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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 회장님-187화 (187/225)
  • 《187화》

    머맨들의 왕 바라쿠가 죽자 남아 있던 머맨들이 픽픽 쓰러지면 죽어 버렸다.

    녀석들과 사투를 벌이던 기갑병기 문종, 백호 전차 대대, 대한제국의 군인들이 쓰러져 가는 머맨들을 황당하게 바라봤다.

    “진짜 죽은 거야?”

    “뭐야? 왜 갑자기 다 죽는데?”

    “이 개새끼, 내 죽은 전우를 돌려내!”

    “이렇게 끝나다니.”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이 갑자기 죽어 버리면서 전투가 끝났다.

    전 세계는 670만 명이 한꺼번에 죽자 혼란스러워졌다.

    이란에서 9.5이상의 강진으로 400만 명이 죽었다.

    이 일이 미국의 하프 프로젝트 때문이라는 말이 떠돌면서 중동과 유럽에서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태평양의 여러 섬들과 괌과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에 괴물들이 습격해서 270만 명이 죽었다.

    이 일로 계시록에 나오는 멸망 직전의 징조다. 또는 지구 지하에 다른 세상이 있어 거기서 나온 괴물이다 뭐다 하면서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냥 경악, 놀람, 황당함, 두려움이 혼합된 반응이었다.

    특히 사람들은 400만이 죽은 지진보다 머맨이라고 불리는 괴물이 나타나 270만 명이 죽은 괴물이 나타난 사건을 더욱 두려워했다.

    머맨들이 섬에 상륙하자마자 인간들을 찾아다니며 학살했다는 것에 더욱더 두려움을 가진 것이다.

    어디서든, 어느 곳이든 그런 엄청난 수의 괴물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두려운데 인간만 찾아 죽이는 놈들의 잔인성이 더욱 두려움을 주었다.

    괴물들로 인해 대피한 제주도 시민들은 진도, 완도, 거금도, 고금도 등에 나누어 분산 수용되었고 미래 그룹에서 만든 공간 확장 컨테이너를 임시 숙소로 활용하게 되었다.

    [이게 임시 숙소? 100평이잖아? 내부에 없는 게 없어!]

    [생활비를 200만 원씩 주네? 정부가 돈이 많은가?]

    [왜 전국의 모든 건달들이 봉사를 오는데?]

    [구호품이 공간이동으로 오는 거 보고 지렸다.]

    피난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대한제국의 구호 활동으로 안정되어 갔다.

    이제 파괴되어 버린 제주도가 복구되기만 하면 된다.

    제주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되었고 그 아름답던 자연 경관도 파괴되었다.

    특히 서귀포와 마라도 쪽이 많이 파괴되었고 남원읍, 표선읍, 성산읍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특히 괴물들의 시체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주도 섬에만 이천만이나 되는 괴물들의 사체들이 있었는데 모든 땅을 뒤덮어서 강을 오염시켰고 놈들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비린내가 온 천지에 진동했다.

    대한제국은 서귀포에 긴급 복구 기지를 건설하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귀포시의 갈매 생태공원에 조립식 건물이 순식간에 올라가고 건물의 중앙에는 머맨들의 시체를 해부하고 연구하는 곳이 생겼다.

    그곳으로 냉동된 괴물들의 시체가 이동되었고 그것을 해부하고 연구하기 위해 전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의사들이 초빙되었다.

    그 중심에 강동민이 직접 수술칼을 들고 괴물 하나를 해부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성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요.”

    성호의 표정은 창백했다.

    “회장님아, 괜찮아? 더 쉬지.”

    “쉬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마지막에 천마신공의 마지막장 천마재림(天摩再臨)을 사용한 여파로 심장과 단전에 무리가 가서 계속 아려왔다.

    당분간 마법이나 무공은 자재해야 할 정도다.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죽은 이유가 뭘까?”

    “그건 아마 저 녀석이 죽었기 때문일 겁니다.”

    성호는 중앙에 있는 바라쿠의 시체를 가리켰다.

    이 중에서 해부가 안 되는 시체 중 하나다.

    얼마나 단단한지 레이저 절단기, 마나 소드, 다이아몬드 커트기로도 잘리지 않는다.

    “그래? 회장님아가 해치운 저 녀석 때문이란 말이지? 그럼 저 녀석이 전체를 조절하는 리모컨이거나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네.”

    “그렇죠.”

    ‘저 녀석은 뭐지?’

    지독하게 빠른 공격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던 녀석이다.

    그러다 한순간 정신이 붕괴되며 미쳐 버린 녀석이기도 했다.

    녀석이 절규하며 고함친 것이 귀에 맴돌았다.

    [아들을 죽이고, 내 아내를 죽이는 것으로 모자라던가!]

    [아들아, 여보, 친구여…….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날 죽여서 참회하게 해줘!]

    [날 죽여줘!]

    뭔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 엄청난 한과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나머지는 어떻습니까?”

    성호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것도 없어. 쫄따구들은 전부 그냥 비린내가 진동할 뿐이야. 수정구나 마나석 같은 걸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없어.”

    “그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오는 거고요.”

    “그런가?”

    강동민이 수술용 장갑을 벗으며 실망스럽게 말했다.

    자기도 궁금해서 해부를 하기는 했지만 비린내가 이렇게 끔찍할 줄은 몰랐다.

    “그럼 이게 다 인가요? 약점이라던가? 특별한 건 없고요?

    “있다면 지구의 것이 아니라는 정도? 유전자 구조도 그렇고 모든 것이 전혀 달라. 이놈들은 닥치는 대로 뭐든 잡아먹기는 했는데 하나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내장에 그대로 남아 있어, 거기다 모든 녀석들이 수컷이야.”

    “네?”

    “모든 생물은 태어나서 번식을 하는데 이 녀석들은 그게 없단 말이지. 양서류에나 가끔 나타나는 자가 생식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죽음을 알면서 달려든 하루살이 같아.”

    “특이한 에너지는요?”

    “죽자마자 바로 흩어져서 남은 게 없어.”

    어둠의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것을 연구하고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녀석들은 죽자마자 바로 몸에 지닌 에너지가 흩어졌다.

    “저 녀석만 빼고.”

    강동민이 바라쿠의 시체를 가리켰다.

    오직 저 녀석만 죽은 뒤에도 그 어둠의 에너지가 남아 있다.

    “그리고 회장님아, 이 칼은 뭐야?”

    유리 케이스에 돌칼같이 생긴 단검이 하나 들어 있었다.

    검은색의 단검은 유리 결정같이 빛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뗀석기의 돌칼같이 생겼다.

    바라쿠가 들고 있던 단검이다.

    성호의 심검을 깨부수고 천마재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강을 막은 그 단검!

    “이 칼을 만졌던 사람마다 정신 붕괴로 치료를 받고 있어.”

    “정신붕괴?”

    “죽을 정도는 아니고 약간 실성한 정도? 하여튼 이 단검은 파장이 아주 긴 에너지가 잡혔는데 마나도 아니고 어둠의 에너지도 아냐.”

    “그래요?”

    성호가 흥미롭게 단검을 바라봤다.

    어디선가 느껴본 에너지긴 한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띵동.

    수지다.

    요즘 미국에서 공연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니 아침마다 문자를 꼭 준다.

    [뭐해?]

    [일하는 중.]

    [오늘 이상한 일이 있었어.]

    [뭔데?]

    [콘서트 끝나고 목이 많이 아팠는데 네가 택배로 보내준 목걸이가 반짝이더니 다 나았어!]

    [목걸이에 힐러 기능이 있어.]

    [응? 힐러 기능이라니?]

    [아버지께서 하도 성화여서 조금만 아파도 치료하게 힐러 장치를 달아 놨지.]

    [그리고?]

    [목걸이에는 세 가지 기능이 있어. 힐러하고 프록실드, 그리고 날 소환하는 텔레포트가 있지.]

    [널 부를 수 있다고 지금 불러도 되나?]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써먹어.]

    [알았어, 목걸이 진짜 고마워.]

    [난 네 노래가 더 고마워.]

    그 덕분에 기절했다가 깨어났고 도전해서 이겼으니까 고마웠다.

    수지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너 제주도에 괴물이 나타났다던데 당연히 거길 갔다 왔겠지?]

    [응.]

    [다친 데는 없고?]

    [조금 다쳤지만 지금은 괜찮아.]

    [어디가? 얼마나? 지금은?]

    [지금은 멀쩡하지.]

    [다행이다. 치료 잘 받고, 앞으로는 조심해서 다치지 말고.]

    [응.]

    12년간의 정신병 감금과 악몽으로 성호는 마음속 깊은 곳에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만약 분노로 이성을 상실하는 순간 지구는 멸망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런 성호의 분노를 조절하는 존재는 수지가 유일했다.

    만일 수지가 없었다면 성호는 어둠에 마음이 이미 잠식당했을 것이다.

    ***

    미국의 백악관, 2층의 백색 건물로 프랑스의 샤토성을 흉내 낸 건물이었다가 약간의 변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머무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마틴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꺼려하는 사람인 미국의 국무부 장관 로버트 밥과 마주했다.

    성질이 불같고 단호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사람이라 마틴 대통령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400만이 죽었습니다. 400만!”

    얼굴이 붉게 변해 침을 튀기며 말하는 로버트 밥을 마틴은 바라보지도 못했다.

    “사…… 사고일세. 조절이 안 되었을 뿐이고 내 잘못이 아닐세.”

    “무슨 소리입니까?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십니다. 그런 대학살을 찬성만 해도 문제인데 의회에서 스스로 하자고 주창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냥 제안만 한 거지, 결정은 의회가…….”

    “당시 장면이 카메라에 녹화된 건 아시죠? 그게 제안입니까? 지금 이 일로 상원 하원이 모두 마틴 대통령님을 탄핵하자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타, 탄핵을?”

    “지금 상황을 모르십니까? 대통령께서 미국의 자존심 운운하면서 군대를 전부 중동으로 내모는 바람에 미국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십니까?”

    “그게 어때서? 미국은 중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어. 오일 쇼크가 오기 직전이었다고, 거기다 SLD는 이슬람 국가들의 연합국이 되면서 너무 강력해졌고 말이야. 난 미군의 모든 군대를 중동에 밀어 넣은 것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하네.”

    “그 바람에 괌과 오키나와에 나타난 괴물들을 못 막은 것 아니냐고 난리입니다.”

    “그게 어떻게 정부 탓인가? 괴물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문제지.”

    “핑계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내일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을 진행한답니다.”

    “뭐?”

    “대통령님이 탄핵을 당하게 생겼다고요.”

    로버트 밥의 말에 마틴이 인상을 쓰며 관자놀이를 부여잡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괜찮으십니까?”

    “끄응, 미안하지만 나 좀 쉴 수 있게 해 주겠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탄핵 이후를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알았네.”

    백악관의 집무실에 혼자 남은 마틴은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다.

    [너는 학살의 주범이 되어 모든 것을 안고 자살해라.]

    그 말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고귀하신 주인님의 명령이라 적당한 때를 기렸다.

    갑자기 죽으면 괜히 구설수에 오르기 때문이다. 탄핵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금 딱 적당한 시기였다.

    마틴은 서랍을 열고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9mm 총알이 17발이나 들어가는 글록 17 권총을 꺼냈다.

    [제가 미국을 대표해서 중동 사건의 책임을 지고 하늘로 갑니다.]

    [하늘의 심판이 미국에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합중국 대통령 마틴]

    짧게 글을 쓰고 종이를 곱게 접어서 책상 위에 펜과 함께 올려놨다.

    그리고 글록17 권총을 장전한 뒤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척.

    차가운 감촉에 마틴이 눈을 감았다.

    -콰자작!

    그때 갑자기 백악관 집무실의 문이 박살이 나면서 경호원들이 달려들었다.

    경호원들이 집무실을 감시 카메라로 보고 있다가 상황이 이상하자 달려온 것이다.

    “대통령 각하!”

    “총 내려놓으세요.”

    “안 돼!”

    미국의 대통령 마틴은 그들을 바라보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방화쇠를 당겼다.

    -타아앙!

    경호원 하나가 운이 좋았는지 마틴을 덮치면서 뒤로 밀쳤다.

    그 바람에 발사된 9mm 총탄은 집무실 벽에 구멍을 내며 박혀 들었다.

    -우당탕!

    의자와 책상 옆에 있던 화분이 넘어지고 일부 집기들이 사방에 날렸다.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마틴이 쥐고 있던 권총을 빼앗았다.

    “헉헉, 괜찮으십니까?”

    경호원들이 마틴 대통령의 상태를 살폈다.

    “내가 왜 여기 누워 있는 거지?”

    “정신이 좀 드십니까?”

    “나, 난 누구지?”

    “네?”

    “뭐야? 아악! 살려줘, 살려줘!”

    마틴이 갑자기 발악을 했다.

    자신을 잡고 있던 경호원의 팔을 물고 침을 질질 흘리는 마틴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통령 각하! 정신을 차리세요!”

    “아빠?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죽어라 죽어!”

    마틴이 경호원을 마구 때렸다.

    “제가 아빠라니요. 저 모르십니까? 경호원 제니스입니다.”

    “제니스? 그거 먹는 건가?”

    낄낄거리다가 화를 내고 그러다가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마틴은 미쳐 있었다.

    이 소식은 곧바로 국무부 장관인 로버트 밥에게 전해졌고 그가 만사를 제쳐두고 바로 달려왔다.

    “에헤헤…….”

    로버트 밥은 진정제 주사를 맞고 헤벌레 하고 있는 마틴 대통령을 보자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완전히 맛이 갔군.”

    침을 질질 흘리며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말도 안 나온다.

    “어떨 것 같나?”

    로버트 밥이 옆에 있는 의사들에게 물었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신경외과, 정신분석 의사들을 몰래 초빙했다.

    그럼에도 차도가 없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습니다. 이대로는 업무를 보시기 어려울 듯합니다.”

    “또 대통령을 바꿔야 하나?”

    문제는 이게 발표가 되면 미국은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거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는 바닥으로 처박힐 것이고 국제적 위신은 완전히 망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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