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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12화 (12/150)
  • 012화 플레이트

    카이가 일행과 함께 향한 곳은 ‘플레이트’의 접수처였다. 여기에 제출하는 작품을 감정하는 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카이와 일행이 기다리고 있으려니 그들의 앞으로 나온 것은 ‘플레이트’의 접객원과 작품을 감정하는 감정사가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카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곳에 온 이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특급 감정사 한스를 원한다.”

    카이의 말에 접객원이 살짝 긴장했다. ‘플레이트’에는 특급 감정사가 한 명 있다. 6성 마법사이자 감정사인 그는 아티펙트 전문 감정사이기도 했다.

    카이가 꺼내놓은 보석함을 바라보던 접객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장신구형 아티펙트인가요?”

    “맞아.”

    축소 마법진이 나온 이후로 장신구형 아티펙트를 만드는 마법사들이 늘어났지만, 2성 마법조차 담지 못했다. 1성 마법이라고 해도 장신구의 형태가 아름답다면 ‘플레이트’에 출품은 가능했다.

    하지만 특급 감정사 한스를 고작 그 정도로 부를 수는 없었다.

    “여기 감정사께서는 4성 마법사로 아티펙트 감정 분야에 뛰어난 실력을 지니 신 분입니다.”

    카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 정도로는 못 알아봐. 한스가 필요해.”

    한스의 이름을 어떻게 아나 싶으면서도 이 정도까지 말하는 고객은 처음이었다. 접객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연락 드려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곧 접객원과 감정사가 물러났다.

    카이는 아직 보석함만 보여주었을 뿐이지만, 그 디자인만 보고도 보통 물건은 아니다 싶었는지 접객원과 감정사가 물러갔다.

    “아벨님. 이렇게 해도 괜찮나요?”

    “당연하지. 사실 이 정도 물건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이는 메르샤 뿐이야.”

    새로운 이론으로 만든 물건이다 보니 당연히 아무나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카이는 특별 감정사를 불렀다.

    한스 정도 된다면 이게 어떤 가치를 지닌 물건인지는 알아볼 테니까. 메르샤를 불러오든 아니든 경매장에 출품할 자격을 얻으려면 최소한 한스는 나와야 했다.

    그리고 카이는 한스라면 이 정도 했으면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한스는 마법사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니까.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접객원이 특별 감정사 한스를 데리고 왔다. 한 스는 무슨 말을 듣고 온 것인지 몰라도 뭔가 즐거워 보였다.

    접객원이 옆으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분이 특급 감정사 한스이십니다.”

    한스는 카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콕 집어서 청했다기에 할 일도 없어 와 봤더니 딱 봐도 6성급 마법사가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허허. 와보기를 잘했군.”

    한스가 카이의 앞에 앉으며 물었다.

    “내가 ‘플레이트’의 특급 감정사 한스라네. 자네는 이름이 뭔가?”

    “아벨.”

    한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자네 나이에 그만한 성취를 이룬 이라면 그 이름이 내 귀에 안 들릴 리 없었는데 의외로군.”

    “난 자신을 과시하는 성향이 아니라서.”

    한스는 보석함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이번에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건가?”

    “그럴 만한 물건을 완성했거든.”

    “살펴봐도 되겠나?”

    “물론.”

    카이가 보석함을 내밀자 한스는 장갑을 꺼내서 끼고는 조심스럽게 보석함을 열었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미쳤군! 듀얼 잼에 무슨 짓을 한 건가?”

    “뛰어난 보석 세공사를 만났거든.”

    한스는 단순한 특급 감정사가 아니다. 아티펙트만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술성도 감정하는 뛰어난 심미안을 지닌 이였다.

    그런 그도 카이의 말을 듣고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형의 디자인은 하멜 가의 것인가?”

    “알고 있었나?”

    “경매에 나오지는 않지만, 그들의 디자인은 선명히 기억에 남아있지. 좋은 세공사를 만났군.”

    하멜 가 특유의 선형의 디자인이 들어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듀얼 잼에 균열이 간 것처럼 세공했다는 점이었다.

    손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니 특수 처리가 되어서 이 균열이 커질 일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한스가 목걸이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기대되는군. 자네 정도 되는 이가 자신만만하게 출품하는 물건이라니 말이야.”

    한스는 목걸이를 뒤집고는 안경을 썼다. 감정을 위해 준비한 안경으로 이걸 이용하면 마법 잉크로 그린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한스는 목걸이 뒤의 마법진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섯 개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지만, 모두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6성 마법사가 가지고 온 물건이라 혹시라도 축소 마법진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말해주려고 했는데 이건 축소 마법진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마법진들.

    한스조차 이 마법진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성능에 대해서 알려주겠나?”

    그 자체의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VIP경매장에 출품이 될 수 있는 물건이었지만, 아티펙트 시장을 휘어잡은 엘더가 있다보니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예술품은 그 가치가 떨어졌다.

    그래도 이 정도의 디자인이라면 3성 보호마법만 내재되어 있어도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 같아 물었다.

    “충전식 6성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

    “충전식이라면 수요가 있지. 그런데 몇 성이라고?”

    “6성 보호 마법.”

    카이의 말에 한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네 재미있는 농담을 하는군. 저 무결의 마법사조차도 5성 보호 마법을 넣은 것이 전부였네.”

    “충전식이라고 말했잖아. 확인해 보면 될 텐데?”

    충전식 아티펙트는 그 능력을 시험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한 번 사용한다고 해도 다시 충전되는 형식이었으니까.

    한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보석함 안에 다시 목걸이를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정도 물건이라면 따라오게. 시장님도 보셔야 할 물건이니.”

    도시 안타르시아의 시장이라면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를 얘기하는 것. 카이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에 자리에서 따라 일어났다.

    프릴과 에르케는 긴장한 채 카이를 따라 일어섰다. 설마하니 ‘부활’의 감정을 시장인 메르샤가 직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특급 감정사인 한스는 ‘플레이트’에서도 대부분 심심하게 앉아있지만, 실제로 그의 실력은 메르샤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그만큼 지위도 높았기에 그의 발걸음을 막아서는 이는 없었다.

    한스를 따라 복도를 지나가던 카이는 VIP 전용 응접실에서 나오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엘디아 공주와 엘폰토 공작.

    그 둘이 접객원장인 베이트를 따라 나오고 있었다.

    베이트는 한스를 알아보고는 물었다.

    “한스님. 무슨 일이십니까?”

    베이트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가 한스였다. 한스는 베이트를 따라 나온 엘디아 공주와 엘폰토 공작을 보고는 물었다.

    “시장님을 뵈러 가는 길이네.”

    “저희도 엘더의 신작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한스가 그 말에 잠깐 고민하더니 물었다.

    “잠깐 살펴봐도 되겠소?”

    베이트가 엘디아 공주를 돌아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이곳에서 메르샤 다음 가는 실력자이자 감정사였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넘어오지 않는 이.

    그래도 그의 눈 밖에 나서 좋을 것이 없었다.

    그의 심미안은 굉장히 뛰어나서 엘더가 이제는 디자인에 더욱 치중하게 되었음을 알려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베이트가 엘더의 디자인인 보석함을 꺼냈다. 보석함 자체부터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엘디아 공주의 디자인은 요즘 젊은 귀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포장부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 보석함은 모든 이들이 혹하게 했다.

    하지만 한스는 무덤덤하게 보석함을 열고는 그 안에 있는 물건을 보았다.

    목걸이와 귀걸이, 반지로 이뤄진 세트였는데 그 화려함은 분명 놀라웠으나 마법적인 기능은 오히려 퇴보했다.

    그러나 엘더는 그 자체로 대륙의 모든 귀족이 원하는 물건. 분명 이번 경매에서도 높은 낙찰가를 얻을 터였다.

    한스는 보석함의 뚜껑을 닫고는 베이트를 돌아보았다. 베이트는 한스의 눈빛을 보고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 이번에 새로 VIP들을 위한 전용 매장을 준비했습니다. 경매가 아니라 바로 살 수 있는 물건 중 원하는 것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다른 VIP보다 먼저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엘디아 공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지만, 그녀는 굳이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아무리 엘더가 컸다고 해도 이곳은 ‘플레이트’. 7성 대마법사 신령의 대마도사 메르샤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엘디아 공주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베이트가 그 둘을 안내했다.

    엘폰토 공작은 매섭게 카이를 쏘아보았지만, 카이는 그 시선을 무시했다. 지금 마음에 안 든다고 눈알을 태워버리는 것 정도로는 자신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으니까.

    엘디아 공주와 엘폰토 공작이 베이트의 안내를 따라 복도의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동안 카이 일행은 한스를 따라 복도의 끝에 있는 원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원반 위에 모두가 올라서자 한스가 마력을 일으켰고, 원반이 단숨에 솟구쳐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안타르시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사방이 유리로 이뤄진 최고층의 건물 꼭대기였다.

    카이는 이미 이곳에 와 봤지만, 다른 이들은 처음 와봤기에 살짝 긴장했다.

    하긴 프릴이나 에르케가 오기에는 터무늬 없이 높은 곳이었으니까.

    그곳에는 허공에 떠 있는 의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여인이 있었다.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

    카이는 그녀를 보고는 자신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녀의 벽이 느껴졌지만, 지금이라면 한번 붙어볼 만하다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었다. 카이는 자신의 마력을 숨겼다. 걸치고 있는 아티펙트들 덕분에 그의 강대한 마력을 숨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6성급 마법사 정도로만 비쳐도 충분했다.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메르샤의 눈길을 끌 정도였다. 메르샤가 앉아있는 의자가 부드럽게 움직여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메르샤는 카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흐응. 내가 모르는 6성 마법사가 아직도 있다니 놀랍네. 마력 패턴을 보니 크록시아 마탑의 마법사인가?”

    카이는 코웃음을 치고는 답했다.

    “내 정체가 궁금한 것은 아닐 테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한스가 날 찾아온 이유가 더 궁금하네. 어떤 물건이기에 나한테 보여주려고 왔나 그게 궁금해.”

    메르샤가 앉아있는 의자가 움직여 한스의 앞으로 향했다. 한스가 돌아보자 카이는 품에 넣었던 보석함을 꺼냈다.

    보석함의 디자인만 보고도 메르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화려한 것만 좋아한다니까?”

    메르샤는 그리 말하고는 보석함을 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부활’을 보았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파격적인데? 마음에 들어.”

    메르샤는 그리 말하고는 손을 슬쩍 들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부활’을 들어서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그 뒷면을 보였다. 메르샤의 눈이 푸르게 빛나더니 그 뒤의 마법진을 읽고는 말했다.

    “흐응. 이거 무슨 마법진이야?”

    한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충전식 6성 보호 마법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

    메르샤가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메르샤의 나이는 이제 60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외모는 30대에 머물러 있었다.

    굉장한 미녀인 그녀였지만 카이는 속지 않았다.

    “충전식이니 확인해 봐도 좋아.”

    “네 일행에게 확인해 본다?”

    카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목걸이가 날아와 에르케에게 감겼다. 카이가 프릴을 데리고 물러나자 메르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뒤로 상급 바람의 정령모습을 드러냈다.

    한 마리 매처럼 보이는 상급 바람의 정령 프란퀴스는 6성급 마법에 필적하는 위력을 보일 수 있었다.

    프란퀴스가 몸을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곧장 에르케를 향해 날아갔다. 에르케는 날아오는 프란퀴스를 보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앙!

    프란퀴스가 날아와 부딪쳤다가 바람이 되어 흩어졌다. 강렬한 바람이 사방을 휩쓸었고, 에르케는 멀쩡했다.

    메르샤는 그 모습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펼친 프란퀴스는 6성급의 끝자락에 달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프란퀴스가 전력으로 부딪쳤는데도 막아냈다면 6성급의 마법에는 절대적인 방호력을 지녔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빠르게 충전되는 것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건 축소 마법진 설계에 성공했을 때보다 더 크게 이목을 끌 아티펙트였다.

    메르샤가 카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 마법진은 대체 뭐야?”

    “조합 마법진.”

    메르샤가 손을 내밀자 에르케가 차고 있던 목걸이가 그녀의 코앞으로 움직였다. 메르샤는 가만히 ‘부활’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10억 프랑. 내가 사지.”

    경매장 최고가를 갱신하고도 남을 금액. 그러나 카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경매에서 낙찰받도록 해.”

    메르샤는 그 말에 맑은 웃음을 터트리고는 카드 한 장을 던졌다. 카이가 검은색의 카드를 받아들고는 태연히 품에 넣었다.

    그 모습에 메르샤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게 뭔지 아는 건가?”

    “‘플레이트’의 블랙 카드라면 들어봤다.”

    “흐흥. 지금까지 그거 받은 이가 손에 꼽히는 건 알고 있어?”

    카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뒤돌아섰다.

    “그럼 잘 부탁하지.”

    메르샤는 카이의 뒷모습을 보다가 물었다.

    “이름 정도는 밝혀주지?”

    “아벨.”

    카이는 그리 말하고 일행과 함께 원반에 올랐다. 메르샤가 손짓하자 원반이 움직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메르샤가 한스에게 목걸이를 돌려주며 입을 열었다.

    “잘 지켜봐. 카이 이후로 처음 나온 블랙 카드니까.”

    “예.”

    한스가 보석함을 조심스럽게 닫으며 고개를 숙였다.

    돌싱 후 대마법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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