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법사 회장님-192화 (192/225)
  • 《192화》

    로버트 밥은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백악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니고 그런 대통령이 탄핵되면 자신도 국무장관에서 물러나야 할 판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전화기에서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와 함께 공중에 통화 버튼이 만들어졌다.

    [에퍼스]

    미국의 국방부 장관인 에퍼스다.

    미국의 국방부는 육군, 해군, 공군, 정보기관이 통합된 곳으로 청사로 워싱턴에 있는 펜타곤을 사용하고 있다.

    “무슨 일인가?”

    [대통령님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야.”

    [맙소사, 큰일 났군.]

    미국의 국방부 장관인 에퍼스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에퍼스, 무슨 일이 일이야? 갑자기 왜 그래?”

    [미국 본토에 괴물들이 나타났네.]

    “뭐?”

    [뉴멕시코주에서 해골 괴물들이 출현했는데 심상치가 않아.]

    “해골 괴물이라니 뭔 소리인가?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그 스켈레톤인가 뭔가 하는 몬스터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런 녀석들이 미국에 나타났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되고 안 되고가 문제가 아냐. 실제 나타났고 놈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네.]

    “그걸 믿으라는 건가?”

    [실제로 나타난 걸 어쩌란 말인가? 미치겠네. 로버트 밥, 여기 상황을 찍은 영상을 보내 줄 테니 보고 나서 말하게.]

    -띵동!

    로버트 밥의 핸드폰으로 동영상 하나가 전송되었다.

    재생하니 어느 병사의 가슴에 달린 카메라에 잡힌 영상이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시커먼 해골들과 녀석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미군들의 모습, 칼에 찔려 죽는 병사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로버트 밥의 표정은 굳어 갔다.

    “맙소사.”

    [이제 믿는 건가?]

    “안 믿을 수가 없군. 막을 수는 있는 건가?”

    [힘들 것 같네.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니 부통령이 재난 선포를 해야 하네.]

    “국가재난 선포? 이런,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미국 대통령이 미쳐 있다는 걸 알게 될 걸세.”

    [국민의 안전이 우선일세.]

    “젠장, 어쩔 수 없군. 부통령인 티모시에게 전화해 보지. 자네도 최선을 다해주게”

    [알았네.]

    로버트 밥은 통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생각을 정리했다.

    대통령이 미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미국은 완전히 망가질 거다.

    그러나 에퍼스 국방장관의 태도로 볼 때 괴물들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삐리리리, 삐리리리!

    또다시 전화기가 울리며 통화 버튼이 공중에 나타났다.

    [박성규]

    이름을 확인한 로버트 밥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어제 서울에서 여러 나라들이 모여 괴물들을 방어하자는 SDU 연합국을 만들었는데 자신은 자존심이 상해서 가입을 거절하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대한제국이 전화를 건 거다.

    “로버트 밥입니다.”

    로버트 밥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대한제국의 박성규 대통령입니다. 저희 인공위성과 인터넷 방송을 보면 뉴멕시코주에 괴물들이 출현한 걸로 보이는데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미국은 강합니다. 저희가 알아서 할 겁니다.”

    로버트 밥의 강경한 태도에 박성규 대통령은 잠시 말을 잃었다.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존심을 세우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통화가 끝나고 로버트 밥의 얼굴은 짜증이 나서 붉게 달아올랐다.

    “망할 대한제국, 요즘 좀 잘나간다고 기고만장하는군. 우리 미국이 괴물들을 물리치고 세계의 질서를 다시 확립하든가 해야지 안 되겠어. 그러려면 중동에 있는 미군을 모두 본토로 데려와야겠군.”

    ***

    해골로 이루어진 몬스터들은 인간보다 약하고 느린 편이지만 그 수가 엄청났다.

    다 부서져 가는 낡은 갑옷과 칼을 들었고 무거운 방패는 들지도 못해 질질 끌고 다니거나 나무로 만든 작은 라운드형 방패를 들었다.

    때로는 낡은 활을 들고 화살을 쏘기도 했다.

    미국은 처음에 자신들의 군사력을 믿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막지 못하면서 계속 밀렸다.

    아무리 박살을 내도 계속해서 몰려오는 녀석들은 두려울 정도였다.

    미국은 이쪽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다.

    뼈다귀들의 공격이 북쪽을 향하면서 미국의 뉴멕시코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앨버커키를 향했다.

    고산지대에 있는 이 도시는 50만 명이 살고 있고 주변 위성도시까지 합하면 90만 명이나 살고 있다.

    앨버커키의 남쪽으로 미군들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세빌레타 야생 동물 보호 지역으로 대규모의 아파치 헬기들이 날아갔다.

    -바바바바!

    자리를 잡은 수십 대의 아파치 헬기들은 지상을 향해서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시작했다.

    공중에서는 F-22 전투기들이나 B-52 폭격기의 융단 폭격이 이루어졌다.

    엄청난 폭격은 엄청났지만 박살이 나는 놈들보다 뒤에서 몰려오는 놈들의 수가 더 많았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다.

    그 수가 백만을 넘어 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콰아아앙!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폭탄이라는 MOAB도 사용되었다.

    폭발 반경이 150미터나 되고 TNT 11톤의 위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폭발도 시커먼 캠퍼스에 약간의 반점을 만들었다가 금세 메꿔졌다.

    달려드는 스켈레톤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달그락, 달그락!

    녀석들은 걸어갈 때마다 관절이 고정이 안 되어서 달그락거렸다.

    해골 괴물들의 중앙에 시커먼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마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안에 반짝이는 금관을 쓰고 각종 장식으로 도배를 한 리치가 타고 있었다.

    “죽여라! 멸망의 문을 열자! 인간을 멸망으로 이끄는 선봉장이 되어라!”

    리치의 외침이 들릴 때마다 주변의 스켈레톤의 눈이 붉게 변해갔다.

    온 산이 시커멓게 변할 정도로 뼈다귀 군대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이제50킬로미터만 더 가면 뉴멕시코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앨버커키가 나온다.

    앨버커키의 남쪽 사우스 밸리는 대부분 농장 지대다. 그곳으로 스켈레톤들을 막기 위해서 제1이군 5기갑여단과 120 보병 여단이 움직였다.

    “움직여, 이 돼지들아!”

    “빨리, 기관포를 설치해!”

    “저격수는 저쪽으로!”

    M1A2 에이브럼스 전차들이 줄지어 서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미 육군의 병사들이 트럭에서 내리며 장비를 점검하고 기관총을 설치했다.

    공중에는 아파치 헬기들이 줄줄이 날아다녔고 공중에는 전투기들이 지나다녔다.

    어둠이 찾아오는 가운데 저 멀리서 달그락거리는 놈들의 소리가 들려 왔다.

    “온다!”

    -바바바바!!!

    -쾅! 쾅!

    공중과 지상에서 동시에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먼지구름이 일었다.

    폭발 속에서도 놈들은 계속 전진했다.

    “쏴! 멈추지 말고 계속 쏘라고.”

    그럼에도 몰려드는 엄청난 숫자에 질려 버렸다.

    아무리 박살을 내도 바로 뒤에서 더 많은 스켈레톤들이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아무리 해도 끝이 없겠어.”

    1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놈들의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놈들의 공격은 기껏해야 칼질과 화살 공격뿐인데도 말이다.

    -콰아앙!

    그런데 갑자기 푸른 불덩어리가 튀어나와 하늘을 날고 있던 아파치 헬기를 격추시켰다.

    “뭐야?”

    유도 기능이 있는지 곡선을 그리며 날아들어 주변에 있던 공격 헬기와 장갑차를 공격했다.

    2킬로미터 밖,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

    시커먼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가마 위에 앉아 있는 황금 왕관을 쓴 거대한 해골!

    리치가 나타난 것이다.

    “저 녀석을 쏴!”

    야전 사령관은 곧바로 리치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

    좌표를 입력하고 포신을 돌린 M1A2 전차의 M256 120mm 44구경장 활강포가 불을 뿜었다.

    -콰앙!

    현대전에서 표적을 정확하게 맞히는 거야 아주 기본적인 사격통제 시스템이다.

    -콰자작…….

    리치의 황금 왕관과 뼈가 부서져 나가고 시커먼 뼈로 만들어진 가마도 부서져 나갔다.

    그 뒤에 거대한 폭발이 일대를 휩쓸었다.

    -콰아앙!

    폭발과 함께 그 중심을 시작으로 뼈다귀들이 푹푹 쓰러졌다.

    뽀얀 먼지가 일며 언제 걸어 다녔다는 듯이 주변의 뼈다귀들이 전부 쓰러졌다.

    “뭐야 왜 갑자기 다 쓰러지는 건데?”

    “끝난 건가?”

    미군들이 멍하니 뼈로 이루어진 언덕을 바라봤다.

    -우웅…….

    그때 리치가 박살 났던 곳이 울리며 뼈들이 날아다녔다.

    가장 먼저 부서져 있던 해골이 맞춰지고 척추들이 조립되었다.

    그리고 황금 왕관이 만들어졌다.

    “방심했군. 클클클…….”

    이곳은 지옥문과 멀기 때문에 리치가 없으면 해골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한마디로 리치가 어둠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이자 리모컨인 것이다.

    -달그락…….

    리치가 되살아나자 쓰러졌던 해골 병사들이 하나둘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달려들어라, 나의 병사들이여!”

    뼈다귀들이 또다시 미군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에 미군들이 당황해하며 기관총과 포탄을 다시 쐈다.

    특히 대장으로 보이는 황금 왕관을 쓴 리치에게 포탄 공격이 집중되었다.

    “실드!”

    -콰자작!

    7서클 마도사의 실드였지만 바로 폭발의 강력함에 깨져 나갔다.

    “여기 인간들의 무기가 대단하군.”

    그러나 실드야 또 만들면 그만이다.

    “실드!”

    문제는 날아오는 포탄이 너무 많았다.

    “실드, 실드, 실드…….”

    포탄이 계속해서 날아들자 리치는 짜증이 났다.

    실드라고 외치느라 다른 마법을 실행할 수가 없었다.

    “실드, 실드, 실드…….”

    리치는 다시는 앞으로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부하들이 인간들을 공격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데 대장인 자신은 실드를 연속으로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실드, 실드, 싯드……?!!”

    혀도 없는 놈이 말이 꼬였다.

    ‘젠장!’

    -콰아앙!

    전차 포탄 하나가 또다시 리치의 해골을 박살 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포격!

    또다시 스켈레톤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뭐여? 왜 다 쓰러져?”

    “저 대장 녀석만 조지면 된다.”

    “저기다! 저기만 쏴!”

    모든 미군들이 리치를 향해서 포탄을 집중해서 발사했다.

    리치는 죽을 맛이었다.

    몸이 만들어지다가 부서지길 수십 번.

    자신을 정찰병으로 내보낸 악마 워리놈이 생각났다.

    워리놈은 죽음의 왕으로 불리는데 그의 모습은 죽음의 왕답게 무시무시했다.

    크기는 20미터가 넘고 오른쪽 절반은 뼈로 이루어져 있지만 나머지 반쪽은 가죽이 벗겨져 근육이 그대로 보이는 살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진정한 힘은 죽은 자들을 다스리는 권능에 있다.

    그가 리치인 자신을 이곳에 정찰병으로 보냈다.

    “가서 사람들을 죽여서 구멍을 좀 넓혀 봐. 내가 나갈 수 있게.”

    워리놈의 명령에 리치는 자신들의 권속인 스켈레톤 부대를 이끌고 차원을 넘어 지구로 왔다.

    그런데 여기서 죽인 인간들이라고 해봐야 1,000명이 채 안 되었다.

    마차 같은 것을 타고 도망가는데 쫓아갈 수가 없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손가락 크기의 쇳조각을 발사하는데 단 한 방에 스켈레톤이 박살이 났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쇠로 만든 새를 타고 다니며 포탄을 발사했다.

    철갑을 두른 마차는 화살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우웅…….

    부서졌던 리치는 이번에도 뼈들이 복구가 되면서 다시 일어났다.

    황금 왕관과 단단한 뼈들이 맞춰지고 눈에서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

    주변에 있던 스켈레톤들도 다시 일어났다.

    “본 실드!”

    리치 앞에 거대한 뼈들이 자라나며 거대한 벽을 만들었다.

    -콰앙!

    당연히 포탄들이 또다시 날아들어 박살을 냈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은 리치가 그곳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블링크!”

    백여 미터를 공간 이동한 리치가 분노의 외침을 내질렀다.

    “본 익스플로젼!”

    -콰앙! 콰아아앙!

    미군들에게 달려들던 스켈레톤들이 터져 나가면서 날카로운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날렸다.

    -파바바박!

    군인들의 몸 여기저기에 뼛조각들이 박혀 들었다.

    병사들이 입고 있던 방탄 헬멧과 방탄복 때문에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손과 팔, 다리 등에 뼛조각이 박혔다.

    “크윽, 뭐야 이거.”

    “해골들이 폭발한다.”

    “뼈다귀들이 또 달려든다.”

    미군들과 가장 가까이 있던 스켈레톤이 폭발하자 먼지구름이 주변을 가득 매웠다.

    먼지가 채 가시기 전에 바로 뒤에서 스켈레톤들이 녹슨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너무 가까워서 총을 쏠 겨를이 없던 미군들이 개머리판으로 뼈다귀들을 부쉈다.

    “본 익스플로젼!”

    -콰앙!

    또다시 뼈다귀들이 폭발했다.

    “으악, 살려줘!”

    “내 눈!”

    “후퇴하라!”

    그날 앨버커키가 해골들에 의해 함락되고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한 5만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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