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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35화 (35/150)
  • 035화 악녀

    카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7성급 아티펙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카이 조차 시도해 보지 못했던 것. 현존하는 아티펙트들은 설령 그것이 무기라고 해도 6성급이 한계였다.

    축소 마법진을 이용하면 7성급 아티펙트를 만들 수 있었지만, 엘더에서 그 지적 재산권을 가진 채 장신구만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마도 지적 재산권이 풀리게 되면 대륙의 아티펙트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카이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것은 축소 마법진과 조합 마법진을 합치는 것. 그리되면 아티펙트 하나에 8성 마법도 담을 수 있다.

    카이가 조합 마법진을 마탑 연합에 알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조합 마법진은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다.

    그 조합식을 짜는 것 자체가 요원한 일. 카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마법 사용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7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티펙트였다.

    단발성 아티펙트라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전식 아티펙트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에 만든 ‘영광’처럼 다시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한 시간씩 걸린다면 바헬과의 대전에서는 의미가 없다.

    카이가 최종적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여긴 존재가 바헬이니 그를 상대하려면 7성 비전 마법 한 번 정도로는 무리다. 그러자면 마력을 끌어모으는 충전 마법자체도 개선해야 했다.

    그렇게 마법진을 설계하고 그려넣은 스태프. 길이 약 1.5미터짜리 스태프로 7성급 비전 마법을 충전하는데 3분. 물론 한 번밖에 충전할 수 없었다.

    인근의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이 3분인데 그렇게 두 번의 비전 마법을 쓰고 나면 인근에 마력이 부족해서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동하면서 쓴다면 또 쓰는 것이 가능했지만, 최소한 100미터를 넘게 이동해야 가능하니 충전해서 한 번 쓰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카이는 최상급 마정석을 여섯 방향에 설치한 마법진의 중앙에 스태프를 놓았다.

    마법진을 가동하자 여섯 방향에서 마력을 축적한 다음 최상급 마정석을 매개로 강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와 스태프를 허공에 띄웠다.

    리퍼들이 성의 외부를 지켜보는 와중에 성내에 이만한 마력이 뒤흔들리면 그들도 감지할 수 있다.

    덴다르트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예 마력 반응을 숨기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지금 아티펙트를 제조하는 동안 위에서 마력 감지를 방해하는 중이다.

    카이는 자신의 마력까지 주입해서 스태프에 들어있는 마법진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조합 마법진이라 활성화 시키는 단계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마지막 단추를 끼우듯 마지막 마법진이 완성되는 순간 막대한 마력을 잡아먹었다.

    최상급 마정석의 모든 마력은 물론이고, 카이의 마력이 바닥을 보일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집어넣어서야 간신히 완성된 스태프.

    카이가 지친 기색으로 파직 거리는 스태프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받아 들었다.

    전격계 스태프를 만들기 위해 벼락 맞은 신목(神木)의 가지를 구해서 그 안에 마법진을 때려 넣은 이것은 전격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스태프였다.

    카이의 마력 패턴에 반응하는 스태프로 그 전까지는 그냥 스태프로만 보이는 무기였다. 그렇게 완성한 스태프를 손에 쥔 채 카이가 계단을 올라오자 지상에서 마력을 숨기던 덴다르트가 눈을 반짝였다.

    “완성된 거냐?”

    “예.”

    “시범으로 써봐야지?”

    “그럴까요?”

    카이의 마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스태프의 마법을 발동시킬 정도는 되었다. 카이는 연무장 구석에 있는 바위를 향해 스태프를 겨누고는 마력을 주입했다.

    그의 마력 패턴이 열쇠처럼 맞물려 들어가는 순간 지팡이에서 번개 줄기가 뻗어 나갔다.

    얼핏 보면 라이트닝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렇게 뻗어 나간 번개 줄기가 바위에 닿는 순간 그물처럼 활짝 펼쳐지며 바위를 감쌌다. 그리고 번쩍이는 순간 바위가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어? 저게 뭐냐?”

    전격계 비전 마법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효용을 묻기도 전에 카이는 스태프의 충전을 시작했다. 카이의 마력 회복이 잠시 멈출 정도로 주변의 마력을 급격하게 빨아들이는 것을 보고 덴다르트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렇게 3분이 지난 순간 다시 한번 번개 줄기가 날아가 훈련장의 나무에 닿았고, 삽시간에 활짝 펼쳐져 나무를 휘감아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저거 전격계 비전 마법이지?”

    카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트닝 웹이에요. 상대를 구속하며 전격으로 지져버리는 마법인데 바헬을 묶어두기 위한 거예요.”

    카이의 마법들이 상대의 마력을 잡아먹게 된 것은 바헬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해서 그렇다. 이번에 만든 ‘영광’에 들어있는 화륜이 고작 6성급 비전 마법이면서도 테오르를 놀라게 했던 것은 그런 배경이 있었다.

    8성에 이른 대마법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의표를 찌를 수 있어야 했기에 그렇게 만들었던 것.

    화 속성 마법인 화륜은 상대의 마력을 불태우지만, 전격 속성 마법인 라이트닝 웹은 상대의 보호막을 휘감는 순간 그 보호막을 파고들며 전격을 흘린다.

    그런 상황에서도 마력의 흔들림이 없을까?

    바헬이 피하지도 못하도록 전격 계열로 만들었다. 속도가 가장 빠른 마법으로 발현되면 피하기가 쉽지 않은 마법이다.

    그렇게 놈을 묶고 본신의 마법을 때려 붓는다. 7성급 비전 마법 두 개를 연달아 퍼붓는 것.

    게다가 지금 연구하는 것은 속성 마법을 합치는 합성 마법. 이것이라면 놈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 전에 놈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 이 라이트닝웹이었다.

    그리고 이것 하나만이 아니다. 카이가 지금 만들고 있는 인공 영혼들로 만든 전투 인형들. 그들에게도 가능하다면 7성급 마법을 넣어줄 생각이다.

    그들이 7성급 마법을 하나씩 쓸 수 있게 되면 확실히 발을 묶을 수 있으리라.

    바헬을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할 일이다.

    그때 옆에 서있던 덴다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거 7성 대마법사가 아니어도 쓸 수 있지?”

    카이는 잠시 스태프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죠. 아티펙트는 발동 조건만 갖추면 됩니다. 한 번 마법을 쓰고 3분 정도 후에 또 쓸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일단 사용만 할 거라면 5성 이상이면 가능합니다.”

    덴다르트가 그 말을 듣자 카이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럼 나도 만들어 다오!”

    카이는 덴다르트의 말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재료는 다 썼는데요?”

    “진짜?”

    “예. 이거 보시면 아시겠지만, 재료부터 보통 물건이 아니어야 해요. 그 속성에 가장 어울리는 재료로 해야 간신히 완성할 수 있습니다. 조합 마법진을 설계하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요.”

    카이의 말을 들은 덴다르트가 울상을 지었다.

    “제자야! 제자님! 너는 이 스승이 객사했으면 좋겠냐? 7성 대마법사 눈 밖에 나서 죽는 꼴 보고 싶어?”

    “7성 대마법사를 스승님이 만날 일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이게 있으면 나도 바헬과 싸울 때 도움이 되지 않겠냐?”

    덴다르트는 자신의 순발력을 속으로 칭찬하며 카이를 설득했다. 카이는 조금 고민이 됐다. 사실 만들기가 이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덴다르트를 위해서 만들어 주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에 믿을 사람을 손에 꼽는다면 분명 한 손에 들어갈 이가 그였으니까.

    그리고 워 메이지인 그는 적재적소라는 것을 아는 이였다. 그런 그의 도움이 있다면 인공 영혼들이 쓰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허를 찌를 수 있다.

    카이는 그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아티펙트로 쓸 수 있는 비전 마법은 7성급 대마법사가 쓰는 것의 위력만큼은 안 된다는 것 아시죠?”

    “당연하지.”

    7성급 비전 마법. 특히나 카이가 만든 것은 그 위력이나 성질이 남다르기는 했지만, 7성급 대마법사들이 쓰는 7성급 마법은 그 위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단발성이 아니라 발동하고 나서도 얼마든지 마력을 조작해 방향이나 성질 변화가 가능하지만, 이건 그럴 수 없다.

    하지만 7성급 비전 마법을 쓸 수 있는 아티펙트란 그 자체로 무궁한 가치를 지닌다. 구명줄이 될 수도 있는 마법이라는 얘기.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한 번 만들어 보죠.”

    덴다르트가 카이를 향해 달려들어 덥석 그를 끌어 안았다.

    “사랑한다! 제자야!”

    엘폰토 공작의 성에 들어선 엘디아는 성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루비 광산이 무너졌는데 그걸 수습해야 할 엘폰토 공작은 약에 취해 살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영지에 돈이 없으면 가장 먼저 해체 되는 것이 기사단이다. 엘폰토가 불구가 된 상황에서 월급마저 주지 못하니 기사단의 기사들이 가장 먼저 떠났기에 영지는 휑한 느낌마저 들었다.

    시종장이 엘디아 공주를 마중 나왔다. 엘폰토 공작이 직접 나오지 않고 시종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실례가 되는 일.

    그러나 엘디아는 그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호위하는 프레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을 뿐이다.

    “오빠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개의치 마세요.”

    “공주님은 역시 마음이 넓으시군요.”

    팔 하나 다리 하나 잃었다고 하지만 충분히 마중 나올 수 있다고 여기는 프레드였기에 그걸 이해해주는 엘디아의 마음이 넓어 보였다.

    “오빠의 방으로 직접 가죠. 안내해.”

    시종장이 앞장서자 그녀는 군말하지 않고 뒤를 따라 걸었다. 저런 엘디아와 이혼한 그 멍청한 인간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 단장은 그를 높이 평가했지만, 평민 주제에 공주와 결혼한 후에 장신구형 아티펙트 하나 잘 만들어서 떵떵거리던 인간이었다.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검에 재능을 인정 받아 평생을 검을 휘둘러 온 그는 매일 같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돈을 펑펑 써대는 마법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미치광이 바헬에게서 엘티온 왕자를 구했다고 하지만 그건 미치광이가 미친짓을 해서 살아남았던 것일 뿐이었다. 당시에 두 번 만에 대자로 뻗은 그의 마력을 봉인하고 훌훌 떠난 미치광이 바헬을 생각하면 그냥 미친놈이 그렇게 마음먹어서였을 뿐 그가 왕자를 구한 게 아니라 여겼다.

    국왕 전하는 그의 희생이 대단하다고 하며 저 신성 교국의 성녀까지 불러왔다. 그 비싼 몸값의 성녀를 구해와도 치료 못 했지만, 돈은 전부 지급했다.

    그때 지급한 돈이 근위기사단 일 년 예산보다 많았으니 더욱 꼴 보기 싫을 수밖에 없었다.

    지극 정성 보살피던 공주와 이혼하고 떠난 그 멍청한 인간을 속으로 씹어대던 프레드는 시종장과 함께 도착한 공작의 방 앞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프레드가 한 걸음 나서서 공주의 앞을 막고는 시종장을 돌아보며 노기를 터트렸다.

    “공주님이 오셨음을 알리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공작가의 시종장이면 당연히 육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 최소 3성급 기사에 버금가는 존재나 맡을 수 있는 직위였으니 그도 방안에서 들리는 여인의 신음을 들었다.

    시종장이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하고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 청했다.

    엘디아는 응접실에서 말없이 앉아 다른 시종이 타온 차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잠시 후에 시종장이 다시 그들에게 와서 사죄하고는 안내했다.

    엘폰토의 방문 앞에서 시종장이 문을 열자 안이 뿌옇게 변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엘디아는 방문 앞에 서 있다가 뒤돌아 프레드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혼자 만나보고 올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엘디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칠 테니 그때 들어와주세요.”

    “그러겠습니다.”

    엘디아는 프레드를 뒤로 남기고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창문을 활짝 열었다. 방안 가득했던 아프록시아 잎을 태운 향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창문을 열고 잠시 연기가 빠지기를 기다리던 엘디아가 돌아보자 침대에 누워있는 엘폰토를 볼 수 있었다.

    엘폰토의 눈빛이 탁한 것을 보니 지독하게도 중독되었나 보다.

    엘디아는 그런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가자 엘폰토가 고개를 들었다.

    “동생아. 와줬구나.”

    엘디아는 의자를 가져와 그 앞에 앉으며 팔찌를 만졌다. 주위에 방음 마법이 펼쳐졌다.

    카이가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축소 마법진을 이용해 낮은 성급의 마법은 몇 개를 몸에 두르고 다니는 엘디아였다. 지금부터 나눌 대화는 프레드가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거야?”

    엘폰토는 그 말에 키득거렸다.

    “악운은 몰려온다더니 딱 그 말대로더라고. 이런 상황에서 광산까지 무너질 줄 누가 알았나?”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지. 오빠 이것밖에 안 되는 남자였어?”

    엘폰토가 그 말에 몸을 굴러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엘디아를 쏘아보았다. 그 눈에 깃든 사나운 기색을 읽은 엘디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심하다는 듯 보는 기색에 엘폰토가 이를 뿌득 갈았다.

    “뭐? 이것밖에 안 되냐고?”

    “그래. 게다가 그 편지는 뭐야?”

    “편지? 아, 편지. 그래. 편지를 보냈었지.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아들.

    내 아들이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지.”

    엘디아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협박하는 거야?”

    “협박이라, 그래. 협박이라고 해두자. 이번 루비 광산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네가 돈 좀 내라. 그리고 아프록시아 잎도 좀 구해오고.”

    엘폰토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내 아들도 데려오고!”

    엘디아는 이미 엘폰토가 끝났음을 알았다. 왕국 제일검으로 어려서부터 빛나던 그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엘디아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확 넘어가 쓰러졌을 때 엘디아는 엘폰토에게 다가가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엘디아가 엘폰토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에 끼고 있던 반지의 보석이 붉은빛을 한 번 뿜었다가 빛을 잃었다.

    그러자 엘폰토의 눈에 색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상대의 색욕을 끓어오르게 하는 유혹 마법이 들어간 4성급 아티펙트. 아프록시아 잎으로 이지를 상실하지 않았다면 6성 기사인 그가 넘어갈 리 없었지만, 지금은 단번에 넘어갔다.

    엘디아는 그런 엘폰토의 앞에서 자신의 앞섶을 잡아 뜯었다.

    투툭.

    윗가슴이 드러낸 그녀는 엘폰토를 잡고 일으켰다. 엘폰토가 한쪽 다리로 일어나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 때 그녀는 뒤로 물러나 의자에 걸려 넘어지며 팔찌를 만졌다.

    방음 마법이 풀리는 순간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엘디아의 비명이 들리는 순간 문이 박살 나며 프레드가 뛰어 들어왔다. 그런 프레드의 눈에 도망치려는 엘디아와 그런 그녀의 치마를 잡아 찢고 있는 엘폰토가 보였다.

    프레드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프레드 경! 도와주세요!”

    프레드가 거칠게 다가와 엘폰토를 걷어찼다.

    “컥!”

    아직 6성으로 넘어가지 못한 프레드였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엘폰토를 쓰러트리는 것은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엘폰토는 뒤로 넘어가 침대에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나며 다시 달려 들었다.

    약에 취했다고 하더니 이지를 잃고 색욕만 남은 두 눈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프레드가 그의 목을 틀어쥐며 막았다. 프레드가 뒤를 돌아보자 엘디아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채 눈물을 쏟고 있었다.

    “으흑. 흑.”

    시종장이 얼른 따라 들어와 뒤에서 엘폰토를 잡아떼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엘디아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엘디아가 눈물이 젖은 눈으로 프레드를 올려다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프레드는 엘폰토를 툭 밀어내고는 그대로 검을 뽑아 찔러 넣었다. 엘폰토의 가슴을 뚫고 뒤에서 그를 붙들고 있던 시종장의 가슴까지 단번에 꿰뚫었다.

    “끄헉!”

    엘폰토는 그제야 유혹 마법에서 깨어나 눈을 크게 뜬 채 엘디아를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벌려 뭐라고 하려는 찰나 프레드가 검을 뽑았다.

    쏟아지는 핏물. 프레드가 검에 둘렀던 마력 때문에 심장이 터져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엘폰토와 시종장이 쓰러지자 프레드가 망토를 벗어 엘디아를 덮어줬다. 엘디아는 그런 프레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어깨를 들썩였다.

    프레드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자 그녀가 그의 품 안에서 속삭였다.

    “고마워요. 제 명예를 지켜줘서.”

    프레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일말의 후회도 품지 않았다. 공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기사 된 자로서 그 도리를 다한 것뿐이었으니.

    그래서 프레드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숙인 엘디아의 눈빛은 차갑게 빛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돌싱 후 대마법사-8성급 조합 마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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