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200화 (200/225)
  • 《200화》

    피닉스시의 FOS 방송국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은 군들이 한 가득이었다.

    수지가 리무진에서 내리자 모든 미군들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May God's grace be with you.”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길 기도합니다.)

    “May God's messengers be honored!”

    (신의 사자에게 영광이 있기를!)

    군인들의 무리가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졌다.

    “이분들이 왜 저에게 저러는 거죠?”

    수지가 미군들의 이상한 태도에 클리드에게 물었다.

    “당신에게서 신의 기적을 봤기 때문입니다.”

    “무슨?”

    “우리는 그것을 575호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보셨죠? 괴물들 한가운데를 수지 양의 노래 하나로 탈출해온 기적을 말입니다.”

    “설마요?”

    “저들의 눈빛을 보십시오. 저들은 당신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수지가 미군들 사이를 지나가며 약간 부담스러워했다.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수지의 말에 클리드가 알 수 없는 미소로 바라봤다.

    ‘저들은 당신을 구원자이자 신의 사자로 보고 있습니다.’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자 엄청나게 많은 장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것들을 잇는 굵은 전선들이 복잡하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는데 피아노 하나와 마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급하게 만드느라 조잡합니다.”

    “상관없어요.”

    수지가 무대 위로 올라가 피아노의 건반을 두들겼다.

    “조율이 엉망이네요.”

    “죄송합니다. 근처에 있던 교회에서 급하게 들고 옮겨 오느라 조율이 틀어졌을 겁니다.”

    “피아노 조율 먼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피아노가 조율이 되는 동안 쇼크웨이브인가 뭔가 하는 스피커를 직접 보고 싶어요.”

    “안 그래도 보여 드리려고 했습니다.”

    클리드가 수지를 데리고 FOS 방송국 밖에 있는 야외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그곳에 두 대의 거대한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국방색에 두터운 장갑을 둘렀으며 상부에 둥근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냥 봐도 군사용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쇼크웨이브라는 무기입니다. 원래는 적에게 엄청난 소리의 폭압으로 장갑차나 전차 안에 있는 승무원을 죽이는 무기로 개발 중이었습니다.”

    “끔찍한 무기네요.”

    “그렇죠. 엄청난 무기입니다. 그런 녀석이 일반적인 노래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아까 보셨죠? 방송국 안을 가득 메운 장비들 말입니다.”

    “지금 들어 볼 수 있나요?”

    “귀에 거슬릴 텐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네.”

    클리드가 뒤를 돌아 손으로 사인을 하자 군인 하나가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우웅…….

    스피커가 작동하면서 순간 거대한 음파가 수지와 클리드를 밀어냈다.

    “뭐죠?”

    “쇼크웨이브로 인한 소닉붐입니다.”

    그 뒤에 기타 연주 소리와 피아노 선율이 스피커에서 들려오고 수지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I sit alone in an empty room

    (텅 빈 방 안에 나 홀로 앉아)

    -I look into my unknown heart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네)

    수지의 아름다운 노래가 피닉스시 전체에 퍼져 나갔다.

    그러나 쇼크웨이브로 인한 소닉붐이 일어나면서 수지가 그 앞에 제대로 서 있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클리드 사령관이 음악을 멈추게 했다.

    “어떠십니까?”

    “이거 엄청난데요. 노래 부를 힘이 팍팍 나네요.”

    수지가 클리드를 보며 웃었다.

    그 미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에 순간 클리드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예쁘다거나 섹시하다는 의미를 넘어서 성스러움마저 들었다.

    클리드가 순간 고개를 흔든 뒤에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시간 죽음의 군대는 갈라 국유림을 지나 피닉스시 동부 지역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죽음의 군대의 중심에는 거대한 존재가 날아다녔다.

    본 드래곤이다.

    100여 미터의 크기에 시커먼 뼈로만 이루어진 녀석은 주변을 한 바퀴 돈 뒤에 지상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조아리고 이빨을 딱딱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징그러운 녀석.”

    검은색 망토를 유령처럼 둘러쓴 존재가 본 드래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20미터나 되는 거대한 크기를 가진 워리놈이다.

    몸의 반쪽은 뼈만 앙상했고 반대쪽은 썩은 살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워리놈 앞으로 각종 장식을 한 해골이 나와 고개를 조아렸다.

    죽음을 이겨낸 대가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마법사인 리치였다.

    “워리놈님, 조금만 더 가면 거대 도시가 나옵니다.”

    “좋아. 큰 도시에 죽일 인간이 많지, 조만한 마을들은 그냥 지나간다. 속도를 높여라!”

    워리놈의 명령에 죽음의 군대들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와! 진군하라!”

    “달려라.”

    “인간들을 죽여라!”

    검은 갑옷을 입은 죽음의 군대가 산을 타넘었다.

    -콰아앙!

    -쿠우웅!

    미군이 쏜 포탄이 여기저기 터지면서 폭음이 들려 왔지만 워리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제 산을 하나 넘으면 피닉스시다.

    “저곳을 지나 바다로 인간들을 밀어붙인다.”

    워리놈은 피닉스시를 지나 라스베가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지나 위로 밀고 올라가며 포클랜드와 시애틀까지 밀고 올라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바다 이외에 인간이 도망칠 공간이 없어진다.

    “도망갈 곳을 막고 인간들을 몰아 죽인다.

    워리놈이 잔인하게 웃었다.

    “왜 앞으로 안 가는 거야?”

    “밀지 마.”

    “멈춰.”

    그때 피닉스 동부에 있는 파이널 피크로 진군하던 죽음의 군대들이 진군을 멈추었다.

    앞에서 진군을 못 하는데 뒤에서 계속 밀고 오자 서로 밀고 당기느라 대열이 흐트러졌다.

    “뭐야, 왜 멈추고 지랄이야?”

    워리놈이 짜증을 내면서 고함을 질렀다.

    본 드래곤이 워리놈이 내뿜는 기세에 목을 움츠렸다.

    “리치, 무슨 일이 있는지 다크 나이트를 데리고 알아봐라.”

    “넵, 명을 받듭니다.”

    리치가 고개를 땅에 처박듯이 고개를 숙인 뒤에 손에 들고 있던 마법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안개가 바닥에 깔리더니 하늘로 날아올랐다.

    리치가 앞으로 나아가자 그 뒤를 시커먼 뼈와 갑옷으로 무장한 다크 나이트들이 죽음의 말을 타고 따랐다.

    리치가 앞으로 나아가자 죽음의 군대들이 서로 밀치면서 길을 만들었다.

    한참을 앞으로 나아가자 희미하게 노래 소리가 들려 왔다.

    “뭐야, 이 노래는?”

    뭔가 머릿속을 헤집는 노래는 머리에 큰 고통을 주었다.

    -크르르륵…….

    -크라라라라!

    다크 나이트들이 타고 다니는 죽음의 말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발광을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군”

    앞으로 나아갈수록 노래 소리가 커졌고 그에 비례해서 머리가 아파왔다.

    리치를 뒤따르던 다크 나이트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쓸모없는 것들.”

    리치는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전진했다.

    주변 있던 죽음의 군대들 대부분이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나뒹굴고 있다.

    천하의 리치도 머리를 부여잡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윽, 너무 고통스럽다.”

    너무 고통스러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 주인님.”

    리치는 쓰러지면서 자신의 주인인 워리놈을 불렀다.

    -화아아악…….

    그때 갑자기 퍼져가는 시커먼 에너지의 파장에 리치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를 그렇게 아프게 하던 것도 사라졌다.

    “병신 같은 놈.”

    깊은 무저갱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리치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얼굴의 반쪽은 뼈로만 되어 있지만 반대쪽은 진물과 구더기가 흐르는 워리놈이 서 있었다.

    “다크 필드!”

    워리놈을 중심으로 시커먼 안개가 퍼져 나가자 쓰러져 있던 죽음의 군대와 다크 나이트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워리놈의 표정은 결코 좋지 않았다.

    자신의 공간 장악 능력인 다크필드가 고작 1킬로미터 내외만 퍼졌기 때문이다.

    “뭐지, 이 노래는?”

    워리놈의 눈에서 분노가 일렁였다.

    하찮은 인간 놈들이 자신의 길을 막는 것도 짜증 나는데 저 노래는 더 짜증이 났다.

    “따라 와라.”

    다크 필드 안에서 깨어난 죽음의 군대와 리치, 다크나이트가 워리놈을 따랐다.

    -콰아앙!

    멀리서 미군들이 쏘는 포탄이 떨어졌다.

    폭격기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며 엄청난 수의 포탄을 때려 부었다.

    -콰아앙!

    -쿠쿵, 쿵, 쿵, 쿵!

    그리고 아팟치 헬기들이 날아다니며 미사일을 발사했다.

    “가소로운 것들.”

    워리놈은 그런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박살 내 버려라.”

    -쿠가가각!

    엄청난 속도로 거대한 뭔가가 공중을 가로질렀다.

    그 시커멓고 거대하고 모습에 아팟치 헬기 조종사들이 놀라서 회피기동을 하며 플레어를 마구 뿌려댔다.

    “공룡이야?”

    “뼈로만 이루어진 게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야?”

    “젠장, 피해!”

    뼈로만 이루어진 본드래곤의 입에서 시커먼 브레스가 쏘아져 나갔다.

    광선과 같이 쏘아진 브레스가 아팟치 헬기들을 따라다니며 공격했다.

    죽음의 군대가 미군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주변이 잔인한 죽음의 현장으로 변해가는 동안 워리놈은 미군들의 한가운데를 걸어 나갔다.

    “저딴 기계가 이런 강력한 힘을 내다니.”

    워리놈은 미군들이 지키고 있던 거대한 트럭을 발견했다.

    그곳에서 자신의 권속들인 죽음의 군대를 억누르는 노래가 들려 왔다.

    “부서져 버려라!”

    화가 난 워리놈의 팔이 움직이자 시커먼 안개가 창같이 변하더니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슈가가각!

    빛과 같은 속도로 쏘라진 시커먼 창이 쇼크웨이브 스피커가 달린 트럭을 그대로 맞추었다.

    -콰가가광!

    -우아앙!

    뭔가 찢어지는 듯한 파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노랫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저 멀리서 또 노래가 들려왔다.

    “뭐야? 하나가 아냐?”

    워리놈이 짜증이 나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바바바바!

    -쩌저정…….

    워리놈을 막기 위해 미군들이 기관총을 쏘았고 M1A2 전차들도 포탄을 쏘았다.

    포탄과 총알이 튕겨져 나가며 불꽃이 사방으로 이어졌다.

    “귀찮은 것들.”

    워리놈이 손을 휘젓자 시커먼 기운이 퍼져 나가면서 순식간에 땅이 시커멓게 죽고 쇠가 붉게 녹이 슬었다.

    “으아악!”

    “이게 뭐야?”

    군복이 삭으면서 찢어져 나가고 총이 시뻘겋게 녹이 슬면서 부서져 나갔다.

    군인들의 얼굴이 퍼석해지면서 주름이 잡혔다가 머리카락이 다 백발로 변하고 나서 몸이 바짝 말라가며 죽었다.

    “여기 또 있었군.”

    워리놈의 손에 또다시 시커먼 창이 만들어져서 날아갔다.

    -콰아아앙!

    단번에 부서지는 쇼크웨이브 트럭에 워리놈이 만족한 듯 웃었다.

    그런데 또다시 노래가 들려 왔다.

    “젠장맞을!”

    워리놈의 눈이 붉게 변하면서 고개가 돌아갔다.

    “이리와.”

    워리놈의 한마디에 하늘을 날던 본 드래곤이 고개를 돌리며 몸을 선회했다.

    -쿠가가가각!

    본드래곤이 괴성을 지르며 워리놈 옆으로 착지한 뒤에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가서 어떤 놈이 이딴 노래를 부르는지 보자.”

    워리놈이 본 드래곤의 얼굴을 밟고 그 위에 올라섰다.

    -꾸웨에에엑!

    본 드래곤이 포효하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워리놈이 피닉스시의 여기저기를 바라보면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저긴가?”

    피닉스시의 중앙에서 소리가 시작되고 있다.

    쏜살같이 날아가는 워리놈을 막기 위해 아팟치 헬기들이 달려들었지만 모두 워리놈이 던진 시커먼 창이나 본드레곤의 브레스에 추락했다.

    워리놈은 노래 소리의 중심지인 FOS 방송국으로 곧장 날아갔다.

    -쿠우웅!

    100미터나 되는 거대한 본 드래곤이 1층밖에 안 되는 FOS 방송국의 옥상에 올라서자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안에 있던 미군들이 밖으로 달아났다.

    -꾸웨에에엑!

    본 드레곤이 브레스를 발사해서 FOS 방송국 야외 주차장에 있던 쇼크웨이브 트럭을 박살내 버렸다.

    “네년이로군?”

    부서진 건물 사이에 당당하게 서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100미터나 되는 본 드래곤에게도, 끔직한 외모와 20미터나 되는 워리놈의 모습에서도 전혀 두려워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솔직히 너무 무서워서 다리가 계속 후들거렸지만 수지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You came in the name of love.”

    (내게 와 줘요. 내 사랑이여)

    수지의 양옆에 있던 쇼크웨이브 스피커가 윙윙거리면서 울었다.

    소닉붐이 만들어지며 주변의 유리창이 다 박살이 났다.

    “크윽!”

    천하의 워리놈이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썼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가소로운!”

    워리놈의 손에서 시커먼 기운이 뭉치더니 거대한 창을 만들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창을 수지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발 뒤로 물러섰다.

    “소용없나?”

    자신을 지켜준다는 미군들은 벌써 도망을 쳤다.

    워리놈의 손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집약된 시커먼 창이 발사되었다.

    “성호! 빨리 와!”

    수지가 목걸이를 붙잡고 고함치듯이 말했다.

    -콰아아앙!

    수지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FOS 방송국의 외벽이 모두 박살이 나고 폭삭 주저앉았다.

    -웅웅웅…….

    폭발로 인한 먼지구름 속에서 푸른 막이 빛을 내면서 반짝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얀 도깨비 가면과 붉은 머리를 가진 자가 서 있었다.

    “넌 뒤졌어.”

    성호가 양손에 마법진을 만들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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