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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11화 (11/150)
  • 011화 안타르시아

    에르케가 다비드의 감독 아래 보석함을 만들었다. ‘부활’ 자체는 파격 그 자체였지만, 그 케이스는 고풍스러움을 담았다. 그렇기에 더욱 대비되는 작품이었다.

    카이는 그동안 인형 제작에 몰두했다. 7성에 오르며 전보다 높은 곳에서 볼 수 있게 된 지금의 카이는 골렘 마법의 성취가 깊어졌다. 그래서 카이는 자신의 대역으로 쓸 인형을 제작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마력이 봉인된 상태라 굳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할 필요는 없었다. 카이가 하려고 하는 것은 그저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형 하나를 만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플레이트’를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카이가 대역인 인형을 만드는 동안 프릴은 그를 보조하는 중이었다.

    ‘부활’을 시험한 이후에 프릴은 열정적으로 변했다. 뭐든 하나 더 배우려고 하기에 카이의 가르침은 그녀에게 하나씩 전해지고 있었다.

    엘티온이 마법적 재능이 없었기에 제대로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은 없었다.

    왕궁에 찾아와 엘더에 소속된 마법사들에게 한 마디씩 조언은 해주었지만, 제대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라 카이에게도 도움이 됐다.

    지금까지 직관으로 모든 것을 익혀왔던 카이에게 다른 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행히 프릴이 열정적으로 따르고 있으니 카이도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카이님!”

    테오가 연구소로 들어오며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야?”

    테오가 전단지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이것 보십시오.”

    카이는 전단지를 받아서 살펴보았다. 인형의 관절을 조이던 프릴을 슬쩍 본 카이가 중얼거렸다.

    “제법 잘 기억하고 있네.”

    3성이었던 그녀는 지금 4성 마법사가 되면서 마력 패턴이 변화했다. 비전을 배우지 못했던 그녀가 카이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카이는 화염 마법으로 활동할 예정이라 그녀에게 화염 마법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적어도 마력 패턴으로 발각될 일은 없었다.

    다만 외모는 손을 봐야만 했다.

    “프릴.”

    카이의 부름에 프릴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왔다. 카이는 그녀에게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어, 이거 전데요?”

    “그래. 아무래도 안벨루스 후작가에서 너를 본 이가 있었나 보다. 팔레스 경이라면 이 정도 추격하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아마도 마탑의 네 스승까지도 이미 파악이 됐을 거다.”

    “어떻게 하죠?”

    “마력 패턴으로 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도 외모는 바꿔야 할 것 같은데?”

    “그, 그래야겠죠?”

    카이는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원하는 머리 색이 있나?”

    프릴은 자신의 분홍빛 머리를 베베 꼬며 답했다.

    “보라색이 어떨까요?”

    “그래.”

    카이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손 위로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보라색으로 변하더니 쭉 길어졌다.

    “어! 머리가 길어졌어요.”

    “그래. 기왕 하는 거 몸매도 교정했다.”

    “예?”

    프릴은 자신의 가슴을 만져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슴이 커지고 허리가 잘록해지고 엉덩이가 커진 것이 이건 육체 강화 능력자들이나 가질 몸이 아닌가?

    “외부에 돌아다닐 때는 용병처럼 굴면 넌 줄 모르겠지.”

    카이는 그리 말하면서 용병들이 쓰는 이마 보호대를 그녀의 머리 위에 씌워줬다.

    “예?”

    “좋아. 잘 어울려.”

    카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인형 하나가 가방을 가지고 왔다. 가방을 연 카이가 그녀에게 휙휙 장비들을 던져줬다.

    “장착.”

    카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가 던진 장비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아가 프릴의 몸에 장착됐다. 브레스트 플레이트부터 시작해서 망토와 무구까지 장착되는 것을 보니 얼핏 보기에는 완벽한 용병의 모습이었다.

    “어때?”

    “움직이는 거는 어렵지 않은 데요? 오히려 평상시보다 편해요.”

    “당연하지.”

    단련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저 갑옷이 전해주는 마법인 스트랭스와 헤이스트마법등이 몸을 훨씬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어줬다.

    카이는 축소 마법진을 설계한 몸이었다. 당연히 그 연구 중에 만든 물건들은 장신구보다 다른 것에 더 치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만든 물건들은 시중에 풀지 않았다.

    어차피 연구용으로 만들었던 것.

    풀 세트를 장착하면 4성 기사와도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이가 그만한 힘과 민첩함을 얻는다고 해도 그만한 기량을 보일 수는 없는 것.

    그래도 신분을 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프릴이 신기하다는 듯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카이가 입을 열었다.

    “마저 작업하고 얼른 가자. 연중 최고의 경매가 얼마 안 남았다.”

    “예!”

    힘차게 대답한 프릴과 함께 카이는 인형 제작에 집중했다. 인형을 완성하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된 인형을 보고 테오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중독 증상까지 있어서 병약해 보이지만,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까 앞으로는 외부의 놈들이 볼 수 있게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카이는 다비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힘 조절 훈련을 열심히 하세요. 오는 길에 쓸만한 원석이 있으면 구해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꼭 망치를 다시 들 겁니다.”

    다비드는 공을 꾹 쥐어 보이며 답했다. 어느 정도 힘 조절이 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그의 노력도 대단하지만 미세한 힘조절에 능숙하기 때문임을 알았다.

    보석 세공사는 가장 비싼 것을 세공하는 일인 만큼 원래 힘 조절을 잘했다.

    그래서인지 신경이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조금씩 힘 조절을 잘하게 됐다.

    다비드는 옆에 서 있는 에르케의 등을 팡팡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보다 이 녀석을 잘 부탁합니다.”

    에르케는 그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지금은 변장한 상태였다.

    리퍼가 하멜 가를 지켜봤던 만큼 에르케 또한 얼굴을 숨겨야 했다. 그래서 에르케는 붉은 머리로 염색한 상태였다.

    커다란 가방을 짊어져 짐꾼으로 변장했다.

    ‘플레이트’는 대륙 최고의 경매장. 그 경매가 열리는 곳은 중립 도시 안타르시아.

    7성 마법사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가 시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안타르시아는 대륙에 있는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곳. 돈도 제법 생겼기에 앞으로 보석 세공에 들 물건을 구하고 그 재료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아무래도 원석을 감정하고 사오려다 보니 에르케가 필요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카이는 중년 남성으로 변장했다. 마력 패턴도 변경했고, 걸치고 있는 장비도 모두 새로 장만했다. 아티펙트의 활용성은 바헬을 상대하면서 깨달았다.

    그렇기에 각별하게 신경 쓴 아티펙트들.

    메르샤와 부딪칠 일은 없을 테지만, 그녀를 만난다고 해도 속일 수 있을 정도의 준비를 마쳤다.

    “그럼 가자.”

    프릴은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스승님! 이것 보세요.”

    카이도 처음 이 비공정을 보았을 때는 놀랐다.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는 정령 마법을 익힌 존재다. 정령 마법에 있어서는 정점에 이른 그녀가 부리는 정령을 이용해서 만든 이 비공정은 정령의 도움을 이용해서 나는 만큼 그 이용료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싸다.

    그리고 이 비공정을 이용해야지만 중립 도시 안타르시아로 갈 수 있다. 안타르시아로 들어가는 입장권인 셈인데 그것만 해도 어지간한 귀족은 그 표를 살엄두도 내지 못한다.

    에르케와 프릴조차 카이가 대금을 지불할 때는 눈을 휘둥그레 떴었다. 비공정이용료만 1만 프랑이었으니까.

    왕복으로 따지자면 6만 프랑이나 되는 돈이 들었다.

    안벨루스 후작의 금고를 털지 않았다면 통행료조차 내지 못했으리라.

    비공정이 없어도 안타르시아를 들어갈 수는 있다. 다만 그렇게 들어가려면 신령의 대마법사가 설치한 결계를 뚫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발각되지 않을 수가 없다.

    신령의 대마법사보다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봐야 몇 되지도 않고 그들에게 1만 프랑 정도는 돈도 아니었기에 괜히 그녀와 척을 질 생각은 없었다.

    카이는 눈을 감은 채 탐구에 들어갔다.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는 전에 보았었다. 그녀를 보고 깨달은 것은 자신은 정령 마법만큼은 익힐 수 없다는 점이었다.

    축소 마법진 설계에 대해서 넘기기만 하면 100억 프랑을 내겠다고 할 정도의 큰 손이었다. 그걸 내놓지 않은 덕분에 엘더는 대륙 최고의 아티펙트 브랜드가 되었다.

    아마도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터.

    6성일 때는 그녀를 마주하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지금은 어떨까?

    카이도 살짝 기대됐다.

    “스승님! 저기 안타르시아가 보여요.”

    안타르시아는 뭔가 이질적인 도시였다. 대지의 정령의 도움으로 지었다는 건물은 높이가 어지간한 산맥만큼 높다. 비공정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곳.

    이 건물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안타르시아다.

    비공정에서 내리기 전에 카이가 빠르게 말했다.

    “내 이름이 뭐라고?”

    “아벨이요.”

    “그래. 여기서 내 이름은 아벨이다. 스승님도 아니고.”

    “예.”

    “실수하지 말자.”

    “예.”

    카이는 비공정의 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겼다.

    “안타르시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여인은 몸에 꼭 맞는 제복을 입고 있었다.

    카이는 무심한 얼굴로 그녀를 지나쳤지만, 프릴과 에르케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카이가 멀어지자 얼른 따라붙었다. 카이는 비공정 정류장에 준비된 원반에 올라섰고, 그의 뒤를 따라 프릴과 에르케가 오르자 곧 원반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타르시아는 지하도시다.

    비공정이 도착하는 곳은 저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준비해 놓고 도시 자체는 지하에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비효율의 극치 같았지만, 그 안에서는 고위 마법사들도 날뛰지 못한다.

    만약의 경우에는 지하도시를 무너트려 버릴 테니까.

    그렇게 도착한 곳은 휘황찬란한 마법등이 주위를 밝히고 있는 안타르시아였다. 지하에 있으면서도 천장까지 높이가 수 km에 달하는 곳으로 개방감도 개방감이었지만, 이 안에는 신선한 공기가 가득 퍼져 있었다.

    이 도시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 신령의 대마법사 메르샤의 능력이니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카이에게 설명을 들었음에도 프릴과 에르케는 연신 고개를 돌려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의 수도 상당했는데 그들 하나하나가 최신 유행하는 것들을 걸치고 있었다. 이곳에 출입하는데만 들어가는 돈이 1만 프랑이다 보니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이들만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호위로 데리고 다니는 이들 또한 입장료를 내는 것이 아깝지 않은 수준의 인물들만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에 돌아다니는 이들은 어딘 가의 귀족이거나 이름 높은 기사, 용병, 마법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안전했다.

    아무리 후줄근하게 입고 있어도 시비를 걸지 않는 것은 상대가 어떤 신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도시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돈일 뿐이었으니까.

    그만큼 대륙의 모든 돈을 빨아먹고 있는 도시 안타르시아에서도 가장 이름 높은 곳은 ‘플레이트’다.

    일 년에 한 번 경매장을 여는데 그때 최고가에 낙찰된 물건은 대대적으로 광고가 된다. 일 년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

    그만한 광고 효과가 없는 만큼 ‘플레이트’에는 온갖 물건들이 출품된다.

    카이는 일행들을 데리고 ‘플레이트’ 접수처를 향해 걸어갔다.

    다각. 다각.

    뒤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이 안에서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말의 입장료도 냈다는 얘기.

    무심코 옆으로 물러난 카이와 일행은 팔두 마차를 볼 수 있었다. 그 마차는 카이에게도 익숙한 마차였다.

    카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던 초대형 아티펙트.

    엘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차였다. 저만한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비공정에 태워서 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엘더의 힘을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저 마차에 탈 수 있는 이는 단 하나다.

    엘더의 주인.

    자신과 엘디아 공주만 탔던 물건.

    카이가 바라보는 가운데 마차는 ‘플레이트’ 앞에 섰고, ‘플레이트’의 경매장관리인들이 뛰쳐나와 도열했다.

    멈춘 마차의 문이 열리고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도 왕국 제일검이라 불리는 6성급 기사 엘폰토 공작이었다. 그자가 먼저 내려서서는 손을 내밀자 엘디아 공주가 그 손을 잡고 천천히 내려섰다.

    엘디아 공주는 사람들의 시선을 만끽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 떨어진 곳 접수처의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남자와 여자 둘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중년 사내를 무심코 바라보던 엘디아 공주는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카이는 엘폰토 공작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엘디아 공주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엘더에서 자신이 빠졌다고 ‘플레이트’에 오지 않을 수는 없었겠지.

    그렇기에 이번 ‘플레이트’가 기대가 됐다.

    작가의말

    최고가 수수료 부분 수정했습니다^^

    돌싱 후 대마법사-플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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