구체가 벽에 그대로 박혔다.

    카이는 잠시 그걸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케네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장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 발베르의 힘줄을 이용하자고 했는데 생각 이상의 위력인데?”

    발베르는 멧돼지를 닮은 거대 괴수로 그 힘줄은 확실히 그 위력이 남다르다.

    그러나 카이가 기억하는 것 이상의 장력이다.

    케네스는 그 질문에 얼른 답했다.

    “최대한 장력을 높이시려는 것 같기에 이번에 발베르의 힘줄에 위디아의 줄을 같이 꼬아 보았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것이기는 한데 뭐 마법으로 날리는 것이 훨씬 더 위력적이라 다들 관심을 가지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도 일반 병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군.”

    “일반 병사가 쓰기에는 너무 비쌉니다.”

    카이는 그 말에 픽 웃음을 흘렸다. 카이가 원한 것은 순수하게 마력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원했고, 이건 그가 생각한 이상이었다.

    벽에 박힐 정도라면 이걸 맞는 순간 뼈를 부수고 들어갈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장전한 상태로 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

    “장치의 내구성이 좋아서 장전한 상태로도 하루 이상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카이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위력을 가진 무기에 흡족함을 느꼈다. 카이는 품에서 100만 프랑짜리 금화 다섯 개를 꺼내서 건넸다.

    케네스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물었다.

    “이건 너무 많습니다!”

    “내가 누군지 못 들었나?”

    카이의 말에 케네스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앞에 있는 남자는 경매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남자였다. 대륙의 돈을 쓸어담는 남자.

    단 두 번의 경매로 1200억 프랑을 벌어들인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이가 아닐까 싶은 이였다.

    케네스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장인은 대접받아야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케네스가 그 말에 환한 미소를 짓고 물러났다. 카이는 마력으로 벽에 박힌 구슬을 뽑아서 손에 쥐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매일 장전해야 한다는 귀찮음이 있겠지만, 이거 한 방이면 8성 대마법사를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성에 이른 자라면 분명 반응할 수 있는 속도다.

    시간을 비틀고 공간 이동도 가능한 자. 하지만 이런 무기로 자신을 겨누면 일단 확인해 보는 것이 마법사다. 그리고 그 호기심이 자신을 죽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조합 마법식을 이해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걸까? 아직 제대로 해내지는 못했지만, 세 개의 속성을 합성하는 것도 머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돌아가 헬리움을 다시 한번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하고 우연의 산물로 만들어졌던 거라면 폰을 이용한 지옥의 불꽃만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영지에만 틀어박혀 바헬을 상대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세상이 격변하고 있었다. 엘더의 지분 관계가 움직일 때는 그 지분을 다시 취해와야 하니 슬슬 세상을 향해 귀를 열어둬야겠다.

    메르샤는 발을 까딱이며 의자에 앉아 케네스가 필사해온 도면을 바라보았다.

    “이걸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예.”

    메르샤는 그에게 100만 프랑짜리 금화 하나를 던져줬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어.”

    케네스가 돌아가자 메르샤는 한스에게 도면을 보여줬다.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한스는 가만히 그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석궁 비슷한 물건이군요. 둥근 구체를 날린다고 했으니 투환기라고 불러야 할까요?”

    “성능을 묻는 것이 아냐. 7성급 대마법사가 이런 것을 만든 이유가 궁금할 뿐이지.”

    한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정사이기도 한 그가 보기에 이것은 돈만 많이 들어간 최고급 물품이기는 한데 굳이 이게 필요한가 물으면 답이 궁했다.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군요.”

    “그치?”

    메르샤는 7성급 아티펙트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장인이자 그 본인의 무력 또한 7성에 이른 대마법사가 쇠 구슬을 던지는 기계가 왜 필요한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메르샤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하나만 더 만들어 놓자. 어딘가에 쓸 데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거 제작 비용만 100만 프랑이나 하는 정신 나간 물건입니다.”

    쇠 구슬이나 쏘게 생긴 주제에 트리달리움으로만 만든 물건으로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이런 물건을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는데 만들겠다는 말에 메르샤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이번에 돈 많이 벌었으니 이 정도는 해도 되잖아. 게다가 저 ‘그레이스’의 주인이 만든 물건이야. 분명 어딘가 쓸 데가 있을 거야.”

    “그렇게 하시죠. 케네스에게 요청해 놓겠습니다.”

    “좋아. 그럼 준비해 줘.”

    메르샤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번에 만든 투환기라는 물건의 사용처에 대해 생각했다.

    “뭘까? 마력을 배제하고 오직 기계의 힘만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니 기대가 되는 걸?”

    메르샤는 여전히 이 투환기라는 물건이 궁금했다.

    용병왕 카이저의 밑으로는 센츄리온이라는 용병단이 있다. 대륙 최고의 용병단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용병단이었는데 지금 당장도 이미 몇 개의 전장에 나가 있었다.

    여섯 명의 부단장이 각기 일백 명의 정예 용병들을 양성해서 서로 경쟁하는 체제로 되어 있었는데 카이저가 엘도 왕국에 들어가면서 세 명의 부단장이 삼백 명의 용병을 데리고 왕도로 들어왔다.

    왕궁 내에 머물기에는 많은 인원이라 그들은 왕도의 호텔을 잡아줬고, 왕궁내에는 카이저와 그의 부단장들만 모여있었다.

    카이저는 산처럼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돼지 통구이 하나를 앞에 놓고 뼈를 발라내는 모습을 보면서 와인을 비우고 있었다. 그런 카이저의 옆에서 함께 와인을 마시는 사내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단장님. 굳이 엘도 왕국을 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얻을 건 대륙 동부에 더 많았는데요?”

    대륙 동부에서는 아직도 국지전이 벌어지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다른 세 단장도 그곳에 모두 나가 있는 상황. 카이저가 움직인다면 그쪽의 일은 금세 정리되고 프랑도 넉넉히 벌어들일 수 있었는데 그는 엘도 왕국으로 왔다.

    센츄리온의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부단장 리드의 물음에 카이저는 와인을 쭉 비우고는 답했다.

    “얻을 건 이곳이 더 많지.”

    “엘더를 노리시는 겁니까?”

    카이저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작 엘더만 노릴 거면 여기 안 왔지.”

    리드는 그 말에 안경 안쪽에서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결심하신 겁니까?”

    리드의 물음에 돼지를 발골하듯이 먹어치우던 파칸과 모자를 얼굴에 덮고 잠을 청하던 부단장 시몬도 자세를 똑바로 했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카이저는 씨익 웃었다.

    “그래. 그러니 준비해 둬라.”

    카이저의 말에 리드, 파칸, 시몬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야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카이저가 술잔에 술을 채우고 들어 올리자 다른 이들도 술잔의 술을 채우고 들어 올리고는 동시에 잔을 비웠다. 그리고 동시에 술잔을 던져서 모조리 깨트렸다.

    결의를 다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카이저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앉았다.

    카이는 돌아와 가장 먼저 테오를 따로 만났다.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뭐든 말씀하시죠.”

    “왕국 내의 정보통이 필요해.”

    테오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정보 라인을 만들려면 적어도 십 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정보 집단을 인수하는 것이 빠릅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겠어?”

    테오는 그 말에 씨익 웃었다.

    “걱정되면 정보 집단 세 개를 인수해서 교차 검증하면 될 일입니다.”

    정보 집단에게서 정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정보 집단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무력도 필요한 일. 그런데 그걸 말하는 테오는 태연했다.

    “그렇지 않아도 집사 후보 중 하나에게 일을 맡길 생각이었습니다. 집행하려면 돈이 조금 많이 들 텐데 괜찮겠습니까?”

    “왕국 내에 정보 집단이 몇 개나 돼?”

    “이름 있는 곳은 두 개입니다만 하나는 왕도의 귀족 정보에 빠삭한 곳이 있습니다. 그렇게 세 개를 인수하면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얼마나 들 것 같아?”

    테오가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

    “최대 2억 프랑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거면 돼?”

    테오가 카이의 물음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답했다.

    “솔직히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 반의 반도 안 들 겁니다.”

    “됐어. 지금은 시간이 더 중요해.”

    돈이라면 넉넉한 상황에서 굳이 돈을 아끼려고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었다.

    “좋아.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물건을 준비해 주지. 괜히 리퍼와 엮일 필요 없도록.”

    “그래 주시면 더 편하죠. 대신 그들의 은거지를 찾아갈 때 덴다르트님과 나이 트, 룩을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나이트와 룩을?”

    “예.”

    나이트와 룩은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로브로 대충 두른다면 정체를 숨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해.”

    어차피 당분간은 카이도 바쁘다. 7성급 아티펙트를 만들어야 했고, 헬리움을 다시 만들 수 있는지 확인도 해야 했다. 그것만 해도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었다.

    카이가 테오의 요청을 덴다르트에게 전하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7성급 아티펙트부터 헬리움 재연성까지 해야 하는데 나 없이 하겠다고?”

    카이는 덴다르트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스승님이 하실 일은 없으시잖아요.”

    덴다르트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것을 보고 카이가 씨익 웃었다.

    “라이트닝 웹 스태프 드릴게요.”

    “응?”

    “원래 이번에 만드는 아티펙트가 완성되면 드릴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가시는 길에 쓸 수 있도록 마력 패턴만 조종해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 다녀올 수도 없군. 그런데 집사가 없어도 되겠냐?”

    “집사 후보들이 있으니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게다가 프릴도 있고요.”

    “그래. 스태프가 완성되는 대로 다녀오마.”

    마력 패턴 조정만 하는 것은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다. 카이는 마력 패턴 조정을 해서 그들을 보내고 나서야 7성급 아티펙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한 번 만들어 본 적도 있던 데다가 8성급 조합 마법식을 깨닫고 나서인지 전보다 더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든 것은 팔뚝을 휘감는 금속으로 만든 완갑이었다. 아벨로 활동할 때는 반지만 끼고 싸우기에 이게 적당한 것 같았다.

    크기는 팔뚝 전체를 휘감는 것이었는데 트리달리움으로 만들어서 기본적인 방어도 될 것 같았다. 라이트닝 웹 스태프와 다르게 전용으로 만들었다.

    7성급 아티펙트로 만들어 내는 것은 주먹보다 작은 구체였다. 헬리움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었는데 이건 폭발하는 구체였다. 그 위력은 7성급에 걸맞게 강력했는데 8성급 대인 마법인 지옥의 불꽃처럼 공간 지정을 통해서 공간을 뛰어넘어 원하는 곳에 터트릴 수 있다.

    공간 지정 마법이라 공간에 간섭하는 마법이었다. 위력은 아티펙트로 만들고 공간에만 간섭하게 하는 것으로 카이의 마력 중 삼분지 일이 들어갔다.

    위력 자체는 7성급 비전 마법이었지만, 상대의 마력을 이용해서 폭발력을 높이는 것이라 바헬에게도 통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공간 지정 마법이라 완성되는 순간 피할 수도 없다.

    그렇게 폭환이라고 이름 지은 이 마법이라면 바헬과도 해볼 만하다 여겼다. 8성에 오르지 못했지만, 8성에게도 통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었다.

    인공 영혼 폰을 만들고 대수림으로 간 카이는 다시 한번 지옥의 불꽃을 사용해 보았다. 8성급 대인 마법인 지옥의 불꽃이 트리달리움 인형을 태우자 다시 헬리움이 만들어졌다.

    바닥을 녹이며 파고 들어가는 헬리움을 식힌 카이는 쪼그려 앉아 그것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6성 마법사가 되고 부마가 되면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다. 7성급 이상은 대마법사라 불리는 것이었고, 카이도 크게 욕심내지 않았다.

    나름 행복했으니까.

    그런데 바헬을 만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똑바로 보게 되었고, 7성에 올라 이제는 8성과도 싸울 생각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카이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을 거치지 않고 입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어쩌면 은인인가?”

    카이는 자신이 뱉은 말에 귀에 들어온 순간 쌍욕을 내뱉었다.

    “뭐래! 정신 차려!”

    작가의말

    돌싱 후 대마법사가 4월 25일 월요일 17시에 유료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독려와 관심 가져주신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강호의 도리인 3연참을 기획중이며 연참 마지막화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중 열 분에게 소정의 골드를 선물로 드릴 예정이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 재미있는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돌싱 후 대마법사-침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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