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미국 워싱턴의 동쪽에는 포토맥강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 포토맥강을 경유해서 버지니아주 랭글리시에 CIA 본부가 있다.
-타아앙!
오전 7시에 시작된 총성을 시작으로 포토맥강을 건너온 미 제1특전단 델타부대가 CIA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남쪽에서 네이비 씰 1, 7 팀이 서쪽에서는 24 특수 전술 대대가 침투하면서 소리 없이 경비를 서고 있던 군인들을 제압하고 내부로 진입했다.
“테러단체가 내부에 침입했습니다. 전부 통제에 따라 밖으로 나갑니다.”
CIA의 대부분은 사무직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항도 못 하고 군인들의 통제에 따라 밖으로 나갔다.
-타타타타!
-퍼어엉!
문제는 긴 복도를 따라 저항하고 있는 CIA 요원들의 저항이었다.
섬광탄과 기관총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했다.
복도를 마주하고 서로 몇 번의 공방이 이어지다가 곧 소강 사태에 접어들었다.
“쏘지 마! 같은 아군이다.”
“어디 소속인데?”
“우린 미 특수작전사령부 소속이다.”
“그런데 왜 여기서 지랄이야?”
“CIA가 테러 단체에 넘어갔다.”
“뭐?”
“우리는 사상자가 나오는 걸 바라지 않는다. 지금 CIA의 수뇌부를 장악한 테러단체만 제압하면 되니 협조 바란다.”
“어떻게 믿나?”
“특수 작전 사령부 클리드 사령관님 전화다. 받아.”
긴 복도의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핸드폰 하나가 날아가다가 벽에 튕긴 뒤에 CIA요원들이 있는 방으로 쏙하고 들어갔다.
-흠칫!
정확하게 자신들이 숨어 있던 방으로 들어온 핸드폰을 보며 CIA요원들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저게 핸드폰이 아니라 수류탄이었으면 다 죽었겠어.”
전화기를 집어 들자마자 공중에 통화 화면이 떠오르면서 백발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클리드 사령관이 나타났다.
[특수작전 사령부의 클리드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CIA의 국장, 부국장, 그리고 제1팀, 2팀이 테러리스트와 한편이다. 그들을 제압하고 CIA를 정상화하기 특수작전 사령부 전부가 투입되었다. 협조해주길 바란다.]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지금의 휴대폰을 자료를 보내겠다. CIA의 분석력은 알아주니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일단 보고 나서 말씀드리죠.”
클리드 사령관과의 통화가 끝나고 핸드폰으로 데이터가 전송해 왔다.
방대한 자료들의 리스트를 쭉 살피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자료를 열어봤다.
[백악관 테러]
자료에는 여러 자금 흐름들과 테러 단체들과의 연결고리가 CIA의 국장과 제1팀, 제2팀으로 이어졌음을 명백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 모든 자료는 과거 백악관 폭탄 테러로 이어지고 있었다.
백악관을 폭파 시키고 미국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을 주도한 것이 CIA라니 충격적이었다.
“맙소사.”
그다음으로 이어진 중동 전쟁과 무기 거래, 그리고 CIA 제2팀이 이란에서 사우디로 핵폭탄을 이송하는 작전에 관여한 증거 자료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자료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이 없네. 어떻게 할 건가?]
자료가 방대해서 이건 조작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협조하겠습니다.”
[다른 CIA 요원들에게도 상황을 전파해주게.]
“알겠습니다.”
CIA 요원들이 건물의 여기저기에서 무기를 버린 뒤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밖으로 나왔다.
델타포스 대원들이 CIA 요원들의 무기를 해체한 뒤에 여러 방에 분산시켜서 놓았다.
제24 특수전술 대대는 빠르게 CIA 건물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바바바바바!
그때 지하로 내려가던 제24 특수전술 대대가 빗발치는 기관총 세례를 받고 우르르 쓰러졌다.
-팍팍팍!!!
벽을 박살 내며 뚫린 총알구멍 하나가 머리통만 하다.
“M230이다!”
“젠장!”
“다 벽 뒤에 숨어!”
M230은 아팟치 헬기에 달린 체인건을 말하는데 분당 625발을 발사한다.
“뭐야?”
“M230LF입니다.”
체인건 중에서 M230LF는 전술용 차량에 장착하는 녀석으로 총열이 길어져서 분당 400발 정도를 발사하는 녀석이다.
“수류탄!”
대략 열 개 정도의 수류탄이 체인건이 있는 곳으로 던져졌다.
-콰앙!
-콰콰쾅!
폭발로 인한 굉음이 지하에 울리자 위잉, 하면서 귀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제24 특수전술 대원들은 이런 와중에도 훈련받은 대로 엄폐물을 이용해 앞으로 돌진했다.
-타타타타!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CIA의 제1팀, 2팀과 교전이 벌어졌다.
“지하 입구에 CIA 제1팀, 2팀이 저항 중이다.”
무전을 통해서 상황이 전파되자 델타포스 대원들과 네이비씰 대원들이 우르르 지하로 내려왔다.
“미친! 이 좁은 지역에 M230을 가져다 놓은 거야?”
“엄폐물을 찾아 숨어.”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좁은 데다가 바로 눈에 보이는 위치라 추가 증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델타포스에서 최고의 실력자라는 찰리가 연막탄의 도움을 받으며 앞으로 지그재그로 달려 나갔다.
-휙휙!
얼마나 빠른지 찰리의 주변으로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엄폐물을 이용해 적의 매복지 바로 앞까지 도착한 찰리는 수류탄을 던지고 나서 총을 갈겼다.
-바바바바!
“크윽…….”
피가 튀고 저항하던 CIA 제1팀 요원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그 틈을 타고 다른 델타포스 대원들과 네이비 씰 대원들이 연막탄을 터트리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앞 열에 있던 CIA 요원들을 처리했다.
“클리어!”
“클리어!”
주변이 정리가 되자 찰리와 델타포스 대원들이 부상자들을 챙겼다.
“이대로 지하 시설을 점령한다.”
CIA 본부의 중앙에 있는 지하 시설이 진정한 CIA의 본 모습이다.
각종 무기들과 훈련장, 그리고 첨단 장비들이 집결한 곳이다.
“복도 끝에서 뭔가 옵니다.”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특수 작전 부대라고 불리는 델타포스, 네이비씰, 제24특수전술 대대가 모두 총을 장전하고 겨냥했다.
“크와아아아앙!”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시커먼 녀석들이 하나둘 복도에서 걸어 나왔다.
3미터의 크기에 온몸이 털로 뒤덮인 놈들은 인간과 곰이 섞인 모습이었는데 손톱의 길이가 무려 1.5미터나 되어 보였다.
“저게 뭐야?”
“괴물이다.”
“뭐해, 쏴!”
-바바바바!
사방에서 날아든 총알이 곰처럼 보이는 괴물들에 맞았다.
-퍽퍽퍽퍽!
“크와아앙!”
손으로 얼굴을 가린 괴물들이 총알 세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콰짝!
네이비씰 대원 하나가 괴물의 거대한 손톱 공격에 머리가 박살이 나면서 벽에 처박혔다.
괴물들을 막기 위해 엄청난 수의 총알 세례가 쏟아졌다.
-퍼퍽퍽!
“젠장, 총알이 안 통해!”
가장 가까이 있던 네이비씰 대원들 십여 명이 괴물들의 손톱에 찢겨지며 죽임을 당했다.
“후퇴!”
“수류탄!”
-콰앙!
수류탄이 터지고 미 특전대 군인들이 그 틈을 타서 뒤로 후퇴했다.
“우리 상대가 아냐. 튀어.”
“지상으로 올라가!”
-콰자자작…….
곰 같이 생긴 괴물들이 달아나는 군인들을 발톱으로 공격하며 달려들었다.
총소리와 수류탄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지하로 내려온 미국의 특수작전 사령부 군인들이 절반 이상 죽어 나갔다.
미 특전대들이 필사의 각오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지하 통로가 부서지듯이 터져 나가면서 곰같이 생긴 괴물이 튀어나왔다.
“크와아아앙!”
놈들이 내지른 굉음에 귀가 다 멍멍했다.
“젠장,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인데.”
찰리가 뒤를 돌아보면서 놈들의 얼굴을 노리고 기관총을 쐈지만 놈들의 두꺼운 가죽을 뚫지는 못했다.
“젠장.”
기관총을 쏜 뒤에 벽 뒤에 숨은 찰리 옆으로 델타포스 대원중에서 가장 막내인 톰이 다가왔다.
“그걸 쓰시죠?”
“이성호 회장이 주고 간 거 말이야?”
“네, 그 동그란 거요.”
찰리가 방탄복 안쪽에서 동그란 원판을 꺼냈다.
대한제국으로 떠난 미래 그룹의 이성호 회장이 전해준 장치다.
-반드시 놈들 중에 괴물들이 튀어나올 겁니다. 그때 이걸 사용하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다들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성호가 전해준 원판도 여신인 수지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품에 넣어가지고 다지니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 CIA를 제압하는 중에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그 젊은 회장이 대단하긴 하군. 이런 일까지 예견한 걸 보면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쓰는 겁니까?”
“어라? 그러고 보니 그걸 못 들었네.”
찰리가 순간 당황해하면서 둥근 원판의 여기저기를 살펴봤지만 특별한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찰리가 원판의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는 동안 복도 끝에서는 M2 브라우닝 중기관총 세 정이 세팅되었다.
-바바바바!
-퍽퍽퍽퍽!
12.7mm 탄환이 분당 600여 발이나 발사가 되자 괴물들이 그 파괴력에 주춤거리다가 양팔로 얼굴을 막으면서 달려들었다.
“쏴!”
“놈들의 머리를 맞춘다.”
사방에서 엄청난 총알 세례가 쏟아졌지만 괴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M2 브라우닝 중기관총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으아악!”
“튀어!”
군인들이 비명을 질러가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콰자작…….
M2 브라우닝 중기관총이 무슨 나무젓가락처럼 부서져 나갔다.
“이거나 먹어라!”
그때 찰리가 쏜살같이 튀어나오면서 둥근 원판을 놈에게 던졌다.
-퍼어억!
-땡구르르르…….
곰같이 생긴 거대한 괴물의 이마 한가운데에 맞은 둥근 원판은 땅에 떨어진 뒤 빙글 원을 그리며 돌다가 쓰러졌다.
“어라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순간 찰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크르르르…….”
괴물이 으르렁거리며 찰리를 노려봤다.
“하하하, 어이가 없네.”
당황해하던 찰리가 가슴에 달린 수류탄 두 개를 뽑아서 안전핀들을 뽑고 손에 쥐었다.
손을 놓는 순간 안전 고리가 풀리면서 수류탄이 터질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찰리가 달려들자 곰 같은 괴물이 1미터가 넘어가는 발톱을 휘둘렀다.
“으아아악!”
날아오는 발톱을 보고 찰리가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감았다.
-번쩍!
-슈가가각…….
그때 갑자기 밝은 섬광이 터져 나가고 섬뜩한 소리와 함께 뭔가 공기를 찢으며 지나갔다.
양손에 수류탄을 들고 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찰리가 눈을 살며시 떴다.
날카로운 괴물의 발톱이 눈앞에 멈춰져 있다.
“어라?”
-파아악!
그 순간 찰리를 공격하던 괴물의 목이 잘려 나가면서 시커먼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쿠웅…….
아무 힘없이 목을 읽은 괴물이 뒤로 쓰러졌는데 쪼그라들더니 사람의 신체로 변해갔다.
“기다리느라 뒤지는 줄 알았네.”
쓰러진 괴물의 주변에 시커먼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전투복에는 반짝이는 마법진이 한가득 그려져 있고 얼굴에는 붉은 도깨비 가면을 썼다.
오른쪽 팔에는 태극기가 달려져 있고 가슴에는 비형(鼻荊)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도깨비 부대 베타팀 비형(鼻荊) 대대]
그들이 텔레포트로 이곳까지 공간 이동한 것이다.
한 손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광선검을 들었고 반대쪽 손에는 Mk.18 돌격 소총과 비슷해 보이는 무기가 들려 있었는데 마나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K-1M2다.
기존에 사용하던 K-1A 기관총이지만 총알에 마법을 걸어 관통력과 파괴력, 유도 기능이 있고 총신이 짧아 근접전에 매우 유리한 돌격 소총이다.
그리고 총열 하부에 화어이 볼트 마법이 장착되어 있는데 파괴력이 보통 RPG 미사일과 비슷하기에 화력면에서도 뛰어난 녀석이다.
“도깨비?”
찰리가 그 해괴한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대한제국에서 도깨비 가면을 쓴 특수부대가 있다는 걸 소문으로만 들었다.
“전투 준비!”
-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도깨비 부대들의 모습이 흐려지면서 공기 중에 사라졌다.
눈앞에서 사라진 그들을 찰리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투명인간?”
그리고 이어진 전투는 너무 일방적이었다.
괴물들이 투명하게 변한 도깨비 부대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대로 썰려 나갔다.
보통 사람의 몸통만 한 괴물들의 팔뚝이 싹둑 잘려 나가고 다리가 잘려 나간 뒤에 목이 잘리면서 쓰러졌다.
4마리의 괴물들은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전부 죽어 버렸다.
“미쳤다.”
찰리가 입을 한자만큼 벌리고 괴물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미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델타포스와 네이비씰, 제24 특수 전술 대대가 쩔쩔매던 괴물을 단숨에 처리하는 대한제국의 도깨비 부대에 경악했다.
“저런 녀석들과 전쟁을 하려고 했다고?”
진짜 도깨비 부대가 자신들을 공격할 때 막을 수 있을까?
투명화에 보호막, 사람보다 빠른 움직임을 가진 저들과 싸우면 어떻게 될까?
찰리가 순간 상상했다가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