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화》
“이런.”
성호의 표정이 난감해졌다.
잠시 주춤한 성호의 주변으로 시뻘겋게 눈을 부라리며 뱀파이어들이 달려들었다.
-사사사삿!
성호의 심검이 움직이면서 달려드는 놈들을 처리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고 빨랐다.
-쑤우욱…….
순간적으로 내공이 빠져나가면서 단전이 확하고 비어지자 중단전에서 마나를 내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움직였다.
-우웅!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마나 때문에 텅 빈 심장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허탈할 정도였다.
무한대로 충전할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내부에 가진 에너지만으로 싸워야 한다.
-까가가각!
성호 주변으로 푸른 막이 형성되면서 뱀파이어들의 손톱 공격을 막았다.
-차아앙!
등 뒤에서는 다크 나이트들의 다크 블러드 소드가 공격해 왔다.
방어막 안에서 성호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마법진을 만들었다.
“플레임 휠!”
시동어와 함께 성호 주변의 땅에서 불덩어리가 솟구쳐 올라 폭발했다.
-콰콰콰쾅!
땅에서 위로 솟구친 순간적인 폭발에 달려들던 녀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너무 많은 놈들 때문에 계속 광역 마법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성호 내부의 마나는 점점 줄어들어 갔다.
“놈은 이제 지쳐간다. 달려들어라!”
폴 막스가 신이 나서 고함을 질렀다.
징그럽게 많은 죽음의 군대들이 꾸역꾸역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이 작은 산호섬이 온통 놈들로 인해서 시커멓게 물들어 꿈틀거렸다.
“크와와앙!”
성호의 주변으로 8개나 되는 심검이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막아내고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고 간간이 다크 나이트들이 나타나 심검을 몸으로 막으면서 틈이 벌어졌다.
거기다 심장에 있는 마나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주변에 퍼져 있는 다크 에너지는 점점 강해지면서 성호를 압박해 갔다.
“에어로 붐!”
성호의 주변에 순간적으로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터져 나가면서 주변에 폭음과 함께 열 폭풍이 퍼져 나갔다.
그 위력에 죽음의 군대뿐만 아니라 뱀파이어, 다크 나이트들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폭발로 인한 먼지가 가라앉고 성호가 보이자마자 놈들이 포위하며 달려들었다.
괴물들의 시체가 언덕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바다에서는 죽음의 군대들이 꾸물대며 올라오고 있었다.
“헉헉…….”
성호는 힘이 드는지 숨을 헐떡거렸다.
그러나 쉴 시간은 없었다.
가장 먼저 죽음의 군대들이 검은 갑옷 안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달려들었고 그 뒤를 다크 나이트들이 불타오르는 블러드 소드 휘두르며 공격했다.
성호의 심검이 움직이며 놈들을 막았지만 그 틈새로 뱀파이어들이 빠르게 파고들어 방어막을 두들 공격했다.
-쩌저정!
성호를 보호하던 실드가 공급되는 마나가 줄어들어 약해지자 깨져나가면서 푸른 가루가 공중에 휘날렸다.
“번 플레어!”
성호의 외침에 초고온의 화염이 폭발하듯 주위로 퍼져 나갔다.
-콰가각!
그러나 마나가 모자랐는지 위력이 줄어들어 다크 나이트들이 그 화염을 뚫고 달려들었다.
-차자자작…….
그리고 그렇게 위력이 강하던 심검이 휘청거리며 튕겨져 나갔다.
그 모습을 폴 막스가 흥분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다 되어간다. 죽여! 죽이라고!”
성호는 지쳐가고 있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놈들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멸망의 문에서 계속해서 막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마왕의 권능이 펼쳐지면서 더욱 강해졌다.
이곳은 지옥에서 나온 군대들에게 최상의 장소다.
그러나 성호에게는 최악의 장소다.
마법은 다크 에너지의 영향으로 위력이 줄어들었고 마나를 충전하는 장치는 망가져 버렸다.
“워리놈.”
“넵, 주군.”
“때가 되었다. 가서 놈을 죽여.”
폴 막스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해도 될까요?”
“물론.”
폴 막스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워리놈은 뭔가 찜찜했지만 마왕의 명령이니 일단 움직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워리놈의 몸이 안개처럼 확하고 퍼지더니 사라졌다가 성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콰콰콰콰!
하늘을 가득 매운 유령 같은 망토가 펄럭이고 그 사이로 워리놈이 나타났다.
“죽어라, 이성호!”
워리놈의 양손에 들려 있던 거대한 검이 회오리치듯이 성호를 공격했다.
-콰아앙!
확실히 과거 피닉스시에서 싸울 때 보다 워리놈은 강해졌다.
성호가 워리놈의 공격을 심검으로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콰아앙!
원래의 심검이라면 충분히 막았겠지만 그 위력이 줄어들면서 성호가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끄응.”
갑자기 나타난 워리놈의 공격에 성호가 신음을 삼켰다.
-콰아앙!
워리놈의 계속되는 공격은 너무 강력했다.
성호가 그 공격에 계속 뒷걸음질 쳤다.
“이런, 이런, 전에 보이던 그 강력함은 어디 갔지?”
굳게 닫은 성호의 입술 사이로 피가 흘렀다.
성호는 주변에 모여 있던 여덟 개의 심검을 이용해서 워리놈의 공격을 방어했지만 위태위태해 보였다.
“뭔가 힘든가 보지.”
“전혀!”
“아니긴, 네놈 안에 있는 에너지만으로 날 상대해야 하는데 그게 될까?”
그런데 성호의 표정은 여유롭다 못해 도리어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을 본 워리놈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몸을 뒤로 빼려는데 성호가 먼저 움직였다.
“스위치.”
성호의 등 뒤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터져나갔다.
-우웅…….
그리고 주변 공기를 진동하며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새로운 워프게이트 마나 차지 시시템이 전송된 것이다.
그 모습에 워리놈이 흠짓하며 눈을 크게 떴다.
막대한 에너지가 흡수되면서 성호의 몸이 온통 빛으로 둘러싸였다.
“뭐야, 이건?”
“뭐긴, 건전지를 새로 바꾼 거지.”
“맙소사!”
“놀랐나 보지? 그런데 어쩌나? 하나가 아니라 두 개야.”
-번쩍!
성호의 등 뒤에서 또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두툼한 장치가 하나 더 전송되었다.
워프게이트 마나 전송 장치가 두 개나 성호의 등 뒤에 장착된 것이다.
-와아아앙!
뭔가 고속 회전하는 엔진 같은 것이 성호의 심장을 펌프질했다.
“이런 게 바로 무한 교체 충전 시스템이지.”
성호의 손에 들려 있던 심검이 밝게 빛나며 그 크기가 커져 갔다.
무려 8개나 되는 심검이 워리놈이 들고 있던 시커먼 검보다 더 길게 자라났다.
“이놈!”
워리놈은 뭔가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양손에 달린 검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가 다시 충전된 거대한 심검이 성호 주변을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전부 막아 냈다.
-콰콰쾅!
둘의 싸움의 영향으로 주변의 수십 미터나 터져 나가고 땅이 갈라졌다.
[천마신검 천마벽력(天魔霹靂)!]
사방에서 번개처럼 심검이 워리놈에게 휘몰아쳤다.
“젠장!”
성호의 강력한 공격을 받아 내느라 워리놈의 발이 땅에 푹푹하고 박혀 들었다.
-꽈자자작!
워리놈의 주변에 유령처럼 펄럭이던 망토가 또다시 워리놈의 몸에 감기면서 갑옷으로 변했다.
비록 지금 당하고 있지만 워리놈은 지옥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악마다.
-쩌저저적!
그리고 양손에 들려 있던 검에 담긴 에너지가 터져 나가듯이 불타 올랐다.
확실히 과거보다 강력해졌고 빨라졌다.
“죽어라!”
워리놈의 검이 수천 개로 분리가 되면서 성호의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콰콰쾅!
그러나 성호가 만들어낸 거대한 심검을 통과하지 못하고 전부 튕겨져 나가면서 폭발했다.
워리놈은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발악하듯 검을 휘둘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쩌저저정!
[천마신검 만천혈강(萬千血腔!)]
성호의 주변을 빙글 돌아다니던 심검들이 한곳에 모여서 범람하는 강물과 같이 워리놈을 덮쳤다.
-땅따다당!
심검과 워리놈의 검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잘 막네?”
성호가 팔짱까지 끼고 여유롭게 서 있었다.
“이놈!”
그 모습에 워리놈이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지만 자신의 주변에서 공격을 퍼붓는 심검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솔직히 내 특기는 검술이 아니라 마법이지.”
“?”
그 말에 워리놈의 얼굴이 굳었다.
성호의 손에서 푸른 에너지가 심검으로 흡수되면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무공과 마법의 조화, 결합이 또다시 이뤄지면서 강력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워프게이트!”
-와아아앙!
막대한 에너지가 워리놈을 공격하던 여덟 개의 심검에 흡수되면서 밝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심검의 중심에 워프게이트가 만들어졌다.
-촤촤촥!
순식간이었다.
워리놈의 어깨 갑옷의 한 부분이 시커먼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젠장!”
-쏴아아악…….
이번에는 머리에 쓴 투구의 한쪽이 워프게이트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아까만 해도 자신이 가진 검으로 성호의 공격을 상대를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닿는 순간 사라져 버리니 피하기에 급급했다.
워리놈은 성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갑옷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때 성호의 시동어에 정면에 있던 심검이 진동하면서 엄청난 마나를 흡수했다.
마법진이 더욱 밝게 빛나면서 빙글 돌더니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구멍이 만들어졌다.
-꽈가가가……!
그리고 주변의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뭐야?”
워리놈은 자신의 몸이 성호가 만든 거대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려 하자 과거에 당한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의 일로 워리놈은 한쪽 팔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꽈과과곽!
주변에서 성호를 포위하던 죽음의 군대들이 가장 먼저 빨려 들어가면서 뭔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는 워리놈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지 않는다!”
워리놈이 자신의 양손에 들린 검에 죽음의 기운을 집중했다.
죽음의 기움이 몰려들자 검신이 붉게 물들면서 시뻘건 기운이 넘실거렸다.
-촤차차차창!
워리놈의 검과 성호가 만들어낸 워프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강력한 파워를 이용해서 워프게이트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
-차짜짱!
그러나 워리놈의 모든 힘의 원천이라고 볼 수 있는 검이 앞에서부터 부서져 나가면서 사라져 갔다.
“히익!”
워리놈이 그것을 보고 놀라서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빨려 들어가는 힘이 너무 강했다.
“마, 마왕님! 도와주세요.”
주르르 빨려 들어가는 워리놈이 애처롭게 폴 막스를 바라봤다.
“거름에도 못 쓸 버러지 같은 놈.”
폴 막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가득했다.
“살려 주세요. 마왕님!”
“그냥 죽지?”
“제발이요!”
“하긴 내 부하인데 놈에게 죽도록 놔둘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폴 막스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주변의 다크 에너지들이 요동을 쳤다.
-쫘아아아!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를 압축한 시커먼 광선이 일직선으로 발사가 되었다.
-쩌저정!
성호가 만든 심검이 그 시커먼 광선에 깨져 나가면서 금빛 가루를 뿌렸다.
-콰아아앙!
그리고는 그대로 성호를 지나쳐 바다에 처박혔다.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핵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바닷물이 수백 미터 위로 솟구쳤다.
“무슨?”
성호가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폴 막스를 바라봤다.
-파아악!
죽음의 왕이라는 악마 워리놈의 머리가 폭죽이 터지듯 터져 나갔다.
그리고 머리를 잃은 워리놈의 거대한 몸이 쓰러졌다.
“왜, 이상해?”
폴 막스가 싱글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네놈 부하 아니었어?”
“네놈에게 죽임을 당하느니 나한테 죽는 게 낫지.”
폴 막스의 눈이 붉어지면서 잔인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