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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싱 후 대마법사-8화 (8/150)
  • 008화 계획 변경

    카이는 디자인을 꼼꼼히 살피다가 물었다.

    “그런데 이건 듀얼 잼인가?”

    “맞아요.”

    듀얼 잼은 보석 안에 보석이 들어가 있는 형태의 보석으로 그 자체가 귀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보석은 최소 10만 프랑부터 시작한다.

    원석이 그 정도 가격이고 이게 세공이 끝나면 가격이 몇 배 이상 뛴다.

    그래서 듀얼 잼은 이름 있는 보석 세공사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구하는 물건이다. 그걸 다뤄 보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장신구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이력에 이름이 남는다.

    어떤 이름의 장신구를 만든 이가 자신이라고 밝히는 것이 보석 세공사들에게 있어서 큰 명예이니 듀얼 잼은 그 하나만으로 가치가 있다.

    “듀얼 잼 중에도 종류가 많잖아. 이건 어떤 종류로 생각하고 만든 거야?”

    “다이아 속의 루비요.”

    투명한 다이아 속에 붉은 루비가 들어가 있는 형태라는 건가?

    카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테오를 돌아보았다.

    “이런 형태의 듀얼 잼을 구할 수 있을까? 돈은 얼마나 들어도 좋아.”

    테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카이님. 영지에 남은 돈이 10만 프랑 정도입니다. 이거 두 분 월급으로만 줘도 최대 다섯 달 밖에 못 버틴다는 것은 아시죠?”

    채권으로 벨록 상단에게서 마석과 말린 아프록시아 잎을 구하고 있었다. 이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원금만 해도 상당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이것들을 구한다고 한다면 낮은 이율인데도 영지가 넘어갈 정도의 돈이었다. 무엇보다 이쪽 영지는 크게 돈이 될 것이 안 나기 때문이었고, 세금도 적기 때문이었다.

    카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디자인이 조금 떨어져도 충분히 ‘그레이스’는 엘더를 누를 수 있다. 그것은 장신구로서의 효용보다 아티펙트로서의 압도적인 성능 차이 때문이었다.

    이번에 자신의 마력을 봉인했던 바헬의 봉인 덕분에 깨달은 것이 있었다.

    마법진은 성급이 올라갈수록 복잡해지는데 그걸 간략화한 것이 카이의 축소마법진 설계였다.

    그것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이 이번에 깨달은 조립 마법진이다. 하나하나는 그 가치가 떨어지나 그것들이 하나로 모였을 때는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장신구 크기에 6성 마법을 담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한계라고 알려졌던 5성 마법을 뛰어넘었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4성급 이상의 아티펙트는 1회용이었다. 장신구 크기에 아무리 축소 마법진을 욱여넣는다고 해도 4성급 이상의 마법진은 오직 1회용이 전부였다.

    마력 축적이 함께 들어가는 것은 3성 이하의 아티펙트였는데 충전용 3성 마법진이 들어가는 아티펙트는 카이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충전용 중에서 최고급은 3성 마법진이 들어가 있는 아티펙트로 카이도 한 달에 하나밖에 만들지 않았다.

    5성 마법이 들어가 있는 것은 각국의 왕에게 선물로 내주었던 물건. 그것도 반드시 카이가 손을 써야만 했다.

    오히려 4성 마법이 들어가 있는 장신구는 카이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건 축소 마법진에 대해 배운 궁정의 5성급 마법사도 만들 수 있었으니까.

    물론 궁정의 5성급 마법사는 둘뿐이라 그것도 많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륙의 왕족들이 눈에 불을 켜고 구하려고 했다.

    궁정에 5성급 마법사는 원래 한 명이었지만, 카이가 축소 마법진을 만들어 내고 난 뒤에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기 위해 한 명이 더 늘어난 실정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엘더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아티펙트는 4성급 이하의 1회용 아티펙트와 2성급 이하의 충전용 아티펙트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저 엘더라는 이름만 보고도 돈을 싸 들고 오는 이들이 넘쳐났다.

    이런 상황에서 6성급 보호막이 내재 된 아티펙트. 그것도 충전이 가능한 아티펙트가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 가치는 상상도 할 수 없고, 단숨에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 카이는 안전을 위해서 이번에는 마법진에 함정도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 조립되는지 알아보려면 적어도 8성급 대마법사나 되어야 한다. 7성급 대마법사 정도라면 그걸 건드는 순간 폭발하게 할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을 생각이 없었다. 스스로 지켜낼 생각이다.

    감히 누구도 자신의 것을 가져가지 못하게.

    그러나 부활의 디자인을 본 순간 욕심이 났다.

    듀얼 잼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에 파격적인 디자인. 이거야말로 지금의 아티펙트 판도를 뒤집어엎을 디자인이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반드시 이것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이는 디자인을 바라보다가 불쑥 드는 생각에 에르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다이아와 루비의 듀얼 잼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거야?”

    에르케가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저희가 도둑맞은 목걸이에 있던 보석이었어요.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버렸거든요.”

    다비드도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가장 어울리는 듀얼 잼이기는 하구나. 크기도 딱 맞고.”

    거기까지 얘기한 다비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이아와 루비의 듀얼 잼은 그것 외에는 들어본 적도 없다. 아직까지 그 이후로 발견되지 않은 것이 분명할 거다.”

    카이는 그제야 그 목걸이 하나에 아인츠 장인 거리의 건물과 하멜 가가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이 배상금으로 탈탈 털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목걸이를 리폼 의뢰를 맡긴 곳이 어디지?”

    “안벨루스 후작가입니다.”

    카이의 인상이 미미하게 굳어졌다. 안벨루스 후작가라면 엘토르 국왕의 처가다. 죽은 엘토르 국왕의 아내가 안벨루스 후작가의 사람이었다고 들었다.

    엘토르 국왕은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힌 왕이었다. 그러니 평민 출신의 6성 마법사인 카이를 손에 넣기 위해 공주와 결혼까지 추진했던 것이었지.

    물론 덕분에 엘도 왕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런 엘토르 국왕은 결혼 후에 외척이 허튼짓을 못 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그래서 안벨루스 후작가는 그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그런 안벨루스 후작가의 노부인이라면 엘디아 공주의 외할머니 된다. 그리고 그 노부인이라면 카이도 만나보았다. 엘디아 공주가 무척이나 좋아하던 노부인.

    노부인이 엘디아 공주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았기에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카이의 생각이 맞는다면 다시 훔친 목걸이는 노부인의 손으로 돌아갔을 터였다. 그리고 뻔뻔하게 모든 배상금을 받아 챙겼겠지.

    엘토르 국왕이 억압한 탓에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살던 안벨루스 후작가에게는 그 배상금이 가뭄 끝의 단비와 같았으리라.

    하지만 이건 모두 예상일 뿐이다.

    카이는 그걸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만약 그 예상이 맞는다면 훨씬 빠르게 ‘그레이스’의 첫 작품 ‘부활’을 만들 수도 있으리라.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을 때 카이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다비드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노부인이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맞아요. 그랬다면 저희가 집에 머물게 해주지도 않았을 거예요.”

    카이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아인츠 장인 거리의 그 건물에서 살게 해준 것이 과연 호의였을까?

    더는 보석 세공을 못하게 된 보석 세공사가 그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은 오히려 더 악독한 것 아닐까?

    “귀족은 귀족일 뿐입니다.”

    다비드와 에르케가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기에 카이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혹시 그 목걸이 디자인을 기억한다면 하나 그려줄래? 일단 확인만 해보도록할 테니까.”

    “확인이요?”

    “가보면 알겠지. 그게 그들에게 있다면 이미 배상금을 물어냈으니 우리 거 아니겠어?”

    카이가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을 듣고 인상을 미미하게 굳히는 다비드와 다르게 에르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비드에게 의수를 달아준 카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틀린 구석도 하나 없기도 했고.

    “그럼요. 이미 배상금을 물었으니 저희 거죠. 금방 그려드릴게요.”

    에르케가 슥슥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을 보고 다비드가 옆에서 조언했다.

    “거기는 조금 다르지. 조금 더 부드럽게 호를 그리는 모습이야.”

    카이는 어차피 듀얼 잼이 들어간 이상 어지간하면 그걸 못 알아볼 리가 없다고 여겼는데 둘이 얼마나 꼼꼼하게 그리는지 스케치북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보니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노부인을 만났을 때 차고 있던 목걸이였다.

    “가서 확인해 보자고.”

    빙계 마법으로 6성에 오른 카이였지만, 그가 무결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것은 그의 재능이 속성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속성의 마법사들은 각자 자신의 계파에서 익힌 고유 마법들을 익히고 비전이라는 이유로 그 마법을 보여주는 것조차 꺼렸다.

    카이가 원한 것은 그들의 비전인 4성 이상의 고유 마법이 아닌 그들 계파의 3성 마법만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카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았기에 자신들이 가진 3성 마법을 보여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카이는 그들이 보여준 3성 마법을 보고는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고 그들은 그것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카이는 오히려 그들의 마법을 통해서 고유 마법들을 유추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는 전 속성 마법을 모두 다룰 줄 알았다. 물론 고유 마법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그 계파의 마법사들이 비전으로 갈고 닦은 것들이라 그만큼의 깊이는 없을지 몰라도 최소한 5성급으로는 전 속성의 마법을 다룰 수 있었다.

    7성에 오른 지금이라면 6성급도 얼추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 그가 새로운 신분으로 움직일 때는 누구도 그를 떠올릴 수 없게 다른 속성 마법을 쓸 생각이었다.

    빙계 마법사인 그와 연관지을 수 없을 정도로.

    외모도 마력 패턴도 변경했지만, 그것보다 더 확실한 것은 눈에 보이는 마법의 속성이다.

    카이는 안벨루스 후작의 성으로 가면서 마음에 결정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았던 마법을 다시 파고들었다. 확실히 벽을 넘고 돌아보니 그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둘 보였다.

    카이는 워 메이지였지만, 마법을 연구하는 것도 좋아했다.

    아마도 복수를 이루고 난다면 느긋하게 다시 마법을 연구할지도 몰랐다. 골렘마법을 이용해서 인형을 만들고, 아직 탐구하지 못한 마법들도 살펴보고 싶었다.

    다만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레이스’를 정상으로 끌어올려 ‘엘더’를 추락시키고, 엘디아와 엘폰토 공작을 나락으로 보내는 것부터 바헬을 족쳐야 했다.

    미치광이 마법사 바헬.

    8성에 이른 그 자를 상대하려면 이런 편법이 아닌 제대로 8성에 올라야 하니, 마법 연구도 멈춰서는 안 됐다. 7성의 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디높은 벽을 넘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늘 이곳을 확인한 후에 생각할 문제다.

    안벨루스 후작가.

    국왕의 처가인 이곳은 외척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고 해도 그 이름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후작가의 성으로 숨어 들어가는 일.

    일반적인 마법사였다면 힘들었겠지만, 카이는 무결의 마법사다. 모든 마법에 능통한 마법사.

    게다가 사람들은 모르지만, 워 메이지로 야만인의 대전사를 죽이기 위해서 그들의 야영지에 기습 및 침투 작전을 펼쳤었다.

    그때는 미지의 적들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마법적 보호 체계가 있는 곳.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카이는 훌쩍 날아올랐다. 플라이 마법을 통해 몸을 끌어올린 카이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내성의 탑 지붕 위에 내려섰다. 그곳에서 눈을 감은 카이의 마력 감지가 내성 전체를 아울렀다.

    하멜 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렸던 목걸이를 당당히 가지고 다닐 수는 없을 터.

    그것을 숨겨 놓은 곳이 있다면 당연히 금고일 테고, 그곳은 마법적인 보안 결계가 준비되어 있을 터였다.

    당연히 많은 마력이 필요한 만큼 그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카이는 단번에 그것을 파악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마법적인 보안은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었다. 창문을 열고 들어간 카이는 태연하게 복도를 걸었다. 카이의 마력 감지는 내성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기에 지금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순찰로 움직이는 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던 카이는 곧 난처함을 숨기지 못했다.

    금고가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것도 3성급에 이른 기사 두 명이 서 있었다. 저만한 기사 둘이 지키고 있는 이유가 뭘까?

    카이는 오늘 잠입을 흔적 없이 하려고 했다. 조용히 듀얼 잼 목걸이만 꺼내 갈 생각이었는데 그곳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 있다. 저들을 재우고 들어갈까 고민할 때 방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악! 제발 살려주세요. 후작님.”

    쫘악!

    문 너머까지 들리는 소리에 카이는 인상을 미미하게 굳혔다.

    “하, 씨발. 야. 얌전히 다리 벌리라니까? 내가 영지 마법사로 거둬준다고!”

    왕궁에 들어간 뒤로 잊고 있었다.

    귀족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개새끼들인지.

    계획 변경이다.

    돌싱 후 대마법사-마법사 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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