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97화 (197/225)
  • 《197화》

    “마틴, 일어나라.”

    미국의 대통령 마틴은 그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잤는지 머리가 아파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침대에서 급하게 나와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그곳에는 노란 곱슬머리를 한 폴 막스가 있었다.

    여기가 백악관이고 자신이 대통령임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 못 죽었지?”

    “죄송합니다.”

    이유는 필요하지 않았다.

    주인이 자살하라고 했는데 그걸 안 했다는 자체가 죄이고 잘못한 거다.

    “그런데 네놈이 정말 죽었으면 아까울 뻔했어.”

    폴 막스의 차가운 눈에서 인간애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마틴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킬 일이 있다.”

    “분부만 하시옵소서.”

    미국의 대통령인 마틴이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대한민국에 선전 포고해라.”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런데 제가 그렇게 말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국민이 움직입니다.”

    “상관없다. 내가 이미 중동에서 돌아오는 미군들을 내 종속으로 만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네놈이 한 명령이라는 상징성만 있으면 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래 인간은 잘 속는다.”

    -툭.

    폴 막스가 USB 하나를 툭하고 던졌다.

    “마나 인공위성에 의한 하프 프로젝트의 오작동과 괴물들의 출현을 대한제국의 핑계로 돌릴 수 있는 가짜 자료들이다. 이걸로 미국인들을 속인다.”

    “알겠습니다.”

    폴 막스의 눈이 잔인해졌다.

    그의 눈에는 대전쟁의 모습들이 눈에 그대로 그려졌다.

    그 안에서 죽어 나갈 인간들의 비명들까지 말이다.

    “일주일 안에 대한제국에 전쟁 선포를 하고 태평양으로 미국의 군사력 전부를 집결시킨다.”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마틴이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폴 막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잠옷은 여기저기 찢겨져 있다.

    헝크러진 머리카락을 매만진 뒤에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로버트 밥입니다.]

    “나 마틴이요.”

    [진짜 대통령 각하십니까? 몸은 좀 어떠십니까?]

    “상쾌하군. 꼭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아. 그건 그렇고 나에 대한 탄핵은 어떻게 되었지?”

    [뉴멕시코에 괴물들이 나타나면서 중단되었습니다.]

    “잘 되었군. 기자 회견을 준비해 주게.”

    [알겠습니다.]

    미국, 지금은 이 지구상에 가장 강력한 나라다.

    그런 나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대가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1976년 독립 선언을 한 이후 서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스페인과 멕시코, 프랑스의 땅들을 구입하거나 전쟁으로 빼앗았다.

    그 이후 남북전쟁과 대공황이라는 위기를 겪었으나 1차,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그 뒤에는 넓은 땅과 비옥한 대지, 그리고 운하를 통한 빠른 물류를 바탕으로 하는 생산성으로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갔다.

    그런 미국의 통치자 대통령이 오늘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악관의 기자 회견장은 푸른 바탕의 배경에 흰머리 독수리 모양의 마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앞에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미합중국의 마틴 대통령께서 입장하십니다.”

    마틴이 문을 열고 걸어 나오자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그 모습을 담았다.

    “안녕하십니까? 마틴입니다. 그동안 제가 지병으로 누워 있는 동안 걱정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약간 마르고 초췌한 모습 속에서 그가 그동안 많이 아팠음을 말해 주었다.

    “이 위대한 미국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입니까? 아랍 국가들이 모여서 만든 SDL 연합군이 생기고부터였습니다. 그들은 잔인무도하게 백악관에 테러를 일으켰고 우리는 그대 대응하여 보복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SDL이 백악관이 테러를 일으키면서 대통령까지 죽자 미국의 보복 전쟁이 시작되었다.

    세계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숨을 죽였다.

    그런데 중동에서의 전쟁은 이상하게 흘러갔고 1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작은 나라였던 대한민국에서 마나 핵융합을 실용화했고 전 세계는 초 에너지 경제 시대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미국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했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시아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대한제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탄생하자 미국의 영향력이 세계에서 점점 줄어들어 갔다.

    “그러나 전쟁은 길어졌고 미국의 경제는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런 위기 속에서 저는 전쟁을 조속히 끝내고자 인공 지진을 일으키는 하프 프로젝트를 실행하였지만 오작동으로 350 만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습니다.”

    마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져 나가면서 난리가 났다.

    -미국이 자신들의 잘못임을 인정하다니!

    -350만 명의 무고한 민간인 죽인 걸 미국이 시인함.

    -맙소사, 미국의 운명이 땅에 처박히겠군.

    사람들은 울먹이는 마틴의 얼굴을 보며 그가 진짜로 사죄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당시 하프 프로젝트는 핵미사일을 사용하는 것보다 민간인에게 피해가 적다는 의견 많아서 사용한 겁니다. 하지만 오작동을 했습니다. 그때 돌아가신 많은 분들에게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마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저희는 하프 프로젝트가 왜 오작동을 했는지 살펴보다가 이상한 에너지 파장으로 인한 것이었음을 발견해 냈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 파장이 마나 에너지라는 것과 대한제국이 우주로 띄운 인공위성을 통해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일순간 주변이 침묵으로 돌변했다.

    카메라도 기자들의 얼굴도 굳었다.

    특히 한국에서 온 기자들의 얼굴은 창백해져 버렸다.

    “여러분들은 태평양에 나타난 괴물들과 뉴멕시코에 나타난 괴물들이 왜 만들어졌는지 아십니까?”

    모든 기자들의 머릿속에 설마라는 물음표가 만들어졌다.

    “얼마 전 저희 로버트 밥 국무부 장관이 대한제국에서 SDU 회원국이 되는 것을 거절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바로 뉴멕시코에서 괴물들이 출현했습니다. 그게 우연일까요?”

    마틴의 말에 한국에서 온 기자들의 표정이 창백해지다 못해 파랗게 질려 갔다.

    ‘미쳤다. 저 말이 진짜일까?’

    ‘그럴 리가 없잖아.’

    ‘저딴 거짓 자료를 미국 대통령이 내놓다니.’

    ‘젠장, 여기 더 있다간 큰일 나겠어.’

    한국 기자들 몇몇이 슬금슬금 짐을 정리하면서 도망갈 준비를 했다.

    주변의 분위기가 험악해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마틴이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 괴물들을 만들어 내는 대한제국에게 미국의 국운을 걸고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 말이 전 세계로 생방송 되었다.

    대한제국의 거의 모든 주가가 출렁거리고 특히 미래 그룹의 주식이 곤두박질쳤다.

    대한제국의 미래그룹 본사 빌딩, 업무를 보던 성호도 이 기자 회견을 보고 있었다.

    “미국이 별 미친 발악을 다 하네.”

    성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TV를 꺼 버렸다.

    -삐리리리!

    -따르르르릉!

    그때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면서 공중에 입체적으로 통화 버튼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

    박성규 대통령과 SDU 회원국들이다.

    성호가 그중에서 박성규 대통령에게서 걸려온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성호입니다.”

    [황제 폐하, 박성규 대통령입니다.]

    “저 아직 황제 아닙니다.”

    [하하하, 전 이미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누가 들으면 저 욕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각하는 방송을 보고도 걱정 안 하십니까?”

    [-전 믿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성호의 입을 다물게 했다.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건 그렇고 미국이 가짜 자료를 내밀며 전쟁을 하자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박살을 내줘야죠.”

    [많은 국민이 죽을 겁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러나 UN이나 국가적 제제라도 들어오면 치명적입니다.]

    “놈들이 애써서 장군했는데 멍군하면서 외통까지 쳐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원래 뻥은 뽀록나는 순간 끝이죠.”

    [그럼?]

    “보시면 압니다.”

    성호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통화를 끝낸 성호가 공중에 떠 있는 버튼을 눌렀다.

    [전송]

    파일이 컸지만 순식간에 성호가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졌다.

    파일은 총 일곱 개였다.

    [1997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IMF 사건에서의 돈의 흐름에 관련된 조직]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을 선동한 어떤 비밀 조직에 대한 이야기]

    [미래 그룹의 중앙 연구소에 침투한 괴물들에 대한 영상]

    [과거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규철을 죽이려한 북한군과 비밀 조직에 대한 이야기]

    [사우디에서 터진 핵폭탄의 비밀]

    [국회의사당을 나오는 마틴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영상]

    [미국의 하프 위성의 오작동 영상과 괴물들이 출현한 에너지 파장과 마나 에너지 파장이 전혀 다르다는 영상]

    성호는 개인 방송을 하는 전 세계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 자료를 넘겨주었다.

    ***

    사바나 TV!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사건마다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인기를 끈 방송이 바로 사바나TV다.

    두 명의 형제가 나와서 사건 사고에 대해서 진지하지만 재미있게 풀어서 들려주니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과거 만년호 침몰 사건에서 도깨비 부대와 미래 그룹의 연관성을 밝혀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좋아요, 구독은 우리 형제의 생명줄이 됩니다.”

    약간의 광고 멘트가 나가고 사바나TV 개인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형님, 미국이 괴물들이 출현하는 것과 중동에서 있었던 일을 대한제국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가 저런 뻥을 믿겠니.”

    “믿으니 지금 난리가 난 거 아닙니까?”

    “뻥이라는 증거를 보고도 저럴까?”

    “미국의 대통령 말이 뻥이라고요?”

    “잘 봐라. 이게 미국 대통령의 말이 뻥이라는 엄청난 자료다.”

    그렇게 말한 두 형제가 동영상을 틀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미국의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국회의사당의 복도를 지나 저 멀리 국회의사당을 나오고 있던 마틴 대통령이 보였다.

    카메라는 마틴을 따라가며 촬영되었다.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걸어가던 마틴은 특유의 바람 빠지는 말투로 누군가와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막시무스 사도님, 접니다.”

    [하프 프로젝트의 가동은?]

    “통과되었습니다.”

    [좋아.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이다. 너는 학살의 주범이 되어 모든 것을 안고 자살해라.]

    “넵. 주인님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동영상은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자, 여러분 보셨습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마틴 대통령보고 학살의 주범이 되라고 했습니다.”

    “형님, 얼마 전 미국의 마틴 대통령이 자살 시도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방송을 했는데 이건 확인 사살이네요. 진짜 소름 돋습니다.”

    “이래도 대한제국이 한 일입니까? 하프 프로젝트에 어떤 음모가 있는 게 안 보이십니까?”

    사바나TV를 보고 있던 네티즌들이 난리가 났다.

    [역시 미래 그룹이 그럴 리가 없지.]

    [난 처음부터 미래 그룹 편이었어.]

    [그렇게 인간다움을 생각하는 그룹이 그럴 리가 없잖아?]

    [역시 미국의 음모였어!]

    전 세계의 모든 개인방송인들이 미래 그룹이 만든 자료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전 세계는 미래 그룹과 대한제국을 믿어 줬다.

    미래 그룹이 전 세계에 행한 선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거대 언론사들은 모두 폴 막스가 전해준 자료만 방송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한인들이 이 방송을 듣고 가게 문을 닫았다.

    그리고 거리로 나갈 때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과거 일본이 진주만 폭격을 했을 때와 비슷했고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대상이 일본인과 이슬람 사람들이 아니라 한인들이라는 것이 달라졌다.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 한인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가계에 대한 습격이 이어졌다.

    태평양에 미국의 군대가 몰려들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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