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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94화 (194/225)
  • 《194화》

    몬테벨로 아일랜드, 호주 북동부 해안에서 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섬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북쪽에 트윌모월이라는 섬이 있다.

    영국은 허리케인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서 핵실험을 했다.

    아름다운 섬의 하얀 백사장 위에 시커먼 구멍이 만들어졌다.

    -우웅…….

    시커먼 구멍에서 노란 곱슬머리에 창백해 보이는 사내가 튀어나왔다.

    “정확하게 왔군. 잘했다.”

    “감사합니다.”

    “워리놈은 얼마나 죽였나?”

    “이제 150만 명을 죽였습니다.”

    “좋아. 적당하군.”

    “미군은?”

    “중동에서 철군하던 미군들을 모아 놨습니다. 로널드레이건의 CVN-76 항공 전대의 사령관이 저희 사람입니다.”

    “이성호 그놈은 고민 좀 할 거다. 미군들에게 운석을 떨어트릴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폴 막스의 손이 움직이자 백사장의 중앙에 시커먼 균열이 스파크를 튀기며 보이기 시작했다.

    “막시무스, 바다에서는 인어의 종족인 머맨이, 사막에서는 해골이 튀어나왔지?”

    “그렇습니다.”

    “각자의 습성에 따라서 튀어나왔어. 그럼 여기서는 뭐가 튀어나올까?”

    “이 미천한 종은 잘 모릅니다.”

    “내 예상대로라면 뱀파이어가 튀어나올 거야.”

    “어찌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악마의 군주들은 모두 6명이지, 생선 녀석은 이미 죽었고 워리놈은 미국에 나타났다. 그럼 누가 남지?”

    “주인님께서 전에 하신 말씀을 빌리자면 오염된 걸 좋아하는 벨제베르, 슬픔을 위해 살아가는 몰로크, 피의 지배자 블러드, 이쁜 척만 하는 릴리트, 이렇게 넷이 남았습니다.”

    “그렇지, 그중에 섬을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그런 곳에 별장을 짓고 살기를 원하던 녀석이 있지.”

    “그게 누구입니까?”

    “블라드. 그 녀석이다.”

    폴 막스가 잔인하게 웃으며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울 때마다 어둠의 에너지가 뭉텅이로 사라지면서 시커먼 균열로 흡수되었다.

    땅이 갈라지면서 시커먼 구멍이 드러났다.

    -쩌저저적…….

    구멍의 주변으로 시커먼 스파크가 튀기며 방전했다.

    “나와라.”

    -조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와”

    -조용.

    “뭐야? 왜 아무 녀석도 안 나와?”

    폴 막스가 황당해하면서 구멍으로 다가갔다.

    [주인이시여 너무 밝습니다.]

    그때 구멍의 아주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블라드냐?”

    [그렇습니다. 주인님.]

    “설마 낮이라 못나오는 거냐?”

    [그렇습니다.]

    “하긴 너희들은 빛을 극도로 싫어하니 저녁이 되어야 나올 수 있겠군.”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해가 떨어지면서 노을이 지고 바다와 구름이 붉게 물들었다.

    저녁이 되면서 섬이 완전히 어둠에 묻혔다.

    -사사삭…….

    그때서야 구멍 안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아니, 사람은 아니다.

    겉모양은 사람이지만 이들은 사람과 다른 존재들이다.

    빛을 싫어한다.

    자극적인 냄새나 소리도 싫어한다.

    그래서 그런지 깔끔한 성격을 가진 귀족 같은 존재들이다.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어 무한한 재생 능력을 가졌지만 다른 생물의 피를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물을 싫어하고 뭔가를 세는 것에 강박적 집착을 보인다.

    뱀파이어, 드라큘라, 흡혈귀, 스트리고이, 노스페라투 등으로 불리는 존재들이다.

    “섬이군.”

    “왜 바다 한가운데지?”

    “물은 싫은데…….”

    “우리들 숫자는 1,259명이다……. 아니, 1,266명이다.”

    “숫자는 그만 세지?”

    “그러는 너도 이 섬의 나무 개수를 세고 있잖아.”

    “그렇군.”

    이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고귀해 보이는 뱀파이어가 앞으로 나섰다.

    “주인이시여, 부하들이 철이 없어 죄송합니다.”

    폴 막스는 작은 나무 옆에 비치용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는데 그 앞으로 뱀파이어들의 왕인 블라드가 무릎을 꿇었다.

    -찰랑.

    폴 막스가 마시던 위스키의 얼음이 찰랑거렸다.

    “그게 원래 너희들의 성격인데 어쩌겠는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폴 막스의 말은 부드럽고 웃고 있지만 눈만은 살기로 번뜩였다.

    그게 자신들의 주인인 차이탄의 무서움이다.

    웃으면서 멸망으로 이끄는 존재니까 말이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인간들이 조금 있으면 이 섬으로 올 것이다. 전부 너희들의 종속으로 만들어라.”

    “넵!”

    “그리고 그 인간들의 동료들까지 모두 너희들의 종속으로 만들어라.”

    “넵! 알겠습니다. 주인님께 영광이!”

    블라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 진득한 혈향이 퍼져 나가면서 주변을 잠식했다.

    저 멀리 거대한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촤아아!

    바다를 가르며 거대한 항공모함이 인도양을 지나 인도네시아와 호주 사이의 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미국의 USS 로널드레이건(CVN-76)이었다.

    거대한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이지스함과 구축함등이 둥글게 포진하고 있었다.

    특히 뒤에 따라오는 거대한 수송함이 보였는데 미 해군의 샌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이었다.

    뉴 올리언즈(LPD-18), 2007년에 취역한 2500톤급 상륙함으로 상륙 장갑차 14대와 해병 7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방어용 무기로 RAM대공 미사일과 팰렁스 CIWS를 갖추고 있다.

    뒤쪽 갑판이 상당이 넓어서 그곳에 헬기 4대를 이륙시킬 수 있는데 그곳에는 지금 거대한 시누크 헬기 두 대가 착륙해 있었다.

    뒤쪽 문이 열리면서 그곳에서 LCAC 1급 공기 부양정이 튀어나왔다.

    길이 24미터에 최대 탑승인원이 180명이나 된다.

    보통 작전에서는 전차 하나와 무장 병력 30명 정도를 태우고 다니는데 오늘은 제11 해병원정부대가 탑승하고 있었다.

    “중동 전쟁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미국은 중동전을 끝내고 드디어 회군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진을 일으킨 하프 프로젝트로 SLD의 주력 부대를 전멸시킨 미군은 곧바로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을 점령하고 이라크로 진군했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일주일도 안 되어서 그냥 항복했다.

    SLD를 이끄는 신의 사자 마흐디가 감쪽같이 사라짐으로 그냥 와해되어 버린 것이다.

    “제 고향이 앨버커키인데 걱정이네요.”

    “해골 괴물들이 덮쳐서 많은 희생자들이 생겼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피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어제 엘파소를 괴물들이 습격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나 봐.”

    “큰일이네요.”

    뉴멕시코에서 시작된 해골 괴물들은 그 수가 불어나면서 주변을 잠식해 나갔다.

    희생자가 무려 100만 명을 넘기고 있다.

    미국은 서둘러 중동에 있던 군대를 불러들였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태평양 함대인 제3함대와 7함대가 인도양을 지나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사이를 지나 괌에서 보급을 받고 본토로 배치될 계획이었다.

    “그런데 왜 저 조그만 섬에는 들렸다 가자는 거죠?”

    “몰라, 저기서 뭔가를 가지고 가라는데 비밀 무기 같은 건가 보지.”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수륙양육 부양정이 하얀 모래 위로 올라왔다.

    -착착착!

    훈련받은 대로 몇몇 해병대들이 해안으로 사주경계하며 튀어 나갔다.

    주변의 위험을 확인하고 나서 손을 휘젓자 나머지 해병대들이 백사장으로 나왔다.

    “접선하는 부대는?”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무인도 아냐?”

    너무 조용한 그냥 무인도였다.

    “여기서 하루 있다가 내일 아침 돌아간다.”

    그것이 이들이 받은 명령이다.

    저녁이 되고 모닥불이 피워졌다.

    전투 식량이 배급되고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응?”

    그때 저 멀리 검붉은 망토를 두른 몇몇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엄청 반가워하면서 손을 흔드는 그들의 표정은 너무 밝았다.

    “누구십니까?”

    “블라드라고 하네. 주인님의 명령으로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렇습니까? 파크 대위입니다.”

    여기서 이들을 만나는 것이 이번 작전이었을까?

    파크 대위는 블라드가 웃으며 보이는 송곳니가 유독 날카롭다고 느꼈다.

    서로 악수를 나누는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잘 먹겠습니다.”

    -꽈작…….

    파크대위의 목덜미를 블라드라는 자가 물어뜯었다.

    파크 대위는 목이 물리자마자 중추신경계가 마비가 되면서 눈이 풀리고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하체 근육이 풀어지면서 저절로 소면이 나왔다.

    -줄줄…….

    “뭐야?”

    “안 떨어지면 쏜다.”

    “떨어져!”

    동료 해병들이 놀라서 총을 겨누고 소리를 질렀다.

    -사사삭!

    그때 사방에서 시커먼 존재들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적이다!”

    “쏴!”

    LCAC 1급 공기 부양정에 달린 30mm 캐들링포와 12.7mm 중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타타타탕!

    총알이 빗발치는데도 시커먼 놈들은 계속 달려들었다.

    “으악!”

    너무 빨라서 어떻게 당했는지 아무도 못 봤다.

    어느 순간 주변을 밝히던 전등과 모닥불이 꺼져 버리고 어둠이 섬을 잠식했다.

    비명과 뭔가 부서지는 소리, 비명만이 어둠 속에서 들려 왔다.

    -조용.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지며 적막에 휩싸였다.

    “일어나라.”

    뱀파이어들의 대장 블라드 후작의 명령에 쓰러져 있던 해병들이 일어섰다.

    “너희들은 내 것이다.”

    “저희들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낄낄낄, 아주 마음에 드는군. 너희 동료들에게 우리를 인도해라.”

    “넵.”

    뱀파이어들과 그의 종이 된 제11 해병대들은 LCAC 1급 공기 부양정을 타고 샌안토니오급 강습상륙함 뉴 올리언즈(LPD-18)로 돌아갔다.

    공기 부양정이 강습강륙함의 뒷문으로 들어가자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뉴 올리언즈 강습함의 함장이 직접 나와 있었다.

    “웬일인가? 아침까지 섬에 있을 줄 알았더니.”

    “잠도 없으십니까?”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수고했네.”

    “아닙니다.”

    잠깐의 평범한 인사가 오가고 공기 부양정에서 창백한 피부를 가진 뱀파이어들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이분들은?”

    “우리들의 주인이 될 분들입니다.”

    “뭐?”

    이상한 것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함장의 목을 뱀파이어 하나가 물고 있었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뱀파이어들이 흩어지고 총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블라드님, 접수 완료했습니다.”

    “좋아. 그럼 다른 배들도 장악해야지.”

    “넵!”

    순식간이었다.

    뱀파이어의 종들로 변한 미군들이 항공모함과 호위 함대들로 뱀파이어들을 인도했다.

    날이 밝기 전에 주변의 모든 전함과 항공모함에 타고 있던 미군 병사들이 모두 뱀파이어들의 종이 되어 있었다.

    “주인님께서 오신다.”

    -바바바바!

    거대하고 하얀 헬기 하나가 어둠을 헤치며 다가왔다.

    앞뒤로 거대한 프로펠러를 단 CH-47 치누크다.

    동체만 16미터나 되는 거대한 녀석이다.

    22톤이 넘는 이륙 중량을 가지고 있고 60명 정도를 탑승시킬 수 있다.

    치누크 헬기가 항공모함의 갑판에 내리자 그 앞으로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도열해 섰다.

    헬기의 뒷문이 열리며 금발 곱슬머리에 창백한 얼굴, 차가운 푸른 눈을 가지 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척!

    모든 뱀파이어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위대하신 마왕 차이탄님이시여!”

    폴 막스가 주변에 도열해 서 있는 뱀파이어들과 그들의 종이 되어버린 미군들을 바라봤다.

    “크크크, 아주 좋아. 마음에 들어.”

    이곳으로 중동에서 철군하는 항공함과 제2함대, 제7함대가 지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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