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피닉스시의 중앙에 있던 체이스 필드 돔 야구장의 한쪽이 터져 나가고 주변에 폭발로 인한 먼지구름이 일었다.
“젠장!”
워리놈은 미칠 지경이었다.
자기 주변으로 날아다니는 빛의 검은 부숴도, 부숴도 계속 따라다니며 나타났고 인간 놈은 얼마나 재빠른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콰아앙!
야구장의 관중석 한편이 워리놈의 공격에 폭발하고 파편이 사방으로 날렸다.
“죽어라, 제발! 인간 놈아!”
“싫거든.”
성호가 옆으로 움직이며 마법진을 만들었다.
-빠지지직…….
등 뒤에 달려 있던 워프게이트 마나 차지 시스템이 방전되자 그 즉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핵융합 발전소의 에너지를 보내왔다.
세계 어느 곳이든 핵융합 발전소가 지어지면 모두 성호의 에너지원이 된다.
양손이 붉게 달아오르며 마법진이 고속으로 회전했다.
“항상 이런 게 하고 싶었지.”
성호가 워리놈을 피해 관중석을 달리며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었다.
“헬파이어, 헬파이어, 헬파이어, 헬파이어, 헬파이어…….”
성호의 시동어에 수십 개의 헬파이어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워리놈에게 날아갔다.
기관포처럼 쏘아진 헬파이어에 다이아몬드 필드가 전부 폭발로 뒤집어지고 엄청난 열기에 철골이 휘어지면서 돔 지붕이 내려앉았다.
-콰앙, 콰앙!!
하나하나의 파괴력만 보자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급이라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다.
“크윽…….”
워리놈이 그 힘에 뒤로 밀리다 못 해서 야구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 뒤로 10여 분간 수백 발의 헬파이어가 기관포처럼 연속으로 날아갔다.
-치이이이익!
성호의 손에 냉각 마법이 실행되면서 하얀 서리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무슨 몸뚱이가 이렇게 단단해.”
수십 발의 헬파이어를 맞고도 워리놈은 멀쩡하게 일어서고 있었다.
“인간놈!”
워리놈의 주변으로 시커먼 오러들이 몰려들었다.
-촤라라라락!
유령처럼 펄럭이던 망토가 확하고 워리놈의 몸뚱이를 감쌌다.
망토가 변하면서 워리놈의 얼굴뿐만 아니라 전신을 갑옷으로 덮어 버렸다.
“크르르르……..”
놈의 입에서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가 났다.
-우우우웅……..
워리놈의 양손에 시커멓게 불타는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양손에 쥐어진 두 자루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아스팔트 도로가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면서 땅이 움푹 팼다.
“오랜만에 날 화나게 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주지.”
워리놈이 야구 경기장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왔는데 그 기세에 도로와 주변 건물들의 창문이 터져 나갔다.
덩치만 20미터가 넘고 양손에 든 검도 15미터 이상은 되어 보였다.
“그래? 난 언제나 화가 나 있었어.”
성호의 주변으로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분리가 되면서 수십 개로 변했다.
심검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여러 개를 한꺼번에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날 12년간이나 지옥 같은 곳에 가두어 놓고, 내 부모님을 죽이고, 내 회사를 박살 내고, 내 나라에 전쟁을 일으킨 놈 때문에 말이야.”
성호가 워리놈을 향해서 달려 나갔다.
“겁도 없이 어딜!”
워리놈의 양손이 움직이면서 거대한 검이 회오리치듯이 성호에게 휘둘러졌다.
-콰과과광!!
-쩌저정!
빛으로 이루어진 심검이 워리놈의 강력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쿠웅……!
성호가 빠르게 뒤로 물러서자 그 자리에 거대한 워리놈의 검이 폭풍처럼 몰려와 박살을 냈다.
“죽어라! 죽어!”
광기에 워리놈의 눈이 붉어지면서 두 대의 검이 톱니처럼 성호에게 날아왔다.
성호를 지키기 위해 심검이 계속 나타났지만 워리놈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하하하, 아까 같지 않지? 겁이 나지? 죽을 거 같지?”
워리놈의 말에는 힘이 있다.
언어에 담긴 워리놈의 힘이 성호의 머릿속으로 침입해 정신적인 충격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다.
“으드득…….”
성호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제 성호의 등 뒤에 달린 마나 차지 시스템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마나 차지 시스템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쓰거나 장시간 사용하면 견디지 못했다.
워리놈의 검이 성호가 있던 땅을 치자 거대한 폭발로 도로와 건물들이 터져 나갔다.
“기가 라이트닝!”
성호의 손에서 번개 한줄기가 워리놈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소용없다.”
워리놈이 기가 라이트닝 공격을 무시하고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매직 앤드 썬더 스톰!”
-번쩍!
기가 라이트닝에 썬더 스톰이 만나면서 섬광탄처럼 엄청난 에너지가 워리놈의 눈앞에서 터져 나갔다.
“크윽!”
그 엄청난 섬광에 워리놈이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 잠깐의 사이에 성호는 워리놈의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었다.
-쩌저저적…….
시커먼 구멍이 만들어지고 성호가 온 힘을 다해서 외쳤다.
“메테오 스톰!”
-쿠구구구구!
성호의 시동어가 끝나기가 무섭게 시커먼 구멍에서 엄청난 수의 운석들이 떨어져 내렸다.
“뭐야, 이거?”
워리놈이 자기 머리 위에서 튀어나오는 거대한 에너지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은 섬광과 같은 운석들을 발견했다.
-콰아앙!
첫 번째 메테오가 워리놈의 이마 정중앙을 맞혀 버렸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떨어져 내린 운석에 워리놈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콰아앙!
순간적인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었고 버섯구름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콰콰콰콰…….
거대한 폭발로 인한 여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가면서 먼지구름이 일었다.
-치이이익!
성호의 등 뒤에 있던 워프게이트 마나 차지 장치가 흰 연기를 내뿜으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건 여기까지가 한계로군.”
성호는 등 뒤에 달려 있던 워프게이트 마나 차지 장치를 제거했다.
비록 심장과 단전에 마나와 내공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얼마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이놈!”
워리놈이 외치는 분노의 일갈에 일대가 쩌렁저렁 울렸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크리에이터의 중심에 워리놈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워리놈은 충격때문에 고개를 흔들고 있지만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멀쩡해 보였다.
사실 워리놈은 마왕 차이탄의 군단장 중에서 가장 체력과 방어력이 높았고 그래서 탱커 역할을 했었다.
워리놈이 허리를 펴더니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휘두르며 크레이터 밖으로 나왔다.
“안 뒤졌네?”
“인간 놈, 죽여 버린다.”
워리놈이 성호를 발견하고는 달려들었다.
-콰앙!
양손의 거대한 검이 폭풍 같이 휘둘러지고 성호가 심검으로 막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쩌저정…….
심검이 단번에 터져 나가고 성호가 그 충격에 주르르 밀려났다.
“천마신공, 제12장 천마재림!(天摩再臨)”
성호의 내공이 쭉하고 빨려 들어가고 시뻘건 강기가 성호를 감싸더니 거대한 형상을 만들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거대한 거인!
옆에 있는 산맥보다 더 높은 키에 붉게 달아오른 피부!
교령륜신(敎令輪身) 명왕(明王)이 지상에 강림했다.
-쿠오오오오…….
엄청난 에너지가 주변을 잠식하며 바위와 건물의 잔해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야?”
갑자기 거대하게 변한 성호로 인해서 워리놈이 주춤했다.
덩치만 보자면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천마신검 흑룡혈검(黑龍血劍)!]
명왕으로 변한 성호의 손에서 시뻘건 검강이 만들어지고 그대로 워리놈을 향했다.
-콰아앙!
거대한 충격파가 일어나고 워리놈이 그 충격에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둘의 검강이 부딪치자 그 충격파에 주변에 있던 건물들이 견디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았다.
-쾅! 쾅! 쾅!
막상막하!
서로의 검이 빠른 속도로 부딪치더니 그 속도가 계속 올라갔다.
그러다가 워리놈의 옆구리 쪽에 틈이 벌어졌다.
[천마신검, 멸절마검(滅絶魔劍)!]
멸절마검,
단 한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키는 검법이다.
-쩌정!
옆구리에 정통으로 검강을 맞은 워리놈이 뒤쪽에 있던 주차장 건물에 틀어박히면서 나뒹굴었다.
“크윽……. 이놈!”
그러나 이런 강력한 마법도 워리놈의 단단한 갑옷을 뚫지 못했다.
솔직히 성호의 상태는 정상은 아니었다.
‘크윽……. 이대로는 얼마 못 버텨.’
성호가 속에서 올라오는 핏덩어리를 억지로 삼켰다.
천마재림은 강력하기는 하지만 무리해서 펼치는 것이라 얼마 버티지 못한다.
‘마나와 내공을 합친다.’
오직 중단전에서만 합쳐지던 마나와 내공을 검강 안에 밀어 넣었다.
-우웅…….
붉게 변한 양손에 푸른 스파크가 튀기면서 검강 주변으로 마법진이 회전했다.
그리곤 하나가 되면서 둥근 막을 만들어냈다.
“워프게이트 인 차지!”
검강에 마법이 섞이면서 이상한 파장을 만들어냈다.
-쩌저저정!
서로의 반발력 때문에 스파크가 튀었다.
[천마신검 천마멸악(天魔滅惡)!]
모든 악한 것을 멸하는 검이다.
-쿠아앙!
성호가 그대로 워리놈에게 달려들었다.
워리놈이 성호의 기세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양손에 든 검을 하나로 뭉쳐서 거대한 검으로 만들었다.
시커먼 오러가 회오리치듯 흐르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콰아아앙!
둘의 검이 부딪치자 땅과 공기, 주변의 건물들과 도로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찌지지지직!
뭔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워리놈의 검이 사라져 가며 성호가 쥐고 있던 검강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뭐야?”
워리놈이 놀라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성호가 더 빨랐다.
“중복 캐스팅! 워프 게이트!”
검강이 둥글게 회전을 하면서 워리놈을 공격했다.
-촤촤촤촥!
워리놈은 자신의 검을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고 계속 빨려 들어가기만 했다.
“젠장!”
워리놈이 만들어낸 거대한 검은 본체와 하나이기 때문에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가 없다.
이대로 놔두면 저 시커먼 구멍으로 빨려 들어갈 판이다.
워리놈이 입을 쫙 벌리자 검은 오러가 뭉치더니 그대로 발사되었다.
-쏙!
그러나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워리놈의 회심의 공격은 그대로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뭐야 이건 도대체?”
워리놈은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고 선호는 빨아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우와와와왕!
엄청난 마나의 소모 때문에 성호의 심장이 터질 듯이 회전했다.
“으드득…….”
성호가 이를 갈면서 최선을 다했다.
“으아아아악!”
워리놈이 자신의 팔이 빨려 들어가자 비명을 질렀다.
고통이나 이런 건 없었지만 구멍 안으로 사라져 가는 것 자체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크윽,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성호의 단전에 남아 있던 내공이 바닥을 드러냈다.
마나도 마찬가지!
마나와 내공이 서로 엉켜있는 것을 억지로 조절하느라 정신력도 엄청나게 소모되고 있었다.
그리고 끝내 그 끝이 왔다.
-콰아앙!
성호가 펼친 교령륜신(敎令輪身) 명왕(明王)의 신체가 깨지면서 그 충격에 마나와 내공이 서로 충돌하면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성호는 그 힘에 무너져 가던 건물 더미 속으로 박혀 들었다.
폭발로 인한 먼지가 가라앉고 한참이 지나서야 건물들의 잔해 사이에서 성호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끝난 건가?”
성호가 비틀거리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워리놈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건가?”
팔이 잘릴 정도의 부상을 입었지만 아직 전투를 치러야 할 것 같았는데 의외였다.
솔직히 여기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으면 워리놈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 정도로 성호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와르르…….
워리놈이 사라지자 도미노처럼 성호를 중심으로 죽음의 군대들이 우르르 쓰러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