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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225화 (완결) (225/225)
  • 《225화》

    10년 뒤,

    인류는 지옥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갔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많은 함대와 항공모함을 잃었고 경제적으로 추락해갔다. 과거와 같이 전 세계를 아우르던 거대한 힘도 없어졌다.

    그러나 반대로 유럽과 중국, 러시아, 중동은 새로운 경제적 부흥을 맛보며 급성장했다.

    일본은 대한제국에 항복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군대를 가질 수 없었다.

    군대가 없으니 대한제국에 의지하는 위성국가 정도로 전락했지만 경제적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그것에 만족하며 살았다.

    세상은 이제 워프게이트 경제로 본격으로 뛰어들었고 그 중심에 대한제국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주도한 대한제국은 전 세계의 과학과 문화, 경제, 군사력에서 몇 단계나 앞서 나갔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세계의 기축통화가 달러에서 원화로 변했고 공용 언어도 영어에서 한글로 변해갔다.

    대한 제국의 영토는 남한과 북한, 만주 지역을 포함한 광활한 곳이었고 자원은 넘쳐났다.

    일자리도 넘쳐났으며 국민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천마 자동차로 시작한 비행 자동차의 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전 세계는 하나가 되어갔다.

    국가는 이제 이름만 있을 뿐 원래 가지고 있던 권한들이 점점 사라져갔다.

    인간을 구속하던 국가라는 틀이 사라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는 이제 마법이 일상생활에 아주 자유롭게 사용되었다.

    마법이 아니라 마나 공학으로 불리긴 했지만 하여튼 마법의 사용이 일반화되어 갔다.

    택배도 텔레포트로 받았고 여행도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떠났다.

    집 안 청소도 마법으로 했고 온수나 냉수도 마법으로 만들었다.

    방어막 기술이 높아지자 현대의 재래식 무기들은 그냥 장식으로 변해 버렸다.

    미사일을 아무리 많이 쏴도 다 막아내는데 누가 미사일을 쏘겠는가?

    인류는 이제 마법으로 날씨까지 통제하기 시작했다.

    뭔가를 확 바꾸는 건 아니고 그냥 비가 한동안 안 오면 가끔 오게 하거나 엄청난 태풍의 위력을 약간 줄여주는 정도로 활용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게 가장 좋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기후를 바꾸는 마법으로 식량이 생산되자 전 세계의 기아가 없어졌다.

    골렘1.

    미래 그룹에서 어느 날 만들어낸 마나 인공지능 로봇이었다.

    인간처럼 움직이고 사고하는 로봇은 인류의 문명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인류는 더 이상 어렵게 노동을 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었고 주부는 더 이상 가사 노동에 빠져 있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자 인류가 빠져든 것은 문화였다.

    소설과 영화, 각종 예술들이 전 세계에 유행처럼 퍼져 나갔다.

    각종 이야기가 넘쳐났고 상상의 세계가 극도로 확장되었다.

    ***

    대한제국의 서울 중앙에 위치한 경복궁,

    태조가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 천도를 하면서 1395년에 지어진 궁궐이다. 432,703㎡의 넓이에 각종 부속 건물들이 아름답게 지어져 있다.

    경복궁은 수백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선시대의 정도전이라는 사람이 왕은 부지런해야 한다고 근정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 있다.

    근정전은 나라의 각종 행사가 이뤄지던 곳인데 특히 왕의 즉위식이나 신하들의 조하식을 받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 근정전은 국보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동안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그런데 8년 전부터 근정전을 중심으로 뒤쪽에 있던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에 있던 모든 건물들에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었다.

    엄격하게 통제된 궁궐에는 대한제국에서 최고라는 도깨비 부대가 지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중에서 교태전은 왕비의 처소가 있는 곳이다.

    -다다다닥!

    곱디고운 한복을 입은 한 꼬마가 교태전의 담벼락 사이를 빠르게 뛰어갔다.

    “그러다 다치옵니다. 전하!”

    7살쯤 되어 보였을까?

    눈이 크고 귀엽게 생겨서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뒤를 하늘빛 저고리에 붉은색의 리본을 매고 푸른 치마를 두른 궁녀가 그 뒤를 따랐다.

    조선 시대에서나 보던 궁녀의 복장이었다.

    “나 잡으면 용치!”

    “전하!”

    절대로 궁녀는 꼬마를 잡지 못할 것 같았다.

    -덮석!

    그때 갑자기 나타난 손이 꼬마의 뒷덜미를 잡아서 위로 들어 올렸다.

    “요놈, 잡았다.”

    “우잉~”

    단번에 잡혀서 대롱대롱 매달린 꼬마가 울상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길게 자란 붉은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30대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성호였다.

    “아빠!”

    꼬마가 황하게 웃으며 성호를 아빠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름다운 수지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 있었다.

    “앗, 엄마다.”

    “이준희!”

    “네…….”

    수지의 호통에 이준희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가 궁궐에서는 조심히 다니라고 했어, 안 했어?”

    “했어요. 그런데 방학이라 학교도 못 가고 여긴 심심하단 말이야.”

    “심심하다고 궁궐의 예법을 어기면 쓰나? 어여 김주연 궁녀님께 잘못했다고 안 해!”

    “히잉~”

    옆에서 듣고 있던 궁녀가 당황해하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중전마마, 제 불찰이옵니다.”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일입니다. 준희 어여 사과해!”

    수지의 호통에 울상이 된 준희가 고개를 숙였다.

    “잘못했습니다.”

    이준희는 고개를 90도 꺾으며 정성을 다해서 사과했다.

    성호가 그런 준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잘했어.”

    “헤헤…….”

    성호의 칭찬에 준희는 바로 표정이 환해졌다.

    “아들 심심했어? 그럼 오늘 아빠랑 어디 좀 갔다 올까?”

    “응?”

    시무룩하던 준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여보!”

    “너무 책망만 하면 좋지 않답니다. 가끔 둥글게 생각하는 것도 좋죠.”

    “그래도…….”

    “너무 그렇게 마음을 쓰면 뱃속 아기의 정서에도 좋지 않답니다.”

    성호의 말에 수지가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었다.

    임신 3개월 차라 안 그래도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딜 가시려고요?”

    “오늘은 준희 데리고 화성에 좀 다녀오리다.”

    “경기도 화성에요?”

    “아니 우주에 있는 화성,”

    “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도시를 건설한다는데 가봐야죠.”

    “위험하지 않을까요?”

    “내가 누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성호는 7살 개구쟁이 아들 준희를 번쩍 들어서 목마에 태웠다.

    “가자, 아들.”

    “응!”

    외출한다는 말에 신이 난 준희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좋아했다.

    성호는 교태전과 강녕전을 지나 사정전으로 향했다.

    사정전은 왕이 정사를 돌보는 곳이다.

    사정전의 마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한 제국 황제 폐하 납시오!”

    황제를 호위하던 무사들이 큰소리로 외치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성호를 발견하고 고개 숙여 예를 다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대한제국의 대통령 박성규가 인사를 했다.

    “네, 박성규 대통령님께서도 안녕하셨습니까? 국민들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재선까지 하시고 말입니다.”

    “저야 이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싶죠.”

    “왜요?”

    “동진이 그 녀석이 쌍둥이를 낳았지 뭡니까.”

    미래 그룹의 법무팀 팀장이자 박성규 대통령의 아들 박동진은 늦게나마 장가를 가서 쌍둥이를 낳았다.

    “들었습니다.”

    “계속 눈에 밟히니 나랏일을 할 수가 있어야죠.”

    “하하하, 하여튼 축하드립니다.”

    그때 저 멀리서 강동민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니, 왜 이제 오고 지랄이야. 이 황제님아.”

    강동민은 성호가 황제가 되었어도 여전했다.

    “많이 기다렸습니까?”

    “너무 빨리 왔잖아 지금! 방금! 나우! 통돼지 바비큐가 왔단 말이야.”

    “응?”

    “그거 먹고 출발하면 안 될까? 황제님아?”

    성호는 순간 이걸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하는 갈등 사이에서 고민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최태욱이 고민하는 성호를 불렀다.

    “최태욱 사장, 이 바쁜 와중에도 와 주었군.”

    “저야 회장님께서 부르면 바로 달려와야죠. 그런데 회장님께서는 회사에 요즘 안 오십니까?”

    “보면 모르나? 육아 휴직일세.”

    “갑자기요?”

    “나도 갑자기 알았네.”

    사실 성호도 임신 3개월 차에 알게 되었다.

    사정전의 마당에 둥근 반 고리 모양의 워프게이트가 세워졌다.

    -우웅…….

    워프게이트가 밝게 빛나면서 공간과 공간을 가른 길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지구 안에서가 아닌 우주를 건너 화성까지 연결된 워프게이트다.

    이 장면을 세계에 방송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초청되었다.

    “안녕하십니까? YTM의 박설명입니다. 오늘은 일 년 전에 워프게이트를 이용해 화성에 도착한 연구원들 응원하고 대한제국의 영토로 확정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성호 황제 폐하께서 직접 화성에 가실 계획입니다.”

    화면이 돌아가고 워프게이트에서 나오는 연구원들이 잡혔다.

    무슨 이웃집 방문한 것 같은 편안한 복장이었다.

    성호가 워프게이트를 통해서 밖으로 나온 연구진과 악수를 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준희야, 인사해야지.”

    “안뇽하세요.”

    준희가 배꼽인사를 하자 사람들이 활짝 웃었다.

    “황제 폐하, 지금 다들 화성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얼른 가시죠.”

    성호는 준희의 손을 잡고 그냥 워프게이트로 들어갔다.

    우주복도 입지 않고 그냥 워프게이트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화성에 간다고 안 했나?”

    “그런데 왜 그냥 평상복을 입고 들어가지?”

    성호가 들어가자 그 뒤로 박성규 대통령과 관계자들, 그리고 기자들이 우르르 따라 들어갔다.

    “와아!”

    들어가자마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가장 먼저 본 것이 커다란 소나무였기 때문이다.

    “화성에 소나무라니!”

    주변을 둘러보니 투명한 둥근 막으로 사방이 둘러쳐져 있고 그 안에 각종 건물들과 나무들이 자라 있었다.

    “이거 놀라운데. 숨도 그냥 지구에서처럼 쉴 수 있고…….”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성호는 둥근 돔의 한쪽으로 서슴없이 걸어갔다.

    그곳에는 푸른 배추와 고추, 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시커먼 얼굴에 땀을 흘리며 밭을 일구는 하는 두 사람이 보였다.

    “이러니까 진짜 농사꾼 같습니다.”

    성호의 말에 시커먼 얼굴의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이성호 회장 동무레 왔네?”

    “이거 반갑구먼.”

    과거 북한의 위원장을 했던 김송철과 국방장관이었던 김동선이었다.

    한 나라의 군사력을 좌지우지하던 두 사람이 화성에서 농사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준희야 인사드려라. 아빠와 가족 같은 분들이시다.”

    “안뇽하세요!”

    준희가 또다시 배꼽인사를 했다.

    “고놈 참 귀엽게 생겼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어.”

    다들 준희를 귀여워했다.

    성호는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한 뒤에 화성기지 중앙에 세워진 한 걸물 앞에 섰다.

    “오늘, 우리는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이 화성에 인류 최초로 도시를 건설하고 인류가 살아갈 터전을 만들 겁니다.”

    성호의 오른쪽 옆으로 박성규 대통령과 각부터의 장관들이 도열해 섰다.

    반대쪽에는 대한제국의 군사력을 담당하는 국방 장관과 합참, 각 제국군의 사령관들이 도열했다.

    성호가 가슴에서 태극기를 꺼냈다.

    -펄럭!

    태극기가 펄럭이며 확하고 그 자체를 뽐냈다.

    의장대 군인들이 태극기를 소중히 받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세워진 봉에 태극기를 걸고 줄을 잡아당겼다.

    -빠바바바!

    국악대가 태극기가 올라가는 동안 경건하게 연주를 했다.

    그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제 화성도 공식적으로 대한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앞으로 대한제국은 지구를 넘어 우주적인 강대국이 될 것이다.

    ***

    강단에서 내려온 성호가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이제 대한제국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으니 차원이동으로 판타지 세계에나 다녀와 볼까?”

    “회장님아 언제?”

    성호 옆에 언제 왔는지 강동민이 다가와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응? 차원이동 한다며?”

    “네, 그런데 같이 가시게요?”

    “그런 거 아니었어?”

    성호가 알 수 없는 미소로 강동민을 바라봤다.

    <대마법사 회장님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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