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222화 (222/225)

《222화》

풍계리 길주군,

옛날에는 김삿갓이 이곳의 지명을 가지고 놀려대는 노랫말로 유명한 곳이었다.

[길주 길주라 하건만 길한 고을이 아니고 허가 허가라고 하지만 허락해 주질 않는구나.]

지금은 핵실험으로 유명한 곳이다.

북한이 근처에서 6번이나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쿠구구구…….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서 몸은 인간이지만 머리는 염소인 존재들이 걸어 나왔다.

이들은 악마 바포메트라 불리는 녀석들이다.

바포메트는 박쥐의 날개에 염소의 다리와 얼굴을 가졌으며 인간의 상반신을 가진 존재다.

“뭐냐, 아무것도 안보여.”

주변은 깜깜했고 온통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땅속이다.”

“얼마나 깊은 거야?”

“암석이 단단한데?”

“왜 우리는 여기에 나타난 거야? 젠장!”

원망해도 소용이 없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암석을 부수고 땅굴을 파서 위로 올라가야 했다.

곡괭이질을 해서 800미터에나 되는 땅을 파고 올라가야 했다.

그것도 손에 든 창으로 말이다.

-까강!

“훌쩍, 창이 부러질 것 같다.”

“난 팔이 부러질 것 같다.”

“뭐 하냐? 빨리 안 파?”

녀석들은 특유의 괴력으로 암석을 부수며 지상으로 올라갔다.

이제100미터만 파고 올라가면 지상이다.

바포메트들이 광기에 사로잡혀 암석을 파고 있는데 한쪽 구석에 반짝이며 선이 그어졌다.

선은 둥근 원형을 만들더니 주변에 기이한 문양을 만들며 퍼져 나갔다.

“뭐지?”

바포메트들이 신기해하면서 모여들었다.

-우웅…….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자 바포메트들이 눈이 부신지 눈을 손으로 가렸다.

-우웅…….

밝은 섬광과 함께 워프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파란색 도깨비 가면을 쓴 자들이 튀어나왔다.

-사가가각!

가장 앞에 서 있던 바포메트의 머리가 잘려 나가고 시커먼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도깨비 부태 찰리팀, 야차부대 전투 개시!”

도깨비 부태의 찰리팀의 부대 이름을 야차로 지었다.

이들이 양손에 검을 들고 바포메트에게 달려들었다.

바포메트들도 갑자기 나타난 도깨비 부대를 상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콰자작…….

둘의 충돌에 먼지가 비산하고 여기저기에서 치열한 전투기 시작되었다.

“여기서 쓰러지면 내 어미, 아비가 죽는다. 막아라!”

“꾸웨엑, 인간들이다. 죽여라!”

풍계리의 지하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바포메트들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마나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깨비 찰리팀이 조금 더 우세해 보였다.

바포메트들의 특징인 기마전을 펼칠 수도 없었기에 놈들에게 유리한 것은 오직 숫자가 많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일선 뒤로 물러나고 이선 전진!”

정면에서 있던 선발대가 뒤로 후퇴하자 지금 막 도착한 새로운 도깨비 부대원들이 바포메트들을 상대했다.

-꽈자작……!

새롭게 나타난 도깨비 부대원들과 바포메트들이 충동하면서 동굴 가득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체인 라인트 벌컨을 발사한다. 모두 물러나!”

그때 워프게이트를 통해 옮겨온 체인 라인트 벌컨이 조립되었다.

체인 라인트 벌컨은 5서클 마법인 체인 라이트를 발칸포와 결합한 형태로 쉽게 말해서 마법을 기관포처럼 쏘아대는 장치다.

-콰르르릉!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바포메트들이 번개에 맞아서 터져 나갔다.

그럼에도 놈들은 꾸역꾸역 몰려와서 도깨비들을 공격했다.

“인간들을 죽여라!”

“막아!”

“이 더럽고 추악한 인간!”

“니가 더 드러!”

풍계리 지하에서의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해져 갔다.

문제는 차원의 문에서 나타나는 괴물들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놈들이 다른 곳에 굴을 파고 올라온다.”

바모메트들이 지하 갱도에서 사방에 굴을 파고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곳이라면 어떻게든 도깨비 찰리팀이 막을 수 있지만 이렇게 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

“맙소사!”

이곳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기저기에서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괴물들은 현대 무기들이 통하지 않기에 미래 그룹에서 만든 무기들을 꺼내야 했다.

K3D-02 전차, 해동청-D-02전투기, MD-02 기갑병기, 방어막이 달린 방탄복에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총까지 다양했다.

오직 미래 그룹에서 만든 마나 에너지 무기들만이 괴물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저지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차원에서 나오는 괴물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가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인구 밀집 도시들로 괴물들이 난입해 대학살극이 벌어졌다.

-으악! 지금 사방에 괴물들이야!

-살려줘, 도망갈 곳이 없어.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서 이 모든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서울의 평창동에 있는 아파트의 거실에는 TV가 켜진 상태로 2시간째 방치되어 있었다.

소파에는 수지가 멍하니 TV를 보면서 눈물만 주르르 흘리고 있었다.

“끄으으…….”

신음소리 같은 울음소리가 입으로 나왔지만 꾹 눌러 참았다.

‘성호다.’

태평양에서 벌어진 신과 악마의 전쟁에서 싸웠다는 신이 바로 성호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지는 알 수 있었다.

‘성호가 죽었다.’

팔다리가 부러져 나가고 시커먼 뭔가에 찔렸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방송되었다.

그리고 지금 방송에서는 전 세계에 괴물들이 튀어나와 도시들을 습격하는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흑흑…….”

갑자기 올라온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띵동!

그때 문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났다.

“크윽, 크윽.”

수지는 초인종 소리에도 마음의 고통 때문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띵동!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지만 수지는 그대로 요지부동이었다.

“저 최태욱 실장입니다. 여기 계십니까?”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주인님의 명령으로 문을 강제로 부숩니다. 백광현, 부셔!”

“씨부럴! 니가 대장 같다?”

“주인님 명령이잖아. 그냥 좀 하자?”

“아! 주인님 명령이었지. 니미 알았다.”

-콰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박살이 나며 종이짝처럼 휘어져서 복도에 나뒹굴었다.

“수지 님!”

최태욱 실장이 쓰러져 있는 수지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십니까?”

“크으윽…….”

수지는 아무 말 없이 마냥 울고만 있었다.

“저거 성호 아니죠? 그렇죠? 크윽…….”

“성호 님 맞습니다.”

최태욱 실장의 말에 수지가 울상이 되어 닭똥 같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그런데 죽지는 않으셨습니다.”

“네?”

최태욱 실장의 말에 수지의 눈이 커졌다.

“저희가 이렇게 온 것은 모두 성호 님께서 미리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무슨?”

“여기 보이십니까?”

최태욱 실장이 자신의 앞머리를 위로 치우고 이마를 보여 주었다.

-우웅…….

그리고 밝은 빛과 함께 오망성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성호가 직접 찍은 노예 마법진이었다.

“이 표시가 바로 증거입니다.”

“그게 뭔데요?

”이건 이성호 회장님의 부하직원이라는 표시 같은 건데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살아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그럼?”

“어디 계시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살아 계십니다.”

“그럼 성호는?”

“저희도 그다음은 모릅니다.”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고 수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수지를 최태욱 실장이 부축하려 했지만 수지가 거절했다.

“저 혼자 일어설 수 있어요.”

“괜찮으십니까?”

수지는 너무 오랜 시간 울어서 기운이 없고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지만 혼자 걸어 다닐 만했다.

“전 세계에 괴물이 나타났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갈 곳이 있어요.”

“말씀하시지요.”

“여기서 가장 가까운 방송국이 어디죠?”

“KBC입니다.”

“거기로 빨리 저를 데리고 가줘요.”

“KBC 방송국은 왜?”

“제 노래는 괴물들을 저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회장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 노래를 전 세계에 라이브로 방송할 거예요.”

“그렇다면 더 좋은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죠?”

“일단 따라오시면 압니다.”

수지가 최태욱 실장에게 이끌려서 이동한 곳은 미래 빌딩 회장실이었다.

15층에 마련된 미래 그룹 회장실의 방 크기도 크기지만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정원과 넓은 거실, 전용 식당, 샤워실, 수영장, 미니 골프장까지 갖추어진 세계 1위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었다.

“이곳은 회장님이 잘 사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진짜는 이쪽입니다.”

좁은 복도를 지나 평범한 문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책상 하나였다.

낡아 보이는 책상 옆으로는 산처럼 쌓여 있는 서류 더미가 보였다.

“이곳이 진짜 이성호 회장님의 회장실입니다.”

“여기가 평상시 성호가 사용하는 회장실이라고요?”

일단 미래 그룹의 회장실치고는 너무 좁았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방에 책상과 의자, 침대까지 놓여 있는 좁은 방이었다.

“회장님께서는 겉치레를 별로 안 좋아하셨습니다.”

“성호 성격이면 그럴 만도 하죠. 그런데 왜 저를 여기로 불렀죠?”

“이것 때문입니다.”

최태욱 실장이 성호의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위이이잉…….

그러자 공중에 무수히 많은 화면들이 떠오르더니 그 중심에 커다란 지구본이 떠올랐다.

“이건?”

“지구의 모든 곳에 떠 있는 MOS 마나 관측 위성 통제 장치입니다.”

“그런데 왜 이걸?”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방송사와 인터넷, 무전을 장악할 수 있는 녀석입니다.”

“아!”

이제야 수지는 최태욱 실장이 자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 세계의 전파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장악하는 장치! 그것이 바로 MOS 마나 관측 위성 통제 장치였던 것이다.

“신디사이저하고 마이크를 준비해 줘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최태욱 실장의 성화에 10분도 되지 않아 작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비록 10평 남짓한 방에 서류 더미가 옆에 산처럼 쌓여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서는 뭔가 그리운 향기가 났다.

‘성호의 향기가 나.’

수지가 신디사이저 건반에 손을 올려놓고 잠시 눈을 감았다.

“수지 님, 준비되었습니다. 편안하게 노래만 부르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다 하겠습니다. 언어는 각각의 나라말로 알아서 번역되어 나갈 겁니다.”

수지가 눈을 뜨자 수없이 많은 모니터가 공중에 떠올랐다.

전 세계에 있는 방송사의 화면이다.

전 세계의 모든 방송사의 인터넷과 방송 시스템을 에고 시스템이 장악하고 강제로 수지가 나오는 방송을 송출했다.

TV가 이상하다며 채널을 돌려도 온통 수지만 화면에 나올 뿐이다.

-전 세계 방송이 장악 당했다.

-모든 채널이 다 수지의 얼굴이다. 뭐야, 갑자기?

여러 큰 도시부터 작은 시골 마을까지 방송을 보는 모든 장치에 수지의 얼굴만 나왔다.

거대한 방송사의 채널뿐만 아니라 인터넷 개인 방송까지 전부 다 MOS 마나 관측 위성 통제 장치가 장악해 버린 것이다.

‘뭐부터 해야 하지, 괴물이 무찌르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해? 믿어 줄까? 말은 통할까? 방송을 보고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지는 않을까? TV를 바로 끄지는 않을까?’

수지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혔다.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더라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수지가 마이크를 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수지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모든 방송이 중지되고 제가 나와서 당황했을 겁니다.”

실제로 전 세계는 갑작스럽게 방송이 장악당해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 방송을 보는 모든 분들은 볼륨을 올리세요!”

수지의 손이 움직이며 신디사이저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눈을 감고 마이크 앞에서 입을 열었다.

[I prayed for the shining star in the morning.]

(아침에 빛나는 별에 나는 기도를 드렸죠.)

수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방송 화면 때문이 짜증이 나던 마음도, 채널을 돌리려던 마음도 멈춰 버렸다.

MOS 마나 관측 위성들이 지구의 모든 방송을 통해서 수지의 노래를 전파했다.

성호가 만들어낸 언어 변환 마법에 의해서 각국의 언어로 전달된 수지의 노래에는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깊은 곳을 후벼 파는 목소리에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TV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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