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201화 (201/225)
  • 《201화》

    워리놈은 갑자기 나타난 성호를 보면서 눈에 이채를 띄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강자를 보지 못했다.

    전투력만 보자면 마왕의 현신이라는 폴 막스도 자기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여기에 자기와 막상막하인 강자가 나타났다.

    “인간치곤 대단하군.”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이다.

    워리놈이 손을 휘젓자 죽음의 창들이 공중에 무수히 만들어졌다.

    “죽어라!”

    수백 개의 시커먼 창들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성호와 수지에게 날아갔다.

    그 모습에 수지가 비명을 지르며 성호를 꼭 안았다.

    -쩌정!

    뭔가 번쩍이더니 시커먼 창이 튕겨지며 엉뚱한 곳에 처박혔다.

    -쩡, 쩌저정, 차아앙!

    죽음의 창이 모두 튕겨져 나가며 주변을 박살 냈다.

    “뭐야?”

    워리놈의 눈이 커졌다.

    -우웅…….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공중에 둥실 떠올라 있었다.

    심검(心劍)이다.

    성호의 오른손을 타고 둥글게 마법진이 회전했다.

    “헬파이어!”

    화염구가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하얗게 달궈지더니 그대로 발사되었다.

    “피식…….”

    헬파이어를 바라보는 워리놈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딴 공격이 통할 것 같아?”

    워리놈이 날아오는 헬파이어를 튕겨내기 위해 손을 내뻗었다.

    -콰아앙!

    그런데 갑자기 폭발해 버렸다.

    폭발의 화력이 모조리 위로 솟구치면서 워리놈을 향했다.

    “무슨?”

    폭발의 여파에 워리놈의 망토가 방패처럼 앞을 가렸다.

    -꽈자자작……!

    “꾸웨에에액!”

    갑자기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본 드래곤이 비명을 지르며 한쪽으로 쓰러졌다.

    “뭐야?”

    넘어지는 본 드래곤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한 워리놈의 눈이 커졌다.

    본 드래곤의 한쪽 날개가 잘려 나가 있었다.

    -우웅…….

    그리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검이 보였다.

    “가소로운!”

    -차아아앙!

    워리놈의 손에서 검은 오러로 이루어진 검이 만들어지더니 성호의 심검을 막았다.

    심검은 성호의 마음과 같아서 빠르기가 빛과 같고 단단했으며 강했다.

    워리놈이 심검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성호는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는 본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성호의 손이 움직이자 본 드래곤의 머리에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주인 잘못 만난 걸 원망해라. 기가 어스 퀘이크!”

    -꽈자작……!

    “꾸웨에에액!”

    본 드래곤의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진동이 몸으로 이어지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성호는 땅에 지진을 일으키는 마법을 본 드래곤의 머리에 걸어 버린 것이다.

    -팍!

    단번에 본 드래곤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목을 따라 척추의 뼈와 날래, 팔다리의 모든 뼈들이 지진 마법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져 버렸다.

    “이놈!”

    워리놈이 뒤늦게 성호가 노린 것이 자신이 아닌 본 드래곤임을 깨닫고 화를 냈다.

    “아끼는 애완동물이었나 봐? 미안, 요놈을 타고 다니면 내가 좀 불리할 거 같아서 말이야.”

    “죽여 버린다!”

    워리놈의 눈이 붉게 변하며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워리놈이 성호가 있던 곳을 거대한 검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이미 성호는 블링크로 저 멀리 달아난 뒤였다.

    “나 잡으면 용치.”

    “쥐새끼 같은 놈!”

    성호를 따라 워리놈이 박살이 난 FOS 건물을 뛰어넘어 그 옆에 있는 시 법원 건물로 뛰어들었다.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워리놈이 법원건물을 들이받고 뚫고 들어갔다.

    “나 잡으면 용치.”

    성호의 말에 워리놈이 눈에 불을 켜고 따라붙었다.

    성호는 뒤로 물러나면서 돔 야구장인 체이스 필드로 이동했다.

    체이스 필드는 1998년에 개장한 48,000석 규모의 야구장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이다.

    성호의 기감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주변에 사람이 없네.”

    주변이 대부분 상가와 주차장이라 전투를 벌이기에 적당한 곳이다.

    성호가 경기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워리놈이 달려들었다.

    -콰아앙!

    야구 경기장의 한쪽 벽이 터져 나가고 워리놈의 거대한 몸이 다이아몬드 구장의 잔디 안으로 들어왔다.

    “겁쟁이 녀석, 어디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안 도망 다녔거든? 네놈이 따라다닌 거지.”

    “뭐?”

    “아까 거기는 싸우기에 좀 거추장스러워서 말이지.”

    -꿈틀.

    워리놈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인상이 구겨졌다.

    “겁이 없군.”

    “겁은 무슨, 네놈 상판을 보고 있으니 토악질이 다 난다.”

    한쪽은 시커먼 해골로, 반대쪽은 진물과 구더기가 흐르는 시뻘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놈!”

    워리놈의 거대한 검이 성호를 향해서 휘둘러지면서 거대한 풍압이 일대를 짓눌렀다.

    “그딴 건 안 통한다니까 그러네.”

    -콰앙!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 어느새 나타나서 워리놈의 공격을 막았다.

    “힘으로 해보겠다고?”

    갑자기 워리놈의 검에 뭉쳐있던 검은 오러가 불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커졌다.

    -쩌저정!

    성호의 심검이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달려들었다.0

    둘의 검이 부딪칠 때마다 그 충격파가 야구 경기장의 벽과 창문, 의자들을 박살 냈다.

    성호와 워리놈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수지는 무너진 FOS 방송국 건물에서 나왔다.

    그리고 성호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성호가 괴물들과 싸웠다거나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여했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이런 장면은 생각도 못 했다.

    손에서 화염구를 발사하고 손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검을 만들 뿐만 아니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짱 멋있잖아!”

    수지가 그렇게 말하고는 어색했는지 입을 손으로 가렸다.

    도로로 나온 수지에게 군인들이 다가왔다.

    “수지 양, 여기 있으면 위험합니다. 저희와 같이 가시죠.”

    “누구?”

    얼굴에 위장 크림을 잔뜩 발라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찰리입니다. 전에 LA 공항에서 보셨죠?”

    “아? 그때 그 델타포스 대원이시군요.”

    복장을 보니 미군의 최정예 델타포스 요원들이었다.

    “기억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일단 이 자리를 뜨는 게 급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들이 수지를 데리고 한쪽에 세워져 있던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태웠다.

    주변에는 델타포스 대원으로 보이는 15명의 중무장한 군인들이 수지를 경호했다.

    -부르르릉!

    장갑차가 출렁인 뒤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콰자작!

    길을 막고 있던 자동차들이 보이자 그냥 들이받고 통로를 만들어 전진했다.

    주변으로 다른 미군의 장갑차들과 M2A1 전차들이 따랐다.

    “우측에 괴물들 출현!”

    -타타타타타!

    -콰앙!

    여기저기서 총소리와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런 속에서도 수지의 눈에서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수지 양은 무섭지 않습니까?”

    “그래 보여요?”

    수지가 달달 떨고 있는 손을 들어 보였다.

    “저 손 떠는 거 보이죠? 저도 무서워요. 그러나 방해가 될까 봐 비명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있는 거라고요.”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장갑차는 피닉스시의 서쪽으로 달려갔다.

    “놈들이 빠릅니다.”

    “전방에 놈들입니다.”

    “젠장!”

    시커먼 갑옷에 칼만 든 병사 같지만 총알이 통하지 않고 매우 빠르다.

    그리고 장갑차의 철갑도 뚫는 화살을 쏘는 녀석이 섞여 있어서 방어하기도 쉽지 않은 녀석들이다.

    “브라이언, 30mm 기관포를 먹여줘!”

    델타포스 대원들과 수지가 탄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상부에는 M1296 드래곤이라 불리는 XM813 30mm 기관포가 달려 있다.

    -바바바바……!

    장갑차가 급커브를 돌면서 한쪽으로 쏠리자 모든 물건들이 나뒹굴었다.

    “아이쿠.”

    “야! 살살 몰아.”

    그때 수지의 눈에 공중으로 붕 떴다가 떨어지는 휴대폰 보고 손을 내밀어 잡았다.

    -우다탕

    수지는 휴대폰을 잡느라 심하게 벽에 부딪쳐 아팠지만 급하게 일어나며 말했다.

    “이거 누구 폰이죠?”

    “제 겁니다.”

    얼굴에 위장 크림을 덕지덕지 발라서 이만 하얗게 빛나는 델타포스 대원 하나가 손을 내밀었다.

    “이거로 단체 통화되죠?”

    수지가 핸드폰을 건네주며 물었다.

    “네? 되긴 되죠.”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미군들과 통화하고 싶어요.”

    “무전으로 해도 됩니다만.”

    “그건 장갑차를 탄 군인들만 들을 수 있어서 안 돼요.”

    요즘 휴대폰이 볼펜만큼 작아져서 군인들이 다들 하나씩 휴대하고 다닌다.

    “여기 근처의 모든 군인들과 통화하려면 중앙 통제 센터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된다는 말이죠?”

    “되긴 하는데, 왜 갑자기 단체 통화입니까?”

    “노래 좀 하려고요.”

    수지의 말에 장갑차에 타고 있던 모든 미군들의 표정이 변했다.

    “찰리, 뭐 하는 거야? 여신님께서 노래를 하신 다잖아! 빨리 통제 센터에 전화해야지!”

    “아? 그렇지. 죄송합니다.”

    주변 대원들의 성화에 찰리가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열었다.

    “여기는 텔타 1소대 대장 찰리다.”

    [지금 거기 정보가 엉망인데 무슨 일인가?]

    “탈출하는 중인데 포위되었다. 여기 모여 있는 모든 미군들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

    [뭔 소리인가? 탈출하는데 전화번호를 달라니?]

    “우리 여신님께서 단체 통화로 돌리고 노래를 하실 거다. 그러니 닥치고 전화번호나 보내!”

    [오! 575호의 기적? 알았다. 당장 보내겠다.]

    통화가 끝나고 잠시 뒤에 띵동! 하고 문자가 왔다.

    [전화 번호 공유 파일]

    전화번호가 다운로드 되자마자 찰리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따르르르, 따르르르!

    잠시의 벨 소리 이후에 군인들이 한 명씩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이 신발아, 전투 중에 갑자기 웬 전화야?]

    [찰리? 나 맥스인데 지금 포위당했어. 우리 어머니에게 안부나 전해줘.]

    [급하니까 용건만 말해!]

    -타타타탕!

    -콰앙!

    전화기 속에서 총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섞여 나왔다.

    “나 찰리다. 다들 잡소리 말고 입 닥쳐! 우리의 여신님께서 노래를 부르신다.”

    -조용~

    찰리의 고함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여신님의 노래라는 말 때문인지 수화기 너머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여기 있습니다.”

    찰리가 자신의 휴대폰을 수지에게 전했다.

    “고마워요.”

    “뭘요.”

    수지가 휴대폰을 들자 공중에 화면이 떠올랐다.

    일루션 마법으로 만들어진 입체 화면들이다.

    화면 하나하나마다 간절한 표정의 군인들이 보였다.

    어떤 군인은 땀투성이로 뛰고 있었고 어떤 군인은 울고 있기도 했다.

    수지가 입을 열자 진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The farther you are, the more courageous you are.”

    (그대와 멀어질수록 더 용기가 났어요.)

    “My desire to confess to you has grown.”

    (당신에게 고백하려는 내 마음이 커져 가네요.)

    가슴 깊은 곳을 자극하는 노랫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주변에 있던 모든 미군들에게 들려졌다.

    아비귀한의 전투 중에 수지의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러자 그 주변으로 죽음의 군대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효과가 있어!”

    “와아! 살았다.”

    “역시 여신님의 노래다.”

    “볼륨을 올려!”

    군인들이 쓰러진 죽음의 군대들을 총으로 처리하면서 퇴로를 열었다.

    -뚜둑…….

    그때 경고음이 들렸다.

    [배터리 5%]

    노래를 부르던 수지가 눈을 크게 뜨더니 찰리를 바라봤다.

    ‘배터리 충전할 수 있어요?’

    찰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급박한 전투 통에 충전기를 가지고 왔을 리가 없다.

    “제 경험상 길어야 30분입니다.”

    미래 그룹에서 만든 마나 배터리를 장착했는데도 고작 30분이 다였다.

    단체 통화라 그만큼 배터리가 많이 소모되었다.

    노래가 끊어지는 순간 괴물들이 또다시 공격할 것을 생각해서 수지가 노래로 이 사실을 전했다.

    “The battery is not only a little. Escape quickly.”

    (배터리가 조금밖에 없어요. 빨리 탈출해요.)

    앞에 있던 노래의 가사와 이어지지 않는 가사에 미군들이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수지가 한 번 더 같은 가사로 노래를 부르자 군인들이 금세 무슨 말인지 깨닫고는 탄약과 각종 장비를 짊어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빨리 달려!”

    “부상자를 챙기고.”

    가는 중간에 부상으로 쓰러진 전우를 만나면 들쳐 엎고 달렸다.

    죽음의 군대들의 포위망을 뚫고 뛰었다.

    -콰아앙!

    그때 피닉스시의 중앙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