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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28화 (28/150)

028화 새로운 마법

엘디아는 유서의 사본을 가지고 엘티온과 함께 왕궁으로 돌아갔다.

엘디아가 주고 간 것은 목걸이를 비롯해 귀걸이와 반지로 이뤄진 세트. 아직 보석은 끼우지 않고 진금과 진은을 이용해서 만들어 놓은 목걸이로 축소 마법진을 사용해서 그려 넣어달라고 했다.

목걸이 하나만을 원한다고 하더니 세트 전부를 내주고 갔는데 대신에 이걸 찾으러 직접 오겠다고 했다. 엘티온을 데리고.

카이는 그러라고 하고 받은 물건들을 내려놓고 프릴, 다비드, 에르케를 다시 성으로 불러들였다.

카이는 다비드와 에르케에게 ‘영광’의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부탁하고는 프릴을 데리고 와서 엘디아가 주고 간 장신구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부터 연습할 건 축소 마법진이다.”

“그건 엘더에 귀속되어서 익혀도 쓸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프릴이 손을 들고 묻는 물음에 카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해줬다.

“물론이야. 공식적으로는 엘더의 제품 외에는 쓸 수 없지. 그리고 이건 엘더의 제품이 될 테니까 네가 직접 그려 넣어도 되는 거고.”

프릴은 그 말에 열정적으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5성급 보호 마법을 그려 넣는 것인데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마법진 그리는 솜씨가 괜찮으니까 한 번 해보자고.”

“예!”

프릴은 카이가 그려놓은 마법진을 그리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몇 번이고 되물었다. 5성급 마법진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프릴의 재능과 카이의 꾸준한 설명에 그녀는 어렴풋이나마 마법진을 이해했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다루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었다. 5성급 보호 마법진을 활성화하려면 6성에는 올라야 했으니까. 5성 마법사가 5성급 마법진을 제대로 활성화 시키려면 막대한 마력을 외부에서 구해야 했기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프릴이 꾸준한 연습을 마치고 장신구에 마법진을 그리는 중에 카이의 곁으로 다가온 덴다르트가 물었다.

“수작을 부릴 거라면서?”

“예”

덴다르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연습을 시키려고요. 어차피 마지막에 조금만 손을 보면 되거든요."

"저게 잘못 될 때는 나도 꼭 구경하고 싶군."

"불러드릴게요."

엘더보다 훨씬 우수한 아티펙트가 나온 이상 어지간한 제품은 경쟁할 수가 없다. 엘디아도 그것을 알기에 유작이 될 제품을 원한 것.

유작이 아니라면 그저 다른 제품보다 값을 조금 더 받을 뿐 엘더를 되살리기는 어렵다.

덴다르트는 뒷짐을 진 채 프릴을 바라보았다. 온통 정신을 집중해서 주위에 누가 떠드는 지도 모르고 몰입한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건 그렇고 저 아이 재능이 심상치 않아.”

“그렇죠?”

4성급 마법사가 5성급 마법진을 이해하고 그린다는 것부터가 그녀의 이해도가 다른 마법사들과 궤를 달리할 정도의 재능임을 알 수 있었다.

카이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적어도 5성 마법사까지는 무난하게 성장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 그녀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늘그막에는 6성까지 도달하지 않을까?

덴다르트는 카이의 태도에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카이의 재능은 마법을 배우기 전에 이미 원시적인 마법을 다룰 줄 알 정도였으니 가히 비교되지 않았다. 그런 카이니 저만한 재능을 지닌 아이를 보고도 이 정도 반응만 보이는 것이겠지.

프릴이 왜 마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는 그녀의 재능이 설명해주고 있었다. 6성급 마법사만 만났어도 저 아이의 재능은 분명 마탑에서도 크게 인정받았을 텐데 어설픈 4성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가 그 재능을 빛내 보지도 못한 것이리라.

그런 그녀가 지금 카이의 괴상한 가르침에 다른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4성급 마법은 벌써 화염, 전격, 빙결을 배우고 있었다. 빙결이야 덴다르트가 나이트와 룩을 가르칠 때 그걸 보면서 배우는 중이었다.

카이에게 물으면 그가 하나둘 가르쳐주는 것을 보았다.

무결의 마법사 제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건 스승을 잘 만난 것도 있지만, 그렇게 마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재능이 특별하다는 것일터.

그녀의 재능을 온전히 깨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카이 뿐이었다.

“반지를 제작한다고 들었다. ‘그레이스’의 제품을 바로 내놓을 거냐?”

“예. 아마도 이번 것도 비싸게 팔릴 거예요.”

“비싸게?”

“이 반지는 반드시 클란드라 황녀가 사갈 테니까요.”

“주문 제작은 안 한다고 했잖아.”

카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소리쳤다.

“거기 잘못 그렸다.”

카이가 따끔하게 소리치자 프릴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꼼꼼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집중해서 마법진을 그리는 것을 보고 카이가 말을 이었다.

“주문 제작은 안 하지만 황제가 끼기에 딱 어울리는 반지이니 선물로 사가겠죠.”

“그런데 저번에 워낙 큰돈을 써서 돈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녀가 아니라고 해도 황가의 사람이 와서 사가겠죠.”

황제의 생일.

그에 맞춰서 나온 ‘그레이스’의 파격적인 반지.

제국의 거물들은 물론이고 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그 물건을 사러올 수밖에 없다.

카이가 이번에 반지를 서둘러 만드는 이유는 확실히 ‘그레이스’의 자리를 잡기 위해서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이듯.

연달아 성공작을 내놓으면 대륙의 큰손들 뇌리에는 ‘그레이스’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레이스’를 사기 위해서 돈을 비축하게 될 터.

‘그레이스’의 제품이 나오면 다들 돈을 싸 들고 안타르시아에 모이게 된다.

큰손이 외면하면 엘더의 가치는 자연스레 내려간다.

지금까지 엘더는 아티펙트 계의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조금이라도 일찍 받기 위해서 많은 귀족이나 왕족이 엘도 왕국에 이로운 조건을 수락했었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하나둘 떠나고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시작하면 엘더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엘더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면서 단순히 돈만 챙긴 것이 아니라 많은 이권을 챙겼는데 이제 사람들은 그 이권을 되찾으려고 할 터였다.

그리되면 엘디아는 엘더의 지분을 내놓을 게 뻔했다.

엘더가 자신의 전부인 것처럼 굴지만, 엘더가 무너진다면 손을 털 터였다.

아니, 그녀가 그것을 쥐고 있다고 해도 엘도 왕국의 왕가나 다른 이들은 그 지분을 털어낼 것이 분명하니 그때 지분을 얻으면 된다.

많이도 필요 없고 21%만 얻으면 축소 마법진 설계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레이스’는 한 번 더 성장한다. 비교 불가할 정도로.

카이는 잠시 뒷일을 상상했다가 덴다르트를 돌아보았다. 덴다르트가 그에게 물었다.

“그 전에 비전 마법을 같이 연구하면 안 되겠냐?”

“그거야 당연하죠. 저거 마무리되는 대로 그것부터 하죠.”

카이는 프릴이 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카이가 직접 그렸다면 두시간이면 끝났을 일이지만, 이제 막 5성 보호 마법진을 연구한 프릴은 꼬박 열두 시간이 걸렸다.

몇 번이나 카이가 잘못된 것을 짚어줬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카이는 프릴에게 축소 마법진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기에 이만한 기회가 없었다.

조합 마법진을 구성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리기만 하는 것은 가능하니 차후에 일이 바빠진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카이는 목걸이에 손을 올리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카이의 강대한 마력이 흘러 목걸이에 들어갔다. 1회성이라고 하나 5성 보호 마법이 걸린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여기다 수작을 부리면 되지만 굳이 프릴에게 보여줄 마음은 없었다. 보석으로 치장만 한다면 엘더의 제품이 될 수도 있을 터.

아직 연습할 것이 귀걸이와 반지까지 있으니 프릴도 이걸 마칠 때쯤에는 제법 익숙해지리라.

“그럼 쉬어라.”

프릴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마워 할 것 없어. 나중에는 제발 일감 좀 줄여달라고 하게 될 테니까.”

“배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배우겠습니다.”

프릴이 눈을 반짝이는 것을 보고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쉬어라. 스승님이랑 비전 마법 연구를 마치거든 찾을 테니 그동안 배운 것들을 다시 복기하고 있어.”

“예.”

‘그레이스’의 제품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인형을 주기적으로 찍어내야 하니 조합 마법진을 그릴 기회는 넘치도록 많았다.

카이는 덴다르트와 따로 연무장에 들어갔다. 마주 본 자리에서 카이가 손을 들어 올리며 냉기를 일으켰다. 카이의 손끝에서 맺힌 냉기가 천천히 돌면서 주위의 온도를 낮췄다.

“제가 만든 비전 마법은 대인 전용 마법인 빙옥입니다.”

카이의 마력이 순간 그의 주위를 감싸고 쩡 소리와 함께 빙옥을 만들었다. 상대를 가두는 것은 물론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도 쓸 수 있는 것이 빙옥이었다.

빙옥 안에 있으면 마력의 순환으로 인해 마력 회복 속도가 몇 배나 올라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빙옥을 깨는 것은 최소 동급 이상의 강자가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로 치밀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카이는 이걸 이용해서 야만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절대 방어의 개념. 게다가 상대를 얼려버리는 것도 가능한 비전 마법.

덴다르트가 다가와 빙옥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흘려보냈다. 원래라면 어떤 마력도 간섭할 수 없지만, 카이가 받아들이자 덴다르트는 빙옥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상대의 비전 마법을 이렇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법사에게는 드문경험이었다. 게다가 카이가 7성에 오르면서 그 마력 구조는 더욱 촘촘해졌다.

카이에게 비전 마법을 함께 연구하자고 했지만, 이렇게 카이가 보여주는 빙옥의 구조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의 실마리가 잡혔다.

어떤 마법사도 이런 식으로 가르치지는 않기에 덴다르트는 이걸 보는 것만으로 머릿속에서 그동안 막혀있던 벽이 깨지고 그 너머를 보게 되는 것 같았다.

덴다르트는 손을 떼고 가만히 서서 자신의 마력에 집중했다.

카이는 그런 덴다르트의 모습을 보고 빙옥을 풀어냈다. 카이는 덴다르트가 마치 각성하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고 바라보았다.

덴다르트가 7성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은 없지만, 적어도 그의 전투 양식과 성향에 맞는 빙결 마법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기대됐다. 카이는 5성 이하의 마법을 보고도 그 계파의 비전마법을 만들어 냈다. 불꽃의 고리도 있고, 전격 마법도 그랬다.

7성에 올랐지만, 새로운 빙결 마법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덴다르트가 만드는 마법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흉내 낼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덴다르트의 주위로 마력이 촘촘이 엮이는 것이 보였다.

카이는 뒤로 물러나며 마력으로 연무장을 둘러쌌다.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도록 준비해 두었지만, 6성 마법사가 비전 마법을 완성하는 순간에는 일종의 몰입 상태라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마력을 방사하니 그에 대비해야 했다.

덴다르트의 몸에서 하나둘 떠오르는 얼음 결정들.

그 하나하나가 주위의 기온을 끌어안으며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카이는 그 개수가 수백 개에 달하는 것을 보고는 마력을 몸에 둘렀다.

휘이이잉.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얼음 결정들이 주위에 냉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카이의 빙옥이 자신을 보호하거나 상대를 얼음 속에 가두는 것이라면 덴다르트를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는 얼음 결정들은 하나하나가 아이스 오브와 같은 위력을 지녔다.

하나하나가 주위를 꽁꽁 얼려버리는 아이스 오브의 기능을 가진 수백 개의 냉기 회오리.

카이는 자신의 보호막을 두드리는 아이스 오브의 위력을 읽어봤다. 덴다르트가 5성 비전 마법으로 익히고 있던 아이스 오브 보다는 위력이 떨어지지만, 결속력이 남달라 위력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 게 수백 개나 떠 있었다.

아마도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깨달음을 구현하기 위해 마력을 탈탈 털어놓은 것 같았는데 그것은 비전 마법을 가다듬으면서 손을 보면 될 일이었다.

“쿨럭!”

덴다르트가 구현한 아이스 토네이도가 그의 마력을 모조리 털어내고 나자 그가 기침을 토하며 비틀거렸다.

카이는 손을 뻗어 덴다르트가 만들어 낸 아이스 토네이도에 간섭해서 반대로 힘을 줘 멈추게 한 후에 마력을 흩어 보냈다.

사방으로 흩어진 마력이 다시 덴다르트에게 돌아갔다.

덴다르트는 자신의 마력이 일정 부분 돌아오자 그제야 씨익 웃었다.

“봤냐?”

카이가 손뼉을 쳐주자 덴다르트가 키득거리고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부탁 하나 해도 되냐?”

“말씀하십시오.”

“아이스 토네이도. 너도 쓸 수 있지?”

“···예.”

한 번 본 비전 마법을 쓴다는 것은 아무리 카이라고 해도 무리지만, 덴다르트와 카이는 사제관계로 마력의 결이 같아 가능했다. 게다가 카이가 성급이 더 높기도 했고.

"그럼 보여다오. 제대로 된 위력을 보고 싶다.”

“스승님 수준에서요? 아니면 제 수준에서요?”

“이 재수없는 제자놈아! 최대 수준으로!”

카이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손짓했다.

“그럼 저 끝까지 물러나셔야 합니다.”

투덜거리면서도 덴다르트가 연무장 끝까지 물러나자 카이가 마력을 뻗어냈다.

카이는 아이스 오브의 개수를 늘리지는 않았다.

덴다르트가 보여준 것보다 적은 백여 개의 아이스 오브를 만들어 띄우고 그것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쉬아아악!

그 속도부터가 다르고 뿜어내는 냉기가 다르다. 빙결 마법사로 냉기 저항이 굉장히 높은 덴다르트마저 몸이 얼 정도로 강력한 냉기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것도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상태였는데도 이렇게 냉기가 전해져왔다.

카이는 덴다르트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손짓하기 시작했다.

쉬아악!

그리고 카이의 손짓을 따라 아이스 토네이도가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열 개의 아이스 오브가 그려내는 아이스 토네이도가 덴다르트를 향해 다가왔다.

덴다르트는 그걸 보는 순간 깨달았다. 카이가 생각한 아이스 토네이도는 공방이 가능한 마법이라는 것을.

카이의 몸을 감싸고 도는 아이스 토네이도는 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고, 상대를 향해 쏘아내는 아이스 토네이도는 주위를 얼리고 있었다.

대인전에서는 몰라도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최적화된 공방 일체형의 빙결마법이었다.

덴다르트는 앞으로 자신이 갈고 닦아야 할 방향성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제가 고맙죠. 저도 이거 써도 되죠?”

“당연하지! 넌 내 제자니까 마음대로 써도 된다!”

역시 덴다르트는 참 스승이었다.

“사용료만 내면.”

돈을 좀 밝히기는 하지만.

돌싱 후 대마법사-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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