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오키나와,
역사적으로 참으로 슬픈 섬이다.
과거 일본에게 나라가 멸망당한 데다가 2차 세계 대전에서는 미국의 공격을 가장 먼저 받은 본토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본 본토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오키나와의 주민이라는 이유로 괄시를 받았다.
한 달 전에는 괴물들의 공격에 섬에 살던 주민 80%가 사망하고 지금 재건을 위해 대한제국에서 온 봉사단을 빼면 무인도와 다름이 없었다.
-쏴아아아!
검은 안개가 오키나와섬을 둘러싼 상황에서 미국의 제7함대 소속의 타이콘데로가급 숭양함 앤티넘이 빠른 속도로 오사카로 향했다.
이지스 순양함인 앤티넘은 만재 배수량 9,600톤에 길이 173미터나 되는 거대한 이지스 순양함이다.
앤티넘의 옆으로 알레이버크급 전함들이 빠른 속도로 따라붙었다.
알레이버크급은 길이 155미터에 만재 배수량 9,500톤가량 된다.
하나둘 보이는 거대한 전함들의 뒤에 더욱더 거대한 항공모함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7함대 소속의 로널드 레이건함이었다.
-슈가가각!
공중에는 F-35C 전투기들이 정찰 비행을 하면서 돌아다녔다.
7함대가 오키나와에 입항하자 그 뒤로 3함대 소속 전함들과 나머지 6대의 항공모함들이 따라 들어왔다..
미국의 전함들이 오키나와에 진입하는 동안 대한제국의 전함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제3함대가 움직였고 1함대, 2함대가 이동을 시작했다.
대한제국 제3함대의 주력함들이 제주도에서 남동쪽으로 45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뒤에 멈췄다.
주변에는 일본의 구치노시마, 나카노시마, 스와노세 섬이 보였다.
“미국의 전함들이 모두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번에 새롭게 군 개편이 이뤄지면서 제3함대의 사령관이 된 강상민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마나 레이더에 적이 안 잡히는 경우는 없었다.
“전남함은?”
“거의 반파되다시피 했지만 사망자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전남함에서 전해 온 정보에 의하면 시커먼 안개가 펼쳐지면서 레이더가 먹통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공격을 받은 거야?”
“안개 속에서는 저희 투명화 스텔스가 통하지 않습니다.”
“안개의 넓이는?”
“지름 100여 킬로미터밖에 안 됩니다.”
“안개 속에 들어가 실드를 믿고 근접전을 하면?”
“놈들에게 프록실드 방어막을 뚫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근접전도 위험합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전 함대 경계 등급을 올리고 섬들을 방패 삼아 대기한다.”
“넵!”
제주도 아래쪽으로 대한제국의 제2함대가 제주도에서 출항해서 오키나와의 북쪽으로 이동했고 제1함대는 일본 가고시마를 지나 필리핀해를 거쳐 크게 돌며 오키나와의 남쪽으로 이동했다.
북쪽, 남쪽, 동쪽을 선점하고 포위 공격하는 작전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놓고 포위하는 것은 적의 레이더에 안 잡힌다는 전제하게 세워진 작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미군들은 모두 인공위성을 통해서 대한제국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레이더에도 안 걸리고 눈에도 안 보이지만 바다 위에만 있다면 물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의 수장인 블라드는 항공모함의 갑판으로 나왔다.
그는 시커먼 안개가 마음에 들었다.
햇빛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생기가 넘쳐났다.
“주인님께서 안 계시는 지금이 여유를 즐길 때지.”
한껏 기분을 내던 블라드에게 나이 많은 해군 장교 하나가 다가왔다.
미국 제7 함대의 사령관인 브라이언이었다.
“블러드님, 대한제국이 세 방향으로 저희들을 포위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우리가 못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그런 것 같습니다.”
“역시 이 지구라는 곳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가진 게 미국이라더니 정보 분석도 놀랍군.”
솔직히 블러드도 인공위성에 대해서 계속 놀라고 있었다.
우주 밖에서 땅 위에 있는 작은 종이 위에 써진 글씨까지 읽어내는 성능과 일정 구역에 대한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는 식별 능력까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일단 여기가 그 녀석의 사정거리가 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여기서 서울까지 1,200km니까 충분합니다.”
“그럼 뭐 하고 있어? 바로 쏘지 않고.”
“넵! 바로 발사하겠습니다.”
-위잉, 위잉!
미국의 모든 전함에 비상벨이 울려 퍼지고 뱀파이어의 종들이 된 미 해병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슈아아앙!
그리고 전함마다 수직으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함에는 122개나 되는 Mk.41 VLS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달려 있고 이 중에서 BGM-109 토마호크 미사일은 15여 발씩 탑재되어 있다.
그리고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에는 96개의 Mk.41 VLS 수직 미사일이 달려 있는데 이중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은 총 10발씩 탑재되어 있다.
그 모든 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대한제국의 함대들은 미국의 공격을 시커먼 안개 때문에 처음부터 레이더에 잡히 않아 안개를 뚫고 나온 뒤에야 알아차렸다.
흰색 구름을 만들어 내면서 하늘로 무수히 많은 미사일들이 날아올랐다.
“미사일입니다!”
“뭐?”
“많습니다. 총 452발입니다.”
“맙소사! 목표는?”
“서울 같습니다.”
“막아.”
토마호크 미사일가 날아가는 방향과 가장 가까이 있던 제2함대에서 무수히 많은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다.
제2함대에서 광계토 대왕함을 빼면 이지스함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마나 레이더와 연동되면서 이지스 성능을 가지게 되었다.
광계토 대왕급 이지스함인 을지문덕함(DDH-972)에는 16개의 수직미사일 발사대가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러나 텔레포트 이송 장비가 달려 있어서 만주 지역에서 생산된 따끈따끈한 미사일들이 바로바로 공간 이동해 자동 장전된다.
한마디로 무한 장전이다.
언제든지 원하는 미사일로 바꿔서 장전하고 발사할 수 있다.
공중으로 KM-SAM-M2 미사일 수백 발이 날아올랐다.
[천궁 워프게이트 미사일]
내부에 마나 에너지를 이용한 유도 기능과 추진력, 반중력, 공기저항 제로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요격하고자 하는 미사일 앞에서 워프게이트를 생성하여 우주로 공간 이동 시켜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토마호크 미사일도 만만 한 녀석은 아니다.
걸프전에서나 활약하던 옛날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아니다.
요격에 대비해서 중간 항로를 수시로 바꾸거나 중간에 더미를 떨어트리는 짓까지 하는 영특한 놈이다.
중간에 비행경로를 다섯 번이나 변경하면서 날아왔다.
그런 토마호크 미사일을 추격하기 위해 천궁 워프게이트도 여러 번 이동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하늘에 수많은 미사일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하얀 구름이 아름답게 수놓아졌다.
-쩌저정!
천궁 워프게이트 미사일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면서 내부의 마나가 증폭되며 워프게이트를 만들었다.
-슈우웅…….
그 안으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쏙 하고 들어갔다.
토마호크 미사일이 수십 번을 변침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격만 보자면 미국의 SM-3 미사일보다 천궁 워프게이트 미사일이 한 수 위였다.
순차적으로 날아가는 요격 미사일에 미 전함들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요격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토마호크 미사일이라고 해도 마나 레이더에 걸리면 표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연속으로 미사일이 발사되고,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을지문덕함의 갑판은 수증기로 가득했다.
-콰아앙!
-퍼어엉!
수많은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요격되었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은 녀석들이 대한제국의 서울을 향해서 날아갔다.
“제주 방공 사령부에서 요격미사일 추가 발사합니다.”
“많습니다.”
“공중항모 귀선에서도 요격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아주 못 쏴서 안달이구만.”
4백 발이 넘어가던 토마호크 미사일은 순식간에 격추되었다.
***
새벽 1시 반,
미국의 전함들과 대한제국의 전함들이 긴박하게 서로를 향해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을 때, 청와대의 잔디밭에 돌개바람이 일면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우웅…….
청와대의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에 둥근 타원으로 빙글빙글 도는 워프게이트가 만들어졌다. 출렁거리는 워프게이트 안에서 거대한 존재가 걸어 나왔다.
-쿠웅!
백색과 붉은색이 아름답게 조화된 거대한 기간트였다.
얼굴에는 치우 천왕을 상징하는 붉은 도깨비 가면이 씌워져 있다.
천왕기들이 일렬로 도열해 선 뒤에 시커먼 천마 자동차들이 줄지어 나왔다.
가장 가운데에 있던 천마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얼굴이 굳은 채로 박성규 대통령이 걸어 나왔다.
“오셨습니까?”
청와대의 정문에 붉은 머리를 한 성호가 밝게 웃으며 박성규를 맞이했다.
“신세를 졌군. 고맙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난 괜찮은데…….”
박성규 대통령이 뒤를 돌아 태극기에 싸여 운구되고 있는 죽은 경호원들을 바라봤다.
“10명이 죽었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그렇지,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가 인질이 될 뻔했지.”
“이미 지난 일입니다. 청와대 상황실에서 모두 대기 중입니다. 가시죠.”
“그러지.”
청와대 지하에서는 한창 이번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에 대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우리도 공격합시다.”
제3 제국군의 사령관인 신명현이 침을 튀기며 말했다.
“불가.”
그것을 국방부 장관인 김동선이 거부했다.
“지금 놈들이 오키나와섬에 있기는 하지만 이상한 안개 안에 있어서 레이더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수천 발을 발사해 봤자 맞추지도 못하지만 미국 전함들이 가진 이지스 시스템의 성능을 생각할 때 헛수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면전으로 붙자니 놈들의 움직임이 검은 안개 안에 있는 동안 마나레이더로 파악이 안 된다.
그리고 숫자와 화력면에서 아직은 미국이 대한제국보다 앞서 있었다.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소리에 다들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굳어진 표정의 박성규 대통령이 들어왔다.
박성규 대통령 뒤에는 붉은 머리의 성호가 따라 들어왔다.
“자네가 여기에 왜 들어와?”
성호를 보고 제1 제국군의 사령관으로 김필중이 얼굴이 붉어져서 뭐라 했다.
김필중은 과거 제주도에 공중항모 귀선을 성호가 움직였다고 불만을 토로한 인물이고 평상시도 갑자기 사령관의 지휘까지 오른 성호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저는 여기 들어오면 안 됩니까?”
“안 되지! 자네는 제대했잖은가? 민간인이 군사 회의에 나타나다니! 당장 나가게.”
“오늘은 군인의 신분이 아닙니다.”
“그럼 뭔데?”
“대한제국의 황제로서 온 겁니다.”
“뭐? 황제?”
김필중이 성호의 황제라는 말에 어이없어하면서 말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황제야?”
김필중의 말에 박성규 대통령이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을 조심하게.”
“네?”
박성규 대통령의 표정에 도리어 김필중이 당황스러워했다.
“대한제국의 단합을 위해서 황궁 재건 사업이 진행 중인 건 자네도 잘 알 걸세.”
“알고 있습니다.”
“여기 계시는 이성호 님이 앞으로 이 나라의 황제 폐하가 되실 분일세.”
“그런 말도 안 돼는!”
“말이 되네. 역사적인 증거도 충분하고 덕망까지 훌륭하니 이번 전쟁만 끝나면 황제가 되기로 내정되어 있는 분일세.”
“맙소사!”
성호가 얼이 빠져 있는 제1 제국군의 사령관으로 김필중을 지나 자리에 앉았다.
“제국군 사령관 임명권이 앞으로 황제에게 있다고 하더군요.”
성호의 말에 김필중 사령관이 당황해하면서 물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요?”
“네, 대통령은 운영, 황제는 임명 이렇게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제가 심임하고 어려운 자리로만 임명 할 테니 김필중 사령관님 잘 부탁드려요.”
“아, 네…….”
제1 제국군의 사령관으로 김필중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대답했다.
은혜는 백배로 원한은 만보로 갚는 덧이 성호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