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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214화 (214/225)
  • 《214화》

    대한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전함인 공중항모 귀선은 빠른 속도로 오키나와를 향해 움직였다.

    함장실에 앉아 있는 이회 사령관의 표정은 사뭇 심각했다.

    “제1함대, 제2 함대, 제3함대의 통제권이 제1 항공전대로 귀속되었습니다.”

    “좋아! 우리는 구름 안으로 들어가 숨는다.”

    이회의 명령에 부함장인 정한민이 궁금한 듯 물었다.

    “이회 사령관님 굳이 구름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요? 귀선은 투명화에 스텔스까지 갖춘 공중항공모함입니다.”

    “너무 과한 거 같은가?”

    “그렇습니다.”

    “그럼 알려 주지. 미국의 인공위성 좌표를 띄워.”

    “넵.”

    커다란 지도 위에 반짝이는 표시들이 떠올랐다.

    미국의 정보 위성들이다.

    그 수가 모두 68대나 되었다.

    솔직히 이회 사령관도 성호의 말을 믿고 움직였지만 저렇게 많은 미국의 인공위성들이 몰려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역시 많이도 몰려 있군. 이성호 회장의 말이 맞았어.’

    성호는 이회 사령관에게 특별한 작전을 부탁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대한제국의 전함들이 움직이는 동선을 감추는 일이었다.

    이회는 성호의 치밀함에 혀를 내둘렀다.

    “미국의 정보 위성이 저렇게 많이 깔리다니 비정상적이군요.”

    정한민 부함장이 수십 개의 인공위성 중에서 미국의 것만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미국은 배가 바다에서 움직일 때 만들어지는 파도를 인공위성이 감지해서 적을 찾아낸다고 하더군.”

    “역시 천조국답군요. 이회 사령관님, 그럼 바로 미국의 관측 위성들을 공격할까요?”

    “아니, 기다린다.”

    “네?”

    “지금은 우리가 미끼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야.”

    “우리가 미끼가 되다니요?”

    성호는 이회 사령관에게 특별한 작전을 부탁하고 떠났다.

    그 작전을 위해서는 많은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쟁의 확산을 막고 희생자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커먼 안개가 움직입니다.”

    “드디어 미군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레이더에 오키나와에 있던 미국 전함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나?”

    “저 이상한 안개 안에는 마나 레이더가 통하지 않습니다.”

    이회 사령관은 안개의 정중앙을 바라봤다.

    “뭔가 보여야 하는데 문제로군.”

    저 안개 안에 미국 항공모함 7대와 이지스함 50여 척, 핵잠수함 12척이 있다.

    전 세계와 싸워도 이길 정도의 화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로 대한제국은 불바다가 되고 만다.

    “안개들이 제3 함대와 점점 가까워집니다.”

    “모든 함대에게 250 킬로미터 이상 떨어지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제1 함대와 2함대가 미 함대와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고 3함대는 뒤에 있는 섬으로 물러났다.

    일촉즉발의 긴장감 속에서 안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안개가 이상합니다.”

    “뭐?”

    이회 사령관이 놀라서 레이더를 바라봤다.

    안개가 둥글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무슨 태풍처럼 회전하기 시작한 시커먼 안개가 확하고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안개가 주변으로 확산됩니다. 150킬로미터! 180킬로미터! 빠릅니다.”

    “전 함대에게 전속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라고 그래!”

    “늦습니다. 안개가 퍼지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안개의 지름만 250킬로미터입니다.”

    안개가 퍼져 나가면서 마나 레이더의 한쪽이 시커멓게 물들어갔다.

    “제3함대가 안개 속으로 들어갑니다.”

    “제2함대도 안개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1함대, 안개를 피해 전속력 후퇴 중입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이회 사령관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변했다.

    “이성호 회장의 말대로 되었군.”

    성호는 이회 사령관에게 안개가 확장될 것이고 안개가 대한제국의 함대를 삼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저 안개 속에서는 마나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고 도리어 우리들의 투명화, 스텔스 기능이 통하지 않는다.”

    적은 나를 보는데 나는 적을 못 보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적의 위치를 찾지 못하면 그냥 두들겨 맞기만 해야 한다.

    비록 강력한 방어막이 있기는 하지만 계속 버틸 수도 없을뿐더러 적에게는 그 방어막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적이 대한제국의 위치를 알게 되므로 기존에 현대전에서 사용하던 사격통제 시스템, 이지스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전함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이점이 하나 사라진 것이다.

    “해야 하나?”

    그걸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회 사령관은 갑자기 자신이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생각났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則生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하신 명언 중 하나다.

    이회.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무백(茂白)이며 이순신 장군의 아들이기도 했다.

    그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아버지 이순신 장군을 따라서 여러 해전에 참가하여 공을 세웠다.

    이회 사령관의 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어 주실 때 이순신 장군의 장남 이회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지어 주었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자녀에게 아무런 직책을 주지 않고 백의종군하게 하였다. 그러나 장남인 이회는 아무런 직책 없음에도 임진왜란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너도 그런 마음으로 군인이 되어라.”

    지금은 돌아가시고 없는 이회 사령관의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짓을 이회 사령관이 해야 한다.

    “전속 항진, 저 시커먼 안개의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회 사령관의 명령에 부함장인 정한민이 놀라서 물었다.

    “그렇게 정면으로 가면 우리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귀선이 표적이 될 겁니다.”

    “그래서 하는 거다. 우리가 표적이 되는 동안 안개 속에 있는 함대들이 피할 수 있게 말이다. 안 하면 대한제국의 함대를 잃게 된다.”

    “귀선에는 지금 천 명의 승무원이 있습니다.”

    “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개 속에 있는 우리 전함들이 위험하다.”

    “…….”

    정한민은 이회 사령관의 흔들림 없는 눈을 보자 마음을 잡았다.

    “알겠습니다. 이회 사령관만 믿습니다.”

    “고맙다.”

    구름을 뚫고 공중 항모 귀선이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저 멀리 시커먼 안개가 보였는데 전과는 다르게 빨게 회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혹 번개도 치고 있었다.

    무슨 태풍을 보는 듯했고 주변의 파도들도 높게 일렁였다.

    “도대체 저게 뭐지?”

    이회 사령관이 거대하게 변한 시커먼 안개를 바라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리 30킬로미터 최대 풍속, 초당 86미터입니다.”

    “좌측 80킬로미터 전방 제3함대가 보입니다.”

    높은 파도 때문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전함이 보였는데 그 옆에 PCC-775라는 숫자가 보였다.

    포항급 초계함인 성남함이다.

    -화아악!

    그때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시커먼 안개를 뚫고 제3함대의 기함인 전북함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옆으로 광주함, 순천함, 대천함이 보였다.

    “제3함대 안개 밖으로 탈출합니다.”

    “좋아!”

    이회 사령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처음부터 미 함대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후퇴를 했기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안개 안에 갇힐 뻔했다.

    -콰아앙!

    가장 마지막에 뒤에 있던 대천함의 후미에 뭔가 번쩍이더니 강령한 폭발이 일어났다.

    대천함의 주변으로 푸른 방어막이 만들어지면서 폭발을 막았지만 그 충격으로 전함이 출렁거렸다.

    -슈카카칵…….

    -콰아아앙!

    폭풍 같은 안개를 뚫고 무수히 많은 미사일들이 날아들어 제3 함대를 공격했다.

    -바바바바!

    -콰앙!

    전북함에 달려 있던 램 미사일과 팰렁스 CIWS가 움직이면서 붉은 선을 만들어냈다.

    공격을 받으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안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3함대가 최대 속도로 움직였다.

    -쩌정!

    -콰앙!

    그때 뭔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광주함의 방어막을 뚫고 후미를 때렸다.

    광주함의 후미, 격납고에 있던 헬기가 폭발하면서 일어난 화재로 인해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쩌정!

    -콰앙!

    또다시 뭔가 빠른 속도로 광주함의 옆구리를 때리며 지나갔다.

    그 바람에 함고 우측 벽이 찢어져서 너덜거렸다.

    공중항모 귀선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이회 사령관의 눈이 꿈틀거렸다.

    “레일건이다.”

    “이대로는 제3함대가 안개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적의 위치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대로 안개 속에 들어가 기습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최소한의 손실로 작전을 성공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제3 함대를 도와주면 공중항모 귀선의 위치를 들키게 되어 버린다.

    그러나 아군의 위험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3함대를 집어삼키기 위해 안개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주포 장전!”

    “어디를 쏘시려고?”

    “여기부터 여기까지 기관포 갈기듯이 갈겨 버릴 거다.”

    이회 사령관의 명령에 정한민 부함장이 놀라 물었다.

    “네에?”

    “제3 함대가 도망갈 시간만 벌어주면 된다.”

    “넵!”

    이회 사령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 항모 귀선의 상부에 달린 주포가 움직이면서 목표물을 조준했다.

    -우우웅…….

    귀선의 주포에서 붉은 화염덩어리가 만들어지더니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새하얀 광구를 형성했다.

    “발사!”

    주포에서 발사를 기다리던 광구, 헬파이어 주변으로 번개가 흡수되더니 회전하는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면서 발사되었다.

    -쿠아아아앙!

    시커먼 안개가 순간적으로 확하고 뚫리면서 헬썬더 볼트가 파고들었다.

    “계속 발사하라!”

    이회의 외침에 귀선의 상부에 달린 주포 3개가 연속으로 장전과 발사를 반복했다.

    -콰아앙!

    -쿠쿠쿵!

    안개 저 너머에서 헬 썬더 볼트가 터져 나가며 폭음이 들리며 번쩍거렸다.

    “안개가 물러납니다.”

    “좋았어!”

    안개가 물러간다는 말에 이회 사령관의 표정이 풀렸다.

    “좌측 15킬로미터에서 미사일 발견!”

    “뭐?”

    “수면에서 올라 온 것으로 봐서 SLBM입니다. 목표는 귀선입니다.”

    “방어막 출력 최대로 올리고 전속 회피 기동!”

    길이가 930미터나 되고 높이가 240미터나 되는 거대한 공중항모가 마하 1.5의 속도로 급속 선회를 하자 그 영향으로 파도가 밀리면서 튕겨져 올랐다.

    “주포로 요격해!”

    귀선의 주포에서 붉은 섬광이 발사가 되더니 이제 막 수면 위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오른 미사일에 맞았다.

    -콰아앙!

    “명중!”

    공중에서 터져나갔지만 폭발의 위력이 워낙 강력해서 바다가 둥글게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사령관님 다탄두입니다.”

    “뭐?”

    다탄두는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발의 미사일이 탑재된 것을 뜻한다.

    마나 레이더에 5개의 미사일이 퍼져 나가면서 귀선을 목표로 날아왔다.

    “SLBM이 두 발이 더 수면 위로 발사되었습니다.”

    “워프게이트 요격 미사일 발사 준비!”

    “강력한 재밍 공격입니다. 주파수 변경이 통하지 않습니다.”

    귀선이 아무리 마나 에너지로 가동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장비는 전기로 움직인다.

    특히 사격통제 시스템은 아직도 이지스 시스템을 사용 중이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건 이회 사령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에고 시스템 마더에 접속한다.”

    “에고 시스템 마더에 접속합니다. 귀선의 통제 시스템이 마너에게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지스 시스템의 통제권을 넘깁니다.”

    “적의 재밍 공격을 막았습니다.”

    바닷속에서 발사된 SLBM 미사일들이 여러 개로 분리되었다가 귀선을 향해서 선회하며 빠르게 날아왔다.

    “요격 미사일 발사준비 끝!”

    “발사! 발사!”

    이회의 외침에 공중항모 귀선의 상부에 달려 있던 VLS 수직미사일 발사대에서 수십 대의 워프게이트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하늘에 수많은 워프게이트 미사일이 날아가며 하얀 구름기둥을 만든 뒤에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퍼엉!

    -우웅…….

    그리고 만들어진 수십 개의 워프게이트 안으로 미사일들이 쏙하고 들어갔다.

    “적의 미사일 전부를 요격했습니다.”

    “제3 함대는?”

    “위험지역에서 벗어났습니다.”

    “좋아! 전속 항진, 목표는 이 시커먼 안개의 중앙이다!”

    -쿠가가가각!

    공중항모 귀선의 뒤가 터져 나가듯이 불꽃을 뿜어내면서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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